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관사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자 낙청연은 그제야 발에서 힘을 풀었다.“지초야, 가자.”낙청연은 마음 아픈 듯이 지초를 한 번 보고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줬다.“감사드립니다, 왕비 마마.”지초는 몹시 감동했다. 그녀는 왕비가 자신을 위해서 맹 관사를 혼쭐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무래도 맹 관사는 저택의 어르신이었기 때문이다.맹 관사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손목이 너무 아파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분개한 얼굴로 낙청연의 사라지는 모습을 노려봤다.맹 관사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한번 낙청연을 향해 달려갔다.“천한 것! 내 오늘 너랑 같이 죽을 것이다!”그녀의 하나 있는 딸은 죽었고 또 오늘 낙청연에게 이렇게 심한 모욕을 당했으니 오늘 그냥 떠난다고 해도 이 추문이 저택에 퍼지게 되면 이 저택에 그녀가 발 디딜 곳은 없게 되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낙청연을 죽이고 맹금우를 위해 복수하는 편이 나았다.지초는 고개를 돌리더니 기겁했다.“왕비 마마! 조심하시옵소서!”지초는 낙청연을 밀쳤고 낙청연은 비틀거리면서 한 걸음 물러나게 됐으나 맹 관사는 끈질기게 낙청연에게 돌진해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육중한 몸이 뒤로 넘어가면서 거대한 진동과 함께 오장육부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맹 관사는 그 틈을 타서 낙청연의 몸에 올라타 낙청연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고 그 바람에 낙청연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순간 살기가 치솟아 오른 낙청연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맹 관사를 자신의 아래에 깔아 눕혔다. 낙청연의 눈동자에 살벌한 빛이 감돌았고 뒤이어 그녀는 맹 관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한 번, 두 번, 주먹이 정확히 내리꽂혀서 나는 단단한 소리에 사람들은 심장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빌어먹을 노비 따위가 분수를 모르는구나!”낙청연의 눈빛은 한 마리의 맹수처럼 사나웠다.그녀는 생전에 당당한 여국의 대제사장이었고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환생했더니 노비마저 그녀를 괴롭히려 했다.
방금 그녀는 맹 관사의 미간에서 사기(死氣)를 보았다.세게 때리긴 했지만 진짜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맹 관사의 미간에는 사기(死气)가 보였다. 무엇 때문에 죽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등 어멈은 왕비의 심각한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 보아하니 맹 관사는 정말 곧 죽게 될 모양이다. 왕비가 보는 것은 항상 정확했기 때문이다.정신을 차리고 낙청연은 지초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어서 돌아가 상처에 약을 바르자꾸나.”지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세 사람은 정원으로 돌아왔다. 등 어멈은 물을 가져와 피를 닦아주고 낙청연은 외상 약을 간단하게 그녀에게 발라주었다. 이 약은 예전에 소소가 가져준 것인데 아직 남아있었다.“왕비, 맹 관사는 맹금우의 죽음 때문입니까? 오늘 돌아와서 밖에 있는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요 며칠 집에 갔었기에 관저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하여 걱정스러운 마음에 알아봤는데 맹금우가 죽었고 맹 관사도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녀는 지초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물었다: ”너희 집 상황은 어찌되었느냐? 해결되었느냐?’그녀는 등 어멈을 훑어보았다. 등 어멈의 액운은 쓸어내듯이 없어졌고 얼굴에 혈색이 도는 걸 봐서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등 어멈은 싱글벙글 웃더니 말했다: ”왕비가 저에게 준 방법 덕분입니다. 저는 왕비 말씀대로 집에 제사상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는 왕비가 처방한 약을 드시더니 당일 바로 좋아졌습니다! 다음날 어머니의 외가에서 먼 친척이 오시더니 예전에 어머니가 목숨을 구해 주셨다면서 큰돈을 갖다주었습니다.””아주 먼 친척 관계입니다. 제 어머니는 사람을 구해줬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장사하여 부자가 돼서 특별히 감사하러 왔답니다.”“친척을 접대하느라 집에 며칠 더 머물렀습니다.”“지금 어머니는 완쾌돼서 활기가 넘치고 밭에 나가 김도 맬 수 있을 정도입니다.”등 어멈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멈추지 않
