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낙월영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급히 부진환의 품속에 숨었다. “너… 사람이냐? 귀신이냐?”“네가 보기에는 내가 사람으로 보이냐? 귀신으로 보이냐?” 낙청연은 차갑게 웃었다.낙해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낙청연은 정말로 괜찮아진 건가? 고 신의는 방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피를 그토록 토하고도 살아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낙청연은 지금 멀쩡하게 그들 앞에 나타났다.“언니, 무섭게 왜 그러십니까!” 낙월영은 무서운 척하면서 부진환의 품속으로 숨었다.부진환은 복잡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고 신의도 살릴 수가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걸까? 회광반조(迴光返照)란 말인가?낙월영의 놀란 모습을 보니 부진환은 살짝 화가 났다. 그는 불쑥 일어서더니 매서운 눈으로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 “살아남았으니 네 운이 좋았다. 푹 쉬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귀신 놀이로 네 동생을 놀라게 해야 하냐? 너처럼 언니 노릇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냐?”어떤 일이 생겨도 추궁당하는 쪽은 늘 낙청연이다.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제가 죽길 바라지 않았습니까? 실망시켜 드리려고 달려왔습니다.”낙해평은 화난 얼굴로 말했다: “이런 꼴을 해가 지고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냐? 왕비답지 않게! 낙가의 체면을 잃는 건 큰일이 아니다. 어차피 너 때문에 나의 체면은 말이 아니니까. 하지만 섭정왕부의 체면을 구긴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하하…”낙청연은 머리를 쳐들더니 크게 웃었다. 그녀의 쟁쟁한 웃음소리는 은방울처럼 울려 퍼져 고용한 밤에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었다.“저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게 누구인데요?” 그녀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가법을 쓰고 또 독을 써서 그녀를 죽게 하더니!대체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가?낙해평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낙청연의 변화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공공연히 대꾸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왕야 앞에서까지 그들을 풍자하다니!“아파서 머리가 잘못
낙청연은 방문을 힘껏 찼다. 낙해평은 그녀 어머니에 관한 일을 피하려는 눈치였다. 이 속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낙해평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왕비, 어떻게 왕비를 가둘 수가 있습니까?” 지초가 힘들게 먹을 것을 구해왔는데 방문은 잠겨있었다.“괜찮다, 걱정하지 말거라.” 낙청연은 힘없이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고요하니 배속의 꼬르륵 소리는 더욱 잘 들렸다. 하지만 문은 모두 잠겨 있었기에 지초는 음식을 들여다 줄 방법이 없었다. 낙청연은 배고픔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잠들면 배고픔을 모르기 때문이다.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낙청연은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자물쇠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흐리멍덩하게 두 눈을 뜨자 황색 도포를 입은 도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도목검을 들고 방울을 흔들면서 입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들어왔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도사?“이곳은 확실히 음살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도사는 정색해서 방을 둘러보더니 시선을 낙청연에게 옮겼다. “음살 기운이 모인 곳은 바로 이 처자의 몸입니다.”이어서 낙해평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건네면서 말했다: “도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제 여식입니다만 요즘 행위가 이상하고 귀신에 홀린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약 정말로 더러운 물건이 붙었다면 도장께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낙청연은 듣더니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더러운 물건? 귀신에 홀렸다고?“대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건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단을 열어 방법을 하여 반드시 천금을 위해 악을 물리치고 병을 치료해 드려 관저의 평온을 찾아 드리겠습니다.”그녀는 도장을 훑어보았다. 도포 아래에는 가격이 비싼 금실 구름무늬 장화를 신고 있었다. 또 눈과 눈썹을 보니 눈빛은 바르지 않았고 번득거림이 많으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간사한 용모를 갖고 있었다. 특히
해가 떴다. 햇살은 방안의 의자에 묶여있는 낙청연을 비추었고, 그녀는 잠들었다 깼다를 수차례 반복했다.도사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 햇살을 가리기 전까지 말이다.“아씨, 이 약을 복용하시면 요사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도사는 정색해서 말했다. 그는 손을 펴더니 환약을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낙청연은 실눈을 뜨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것을 먹으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아씨 같은 상황을 빈도(貧道)는 많이 봐왔습니다. 이 약을 복용하면 반드시 백 가지 사악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빈도가 이 사악한 것을 승상부에서 쫓아낼 수 있습니다! 아씨도 잘 협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도사는 설명하며 약을 먹으라고 달랬다.하지만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낙청연은 분명히 환약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그녀는 도사를 쳐다보더니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악귀를 내쫓는다고요? 아닐 건데요, 이 약을 먹으면 사유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미치거나, 기억 상실이 생길 텐데요!”