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3화

작가: 완경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뭐라고? 자기 어머니의 무덤을 파헤쳤다고?”

서방 안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남자는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

소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그런데 왕비 마마의 모친의 관이 비어있더군요.”

그 말에 부진환은 더욱 놀랐다.

“비어있다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말했다.

“낙청연이 모친의 유물을 찾으려고 하는 걸 낙해평이 그렇게 꺼렸던 이유가 있었군. 도사를 불러서 낙청연의 살을 풀더니, 아마도 낙해평이 무언가 남모르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나 보구나.”

낙해평이 갑자기 사람을 불러서 살풀이한다고 하자 부진환은 의심이 들어 소서더러 승상부의 움직임을 항시 주시하고 있으라고 명을 내렸고 그러다가 진짜 비밀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소유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

“큰아씨께서도 참 배짱이 크십니다. 자기 모친의 무덤마저 파헤치다니, 만약 이 일을 승상이 알게 된다면 아마 큰아씨를 때려죽이려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직접 제 눈으로 본 것이 아니었다면 저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렇게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소서도 감탄했다.

그러나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있었고 생각이 많아 보였다.

소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왕야께서 찾고 있는 물건이 낙청연의 모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주먹을 쥐고 탁자를 내리쳤다.

“그건 중요치 않다. 낙해평은 현재 낙월영을 훨씬 더 아끼고 낙청연은 버린 패에 불과해. 그런데 낙청연이 계획을 비틀었으니 그 물건은 손에 넣기 어렵게 되었다.”

소유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께서 폐하께 사혼(賜婚)을 부탁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왕야께 많이 의존하고 계시니 반드시 윤허하실 것입니다.”

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본왕이 승상부의 두 딸과 전부 혼인을 치른다면 목적이 너무 뚜렷해 보이지 않겠느냐? 낙해평이 바보도 아니고.”

“하지만 왕야께서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4화

    “아—”깊은 밤, 정적이 감돌던 승상부에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잠을 자고 있던 많은 사람을 깨웠다.낙월영도 눈을 번쩍 떴다. 무슨 소리지?그녀는 저도 모르게 아노를 부르려 했으나 오늘 밤 그들은 홀로 방 안에 있어야 하고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지켜야 했다. 그리고 아노는 정원에 있지도 않았기에 그녀를 부른다고 해도 듣지 못할 것이었다.주위는 어두컴컴했고 낙월영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촛불을 밝혔다. 어둡지 않으면 그렇게 두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가 촛불 앞에 서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돌연 그녀의 방문 앞에 나타나더니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쾅쾅쾅—그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낙월영은 그 장면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구석 쪽으로 가서 몸을 덜덜 떨었다.문 앞에 나타난 뚜렷한 그림자는 미친 듯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낙월영은 극도로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아버지…”“아악—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낙청연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실성한 듯이 문을 두드렸고 요란한 소음에 낙월영은 몸을 잔뜩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고 감히 그곳을 쳐다보지 못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이 겁에 질려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서서히 몸을 내리더니 조용히 사라졌다.더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낙월영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사라진 건가?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고, 손을 덜덜 떨면서 초를 밝히려 했다.그런데 성냥을 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창밖에 누군가 서 있었다.그 순간 낙월영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창밖의 사람이 손가락을 내밀더니 조심스럽게 창호지에 구멍을 뚫은 것이었다.낙월영은 등허리가 오싹했다. 바깥의 달빛 때문에 그녀는 문밖에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5화

