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초는 화상에 바르는 약을 가져왔고 바늘을 들고 조심스레 물집을 터뜨리고는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맸다.—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자 낙해평이 씩씩거리면서 찾아왔고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이했다.“아버지.”낙해평은 노여움이 가득해서 걸어오더니 손을 들어 낙청연의 뺨을 힘껏 때렸다.짝—매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낙청연은 뺨을 맞고 입가가 터져서 피를 흘렸다.그 순간 낙청연의 차가운 눈동자에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화를 가라앉혔다.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는 더없이 맑은 눈빛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또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아버지…”낙해평은 여전히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모른 척하지 말거라! 네 동생의 입안에 물집이 가득 잡혔던데 네가 한 짓이지? 월영이는 하마터면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 알고 있느냐? 난 네가 귀신에 씌었다고 생각해 살풀이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사실 너는 음흉하고 악랄한 마음을 먹고 네 동생을 죽이려 했던 것이구나!”낙청연은 억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눈물을 떨구면서 말했다.“아버지, 그전에 있었던 일들이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제 설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으시고 곧바로 저에게 손찌검하시다니요? 아버지께서는 절 가장 아끼지 않으셨습니까?”낙청연이 억울함을 토로하자 낙해평은 머리가 아팠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그래. 너 또한 내 딸인데 내가 어찌 널 아끼지 않겠느냐? 하지만 지금은 예전이랑은 다르지 않느냐? 네가 이 꼴이 되어서 나는 내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당해야 했고 승상부는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나 또한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 나한테는 월영이 밖에 없어. 그러니 상황을 좀 파악하거라. 월영이를 그만 질투하라는 말이다.”낙해평은 공교롭다는 듯이 말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원망도 조금 섞여 있었다.낙청연이 이 꼴이 된 것을 원망하고, 낙청연 때문에 체면이 깎인 것을 원망하고, 낙청연이 승상부를 승승장구하게 만들지 못한 것을 원망했다.
낙해평은 몸을 돌려 낙청연을 바라보면서 잠시 주춤했다.낙해평의 뜸을 들이는 모습에 낙청연은 알 수 있었다. 낙해평은 낙청연이 저택에서 살풀이해서 정상이 된 다음 섭정왕에게 왕비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낙청연을 다시 섭정왕부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네가 어릴 때부터 섭정왕을 좋아했다는 걸 이 아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지금 이 꼴이니 섭정왕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낙해평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월영이 대신에 시집간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으니 난 월영이를 왕부로 보낼 생각이다.”낙청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낙월영이 섭정왕비가 된다면 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을 총애한다는 점을 이용해 섭정왕의 권세를 누리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낙청연은 어머니의 유물을 되찾는 건 물론 살아있는 것조차 힘들게 될 것이다.낙월영은 반드시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숙이면서 억울한 듯 훌쩍이며 말했다.“아버지, 제가 승상부에 영광을 안겨드리라 장담합니다.”낙청연의 억지로 울음을 참는 모습에 낙해평은 마음이 잠깐 약해졌다.게다가 조금 전 자신이 오해하여 낙청연에게 손찌검했으니 후회도 됐기에 낙해평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했다.“그래, 그럼 내일 사람을 보내 널 섭정왕부에 데려다주마.”낙청연이 얌전히 자신의 말을 따른다면 그녀가 섭정왕부에 시집가는 것이 아예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월영은 외모도 출중하고 재능도 많았다. 예전에 한 고승이 말하길 황후가 될 상이라고 했었다. 월영이 섭정왕부에 시집가지 않는다면 어쩌면 황후가 될지도 몰랐고, 그렇게 되면 정말 더없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었다.“감사드립니다, 아버지.”낙청연은 감동했는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얌전히 내 말만 잘 듣는다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주마.”낙해평은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 순간, 낙청연의 눈동자는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닦았고 표정은 심드렁했다.지초는
낙해평은 낙청연의 처소에서 나온 뒤 낙월영을 보러 갔고 낙청연이 그녀를 데이게 한 이유를 설명했다. 낙해평의 말을 들은 낙월영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낙해평의 팔을 붙잡고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려 했으나 목이 아파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낙해평은 낙월영의 손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네 억울한 심정은 나도 안다. 많이 아팠겠지만 청연이도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니 용서해주거라. 예전에 청연이가 허튼짓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전부 귀신에 씌어서 그런 것이었지. 지금은 다 나았으니 청연이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그래도 네 언니가 아니더냐.”낙해평은 참을성 있게 위로하며 말했지만 낙월영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아버지에게 낙청연은 귀신에 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러 자신을 데이게 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에 낙월영은 미칠 지경이었다.낙청연에게 이렇게 심하게 당했는데 아버지는 낙청연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녀에게 낙청연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하니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걱정하지 말거라. 