순간 그녀는 도사가 굳어 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반들거리고 혼탁한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하지만 그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씨 농담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 그토록 독한 약을 쓰겠습니까? 또한 그런 약은 저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하지만 지금 도사는 찔려서 말하는 것조차 자신감이 없었다.“유익한 점은 당연히 많지요, 저를 미치게 하여 요사(妖邪)가 다루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어 승상부에 오래도록 남아서 허세 부리고 사기 치면 더 많은 은표를 벌 수 있지요! 그 다음 약효가 기억을 상실하게 만들면 요사를 내쫓았다고 말하겠지요. 그럼 저는 기억을 잃었으니 당연히 얌전하게 말을 잘 듣고 아버지를 화나게 하지도 않겠군요. 당신도 자연스레 대단한 대사가 되는 거 아닙니까?”낙청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한 글자 한 구절씩 그를 폭로했다.이처럼 허세 부리고 사기치는 수법은 그녀도 오래전에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이런
낙청연은 어깨를 움직이더니 도사에게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사기꾼 도사는 황급히 그녀 몸에 묶인 밧줄을 풀면서 얘기했다: “아씨? 아닙니다, 대사! 제가 요즘 진짜 운수가 안 좋은데 방도가 없을까요?”도사의 땀 범벅으로 된 얼굴에 다급한 기색이 역력한 걸 보니 낙청연은 그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그녀는 어깨를 움직이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쭉 켜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방도는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사는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낙청연 앞으로 무릎을 꿇고 다급하게 얘기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대사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재주가 뛰어나시면 제발 저 좀 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도사는 품에서 돈을 한 뭉치씩 꺼내면서 간절하게 빌었다: “이 사기 쳐 온 돈들은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대사,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낙청연은 은표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전에는 돈이 귀한 줄 몰랐다. 하지만 섭정왕부의 돈은 그녀 손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고, 낙가와 인연을 끊으려면 돈을 좀 가지고 있어야 했다. 주머니에 한 푼도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녀는 은표를 받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얘기했다: “당신의 흉재는 없애기 어렵습니다. 나쁜 일을 많이 했으니 인과응보지요. 하지만 최근에 있을 흉재는 한 번 막아줄 수 있습니다. 미륵사(彌勒寺)에 가서 약을 구해 해를 입혔던 사람에게 전하세요. 그리고 미륵사에서 반년 동안 수행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사기꾼 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낙청연은 은표를 넣어두고 느긋하게 얘기했다: “강호에 사기꾼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작은 꼼수로 돈만 챙겼다면 이런 흉재도 없었을 겁니다. 그 사람을 해하는 약이 재앙의 근원이지요.”사기꾼 도사는 그녀의 모든 걸 꿰뚫은 듯한 심오한 눈빛을 보면서 내심 감탄했다. 이번에는 진짜 대사를 만났다!“예예예, 약은 곧바로 버리고 다시는 쓰지 않겠습니다!’“알면 됐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낙청연은 생각했다. 낙해평은 갑자기 도사를 청하여 악귀를 내쫓는다고 했다. 그의 진지한 모습은 정말로 그녀가 귀신이 들렸다고 믿는 것 같았다.만약 꿍꿍이가 없고 떳떳하다면 그녀가 귀신에게 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저의 사악한 기운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지초, 왕야는 돌아가셨느냐?”지초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왕야는 어젯밤에 돌아가셨습니다. 승상 대인은 왕야께 도사를 청하여 악귀를 내쫓는다고 말씀하신 거 같습니다. 왕비 몸의 악귀를 내쫓아서 정상적인 왕비를 돌려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낙청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지금 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어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인가? 죽기 살기로 달라붙어서 어머니의 유품을 달라고 해서?그녀는 자신의 추측을 더 굳게 믿게 되었다. 낙해평은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했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와 연관이 있는 물건을 두려워한다.“왕비가 인연을 끊겠다고 하셔서 그러실 겁니다. 이 말은 다시 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집이 없어지면, 섭정왕부는 또…” 그럼 그때는 정말로 길거리에 눌러앉게 될지도 모른다.낙청연은 담담하게 웃었다. “나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네가 왜 두려워하느냐?”“내 목숨은 끈질기다.”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사부께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풍수지리를 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대단한 사람일수록 단명한다고 하셨다. 천기는 누설하면 안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국의 대제사장은 뛰어난 재주 외에 목숨줄도 질겨야 했다. 왜냐하면 대제사장이 해야 할 일은 천도에서 벗어나 운명을 바꾸는 것이기에 천벌을 받는다. 역대 이래 대제사장은 제 명을 다하여 돌아가시는 분이 한 명도 없었다.사부가 그녀를 선택한 이유도 그녀의 명줄이 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부는 서른을 넘지 못하고 실종되어 지금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녀는 일찍이 대제사장의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모두 사부는 도망쳤다고 했다. 때문에 사부에게 내려져야 할 천
