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혼자 남게 된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서 우물가에 다가갔다. 그러자 사악한 기운은 구멍이 뚫린 듯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의심에 가득 찬 그녀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밧줄을 기둥에 묶고 밧줄을 타면서 아예 우물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그녀는 우물 안을 확인하고 싶었다.우물은 생각한 것보다 깊지 않았고 숨을 참고 우물 밑까지 헤엄쳐가 보니 과연 팔괘판이 우물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팔괘판은 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었다. 사악한 기운은 바로 이 팔괘판에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팔괘판의 모서리마다 밧줄이 묶여 있었는데, 아마도 주위의 시체들이 제어하고 있었으나 시체를 옮기면서 팔괘판의 방향이 바뀌어 사악한 기운이 방출된 것 같다.지금 그녀는 이것은 여국의 취살대진(聚煞大陣)이라는 것을 확신했다.팔괘판은 봉인만 잘 되어 있으면 살기가 밖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느낄 수 없다. 취살대진으로 사악한 기운이 충분히 끌어모은 뒤 봉인을 다시 열면 사악한 기운은 대진 내의 모든 것을 덮어씌운다. 장기적으로 취살대진 안에서 생활하면 반년을 넘지 못하고 급사하게 된다.이런 대진을 치려면 쉽지 않다. 대진을 친 사람은 여국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도행도 깊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취살대진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낙월영이 사람을 죽여 우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시위들이 시체를 건져내면서 봉인된 입구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당분간은 취살대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천궐국에는 여국 사람이 오직 그녀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섭정왕부 내에도 고수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그녀는 나침반으로 팔괘판의 사악한 기운을 잠시 봉인했다. 비록 대제사장인 그녀에게 사악한 기운은 위협이 되지 않지만 지금은 낙청연의 몸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독 증상으로 인해서 비만증이 생겼는데 또다시 사악한 기운까지 침범한다면 회복하기 더욱더 어려워진다.“왕비! 왕비!” 갑자기 위에서 다급한 부름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소리는 아마도 그녀가 우물
낙청연의 눈빛은 서늘해지더니 일부러 장미를 힘껏 밀었다. “그래, 내 엉덩이 크다. 이 엉덩이로 널 깔아뭉갤 수도 있는데 어쩌면 좋을까?”모퉁이로 밀려난 장미는 낙청연과 낙월영의 가운데서 마치 틈새에 끼운 것 같았다. 낙청연은 마차 밖에 있는 지초를 향해 오라고 손짓하면서 빈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지초, 어서 올라오거라.”지초는 활짝 웃더니 마차에 타면서 말했다: “왕비 마마는 참으로 좋은 사람입니다.”틈새에 끼어서 온몸이 뒤틀린 장미는 원망하면서 말했다: “왕비, 마차는 작은데 왜 하필 계집종까지 데리고 가시나요! 둘째 아씨가 끼었잖습니까!”낙월영도 사실 너무 협소하다고 생각했다. 좁아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너희들이 좁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 좁으면 자기 발로 내려가든지.” 낙청연은 콧방귀를 끼더니 자신의 체형을 이용해 더욱더 세게 안으로 밀어붙였다.허약한 체질이긴 하나 무게는 충족했다. 거기 앉아만 있어도 집채만 했기 때문에 장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참다못한 낙월영은 다른 계집종 두 명을 마차에서 쫓아냈다. 마침내 마차는 널찍해졌다.낙월영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안색은 줄곧 어두웠다.이번 친정 나들이하는 사람은 낙청연이었다. 하지만 낙월영이 혼인하는 날에 누군가에게 맞아서 기절하고 바꿔치기 당한 뒤 섭정왕부에서 여태껏 요양하고 있었다. 하여 오늘에야 낙청연과 승상부로 가는 것이었다.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이번 친정 나들이하는 사람은 낙월영인 줄 알고 있었다.지금 이 시각 승상부의 입구에는 수많은 계집종이 모여있었다. 마차를 보더니 흥분해서 소리쳤다: “왔어요, 왔어요, 둘째 아씨가 왔어요!”낙청연이 먼저 마차에서 내리고 뒷이어 낙월영이 내렸다.계집종들이 달려오더니 낙월영을 겹겹이 에워싼다. 옆에 있는 낙청연에게는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공기처럼 무시했다.보고 있던 지초는 화를 내며 말했다. “다들 너무 하십니다!”낙청연은 지초를 끌어당겼
