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등 어멈은 기쁨에 가득 차서 말했다.“네, 네. 기억했습니다. 정말 어떻게 왕비 마마께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오늘부터는 제가 왕비 마마를 모시겠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등 어멈은 그 말과 함께 비녀를 손에 들고 낙청연의 머리에 꽂아주려 했다.바로 그 순간, 낙청연의 눈빛이 번뜩였고 그녀는 잽싸게 등 어멈의 손을 잡고서는 그녀와 마주 보고 섰다.등 어멈은 깜짝 놀라더니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물었다.“왕비 마마, 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이 손에 힘을 주자 등 어멈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손에 힘을 풀었고 비녀가 바닥에 떨어졌다.상대는 낙청연의 뜻을 알아채고는 살벌한 눈빛을 하며 재빨리 탁자 위에 있는 다른 비녀를 들어 낙청연을 찌르려 했다.등 어멈은 힘이 아주 셌고 낙청연은 버티지 못하고 그녀에게 밀쳐져 바닥에 쓰러졌다. 서늘한 빛이 감도는 비녀는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그녀의 눈동자 위에서 번쩍이고 있었다.등 어멈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비녀로 그녀의 눈알을 찌르려 했다.액살을 구분해내는 것은 풍수사(風水師)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낙청연은 등 어멈의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빛나는 걸 보고는 곧바로 상대가 무엇인지 알아챘다.“몹쓸 놈, 죽어라!”낙청연은 등 어멈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서 갑자기 힘을 풀었고, 그 바람에 뾰족한 비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낙청연은 날렵한 몸짓으로 고개를 한쪽으로 피했고 동시에 등 어멈의 복부를 주먹으로 치고 그녀를 걷어찼다.그리고는 벌떡 몸을 일으켜 등 어멈의 몸 위로 올라타서는 손가락을 씹어서 피를 낸 뒤에 등 어멈의 이마에 부적을 적기 시작했다.부적이 완성되는 순간 등 어멈의 이마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등 어멈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등 어멈은 얼굴은 사정없이 찡그리면서 끊임없이 비명을 내질렀다.정원에 있던 하인들은 그 처참한 비명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들은 한데 모여서 수군덕거리기 시작했다.“왕비 마마께서 학대하시는 건 아
낙청연의 말을 들은 지초는 그 자리가 과분한 자리라 생각해 더듬거리며 말했다.“왕… 왕비 마마, 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차를 따르고 물을 받아 올 줄은 알겠지. 머리를 빗는 것도 할 줄 알 테고. 그것만 알면 되니 여기 남거라.”낙청연은 곧바로 지초를 일으켜 세웠고 지초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낙청연은 그녀의 앞에 그릇과 젓가락을 놓아주며 말했다.“양이 많아서 혼자 다 먹지 못하겠으니 너도 앉아서 먹거라.”지초는 깜짝 놀라더니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감히 거절할 수도 없어서 얌전히 그릇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녀의 어리바리한 모습에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스승님이 사매를 데리고 왔을 때 사매도 지금의 지초처럼 굴었었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지초가 떠나고 나서야 낙청연은 혼자 남아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 그녀는 조심스레 나침반을 닦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침반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낙청연은 조금 놀랐다. 나침반을 들고 방문을 나서서 정원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거세게 쏟아졌다.그녀는 그제야 섭정왕부의 풍수를 보았다. 왕부의 뒤쪽에는 산이 있었는데 수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왼쪽에 유수(流水)가 있으니 청룡의 기운이 있고 오른쪽에는 장도(長道)가 있어 백호의 기운이 있었다. 앞에는 연못이 있어 주작의 기운이 있고 뒤에는 군산(群山)이 있어 현무의 기운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귀한 땅이었다. 그러니 이런 곳에 지어진 왕부 또한 길택(吉宅)임이 분명했다.그러나 저택 안에는 악기(惡氣)가 감춰져 있었다. 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긴 회랑에서 갔다 왔다 했으나 악기의 근원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비 때문에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기에 비가 멈춘 뒤 다시 살펴볼 생각이었다.비가 줄기차게 쏟아졌으나 공기는 후덥지근했고 몸이 찌뿌둥했다.밤이 되자 왕부의 대문 쪽에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
“바닥을 확인해보거라. 나한테 밟혀서 죽은 고충이 있을 것이다. 이 고충은 제때 뽑아내지 않았으면 왕야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말에 소유는 다소 놀랐다. 그래서 방 안으로 다시 들어서 바닥을 확인해봤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밟힌 벌레가 있었다. 소유는 손수건으로 벌레의 사체를 주워들었고 왕야의 상처를 봉합한 고 신의(顧神醫)에게 물었다.“고 신의, 이것이 고충이 맞습니까?”고 신의는 눈을 빛내더니 잠시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쩐지 왕야의 상처에 묻은 독이 이상하다 했습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인제 보니 고충의 독이었군요. 아마도 벌레가 상처 안으로 파고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말을 마치고 고 신의는 감탄하는 어조로 말했다.“세상에나,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것을 제때 빼내지 않았더라면 왕야의 목숨이 위험할 뻔했습니다.”그 말에 소유와 침상 위에 있던 부진환은 모두 놀랐다.소유는 곤혹스러웠다. 낙청연이 왜 왕야를 도우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를 오해한 건 사실이었다. 그는 호위에게 얼른 그녀를 풀어주라고 했다.“제가 마음이 급해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왕비 마마.”소유는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를 향해 예를 갖췄다.낙청연은 방 안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방 안에 있던 낙월영이 돌연 입을 열었다.“언니께서 의술을 익혔었군요. 고충이라는 것도 아시고, 언니가 때마침 도와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소유는 그녀의 말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손을 뻗어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 낙청연을 가로막았다. 