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문가에 서 있는 낙청연을 바라봤다,소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다시 한번 낙청연을 막아서려 했는데 낙청연이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고는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소유는 저도 모르게 두려워졌고 부진환은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뭘 하려는 것이냐?”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을 바라보았고 항마저를 꺼내면서 낙월영에게 따져 물었다.“번개를 불러온다는 이 물건에 대해 한번 상세하게 얘기해보거라. 그래야 그 연유를 다들 알 수 있지 않겠느냐?”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낙월영은 낙청연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없이 진지했다.“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소유도 제가 이 물건을 치우는 것을 보았는데 언니가 그것을 가져왔다고 해서 무엇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그건 내가 너에게 이 물건을 가져오라 시킨 것이 아니더냐? 그러니 내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것이겠지.”낙청연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낙월영은 당연히 인정하기가 싫었고 돌연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언니께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요. 언니는 적녀(嫡女)시고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니 말만 들었으니까요.”그 가련한 어조와 표정을 보면 다들 낙청연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괴롭혔을 것이라 짐작할 터였다.그리고 그 모습은 진짜 부진환의 보호욕을 불러일으켰고 부진환은 낙청연을 호되게 꾸짖으며 말했다.“낙청연, 내 경고를 잊은 것이냐? 당장 나가거라.”그의 말에 낙청연은 울컥해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물건이 깨지자 항마저 안에 있던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날카로운 철침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철침 위에는 번개무늬와 부적이 잔뜩 쓰여있었다.“보았습니까? 뭔가를 불러온 것은 이 장식품이 아니라 이 안에 숨겨져 있던 인뇌전의 진안저(陣眼杵)입니다.”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낙청연이 이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낙월
낙청연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고 부진환은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가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네가 한 짓이냐?”낙청연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비꼬며 말했다.“왕야, 이제야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었다.부진환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호위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낙청연의 목에 겨누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너를 죽일 것이다.”낙청연은 목을 빼 들면서 고고한 자태로 말했다.“왕야께서 절 죽이고 싶으시다면 죽이세요. 앞으로 며칠 동안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릴 것인데 섭정왕부 내에 있는 인뇌진을 처리하지 않으면 섭정왕부는 폐허가 되겠지요.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죽을 것입니다.”“너!”부진환은 장검을 힘주어 잡고 있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고 소서는 얼른 부진환을 부축하면서 걱정스레 말했다.“왕야! 고 신의, 고 신의!”소서가 고 신의를 부르자 호위가 대답했다.“고 신의는 불길 속에서 도망쳐 나오고는 정신을 잃으셨습니다.”그때 낙청연이 앞으로 나섰고 부진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홧김에 낙청연을 밀어내려고 했다.“왕야, 살고 싶지 않으신가 봅니다?”낙청연은 예의 따위는 차리지 않고 그를 위협했고 부진환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녀가 맥을 짚게 놔뒀다.고 신의가 쓰러졌으니 지금 그를 치료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이었다. 낙청연은 그 모습에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그는 분명 그녀의 실력을 믿고 있었고 고충도, 인뇌전 일도 전부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그 일들을 믿는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낙월영을 감싸고 돌 것이다.낙청연은 또다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몸의 원래 주인의 억울함이었고 원한이었다.그런데 억울하다고 뭘 어쩔 수도 없었다. 어차피 그의 마음속에는 낙청연이 없었기 때문이다.“왕야께서는 화병이 나셔서 피를 토하신 것입니다. 평정을 되찾고 마
그곳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소서를 데리고 저택 안에 있는 인뇌진을 처리하러 갔다. 나침반은 꺼낼 수 없었으나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귀한 보물이었기에 그녀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빗줄기는 많이 약해졌고 저택의 사람들은 벼락을 맞아 어지럽혀진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느라 바빴다. 낙청연은 소서를 데리고 저택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그들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낙월영은 이미 한참 전에 정신을 차렸고 왕야와 낙청연이 서방에 있다는 걸 알고는 감히 그들을 방해하지는 못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방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그녀는 낙청연이 서방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급히 그곳으로 향했다.하지만 서방에 도착하니 소유가 그녀를 막아섰다.“둘째 아씨, 왕야께서는 부상이 심하셔서 지금 쉬고 계십니다.”낙월영은 당황했다. 왕야의 서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낙청연이 들어갈 수 있는데 자신은 들어갈 수 없다니, 그녀는 왕야가 정말 자신이 낙월영의 공로를 가르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둘째 아씨, 얼른 처소로 돌아가서 쉬시지요.”소유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일깨웠다.불현듯 정신이 든 낙월영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는데 소유마저 그녀를 처소까지 모시지 않았다.낙월영은 굉장히 조바심이 나고 낙청연이 미웠다. 이 모든 게 다 낙청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인뇌진은 무슨, 그녀는 낙청연이 얼마나 멍청한지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이런 것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을 떠올릴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더는 낙청연을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낙월영은 최대한 빨리 낙청연을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낙청연은 온밤을 바삐 돌아치면서 소서와 함께 인뇌진을 해체했다. 