두려워서 벌벌 떠는 그녀의 목소리는 낙청연의 마음을 쥐어짜는 듯이 아프게 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바보야,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왕비, 맹 관사는 호되게 맞았는데 혹여라도 왕야께 고자질하면 어떻게 합니까? 왕야께서 벌을 내리지 않을까요?” 지초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다, 너는 방에서 상처를 치료하거라, 돌아다니지 말고! 등 어멈이 나와 함께 있으면 된다.”지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유가 정원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왕야께서 왕비님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낙청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부진환이 그녀를 찾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소유를 따라서 부진환의 정원에 도착했다.정원에는 아직도 피가 있었다. 맹 관사는 왔었지만 이미 가고 없었다. 아마도 상처를 치료하러 간 모양이다.정원에 들어서자 표정이 어두운 부진환이 뒷짐을 지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관저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말썽이냐? 넌 일부러 본왕을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지!” 부진환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서 호되게 꾸짖었다.낙청연은 평온한 표정으로 억척스럽게 대답했다: ”말썽을 피우다니요!”부진환의 미간은 무시무시한 분노로 가득 찼고 서늘한 눈빛은 사람을 죽일 것만 같았다. ”감히 변명하다니!”“여봐라!” 부진환은 노발대발해서 말했다: ”곤장 이십!”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둣이 그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노비를 훈계했을 뿐입니다. 고작 노비 하나 때문에 저를 때리는 겁니까?”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마음속에 한 줄기 한기가 올라왔다.부진환의 눈빛은 칼날처럼 차가웠다. “그냥 노비를 훈계했다고? 본왕이 보기에 너는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다!”시위는 긴 걸상과 긴 막대기를 가져오더니 즉시 낙청연을 긴 걸상에 눌러 눕혔다.그녀는 발악할 힘조차 없었다.곤장이 바로 시작됐다.그녀는 아픈 나머지 급하게 걸상을 틀어잡았다.그녀는 이마에 시퍼런 핏대를 세우고 억울해서 고개를 들고
그녀는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비난했다.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심오하고 고요하던 그의 눈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부진환은 자신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분명 잘못한 사람은 그녀인데 왜 이토록 떳떳한가? 또 왜 하는 말마다 이유가 충분하단 말인가!마치 잘못은 그가 한 것 처럼!아마도 이것이 바로 이 여인의 완강함인 것 같다! 하긴 대신 혼인한 것도 떳떳하지 않았던가?여기까지 생각하니 그의 마음은 다시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억지 부리지 마라! 본왕은 너와 협력한다고 했으나 그렇다고 이것이 네가 방종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다!”“다시 또 말썽을 피우면 그때는 사정없이 너를 섭정왕부에서 내쫓을 것이다!”낙청연이 시집온 뒤로 항상 조용하던 섭정왕부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다. 그녀가 다시 말썽을 피우면 그는 절대로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부진환의 말을 듣고 그녀의 가슴은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몸의 통증으로 그녀는 땀에 흠뻑 젖었고 이미 말할 힘조차 없었다. 그저 죽도록 이를 악물고 좀처럼 약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억척스럽게 버텼다.부진환은 그녀의 억척스러움을 느꼈다. 무슨 영문인지 그녀가 승상부에서 가법을 당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마음은 복잡해졌다.그는 아예 소매를 털고 방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닫아 버렸다.하지만 밖에서 나는 곤장 소리에 마음이 어지러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이었다.매질을하는 소리는 마침내 멈췄다. 이제야 그의 마음은 조금 평온해졌다.“왕야, 20대 끝났습니다!” 문밖에서 시위가 보고했다.“모셔다드려라.” 부진환의 어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낙청연은 들것에 누워서 실려 갔다. 그녀는 긴 걸상에 기절하여 의식을 잃고 있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등 어멈은 실려오는 낙청연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왕비!”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뒤를 따라서 정원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을 침대에 눕혀 놓고 시위는 나갔다. 지초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녀는 슬피 울면
