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마마, 그 도사는 왜 왕비 마마를 그렇게 극진히 대하는 것입니까? 왕비 마마께서 진짜 그의 죽을 목숨을 살려주신 것입니까? 제가 보기에 그 도사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지초가 궁금한 듯 묻자 낙청연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너는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내 아버지보다는 훨씬 나아. 피를 볼 운명이라 해도 꼭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다. 그는 비록 나쁜 일을 한 적이 있지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건 아니었으니 그렇게 참혹한 업보를 받을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가 계속 사기를 치고 다닌다면 점점 더 재수가 없어지고 뭘 하든 일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도사를 속여서 그가 정도를 걷게 된다면 공덕 하나를 쌓은 셈이지.”낙청연의 말에 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존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승상께서는 그 사기꾼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시지만, 그 사기꾼이 왕비 마마를 이토록 우러러본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입니다.”낙청연은 지초의 말에 저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두운 밤, 마차는 수도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주위는 캄캄했고 오로지 밝게 빛나는 달빛만이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지초는 처음에는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마차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향하자 두려워졌다. 길 양쪽은 우거진 숲이었고 가끔 새소리가 들렸는데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왕비 마마, 저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입니까?”지초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낙청연의 옷소매를 붙잡으면서 물었다.“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다.”낙청연은 전혀 두렵지 않은 얼굴로 평온하게 말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더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왕비의 겁 없는 모습에 지초는 남몰래 자신을 격려했다. 그녀는 왕비를 도와주러 온 것이었기 때문에 왕비가 그녀를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았으면 했다.지초는 가는 길 내내 끊임없이 자신을 격려했고 그러다 보니 정말 덜 무서워진 것 같았다.그러나 그곳에 도착했
텅 비어 있었다.지초는 손가락 틈 사이로 슬쩍 확인해 보고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어? 관이 비어있습니다.”믿을 수가 없었던 낙청연은 손에 등불을 든 채로 관 안으로 펄쩍 뛰어 들어가서는 쪼그리고 앉아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관 내부를 만져보면서 아무런 장치나 숨겨진 공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또 한 번 샅샅이 훑어봤으나 확실히 관은 비어있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저희 먼저 누가 관을 열어본 거 아닐까요?”지초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관 뚜껑은 아주 꽉 닫혀있었다. 만약 누군가 우리 먼저 관을 열어보았다면 흔적이 남아있었을 것이야.”“그렇다면…”지초는 미간을 구긴 채로 사색에 잠겼고 낙청연도 미간을 좁히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매장할 때부터 이 관은 비어있었던 거야.”어머니의 유품은 무슨, 어머니의 시체조차 들어있지 않았다.지초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왕비 마마, 설마 왕비 마마의 모친께서 살아계시는 것 아닐까요?”낙청연도 그 생각이 들어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모르겠구나.”만약 어머니가 살아있다면 왜 죽은 척한 것일까?만약 어떠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죽은 척해야 했다면 낙해평은 왜 그녀가 어머니의 유물을 정리하는 것을 꺼렸을까? 이치대로라면 그는 그녀의 어머니가 죽은 사실을 감추는 것을 도와줘야 했고 만약 그렇다면 낙해평은 낙청연을 보호하고 사랑해줘야 했다.그러나 낙청연이 느낀 것이라고는 무정함뿐이었다.만약 그녀의 어머니가 진짜로 죽었다면 왜 관 안에 시체가 없는 것일까? 시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한가득했다.낙청연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낙청연 모친의 신분은 이대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지초의 질문에 낙청연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원래대로 돌려놔야지.”두 사람은 또 힘들게 관 뚜껑을 덮고 관을 땅에 묻었다.일을 마친 후 낙청연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어 묘
“뭐라고? 자기 어머니의 무덤을 파헤쳤다고?”서방 안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남자는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소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그런데 왕비 마마의 모친의 관이 비어있더군요.”그 말에 부진환은 더욱 놀랐다.“비어있다고?”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말했다.“낙청연이 모친의 유물을 찾으려고 하는 걸 낙해평이 그렇게 꺼렸던 이유가 있었군. 도사를 불러서 낙청연의 살을 풀더니, 아마도 낙해평이 무언가 남모르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나 보구나.”낙해평이 갑자기 사람을 불러서 살풀이한다고 하자 부진환은 의심이 들어 소서더러 승상부의 움직임을 항시 주시하고 있으라고 명을 내렸고 그러다가 진짜 비밀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소유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큰아씨께서도 참 배짱이 크십니다. 자기 모친의 무덤마저 파헤치다니, 만약 이 일을 승상이 알게 된다면 아마 큰아씨를 때려죽이려 할 것 같습니다.”“그러게나 말입니다. 직접 제 눈으로 본 것이 아니었다면 저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렇게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소서도 감탄했다.그러나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고 있었고 생각이 많아 보였다. 소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야께서 찾고 있는 물건이 낙청연의 모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주먹을 쥐고 탁자를 내리쳤다.“그건 중요치 않다. 낙해평은 현재 낙월영을 훨씬 더 아끼고 낙청연은 버린 패에 불과해. 그런데 낙청연이 계획을 비틀었으니 그 물건은 손에 넣기 어렵게 되었다.”소유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왕야께서 폐하께 사혼(賜婚)을 부탁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왕야께 많이 의존하고 계시니 반드시 윤허하실 것입니다.”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본왕이 승상부의 두 딸과 전부 혼인을 치른다면 목적이 너무 뚜렷해 보이지 않겠느냐? 낙해평이 바보도 아니고.”“하지만 왕야께서는