그는 냉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방 안이 좁습니다. 왕비 마마께서는 밖에서 기다리시지요.”소유는 명백히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다. 방 안이 좁다니, 방은 넓었고 사람도 얼마 없었다. 대체 어딜 봐서 좁다는 건지.비가 거세게 내리니 그저 방 안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조금 쉬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러웠고 온몸이 젖어있었다. 처마 밑에 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문가에 서 있는 낙청연을 바라봤다,소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다시 한번 낙청연을 막아서려 했는데 낙청연이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고는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소유는 저도 모르게 두려워졌고 부진환은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뭘 하려는 것이냐?”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보았고 항마저를 꺼내면서 낙월영에게 따져 물었다.“번개를 불러온다는 이 물건에 대해 한번 상세하게 얘기해보거라. 그래야 그 연유를 다들 알 수 있지 않겠느냐?”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낙월영은 낙청연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소유도 제가 이 물건을 치우는 것을 보았는데 언니가 그것을 가져왔다고 해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그건 내가 너에게 이 물건을 가져오라 시킨 것이 아니더냐? 그러니 내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것이겠지.”낙청연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낙월영은 당연히 인정하기가 싫었고 돌연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언니께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요. 언니는 적녀(嫡女)시고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 말만 들었으니까요.”그 가련한 어조와 표정을 보면 다들 낙청연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괴롭혔을 것이라 짐작할 터였다.그리고 그 모습은 진짜 부진환의 보호욕을 불러일으켰고 부진환은 낙청연을 호되게 꾸짖으며 말했다.“낙청연, 내 경고를 잊은 것이냐? 당장 나가거라.”그의 말에 낙청연은 울컥해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물건이 깨지자 항마저 안에 있던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날카로운 철침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철침 위에는 번개무늬와 부적이 잔뜩 쓰여있었다.“보았습니까? 뭔가를 불러온 것은 이 장식품이 아니라 이 안에 숨겨져 있던 인뇌전의 진안저(陣眼杵)입니다.”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이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낙월
낙청연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고 부진환은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가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네가 한 짓이냐?”낙청연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비꼬며 말했다.“왕야, 이제야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었다.부진환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호위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낙청연의 목에 겨누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너를 죽일 것이다.”낙청연은 목을 빼 들면서 고고한 자태로 말했다.“왕야께서 절 죽이고 싶으시다면 죽이세요. 앞으로 며칠 동안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릴 것인데 섭정왕부 내에 있는 인뇌진을 처리하지 않으면 섭정왕부는 폐허가 되겠지요.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죽을 것입니다.”“너!”부진환은 장검을 힘주어 잡고 있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고 소서는 얼른 부진환을 부축하면서 걱정스레 말했다.“왕야! 고 신의, 고 신의!”소서가 고 신의를 부르자 호위가 대답했다.“고 신의는 불길 속에서 도망쳐 나오고는 정신을 잃으셨습니다.”그때 낙청연이 앞으로 나섰고 부진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홧김에 낙청연을 밀어내려고 했다.“왕야, 살고 싶지 않으신가 봅니다?”낙청연은 예의 따위는 차리지 않고 그를 위협했고 부진환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녀가 맥을 짚게 놔뒀다.고 신의가 쓰러졌으니 지금 그를 치료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이었다. 낙청연은 그 모습에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그는 분명 그녀의 실력을 믿고 있었고 고충도, 인뇌전 일도 전부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그 일들을 믿는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낙월영을 감싸고 돌 것이다.낙청연은 또다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몸의 원래 주인의 억울함이었고 원한이었다.그런데 억울하다고 뭘 어쩔 수도 없었다. 어차피 그의 마음속에는 낙청연이 없었기 때문이다.“왕야께서는 화병이 나셔서 피를 토하신 것입니다. 평정을 되찾고 마
그곳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소서를 데리고 저택 안에 있는 인뇌진을 처리하러 갔다. 나침반은 꺼낼 수 없었으나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귀한 보물이었기에 그녀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빗줄기는 많이 약해졌고 저택의 사람들은 벼락을 맞아 어지럽혀진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느라 바빴다. 낙청연은 소서를 데리고 저택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그들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낙월영은 이미 한참 전에 정신을 차렸고 왕야와 낙청연이 서방에 있다는 걸 알고는 감히 그들을 방해하지는 못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방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그녀는 낙청연이 서방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급히 그곳으로 향했다.하지만 서방에 도착하니 소유가 그녀를 막아섰다.“둘째 아씨, 왕야께서는 부상이 심하셔서 지금 쉬고 계십니다.”낙월영은 당황했다. 