네 목소리는 내가 꼭 낫게 해주마. 넌 그저 집에서 푹 쉬고 있으면 된다. 네가 이렇게 화내는 걸 보니 당장 내일 낙청연을 섭정왕부로 보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편하겠지.”그 말에 낙월영은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아버지는 낙청연을 섭정왕부로 보낼 생각이었다. 도대체 왜? 낙청연은 섭정왕을 속이고 자신을 대신해 섭정왕부로 시집간 것인데, 이렇게 추잡한 일을 했으면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맞아 죽어야 했다.“됐다, 그만 울 거라. 눈이 다 부었지 않느냐? 얼른 쉬거라.”낙해평은 몸을 일으키더니 방에서 나갔다.낙월영은 화가 나서 베개와 이불을 내던졌고 억울함에 밤새도록 울었다.—낙청연은 밤새 부적 몇 장을 적었고 이튿날 아침 일찍 사기꾼 도사에게 건네어 그가 큰 화를 모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부적을 받은 도사는 무척 기뻐했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난 오늘 섭정왕부로 돌아갈 것
마차는 섭정왕부의 문밖에 멈춰 섰고 계집종들이 무리 지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상부의 마차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신난 얼굴로 말했다.“둘째 아씨께서 오셨어!”“빨리 움직여!”그들은 우르르 모여들면서 낙월영을 맞이하려 했다.그리고 낙청연이 마차에서 내릴 때 계집종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뒤이어 그들의 얼굴에 실망과 혐오가 드러났다.“왜 큰아씨가 온 것이지?”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 계집종이 속닥거리면서 싫은 티를 냈고 지초는 곧바로 반박해 나섰다.“왕비 마마께서 오셨는데 무슨 얘기를 하시는 것입니까?”몇몇 계집종은 지초를 흘겨보더니 계속해서 수군덕거렸다.“곧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 다들 둘째 아씨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둘째 아씨야말로 명실상부한 왕비 마마시지.”“맞아. 저런 돼지는 왕야와 어울리지 않아.”계집종들은 불쾌한 마음에 거침없이 그들의 면전에 대고 욕을 했다. 비록 목소리가 작은 편이긴 했지만 낙청연은 그 얘기를 모두 들었다.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고 섭정왕부 문 앞은 곧바로 조용해졌다. 그들 모두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뺨을 맞은 계집종은 고개를 들어 낙청연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너희 혓바닥을 잘 간수하고 싶다면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것이다.”낙청연의 서늘한 눈빛과 냉기가 감도는 차가운 목소리에는 살기가 담겨있었다.계집종들은 순간 등허리가 오싹했고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초는 통쾌한 기분에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낙청연을 부축했다.“왕비 마마, 저런 것들은 그냥 무시하시옵소서.”낙청연은 무감한 눈빛으로 계집종들을 훑어봤다. 그 모습은 위압적이면서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왕비 마마, 아까는 정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둘째 아씨는 겉모습만 예쁠 뿐이지 속은 시커멓지요. 저 사람들은 정말 눈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저께 부진환은 고 신의에게 그가 진단을 잘못 내린 것이 아닌지 물었다. 그러나 고 신의는 단호하게 낙청연이 죽을 것이라 했고, 설사 그녀가 가장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오장육부가 망가져서 최대한 이틀밖에 더 살지 못할 거라 했다.날짜를 계산해보면 이미 이틀이 지났고, 낙청연은 살아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부진환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지긋이 그를 바라봤다.“묘지에 갔던 그날, 사람을 시켜서 제 뒤를 밟으셨지요?”낙해평이 아니라면 부진환뿐이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진환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낙청연을 주시했다. 낙청연은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몸이 날쌔지도 않았으며 무공도 전혀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소서가 그녀의 뒤를 밟은 것을 안 것일까?소서의 무공 실력은 섭정왕부에서 거의 최고라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뒤를 밟다가 들통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낙청연에게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것일까?“절 미워하시는 건 압니다. 저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을 치르지 못했으니 저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전 제가 겪은 일로 그 모든 것을 갚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시지요.”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면서 무척 진지한 어조로 말했고 그 모습은 꽤 위압적이었다.그 모습에 부진환은 더욱더 놀랐다. 그는 눈썹을 까딱이면서 말했다.“그만하라고 했느냐?”그는 낙청연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그녀인데 그에게 그만하라고 요구하다니, 웃기는 일이었다.“저한테 흥정거리가 없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죠.”’낙청연은 침착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설마 인뇌진 하나로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리지요. 이 섭정왕부에는 취살대진(聚煞大陣)이 있습니다. 왕부 곳곳에 풍수지리에 영향 주는 물건들이 놓여 있더군요. 이것이 오래 지속되면 왕야의 몸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왕야의 운명도 영향받을