“아—”깊은 밤, 정적이 감돌던 승상부에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잠을 자고 있던 많은 사람을 깨웠다.낙월영도 눈을 번쩍 떴다. 무슨 소리지?그녀는 저도 모르게 아노를 부르려 했으나 오늘 밤 그들은 홀로 방 안에 있어야 하고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지켜야 했다. 그리고 아노는 정원에 있지도 않았기에 그녀를 부른다고 해도 듣지 못할 것이었다.주위는 어두컴컴했고 낙월영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촛불을 밝혔다. 어둡지 않으면 그렇게 두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녀가 촛불 앞에 서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돌연 그녀의 방문 앞에 나타나더니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쾅쾅쾅—그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낙월영은 그 장면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구석 쪽으로 가서 몸을 덜덜 떨었다.문 앞에 나타난 뚜렷한 그림자는 미친 듯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낙월영은 극도로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아버지…”“아악—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낙청연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실성한 듯이 문을 두드렸고 요란한 소음에 낙월영은 몸을 잔뜩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고 감히 그곳을 쳐다보지 못했다.낙청연은 낙월영이 겁에 질려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서서히 몸을 내리더니 조용히 사라졌다.더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낙월영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사라진 건가?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고, 손을 덜덜 떨면서 초를 밝히려 했다.그런데 성냥을 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창밖에 누군가 서 있었다.그 순간 낙월영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창밖의 사람이 손가락을 내밀더니 조심스럽게 창호지에 구멍을 뚫은 것이었다.낙월영은 등허리가 오싹했다. 바깥의 달빛 때문에 그녀는 문밖에
“도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그 요사스러운 물건을 퇴치하셨는지요?”사기꾼 도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보통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승상부에서 내쫓기는 했으니 괜찮을 것입니다.”그 말에 낙해평은 안심했고 곧바로 낙청연의 방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딸은 어떻게 됐습니까?”“어제 따님은 악령 때문에 많이 고단했을 것입니다. 이제 잠자리에 드신 것 같은데 깨어나면 괜찮을 겁니다.”그 말에 낙해평은 마음이 놓였다.“그럼 다행이군요. 도사님께서는 며칠 더 묵다 가시지요. 이 사특한 것이 다시 돌아오지 않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보상은 넉넉히 드리지요.”“알겠습니다.”도사는 넉넉히 챙겨주겠다는 말에도 평온한 표정을 해 보였고 그에 낙해평은 그가 능력이 대단하겠다고 생각했다.어차피 그 돈은 낙청연에게 줘야 하는 것으로 도사는 돈을 챙길 수가 없었다. 그는 다만 이번 일을 끝내고 난 뒤 낙청연이 그의 재앙을 해결해줬으면 했다. 아무리 돈이 중하다고 해도 목숨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밤새 자지 못했다. 조상님의 묘지에 찾아가 무덤을 파헤쳤고, 귀신에 씐 척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해야 했으니 그녀는 극심한 피로로 인해 저녁까지 잤다.깨어나 보니 사기꾼 도사는 또 그녀에게 은표를 잔뜩 건네줬다.“이건 대사님의 부친께서 준 것입니다. 전 단 한 푼도 챙기지 않았습니다.”낙청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돈을 건네받으며 물었다.“저택 안의 상황은 어떠했느냐? 우리 아버지가 또 뭐라고 하셨느냐?”“어젯밤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대사님의 부친께서는 하룻밤 사이에 흰 머리가 많이 자라셨고 둘째 아씨께서는 너무 놀란 탓에 앓아누우셔서 의원이 왔다 갔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웃어 보였다. 쌤통이었다.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체력이 좋지 않아서 그 정도였지, 아니었으면 오늘 밤 하루 더 그들을 괴롭혀서 그들이 매일 편히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가법이라면서 받았던 처벌과 폭력에 비하면 그 정도 벌은 아무것도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난 낙청연은 낙월영을 보자마자 경계했다.“무슨…”낙청연은 곧바로 흐느껴 울면서 입을 열었고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동생아, 왜 이렇게 초췌해진 것이냐?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꼴이 됐느냐? 모두 이 언니 탓이다.”낙월영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정원에 서 있던 아노는 낙청연의 말을 듣고는 한시름 덜었다. 아노는 낙청연이 정말 귀신에 씌었었다고 믿었고 지금은 살풀이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약이 담긴 뜨거운 그릇을 만지더니 탕약을 한 숟가락 떠서 낙월영에게 먹이려 했다.“동생아, 얼른 약을 먹거라.”낙월영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낙청연을 노려보았고 아노를 부르려고 입을 달싹였다.그런데 낙청연이 미소 띤 얼굴로 뜨거운 탕약을 억지로 낙월영의 입안에 집어넣었다.“동생아, 얌전히 약을 먹어야지. 그래야 빨리 낫는단다.”뜨거운 탕약이 들어가자 낙월영의 입안에 곧바로 물집이 잡혔다. 