”왕야, 이 일은……” 관저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소유는 생각지도 못했다.“자세하게 철저히 조사하거라, 최대한 조용하게.”“예.”-오후가 되어서야 낙청연은 흐리멍덩히 잠에서 깼다. 등은 너무 아팠다. 그녀는 머리를 돌려 상처를 보려고 했지만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왕비, 움직이지 마십시오, 금방 약을 발랐으니 좀 괜찮으십니까?” 지초는 물을 떠 오더니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은데 배가 너무 고프구나.”말이 떨어지자 등 어멈이 음식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죽과 소가 없는 흰 만두뿐이었다.“이걸 드시는 겁니까? 너무……” 지초는 얼굴을 찌푸렸다. 왕비는 방금 몸을 많이 다쳤기 때문에 보신이 필요했다.등 어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왕비, 일단 허기라도 달래세요. 주방에 있는 몇 사람은 맹 관사의 사람이라서 음식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바로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오려고 했으나 왕비께서 시장하실까봐 일단 요깃거리를 가져왔습니다.”“가져오너라.” 낙청연은 몸을 일으켰다.그래도 등 어멈이니 망정이지 지초였다면 또 그들에게 괴롭힘만 당했을 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간신히 상반신을 지탱하여 만두를 한입 먹고 허기를 달랬다.그때 소소가 왔다. “왕비, 이건 금창약(金瘡藥)입니다.”소소가 나타나자 모두 놀랐다. 그가 약을 가져왔다는 것은 즉 왕야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방 왕비를 때려 놓고 이것은 병 주고 약 주는 건가?낙청연은 화가 잔뜩 나서 만두 하나를 집어 들더니 힘껏 내던졌다: “먹을 것도 끊어 놓고 금창약이 웬 말이냐? 굶겨 죽이고 싶으면 직접 말할 것이지, 좋은 사람인 척 흉내를 내기는, 가식덩어리!”소소는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 앞에 던져진 만두를 보더니 표정은 더욱 찌그러들었다.“왕비, 왕야를 그렇게 욕해도 괜찮습니까?” 지초는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웠다. 그분은 섭정왕이다. 왕비는 너무 겁이 없는 거 아
이어서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매우 궁금했다. “어서 가보거라, 무슨 일인지?”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지초와 등 어멈에게 분부하는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신속하게 정원 밖으로 달려갔다. 그때 시위들이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낙청연은 내내 밖에서 나는 움직임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조용해지자 등 어멈과 지초가 돌아왔다.두 사람 얼굴의 웃음기는 감춰지지 않았다.“무슨 일인 거냐?”등 어멈이 다가와서 앉더니 말했다: “주방에 그 몇 명 노파들이 잡혔습니다! 제가 특별히 가서 알아봤는데 침대에서 요양하고 있던 맹 관사도 잡혔다고 합니다! 노파들은 쉽게 항복하지 않았고 소란을 피웠다고 합니다.”“하지만 얼마 소란을 피우지도 못하고 시위에게 잡혔답니다. 소유가 시위를 데리고 와서 잡아간 모양입니다. 보아하니 왕야의 노여움을 사신 게 분명합니다.”지초도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왕야는 왕비를 위하여 그들을 혼내주는 겁니다! 왕야는 정말 좋습니다!”하지만 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계집애, 참으로 교훈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그가 나를 어떻게 때렸는지 한번 보거라. 절대 나 때문은 아닐 거다.”하지만 지초는 여전히 말했다: “왕야는 아주 귀한 약을 보내오셨고 풍성한 음식도 가져왔습니다! 왕야는 왕비를 오해하신 줄 아시고 특별히 보내오신 겁니다. 만약 왕야가 정말로 왕비를 돌보지 않는다면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지 않았을 겁니다.”지초는 왕야와 왕비는 사이가 좋아지길 바랐다. 또한 왕비가 다시는 왕야를 화나게 하지 않길 바랐다. 안 그러면 앞으로 날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진담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맹 관사 미간의 사기를 생각하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천천히 말했다: “맹 관사는 무조건 또 다른 일로 왕야의 노여움을 사신 게 분명하다.”등 어멈은 듣는 즉시 말했다: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밤이 깊어서야 섭정왕부는 온전히 조용해졌다.반야(半夜)에 등 어멈은 구경하고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후원에서 시체 몇 구가 실려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중죄를 범하여 바로 처형당한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놀라지 않았다. “그중 맹 관사의 시체도 있을 것이다”“이 사람들 담도 크지 않습니까? 