    “도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그 요사스러운 물건을 퇴치하셨는지요?”사기꾼 도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보통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승상부에서 내쫓기는 했으니 괜찮을 것입니다.”그 말에 낙해평은 안심했고 곧바로 낙청연의 방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딸은 어떻게 됐습니까?”“어제 따님은 악령 때문에 많이 고단했을 것입니다. 이제 잠자리에 드신 것 같은데 깨어나면 괜찮을 겁니다.”그 말에 낙해평은 마음이 놓였다.“그럼 다행이군요. 도사님께서는 며칠 더 묵다 가시지요. 이 사특한 것이 다시 돌아오지 않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보상은 넉넉히 드리지요.”“알겠습니다.”도사는 넉넉히 챙겨주겠다는 말에도 평온한 표정을 해 보였고 그에 낙해평은 그가 능력이 대단하겠다고 생각했다.어차피 그 돈은 낙청연에게 줘야 하는 것으로 도사는 돈을 챙길 수가 없었다. 그는 다만 이번 일을 끝내고 난 뒤 낙청연이 그의 재앙을 해결해줬으면 했다. 아무리 돈이 중하다고 해도 목숨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밤새 자지 못했다. 조상님의 묘지에 찾아가 무덤을 파헤쳤고, 귀신에 씐 척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해야 했으니 그녀는 극심한 피로로 인해 저녁까지 잤다.깨어나 보니 사기꾼 도사는 또 그녀에게 은표를 잔뜩 건네줬다.“이건 대사님의 부친께서 준 것입니다. 전 단 한 푼도 챙기지 않았습니다.”낙청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돈을 건네받으며 물었다.“저택 안의 상황은 어떠했느냐? 우리 아버지가 또 뭐라고 하셨느냐?”“어젯밤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대사님의 부친께서는 하룻밤 사이에 흰 머리가 많이 자라셨고 둘째 아씨께서는 너무 놀란 탓에 앓아누우셔서 의원이 왔다 갔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웃어 보였다. 쌤통이었다.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체력이 좋지 않아서 그 정도였지, 아니었으면 오늘 밤 하루 더 그들을 괴롭혀서 그들이 매일 편히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가법이라면서 받았던 처벌과 폭력에 비하면 그 정도 벌은 아무것도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6화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난 낙청연은 낙월영을 보자마자 경계했다.“무슨…”낙청연은 곧바로 흐느껴 울면서 입을 열었고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동생아, 왜 이렇게 초췌해진 것이냐?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꼴이 됐느냐? 모두 이 언니 탓이다.”낙월영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정원에 서 있던 아노는 낙청연의 말을 듣고는 한시름 덜었다. 아노는 낙청연이 정말 귀신에 씌었었다고 믿었고 지금은 살풀이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약이 담긴 뜨거운 그릇을 만지더니 탕약을 한 숟가락 떠서 낙월영에게 먹이려 했다.“동생아, 얼른 약을 먹거라.”낙월영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낙청연을 노려보았고 아노를 부르려고 입을 달싹였다.그런데 낙청연이 미소 띤 얼굴로 뜨거운 탕약을 억지로 낙월영의 입안에 집어넣었다.“동생아, 얌전히 약을 먹어야지. 그래야 빨리 낫는단다.”뜨거운 탕약이 들어가자 낙월영의 입안에 곧바로 물집이 잡혔다. 낙월영은 힘겹게 허약한 몸을 지탱하며 아노를 부르려 했지만 입을 연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지초가 재빨리 반응하면서 낙월영을 제압한 것이었다.낙월영은 여러 차례 왕비를 해치려 했던 적이 있어 이 틈을 타서 복수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칭찬하는 눈빛으로 지초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계속해서 탕약을 떠 낙월영의 입안에 억지로 넣었다.낙월영은 저항하면서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돌연 낙청연이 목청을 높이면서 입을 열었다.“난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단다. 전혀 의식이 없는 상태였어. 내가 깨어나고 나서 그 도사가 어젯밤 얘기를 들려준 덕에 알게 되었단다. 내가 의식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널 놀라게 했으니 너무 날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네가 얼른 약을 먹고 일찍 나아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구나.”낙청연은 그 말과 함께 아주 뜨거운 탕약을 낙월영의 입안으로 계속 넣었다. 얼마나 뜨거운지 낙월영은 입가가 벌겋게 되어있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이 낙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살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7화