왕야의 서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낙청연이 들어갈 수 있는데 자신은 들어갈 수 없다니, 그녀는 왕야가 정말 자신이 낙월영의 공로를 가르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둘째 아씨, 얼른 처소로 돌아가서 쉬시지요.”소유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일깨웠다.불현듯 정신이 든 낙월영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는데 소유마저 그녀를 처소까지 모시지 않았다.낙월영은 굉장히 조바심이 나고 낙청연이 미웠다. 이 모든 게 다 낙청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인뇌진은 무슨, 그녀는 낙청연이 얼마나 멍청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이런 것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을 떠올릴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더는 낙청연을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낙월영은 최대한 빨리 낙청연을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낙청연은 온밤을 바삐 돌아치면서 소서와 함께 인뇌진을 해체했다. 그 물건들은 전부 소서가 챙겨갔고 낙청연은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인뇌진을 해체하기는 했으나 낙청연은 소매 안에 있는 나침반이 여전히 약하게 진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섭정왕부 안에는 여전히 강한 살기가 있었는데 무언가에 의해 억눌러져 있었다.저택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인 후의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지초는 쉬러 갔고 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나갔다.풍수지리가 좋은 곳에서 일월정화(日月精華)를 흡수하면 내공 심법을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재주를 하루라도 빨리 연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자정이 넘은 이 시각의 정원은 유달리 고요했다. 나침반을 들고 그녀는 둘러보더니 조용한 화원의 정자에서 멈췄다. 그리고 나침반을 몸 앞에 두었더니 나침반은 천천히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빛이 나침반을 비추니 은은한 하얀색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묘초(卯初)에 황금 닭이 새벽을 깨우고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낙청연은 눈을 떴다.내공 심법을 수련한지 비록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효과는 현저했다. 주먹을 쥐었을 때 전보다 힘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아-”갑자기 처량한 비명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아침을 깨웠다.맹금우가 죽었다.낙청연의 정원, 우물에서 기이하게 죽어 있었다.창백한 얼굴은 수면 위로 떠 있었고 몸은 우물 바닥에 서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죽어서도 서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정원은 사람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 맹금우의 시체를 밖으로 끌어 올리려고 했으나 밑에서 무엇인가 그녀를 끌어당기는 듯이 아무리 애를 써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빠르게 부진환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의 정원에 모였다.소소는 몇 명 시위에게 시체를 끌어 올리라고 시켰다.맹금우의 죽음에 대해서 정원의 하인들까지 수군대기 시작했다.“어젯밤에 맹금우가 왕비님 정원에 들어가서 왕비님과 다투는 것을 목격했어.”“나도 맹금우의 미친 듯한 고함을 들었어.”“설마 왕비가 맹금우를……”듣고 있던 부진환의 안색은 안 좋았다. 그는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어젯밤에 맹금우가 여기 왔었던 거냐?”“네! 하지만 왔다고 해서 제가 죽인 겁니까? 저는 오히려 그녀가 복수하려고 일부러 저의 정원에서 죽음을 택하여 저에게 모함한다고 생각합니다.” 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의심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언니, 맹금우가
“여러분 똑똑히 보십시오, 이런 걸 증거라고 하는 겁니다!”“마손된 소매와 밧줄의 잔부스러기들 그리고 이끼 흔적까지! 어젯밤 밧줄을 끊은 사람은 바로 낙월영입니다!”“맹금우의 죽음은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낙청연이 말은 마친 순간,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낙월영은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해졌고, 발악하듯 황급히 변명했다: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증거가 확실한데도 변명을 하다니! 우리 예쁜 동생은 지금 맹금우를 속여서 죽이고 이 언니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것 아니냐!” 낙청연은 낙월영의 손을 붙잡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구절 한 구절 주옥같이 말했다: “우리가 쌓아온 자매의 정은? 지금 이건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이냐?”한 번이고 두 번이고 받아줬더니 이젠 정말 기어오르려고 하는 건가!낙청연은 당할지 몰라도 낙요는 절대 당하지 않는다!하지만 곧바로 힘센 팔이 낙월영을 힘껏 끌어당기더니 뺨을 후려갈기는 소리와 함께 성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순간, 부진환의 반지가 낙청연의 얼굴을 스치면서 손자국과 함께 핏자국을 남겼다.피비린내가 번지고 낙청연은 뺨을 감쌌다. 왠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칼로 후비는 듯이 아파왔다.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진짜로 심장이 아팠다.사랑하는 이에게 뺨을 맞았으니 가슴이 아파 눈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 몸의 주인은 아직도 이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었다.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 뺨에 묻은 핏자국을 닦았다. 그리고는 붉은 눈시울로 어둡다 못해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안색의 부진환을 쳐다보았다.반면, 이를 지켜보던 낙월영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부진환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낙청연을 위해 사정하는 척했다: “ 왕야, 언니도 잠깐 실수한 겁니다. 화내지 마십시오.”말을 하면서 그녀는 건방진 눈빛으로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낙월영의 눈빛은 도발과 승리자의 기쁨으로 가득했다.이를 지켜보던 낙청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