저희 섭정왕은 어떤 분입니까! 조정에서도 생사의 대권을 손에 쥐고 흔드는 분이 신데 감히 왕야의 코앞에서 이런 비열한 짓을 한 답니까!”낙청연은 담연하게 말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이번에 춘월이라는 시녀가 아니었다면 맹 관사는 이렇게 빨리 끝장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그 시녀는 어찌 되었느냐? 관저에 머물고 있느냐?”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관저에 있습니다. 그 밖의 두 명도 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서가 아주 불안정합니다.”“네가 가서 당부하고 오너라! 잘 지키라고. 이런 일을 당하면 제일 걱정스러운 게 자결이다.”등 어멈은 듣더니 문득 깨달았다. “왕비님은 마음이 참으로 고우십니다. 여기까지 생각하시다니! 제가 당부하고 오겠습니다.”등 어멈은 세 명의 시녀가 거주하고 있는 정원으로 왔다. 마침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종들이 졸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그들을 두드려 깨웠다. “졸지 말고 사람이나 잘 지켜. 만약 자결하면 왕야는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다!”등 어멈은 찬합을 열더니 간식을 꺼냈다: “자 어서들 먹고 정신차리자.”사내종들은 향기를 맡더니 거의 잠에서 깨어났다. “감사합니다. 등 어멈!”마침 이때 방에서 의자가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이 밤에 유난히 잘 들렸다.등 어멈은 움직이는 소리를 듣더니 표정이 확 변했다. “어서 방에 들어 가보자!’사내종들은 신속하게 방으로 쳐들어갔다. 바로 백릉(白綾)에 목을 맨 사람이 보였다. 다행히 의자를 찬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신속하게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벽운은 대성통곡했다: “왜 저를 막는 겁니까? 왜입니까……저는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번에도 역시 등 어멈이 그녀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녀들과 얘기를 더 나누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또 백릉에 목을 맨 사람을 보았다.다행히 이번에도 제때에 구해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의식이 돌아왔지만 벽운은 의식불명 상태였다. 그녀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경기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을 몹시 놀라게 했다.등 어멈은 급히 정원으로 돌아왔다: “왕비! 왕비! 큰일 났습니다!”낙청연은 상반신을 일으키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냐?”“그 세 명의 시녀들이 오늘 밤에 또 자결했습니다! 벽운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경기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습니다! 왕비, 가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등 어멈은 왕비가 이 방면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얘기를 듣더니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어젯밤에 달래 놓은 거 아니었냐?”“네, 어제 분명 달랬는데 오늘 무엇 때문인지 또 자결했습니다!” 등 어멈의 표정은 어두웠다.“어서 나를 부축하거라, 가보자.”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섰다. 지초와 등 어멈은 양쪽에서 그녀를 부축해 세 시녀가 있는 정원으로 갔다.벽운은 혼자 다른 방에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벽운이 눈을 희번덕거리고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입가에는 소량의 거품도 물고 있었다. 그녀는 즉시 벽운의 손목을 잡고 진맥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등 어멈, 밧줄을 가져오너라.”등 어멈은 신속하게 밧줄을 가져왔다. 낙청연은 수파(手帕)를 강제적으로 그녀의 입 안에 쑤셔 넣으면서 이미 혀를 조끔 깨문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다지 엄중하지는 않았다.그들은 밧줄을 가져와 벽운을 침대에 꽁꽁 묶었다.“왕비, 벽운은 정말 뭔가에 홀린 겁니까?” 등 어멈이 물었다.낙청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방안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탁자에 놓인 약사발을 발견했다. 냄새를 맡더니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이 약에 문제가 있었다. 누군가가 전광산(癲狂散)을 타서 그녀들을 자결하도록 한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