    지초는 화상에 바르는 약을 가져왔고 바늘을 들고 조심스레 물집을 터뜨리고는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맸다.—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자 낙해평이 씩씩거리면서 찾아왔고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이했다.“아버지.”낙해평은 노여움이 가득해서 걸어오더니 손을 들어 낙청연의 뺨을 힘껏 때렸다.짝—매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낙청연은 뺨을 맞고 입가가 터져서 피를 흘렸다.그 순간 낙청연의 차가운 눈동자에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화를 가라앉혔다.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는 더없이 맑은 눈빛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또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아버지…”낙해평은 여전히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모른 척하지 말거라! 네 동생의 입안에 물집이 가득 잡혔던데 네가 한 짓이지? 월영이는 하마터면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 알고 있느냐? 난 네가 귀신에 씌었다고 생각해 살풀이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사실 너는 음흉하고 악랄한 마음을 먹고 네 동생을 죽이려 했던 것이구나!”낙청연은 억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눈물을 떨구면서 말했다.“아버지, 그전에 있었던 일들이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제 설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으시고 곧바로 저에게 손찌검하시다니요? 아버지께서는 절 가장 아끼지 않으셨습니까?”낙청연이 억울함을 토로하자 낙해평은 머리가 아팠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그래. 너 또한 내 딸인데 내가 어찌 널 아끼지 않겠느냐? 하지만 지금은 예전이랑은 다르지 않느냐? 네가 이 꼴이 되어서 나는 내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당해야 했고 승상부는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나 또한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 나한테는 월영이 밖에 없어. 그러니 상황을 좀 파악하거라. 월영이를 그만 질투하라는 말이다.”낙해평은 공교롭다는 듯이 말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원망도 조금 섞여 있었다.낙청연이 이 꼴이 된 것을 원망하고, 낙청연 때문에 체면이 깎인 것을 원망하고, 낙청연이 승상부를 승승장구하게 만들지 못한 것을 원망했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8화

    낙해평은 몸을 돌려 낙청연을 바라보면서 잠시 주춤했다.낙해평의 뜸을 들이는 모습에 낙청연은 알 수 있었다. 낙해평은 낙청연이 저택에서 살풀이해서 정상이 된 다음 섭정왕에게 왕비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낙청연을 다시 섭정왕부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네가 어릴 때부터 섭정왕을 좋아했다는 걸 이 아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지금 이 꼴이니 섭정왕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낙해평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월영이 대신에 시집간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으니 난 월영이를 왕부로 보낼 생각이다.”낙청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낙월영이 섭정왕비가 된다면 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을 총애한다는 점을 이용해 섭정왕의 권세를 누리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낙청연은 어머니의 유물을 되찾는 건 물론 살아있는 것조차 힘들게 될 것이다.낙월영은 반드시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숙이면서 억울한 듯 훌쩍이며 말했다.“아버지, 제가 승상부에 영광을 안겨드리라 장담합니다.”낙청연의 억지로 울음을 참는 모습에 낙해평은 마음이 잠깐 약해졌다.게다가 조금 전 자신이 오해하여 낙청연에게 손찌검했으니 후회도 됐기에 낙해평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했다.“그래, 그럼 내일 사람을 보내 널 섭정왕부에 데려다주마.”낙청연이 얌전히 자신의 말을 따른다면 그녀가 섭정왕부에 시집가는 것이 아예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월영은 외모도 출중하고 재능도 많았다. 예전에 한 고승이 말하길 황후가 될 상이라고 했었다. 월영이 섭정왕부에 시집가지 않는다면 어쩌면 황후가 될지도 몰랐고, 그렇게 되면 정말 더없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었다.“감사드립니다, 아버지.”낙청연은 감동했는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얌전히 내 말만 잘 듣는다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주마.”낙해평은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 순간, 낙청연의 눈동자는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닦았고 표정은 심드렁했다.지초는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9화

    낙해평은 낙청연의 처소에서 나온 뒤 낙월영을 보러 갔고 낙청연이 그녀를 데이게 한 이유를 설명했다. 낙해평의 말을 들은 낙월영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낙해평의 팔을 붙잡고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려 했으나 목이 아파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낙해평은 낙월영의 손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네 억울한 심정은 나도 안다. 많이 아팠겠지만 청연이도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니 용서해주거라. 예전에 청연이가 허튼짓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부 귀신에 씌어서 그런 것이었지. 지금은 다 나았으니 청연이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그래도 네 언니가 아니더냐.”낙해평은 참을성 있게 위로하며 말했지만 낙월영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아버지에게 낙청연은 귀신에 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러 자신을 데이게 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에 낙월영은 미칠 지경이었다.낙청연에게 이렇게 심하게 당했는데 아버지는 낙청연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녀에게 낙청연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하니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걱정하지 말거라. 네 목소리는 내가 꼭 낫게 해주마. 넌 그저 집에서 푹 쉬고 있으면 된다. 네가 이렇게 화내는 걸 보니 당장 내일 낙청연을 섭정왕부로 보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편하겠지.”그 말에 낙월영은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아버지는 낙청연을 섭정왕부로 보낼 생각이었다. 도대체 왜? 낙청연은 섭정왕을 속이고 자신을 대신해 섭정왕부로 시집간 것인데, 이렇게 추잡한 일을 했으면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맞아 죽어야 했다.“됐다, 그만 울 거라. 눈이 다 부었지 않느냐? 얼른 쉬거라.”낙해평은 몸을 일으키더니 방에서 나갔다.낙월영은 화가 나서 베개와 이불을 내던졌고 억울함에 밤새도록 울었다.—낙청연은 밤새 부적 몇 장을 적었고 이튿날 아침 일찍 사기꾼 도사에게 건네어 그가 큰 화를 모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부적을 받은 도사는 무척 기뻐했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난 오늘 섭정왕부로 돌아갈 것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40화