“구 어멈, 이 상자는 비어있습니다! “그녀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급히 구 어멈을 찾으러 갔다.구 어멈을 부축하여 장롱으로 모시고 왔다. 그녀는 빈 상자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빈 상자?”“누구 아씨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갔어요!”구 어멈은 순간 급해졌다.낙청연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회상했다. 이 유품은 절대로 갑자기 사라졌을 리가 없었다. 무조건 그전에 사라졌는데 낙청연과 구 어멈은 발견을 못 했을 뿐이다.사색에 잠겨있던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낙월영!”그녀는 바로 방에서 나갔다.오직 낙월영만 그의 계집종들과 함께 그녀의 방에 드나들었다. 그때 낙청연은 그녀를 제일 사랑하는 동생으로 생각했고 그녀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낙월영을 빼곤 그녀의 유품에 누구 감히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원래 이런 일들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낙가의 풍수지리를 보고 나니 마음속의 의문은 더욱 커졌고 절실하게 낙청연 어머니가 누구인지? 여국의 풍수사인지? 알고 싶어졌다.만약 여국의 풍수사가 맞다면 아마도 그녀가 알고 있는 분일지도 모른다.이런 절박한 생각은 그녀를 급하게 낙월영의 정원으로 이끌었다.그녀는 반드시 그녀의 어머니 유품을 찾아올 것이다!난죽원(蘭竹苑)에 도착한 그녀는 바로 쳐들어갔다.”낙월영!”소리를 듣고 낙월영은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차갑게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무슨 일이에요? 언니?”“나의 어머니 유품을 네가 가져간 것이냐? “낙청연은 다가가서 질문했다.낙월영은 듣더니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가져갔으면 왜요?”섭정왕부에서 그녀는 가식을 떠느라고 너무 힘들었기에 집에 와서까지 신중하고 소심한 척하기 싫었다. 그녀는 낙청연이 너무 싫었고 그녀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돌려줘!” 낙청연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돌려주지 않으면 어쩌실 건가요? 여기는 승상부예요, 저를 때리기라도 하실 건가요?” 낙월영은 도발하듯이 차갑게 웃으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이미 상처투성이인 낙청연은 또 다시 상처를 입었다.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성난 아버지를 보면서 그녀는 분노에 가득차 말했다:”무엇 때문입니까? 왜 저를 때립니까?”그녀는 분하고 한편으론 씁쓸했다. 낙청연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주위에 온통 이런 사람들뿐이란 말인가, 심지어 아버지마저 이유도 묻지 않고 무작정 그녀를 먼저 때리는 것인가.어머니의 유품을 돌려받으려고 한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대꾸하다니!” 격노한 낙해평은 뺨따귀를 또 한 대 날렸다.낙청연은 머리가 어지럽고 무거워서 피할 힘조차 없었다. 두 대의 뺨따귀를 맞은 그녀는 눈앞이 캄캄했고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으며 땅바닥에는 핏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가득 차서 낙해평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저는 그저 어머니의 유품을 되찾으려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이유도 묻지 않으시고 저를 때렸습니다. 너무 편을 드는 거 아닙니까!”기억 속에 사랑을 받았던 아이는 낙청연이었다. 하지만 큰 병을 앓고 나서 몸이 뚱뚱해지고 나니 그녀는 경도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승상인 낙해평마저 따라서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그 뒤로 낙해평은 그녀를 싫어했고 항상 차가운 눈길로 대했다.하지만 오늘처럼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손을 댄 적은 없었다.“뻔뻔스럽게 아직도 할 말이 있냐? 대신 혼인을 치러서 네 동생의 혼사를 망친 건 그렇다 차자, 섭정왕이 따지지 않으니 나도 너를 용서하마!”“하지만 섭정왕부에서 요사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뇌격진법(雷擊陣法)치다니, 간땡이가 부었구나!”낙해평은 너무 화가 나서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뇌격진법은 제가 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왕야를 구해드렸지 왕야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무슨 잘못이 있다는 겁니까?” 낙청연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마음속은 분노로 가득했다. 그녀의 분명한 대꾸는 낙해평의 얼굴색을 더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비단옷 한 벌을 걸친 남자가 차분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기세로 넘쳐흘렀다.