“왕야께서 제 어머니의 유품을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날 이용해 낙월영에게 접근해서 유물을 가져다 달라는 말이냐?”부진환은 낙청연이 감히 대놓고 자신을 이용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그러나 생각지도 않고 내뱉은 말에서 낙청연은 다른 뜻을 깨닫고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부진환을 빤히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그것을 믿고 계셨습니까? 낙월영이 제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갔다는 것을요!”그녀의 아버지도 믿지 않았는데 부진환이 믿다니, 불가사의한 일이었다.부진환은 표정을 굳히더니 싸늘하게 시선을 돌리며 대꾸했다.“네가 계속 낙월영이 네 모친의 유물을 가져갔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더러 네 모친의 유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니 당연히 월영이에게서 되찾아 달라는 뜻 아니겠느냐?”부진환의 설명은 일리가 있었고 낙청연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러니 왕야께서는 가져다주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제가 왕야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왕야께서 제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다주신다면 저 또한 왕야를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낙청연은 자신 있는 어조로 말했다.그녀는 할 줄 아는 게 많았고 섭정왕부에서 영웅이 될 수 없을지 몰라도 반드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그녀는 확신했다.낙월영과 낙해평을 상대하려면 지금으로서는 부진환의 세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살아야 했고, 어머니의 신분을 알아야 했으며, 낙월영과 낙해평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했다.부진환은 잠시 침묵했다. 아래로 드리워진 그의 눈빛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보아낼 수 없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그러나 바로 그때 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선 취살대진부터 해결하거라.”그것은 그녀의 제의를 승낙하겠다는 뜻이었다.낙청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어 보였다.“영명하시옵니다, 왕야.”낙청연은 들뜬 기분으로 몸을
지초는 몇몇 계집종들에게 붙잡혀 바닥에 엎어진 채로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있었다.그 앞에는 귀티 나게 차려입은 맹 관사가 서성거리면서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상전이 생겼다고 해서 네 처지가 달라져 내 명령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냐? 감히 나한테 대들어? 이 저택에 있는 모든 노비들은 내 명령을 들어야 한다. 너 또한 마찬가지고. 주둥이를 때리거라!”맹 관사는 손가락만큼 넓은 기다란 나무판자를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계집종은 그 기다란 판자를 주워 들고 지초의 입술을 내리치기 시작했고 그 고통에 지초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몇 번 때리고 나니 지초의 입술은 빨갛게 부어오르고 껍질이 까졌다. 지초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몸을 덜덜 떨면서 피하려고 했고 잔뜩 구겨진 미간 사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제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느냐?”맹 관사는 뒷짐을 진 채로 차갑게 물었다.지초는 너무 아파서 울고 있었으나 입술을 깨물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잘못한 게 없습니다. 전 약을 탄 탕약을 왕비 마마께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그 말에 맹 관사는 성이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또 말대꾸를 하는구나. 계속 때려라! 내가 밖에 오래 있어서 네깟 것들이 이렇게 나대는구나.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하다니? 오늘 널 단단히 혼내주마! 이 내원의 일은 왕비라도 관여할 수 없다.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이다!”맹 관사는 노여움이 가득한 얼굴로 호통을 쳤고 정원 안에 있던 계집종들은 너무 무서워 감히 머리조차 들지 못했다.낙청연은 소리를 듣고 왔는데 오자마자 그 말을 들었고 지초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우는 소리도 들었다. 나무판자는 이미 선혈이 낭자했고 낙청연은 지초가 맞는 모습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멈추거라!”낙청연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더니 계집종의 손에서 나무판자를 빼앗아 들었고 곧장 맹 관사를 때렸다.“네가 그렇게 잘났나 보구나. 내원 일은 전부 네 명령을 들어야 한다니. 그럼 나도 네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냐?”“왕비 마마…”
계집종들은 잠시 주춤거렸다. 왕비가 왕야까지 들먹이면서 맹 관사가 왕야에게 불경했다고 꼬투리를 잡았다. 게다가 그들은 왕비의 손속이 매우 잔인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맞아서 다쳤던 등 어멈이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아마도 결과가 참혹했으리라 생각했다.그들은 왕비의 눈 밖에 날 수가 없었기에 모두 맹 관사를 붙잡았고 맹 관사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이 망할 것들이, 내가 관사인데 너희가 감히 날 건드린다는 말이냐?”계집종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저희는 명을 받드는 것뿐입니다. 저희를 탓하지 마세요.”그들은 곧바로 맹 관사를 단단히 붙잡았다.낙청연은 나무판자를 들고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싸늘한 눈빛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감히 날 때리려 하다니, 오늘 쫓겨날 준비를 하거라!”맹 관사는 벗어나지 못하자 눈을 부릅뜨면서 낙청연을 노려봤다. 그녀는 낙월영 대신 혼인을 치른 낙청연을 업신여겼다. 얼굴도 추하고 품행도 단정치 못하니 왕야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짝—낙청연은 나무판자를 들고 자비 없이 맹 관사의 입술을 내리쳤다.맹 관사의 입술에 붉은색 흔적이 길게 남았다. 그녀는 순간 고통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씩씩거리면서 욕을 했다.“천한 것!”짝, 짝—낙청연은 냉담한 얼굴로 하찮다는 듯이 맹 관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지만 뺨을 내리치는 손은 힘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맹 관사는 빨개진 눈을 부라리면서 낙청연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두고 보자!”짝, 짝, 짝—맹 관사의 입술에 또 세 개의 흔적이 더해졌다. 그녀의 입술은 이미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고 입술이 터져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아픈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손목을 돌리며 준비운동을 하더니 다시 나무판자를 잡고 맹 관사의 입술을 사정없이 내리쳤다.짝, 짝, 짝, 짝—이번에 그녀는 온몸의 힘을 사용했고 마지막 한 대를 때리고 나니 맹 관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