    마차는 섭정왕부의 문밖에 멈춰 섰고 계집종들이 무리 지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상부의 마차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신난 얼굴로 말했다.“둘째 아씨께서 오셨어!”“빨리 움직여!”그들은 우르르 모여들면서 낙월영을 맞이하려 했다.그리고 낙청연이 마차에서 내릴 때 계집종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뒤이어 그들의 얼굴에 실망과 혐오가 드러났다.“왜 큰아씨가 온 것이지?”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 계집종이 속닥거리면서 싫은 티를 냈고 지초는 곧바로 반박해 나섰다.“왕비 마마께서 오셨는데 무슨 얘기를 하시는 것입니까?”몇몇 계집종은 지초를 흘겨보더니 계속해서 수군덕거렸다.“곧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 다들 둘째 아씨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둘째 아씨야말로 명실상부한 왕비 마마시지.”“맞아. 저런 돼지는 왕야와 어울리지 않아.”계집종들은 불쾌한 마음에 거침없이 그들의 면전에 대고 욕을 했다. 비록 목소리가 작은 편이긴 했지만 낙청연은 그 얘기를 모두 들었다.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섭정왕부 문 앞은 곧바로 조용해졌다. 그들 모두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뺨을 맞은 계집종은 고개를 들어 낙청연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너희 혓바닥을 잘 간수하고 싶다면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것이다.”낙청연의 서늘한 눈빛과 냉기가 감도는 차가운 목소리에는 살기가 담겨있었다.계집종들은 순간 등허리가 오싹했고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초는 통쾌한 기분에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낙청연을 부축했다.“왕비 마마, 저런 것들은 그냥 무시하시옵소서.”낙청연은 무감한 눈빛으로 계집종들을 훑어봤다. 그 모습은 위압적이면서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왕비 마마, 아까는 정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둘째 아씨는 겉모습만 예쁠 뿐이지 속은 시커멓지요. 저 사람들은 정말 눈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41화

    그저께 부진환은 고 신의에게 그가 진단을 잘못 내린 것이 아닌지 물었다. 그러나 고 신의는 단호하게 낙청연이 죽을 것이라 했고, 설사 그녀가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오장육부가 망가져서 최대한 이틀밖에 더 살지 못할 거라 했다.날짜를 계산해보면 이미 이틀이 지났고, 낙청연은 살아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부진환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지긋이 그를 바라봤다.“묘지에 갔던 그날, 사람을 시켜서 제 뒤를 밟으셨지요?”낙해평이 아니라면 부진환뿐이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진환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낙청연을 주시했다. 낙청연은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몸이 날쌔지도 않았으며 무공도 전혀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소서가 그녀의 뒤를 밟은 것을 안 것일까?소서의 무공 실력은 섭정왕부에서 거의 최고라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뒤를 밟다가 들통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낙청연에게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것일까?“절 미워하시는 건 압니다. 저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을 치르지 못했으니 저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전 제가 겪은 일로 그 모든 것을 갚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시지요.”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면서 무척 진지한 어조로 말했고 그 모습은 꽤 위압적이었다.그 모습에 부진환은 더욱더 놀랐다. 그는 눈썹을 까딱이면서 말했다.“그만하라고 했느냐?”그는 낙청연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그녀인데 그에게 그만하라고 요구하다니, 웃기는 일이었다.“저한테 흥정거리가 없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죠.”’낙청연은 침착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설마 인뇌진 하나로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리지요. 이 섭정왕부에는 취살대진(聚煞大陣)이 있습니다. 왕부 곳곳에 풍수지리에 영향 주는 물건들이 놓여 있더군요.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왕야의 몸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왕야의 운명도 영향받을

최신 챕터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01화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00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9화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8화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7화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6화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5화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4화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093화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