부진환은 피로 흠뻑 젖어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미간은 더욱 쪼그라들었다.방금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고 확고하게 말한 낙청연의 말을 듣고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경도에서 그 어떤 처자가 감히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요즘 낙청연의 성격은 변화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말까지 그토록 확고하게 할 거라는 것은 생각 밖이었다. 그녀의 기개 있는 모습은 그로 하여금 그녀를 다시 보게끔 하였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문으로 들어갔다.“왕야께서 왕림하실 줄 몰랐습니다. ”낙해평은 두 손을 맞잡아 왕야를 반겼습니다. “오늘 가훈으로 여식을 훈육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필경 자신의 여식이 대신 혼인하는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기에 낙해평은 이치가 서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겸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의 낯빛은 차가웠다. 그는 담담하게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말했다:”무슨 죄를 지었기에 승상 대감께서 직접 가법으로 이 지경이 되도록 때린 겁니까?”낙해평의 얼굴은 약간 어두워졌다. 그는 민망해서 말했다:”듣기에 제 여식이 섭정왕부에서 적지 않은 말썽을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모두 제가 여식을 가르치는 방법이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왕야께서 걔를 내쫓지 않았으니 제가 똑바로 가르쳐서 다시는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부진환의 차가운 낯빛을 본 낙월영은 손에 땀을 쥐었다. 혹여 낙청연을 뒷받침해주려고 오신 건 아니겠지?하지만 뒤이어 부진환의 말은 그녀를 철저하게 시름 놓게 했다.“알고 보니 왕부 내의 일 때문이었군요. 그럼 낙청연은 확실히 혼나야 합니다. 본왕이 보기에 승상 대감께서 더 세게 혼내도 될 것 같습니다.” 부진환의 표정은 평온했고 차가운 어투는 칼날 같았다.지초가 어렵게 부축해서 막 앉은 낙청연은 부진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쇠약했지만 불굴의 의지와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유품? 낙청연이 그토록 집착하고 갖고 싶은 유품은 대체 무엇인가?이를 본 낙월영은 달려가서 낙청연의 손을 떼어놓고 싶었지만 낙청연은 의식 불명 상태였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부진환의 옷을 잡아당겼고 죽어도 놓지 않을 모양이었으며 계속 중얼거렸다: “제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주십시오! 돌려주세요!”“언니 어서 일어나봐요, 왕야의 옷을 더럽히지 마세요!” 낙월영은 다급했다.하지만 낙청연은 죽어도 놓지 않았고 마지막 남은 한 줄기의 희망으로 생각했다.부진환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싫은 표정으로 한번 쳐다봤다. 하지만 끝내 타협하고 말았다: “됐다, 본왕이 방으로 데려가겠다!”그는 허리를 굽히더니 낙청연을 안아 올렸다. 하지만 이 무거운 무게는 일 년 내내 무예를 익히는 섭정왕마저 순간 비틀거리게 했다.힘겹게 낙청연을 안고 계집종의 안내에 따라 청계원에 도착했다.그는 낙청연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전혀 핏기가 없었다.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손가락 관절은 더욱 창백했다.“제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주세요…”낙청연은 의식이 불명해서도 중얼거렸다.부진환의 눈에는 그윽한 빛이 돌더니 약간 몸을 기울였다. “너의 어머니 유품은 무엇이냐?”“제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주세요…”하지만 낙청연은 무의식중에 이 말만 반복하여 중얼거렸다.그는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엄청 뜨거웠고 상태가 심각하였다.“소유, 어서 가서 가내 고 신의를 모셔오거라.” 부진환은 분부했다.“네.”침대 위의 낙청연을 보면서 부진환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생각했다. 유품? 도대체 어떤 유품이길래 그녀가 연을 끊고서라도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고 신의가 도착하고 나서야 부진환은 방을 나왔다.낙해평은 하인에게 분부하여 연회를 마련하였다.본채에서 낙해평은 부진환에게 차를 올렸다. 그리고 낙청연의 책벌에 대해 다시 한번 해명했다.부진환은 이 일에 그다지 얽매여 있지 않았다. 오