낙월영은 힘겹게 허약한 몸을 지탱하며 아노를 부르려 했지만 입을 연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지초가 재빨리 반응하면서 낙월영을 제압한 것이었다.낙월영은 여러 차례 왕비를 해치려 했던 적이 있어 이 틈을 타서 복수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칭찬하는 눈빛으로 지초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계속해서 탕약을 떠 낙월영의 입안에 억지로 넣었다.낙월영은 저항하면서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돌연 낙청연이 목청을 높이면서 입을 열었다.“난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단다. 전혀 의식이 없는 상태였어. 내가 깨어나고 나서 그 도사가 어젯밤 얘기를 들려준 덕에 알게 되었단다. 내가 의식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널 놀라게 했으니 너무 날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네가 얼른 약을 먹고 일찍 나아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구나.”낙청연은 그 말과 함께 아주 뜨거운 탕약을 낙월영의 입안으로 계속 넣었다. 얼마나 뜨거운지 낙월영은 입가가 벌겋게 되어있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이 낙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살
지초는 화상에 바르는 약을 가져왔고 바늘을 들고 조심스레 물집을 터뜨리고는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맸다.—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자 낙해평이 씩씩거리면서 찾아왔고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그를 맞이했다.“아버지.”낙해평은 노여움이 가득해서 걸어오더니 손을 들어 낙청연의 뺨을 힘껏 때렸다.짝—매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낙청연은 뺨을 맞고 입가가 터져서 피를 흘렸다.그 순간 낙청연의 차가운 눈동자에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화를 가라앉혔다.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는 더없이 맑은 눈빛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또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아버지…”낙해평은 여전히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모른 척하지 말거라! 네 동생의 입안에 물집이 가득 잡혔던데 네가 한 짓이지? 월영이는 하마터면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 알고 있느냐? 난 네가 귀신에 씌었다고 생각해 살풀이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사실 너는 음흉하고 악랄한 마음을 먹고 네 동생을 죽이려 했던 것이구나!”낙청연은 억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눈물을 떨구면서 말했다.“아버지, 그전에 있었던 일들이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제 설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으시고 곧바로 저에게 손찌검하시다니요? 아버지께서는 절 가장 아끼지 않으셨습니까?”낙청연이 억울함을 토로하자 낙해평은 머리가 아팠고 또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그래. 너 또한 내 딸인데 내가 어찌 널 아끼지 않겠느냐? 하지만 지금은 예전이랑은 다르지 않느냐? 네가 이 꼴이 되어서 나는 내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당해야 했고 승상부는 체면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나 또한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 나한테는 월영이 밖에 없어. 그러니 상황을 좀 파악하거라. 월영이를 그만 질투하라는 말이다.”낙해평은 공교롭다는 듯이 말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원망도 조금 섞여 있었다.낙청연이 이 꼴이 된 것을 원망하고, 낙청연 때문에 체면이 깎인 것을 원망하고, 낙청연이 승상부를 승승장구하게 만들지 못한 것을 원망했다.
낙해평은 몸을 돌려 낙청연을 바라보면서 잠시 주춤했다.낙해평의 뜸을 들이는 모습에 낙청연은 알 수 있었다. 낙해평은 낙청연이 저택에서 살풀이해서 정상이 된 다음 섭정왕에게 왕비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낙청연을 다시 섭정왕부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네가 어릴 때부터 섭정왕을 좋아했다는 걸 이 아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지금 이 꼴이니 섭정왕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낙해평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월영이 대신에 시집간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으니 난 월영이를 왕부로 보낼 생각이다.”낙청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낙월영이 섭정왕비가 된다면 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을 총애한다는 점을 이용해 섭정왕의 권세를 누리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낙청연은 어머니의 유물을 되찾는 건 물론 살아있는 것조차 힘들게 될 것이다.낙월영은 반드시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숙이면서 억울한 듯 훌쩍이며 말했다.“아버지, 제가 승상부에 영광을 안겨드리라 장담합니다.”낙청연의 억지로 울음을 참는 모습에 낙해평은 마음이 잠깐 약해졌다.게다가 조금 전 자신이 오해하여 낙청연에게 손찌검했으니 후회도 됐기에 낙해평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했다.“그래, 그럼 내일 사람을 보내 널 섭정왕부에 데려다주마.”낙청연이 얌전히 자신의 말을 따른다면 그녀가 섭정왕부에 시집가는 것이 아예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월영은 외모도 출중하고 재능도 많았다. 예전에 한 고승이 말하길 황후가 될 상이라고 했었다. 월영이 섭정왕부에 시집가지 않는다면 어쩌면 황후가 될지도 몰랐고, 그렇게 되면 정말 더없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었다.“감사드립니다, 아버지.”낙청연은 감동했는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얌전히 내 말만 잘 듣는다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게 해주마.”낙해평은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 순간, 낙청연의 눈동자는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을 닦았고 표정은 심드렁했다.지초는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