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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낙청연은 벽 구석 쪽에 놓인 몽둥이를 휘둘러 맹금우를 기절시켰다. 그리고는 소매 안에서 찐빵을 꺼내서 그녀의 입안에 쑤셔 넣어 그녀가 삼키게 만들었다.

사내들은 창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낙청연이 창문 쪽으로 도망치려는 줄로 알았다.

“여기 있었군. 감히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그중 한 명이 맹금우의 뺨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내친김에 맹금우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사내들은 기절한 맹금우를 낙청연으로 여겼고 그녀를 침상 위로 옮겼다.

낙청연은 벽에 귀를 딱 붙이고 안쪽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일이 확실히 진행되고 있자 낙청연은 그제야 유유히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

밤이 깊어진 틈을 타 낙청연은 몰래 부엌으로 가서 먹을 것을 찾았지만 부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낙청연은 부엌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공무를 마친 부진환은 서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려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낙월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왕야! 주무시고 계십니까?”

그녀의 황급한 목소리에 부진환은 얼른 문을 열었다.

“왜 그러느냐?”

낙월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조금 전 눈물을 흘린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왕야, 제가 아까… 사내 여럿이 언니의 방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습니다. 왕야, 제발 언니를 용서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돌변했다.

사내 여럿이 낙청연의 방으로 들어갔다니? 그는 소유에게 분명 그 짓을 그만하라고 분부했었다.

“왕야, 저한테 언니는 한 명뿐입니다. 언니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언니가 제 언니인 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낙월영은 울음을 터뜨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더니 얼른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나와 함께 가보자꾸나.”

“그…”

낙월영은 고개를 숙이면서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부진환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낙청연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민 것인지, 왜 지금에 와서도 포기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낙월영이 그가 무슨 짓을 했다고 오해까지 하게 만들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낙월영은 부진환에게 이끌려 함께 낙청연의 처소로 향했고 낙월영은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왕야, 언니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제가 대신 벌을 받겠습니다. 제발 저희 언니를 용서해주세요.”

야심한 밤, 저택 안은 조용했고 낙월영의 울음소리는 유독 크게 들렸기에 저택 안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둘째 아씨도 참 마음이 고우셔. 큰아씨가 혼인을 망쳤는데도 큰아씨를 용서해 달라고 하시니.”

“그러니까. 둘째 아씨는 아량이 참 넓으시네.”

하인들은 수군덕거리고 있었고 다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서 함께 그곳으로 갔다.

커다란 정자 안은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아 캄캄했다.

정적을 뚫고 방 안에서 야릇한 소리와 사내들의 상스럽고 저속한 말들이 들렸다.

“왕비 마마, 참으로 고우십니다!”

그 순간 부진환은 들끓는 화로 인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비록 낙청연을 혐오했으나 그녀는 아직 왕비라는 칭호를 달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감히 그의 저택에서 그의 노비들과 몸을 섞고 있었다.

낙월영은 얼굴이 희게 질려서는 털썩 무릎을 꿇으면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왕야, 왕야. 제발 언니를 용서해주세요.”

낙월영의 행동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부진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자신이 시켜서 벌어진 일이라고 낙월영이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낙월영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내가 지시한 일이 아니다.”

부진환은 노여움을 가득 담아 방문을 힘껏 걷어찼고 살기등등하게 고함을 질렀다.

“낙청연!”

방 안의 사내들은 혼비백산하더니 잽싸게 옷을 주워 입었고 허겁지겁 방문을 나서고는 무릎을 꿇었다.

정자 안에 있던 하인들은 그 모습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혀를 찼다.

“세상에나, 왕비 마마께서는 부끄러움도 없으신가? 하인들과 몸을 섞다니…”

“승상부의 아씨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부진환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섭정왕부가 이렇게 큰 망신을 당했던 적은 여태껏 없었다. 당장 날이 밝으면 그는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터였다.

“여봐라, 왕비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저택에서 음란한 짓을 벌이고 저택의 질서를 어지럽혔으니 곤장형에 처한다. 죽을 때까지 매우 쳐라.”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낙월영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몇 년의 노력 끝에 드디어 낙청연이 지위와 명예를 모두 잃게 했다. 이제 낙씨 가문의 큰아씨는 낙월영이 될 것이다.

낙월영은 너무 놀라서 넋을 놓은 듯이 멍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낙청연에게 곤장형을 벌하기 위해 하인 몇 명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사람을 데리고 나와보니 옷가지가 흐트러진 여인이 정신을 반쯤 놓은 채로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왕야,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왕야를 얼마나 원했는지 아십니까? 제가 드디어 왕야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왕야…”

그녀는 야릇한 신음을 냈고 사람들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겉으로 드러난 팔이 부진환의 목을 감쌌고 그녀는 부진환에게 몸을 붙였다.

바로 그 순간, 부진환은 미간을 좁혔고 그것이 낙청연의 목소리가 아님을 판별해냈다.

“아!”

단정치 못한 차림을 한 여인은 정자의 돌바닥 위에 쓰러졌고 계집종은 불을 들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환한 불빛 아래, 그 여인이 고개를 들었을 때 정원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다름 아닌 맹금우였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낙월영은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어 옷자락을 꽉 쥐었다.

낙청연이 아니라니? 그럴 리가 없었다. 낙청연은 어디 가고 맹금우가 여기 있는 것일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고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부진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화가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만약 낙청연이 진짜 이런 일을 저질렀으면 그는 절대 그녀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여봐라, 다들 왕비를 찾거라.”

부진환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섭정왕부 전체가 소란스러워졌고 하인들은 내원 곳곳을 샅샅이 둘러봤다.

낙청연은 이미 깊게 잠들어 있었는데 계집종의 놀란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왕비 마마, 얼른 일어나시옵소서! 왕비 마마!”

낙청연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더니 눈가를 비비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저택에 큰일이 일어났사온데 여기서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계집종은 원망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들은 낙청연을 찾느라 한바탕 고생했다.

계집종 몇몇이 낙청연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녀를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의 등불이 환했다.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대고 있는 사내는 처마 밑에 서 있었고 그의 옆에는 여린 몸집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낙월영이 서 있었다.

그리고 옷차림이 단정치 못한 맹금우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조금 전 계집종이 찬물을 뿌렸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바닥에서 몸을 꾸물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었고 다들 차마 그 모습을 눈 뜨고 보지 못했다.

임 어멈은 그 모습이 눈꼴이 셔서 방 안의 이불을 들고 와 맹금우의 몸을 가렸다.

“오늘 밤 어디 갔던 것이냐? 무엇을 했느냐? 똑바로 얘기하거라.”

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보면서 다짜고짜 질문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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