부진환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낙해평은 듣더니 격노했다. 섭정왕의 가족은 누구인가? 그건 황족이다, 무려 황족이다!그는 성난 목소리로 꾸짖었다: “낙청연,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황상을 저주하고 황실을 공경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죄인 줄 아느냐? 너 일부러 승상부를 몰락시키려고 그러는 거지!”낙청연은 냉소를 지었고, 눈물과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곧 죽게 되었는데 승상부의 생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또 승상부가 어떻게 되던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승상 아버지가 그녀에게 가법을 쓰지만 않았더라도 그녀가 기절해 있는 동안 강한 독을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신의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 왕비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드셨으나 상처가 너무 엄중한 탓에 갑작스레 질병이 도져 아마도 몇 시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듣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피투성이로 얼룩진 낙청연을 보더니 순간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상처가 엄중한 탓에 질병이 도져 죽는다고? 낙청연은 반박하려고 했으나 복부가 꼬이듯이 아파와서 말을 잇지 못했다.고 신의가 그녀에게 먹인 약은 분명 강한 독이었다! 부진환은 참으로 계략 적인 사람이다. 섭정왕부에서 그녀를 처형하지 않더니 처가에 오는 이 날 남에게 맞은 틈을 이용하여 독을 먹이다니! 그녀를 승상부에서 죽게 하다니!그녀의 죽음을 가법을 쓴 낙해평에게 넘기면 섭정왕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그의 명성은 훼손되지 않고 승상부도 그를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낙청연을 해결했으며 또한 만족스럽게 낙월영과 혼인할 수 있다.좋은 수단이다! 아주 좋은 수단이다.천궐국의 섭정왕, 소문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왕야. 과연 명불허전이다!그녀는 죽도록 그의 옷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억울했다. 이렇게 죽는 게 억울했다!부진환은 안타깝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낙청연의 눈에는 너무나 가소로웠다.“고 신의, 정말 방법이 없습니까?” 부진환은 다시 한번 고 신의한테 물어보았다.고
모두 가고 정원에는 구 어멈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벽을 짚고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는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낙청연은 지초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힘겹게 소리를 내었다: “권… 권용란(卷龍蘭)…”“권용란? 왕비, 권용란입니까? 권용란이 무엇입니까?” 지초는 똑똑히 들었다. 순간 매우 긴장했다.낙청연은 입을 열더니: “정원… 신수… 석등 뒤에…”지초는 영리했다. 그녀는 즉시 차분해졌다. “정원에 있는 신수 석등 뒤에?”“바로 가보겠습니다!”지초는 왕비가 얘기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들어올 때 기이한 수상 석등을 기억했다. 그녀는 즉시 석등 뒤의 풀밭에 달려가서 가지각색의 화초들을 한 묶음 한 묶음 뽑았다. 그녀는 한 무더기의 풀을 안고 청계원으로 달려갔다.낙청연의 앞에 가져다주면서, “왕비, 여기 찾으시는 권용란이 있습니까? 없으면 또 찾아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 유일하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낙청연은 손으로 한 무더기의 화초들을 헤쳐보더니 다행히 그중에서 한 그루를 찾아냈다. 권용란의 잎 모양은 용의 형태를 하고 있는 아주 보기 드문 해독제이다. 씨앗을 뿌려야만 자라고 재배율이 아주 낮았다.오늘 가옥에 들어올 때 그녀는 신상 석등을 주의해서 봤는데 우연히 권용란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물건은 그녀에게 특이함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것이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각 그를 이용하여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한입에 권용란을 씹어 먹어 버렸다.“왕비, 어떠신가요? 효과가 있으신가요? 지초는 급하게 물었다.낙청연의 복통은 조금 완화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잠시 죽지 않을 거라는 것을 느꼈다.“아씨, 버티셔야 합니다. 대인보고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겠습니다.” 구 어멈은 침대에 앉아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저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씨를 살려내겠습니다.”낙청연은 감사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