“왕비 마마, 그 도사는 왜 왕비 마마를 그렇게 극진히 대하는 것입니까? 왕비 마마께서 진짜 그의 죽을 목숨을 살려주신 것입니까? 제가 보기에 그 도사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지초가 궁금한 듯 묻자 낙청연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너는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내 아버지보다는 훨씬 나아. 피를 볼 운명이라 해도 꼭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다. 그는 비록 나쁜 일을 한 적이 있지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건 아니었으니 그렇게 참혹한 업보를 받을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가 계속 사기를 치고 다닌다면 점점 더 재수가 없어지고 뭘 하든 일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도사를 속여서 그가 정도를 걷게 된다면 공덕 하나를 쌓은 셈이지.”낙청연의 말에 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존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승상께서는 그 사기꾼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시지만, 그 사기꾼이 왕비 마마를 이토록 우러러본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입니다.”낙청연은 지초의 말에 저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두운 밤, 마차는 수도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주위는 캄캄했고 오로지 밝게 빛나는 달빛만이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지초는 처음에는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마차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향하자 두려워졌다. 길 양쪽은 우거진 숲이었고 가끔 새소리가 들렸는데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왕비 마마, 저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입니까?”지초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낙청연의 옷소매를 붙잡으면서 물었다.“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전혀 두렵지 않은 얼굴로 평온하게 말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더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왕비의 겁 없는 모습에 지초는 남몰래 자신을 격려했다. 그녀는 왕비를 도와주러 온 것이었기 때문에 왕비가 그녀를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했다.지초는 가는 길 내내 끊임없이 자신을 격려했고 그러다 보니 정말 덜 무서워진 것 같았다.그러나 그곳에 도착했
텅 비어 있었다.지초는 손가락 틈 사이로 슬쩍 확인해 보고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어? 관이 비어있습니다.”믿을 수가 없었던 낙청연은 손에 등불을 든 채로 관 안으로 펄쩍 뛰어 들어가서는 쪼그리고 앉아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관 내부를 만져보면서 아무런 장치나 숨겨진 공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또 한 번 샅샅이 훑어봤으나 확실히 관은 비어있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저희 먼저 누가 관을 열어본 거 아닐까요?”지초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관 뚜껑은 아주 꽉 닫혀있었다. 만약 누군가 우리 먼저 관을 열어보았다면 흔적이 남아있었을 것이야.”“그렇다면…”지초는 미간을 구긴 채로 사색에 잠겼고 낙청연도 미간을 좁히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매장할 때부터 이 관은 비어있었던 거야.”어머니의 유품은 무슨, 어머니의 시체조차 들어있지 않았다.지초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왕비 마마, 설마 왕비 마마의 모친께서 살아계시는 것 아닐까요?”낙청연도 그 생각이 들어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모르겠구나.”만약 어머니가 살아있다면 왜 죽은 척한 것일까?만약 어떠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죽은 척해야 했다면 낙해평은 왜 그녀가 어머니의 유물을 정리하는 것을 꺼렸을까? 이치대로라면 그는 그녀의 어머니가 죽은 사실을 감추는 것을 도와줘야 했고 만약 그렇다면 낙해평은 낙청연을 보호하고 사랑해줘야 했다.그러나 낙청연이 느낀 것이라고는 무정함뿐이었다.만약 그녀의 어머니가 진짜로 죽었다면 왜 관 안에 시체가 없는 것일까? 시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한가득했다.낙청연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낙청연 모친의 신분은 이대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지초의 질문에 낙청연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원래대로 돌려놔야지.”두 사람은 또 힘들게 관 뚜껑을 덮고 관을 땅에 묻었다.일을 마친 후 낙청연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어 묘
“뭐라고? 자기 어머니의 무덤을 파헤쳤다고?”서방 안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남자는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소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그런데 왕비 마마의 모친의 관이 비어있더군요.”그 말에 부진환은 더욱 놀랐다.“비어있다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말했다.“낙청연이 모친의 유물을 찾으려고 하는 걸 낙해평이 그렇게 꺼렸던 이유가 있었군. 도사를 불러서 낙청연의 살을 풀더니, 아마도 낙해평이 무언가 남모르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나 보구나.”낙해평이 갑자기 사람을 불러서 살풀이한다고 하자 부진환은 의심이 들어 소서더러 승상부의 움직임을 항시 주시하고 있으라고 명을 내렸고 그러다가 진짜 비밀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소유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큰아씨께서도 참 배짱이 크십니다. 자기 모친의 무덤마저 파헤치다니, 만약 이 일을 승상이 알게 된다면 아마 큰아씨를 때려죽이려 할 것 같습니다.”“그러게나 말입니다. 직접 제 눈으로 본 것이 아니었다면 저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렇게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소서도 감탄했다.그러나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있었고 생각이 많아 보였다. 소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야께서 찾고 있는 물건이 낙청연의 모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주먹을 쥐고 탁자를 내리쳤다.“그건 중요치 않다. 낙해평은 현재 낙월영을 훨씬 더 아끼고 낙청연은 버린 패에 불과해. 그런데 낙청연이 계획을 비틀었으니 그 물건은 손에 넣기 어렵게 되었다.”소유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왕야께서 폐하께 사혼(賜婚)을 부탁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왕야께 많이 의존하고 계시니 반드시 윤허하실 것입니다.”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본왕이 승상부의 두 딸과 전부 혼인을 치른다면 목적이 너무 뚜렷해 보이지 않겠느냐? 낙해평이 바보도 아니고.”“하지만 왕야께서는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