그 물건들은 전부 소서가 챙겨갔고 낙청연은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인뇌진을 해체하기는 했으나 낙청연은 소매 안에 있는 나침반이 여전히 약하게 진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섭정왕부 안에는 여전히 강한 살기가 있었는데 무언가에 의해 억눌러져 있었다.저택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인 후의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지초는 쉬러 갔고 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나갔다.풍수지리가 좋은 곳에서 일월정화(日月精華)를 흡수하면 내공 심법을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재주를 하루라도 빨리 연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자정이 넘은 이 시각의 정원은 유달리 고요했다. 나침반을 들고 그녀는 둘러보더니 조용한 화원의 정자에서 멈췄다. 그리고 나침반을 몸 앞에 두었더니 나침반은 천천히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빛이 나침반을 비추니 은은한 하얀색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묘초(卯初)에 황금 닭이 새벽을 깨우고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낙청연은 눈을 떴다.내공 심법을 수련한지 비록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효과는 현저했다. 주먹을 쥐었을 때 전보다 힘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아-”갑자기 처량한 비명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아침을 깨웠다.맹금우가 죽었다.낙청연의 정원, 우물에서 기이하게 죽어 있었다.창백한 얼굴은 수면 위로 떠 있었고 몸은 우물 바닥에 서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죽어서도 서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정원은 사람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 맹금우의 시체를 밖으로 끌어 올리려고 했으나 밑에서 무엇인가 그녀를 끌어당기는 듯이 아무리 애를 써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빠르게 부진환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의 정원에 모였다.소소는 몇 명 시위에게 시체를 끌어 올리라고 시켰다.맹금우의 죽음에 대해서 정원의 하인들까지 수군대기 시작했다.“어젯밤에 맹금우가 왕비님 정원에 들어가서 왕비님과 다투는 것을 목격했어.”“나도 맹금우의 미친 듯한 고함을 들었어.”“설마 왕비가 맹금우를……”듣고 있던 부진환의 안색은 안 좋았다. 그는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어젯밤에 맹금우가 여기 왔었던 거냐?”“네! 하지만 왔다고 해서 제가 죽인 겁니까? 저는 오히려 그녀가 복수하려고 일부러 저의 정원에서 죽음을 택하여 저에게 모함한다고 생각합니다.” 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의심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언니, 맹금우가
“여러분 똑똑히 보십시오, 이런 걸 증거라고 하는 겁니다!”“마손된 소매와 밧줄의 잔부스러기들 그리고 이끼 흔적까지! 어젯밤 밧줄을 끊은 사람은 바로 낙월영입니다!”“맹금우의 죽음은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낙청연이 말은 마친 순간,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낙월영은 겁에 질려 안색이 창백해졌고, 발악하듯 황급히 변명했다: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증거가 확실한데도 변명을 하다니! 우리 예쁜 동생은 지금 맹금우를 속여서 죽이고 이 언니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것 아니냐!” 낙청연은 낙월영의 손을 붙잡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구절 한 구절 주옥같이 말했다: “우리가 쌓아온 자매의 정은? 지금 이건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이냐?”한 번이고 두 번이고 받아줬더니 이젠 정말 기어오르려고 하는 건가!낙청연은 당할지 몰라도 낙요는 절대 당하지 않는다!하지만 곧바로 힘센 팔이 낙월영을 힘껏 끌어당기더니 뺨을 후려갈기는 소리와 함께 성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낙청연!”순간, 부진환의 반지가 낙청연의 얼굴을 스치면서 손자국과 함께 핏자국을 남겼다.피비린내가 번지고 낙청연은 뺨을 감쌌다. 왠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칼로 후비는 듯이 아파왔다.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진짜로 심장이 아팠다.사랑하는 이에게 뺨을 맞았으니 가슴이 아파 눈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 몸의 주인은 아직도 이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었다.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 뺨에 묻은 핏자국을 닦았다. 그리고는 붉은 눈시울로 어둡다 못해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안색의 부진환을 쳐다보았다.반면, 이를 지켜보던 낙월영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부진환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낙청연을 위해 사정하는 척했다: “ 왕야, 언니도 잠깐 실수한 겁니다. 화내지 마십시오.”말을 하면서 그녀는 건방진 눈빛으로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낙월영의 눈빛은 도발과 승리자의 기쁨으로 가득했다.이를 지켜보던 낙청연은
정원에 혼자 남게 된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서 우물가에 다가갔다. 그러자 사악한 기운은 구멍이 뚫린 듯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의심에 가득 찬 그녀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밧줄을 기둥에 묶고 밧줄을 타면서 아예 우물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그녀는 우물 안을 확인하고 싶었다.우물은 생각한 것보다 깊지 않았고 숨을 참고 우물 밑까지 헤엄쳐가 보니 과연 팔괘판이 우물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팔괘판은 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었다. 사악한 기운은 바로 이 팔괘판에서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팔괘판의 모서리마다 밧줄이 묶여 있었는데, 아마도 주위의 시체들이 제어하고 있었으나 시체를 옮기면서 팔괘판의 방향이 바뀌어 사악한 기운이 방출된 것 같다.지금 그녀는 이것은 여국의 취살대진(聚煞大陣)이라는 것을 확신했다.팔괘판은 봉인만 잘 되어 있으면 살기가 밖으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느낄 수 없다. 취살대진으로 사악한 기운이 충분히 끌어모은 뒤 봉인을 다시 열면 사악한 기운은 대진 내의 모든 것을 덮어씌운다. 장기적으로 취살대진 안에서 생활하면 반년을 넘지 못하고 급사하게 된다.이런 대진을 치려면 쉽지 않다. 대진을 친 사람은 여국의 사람일 뿐만 아니라 도행도 깊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취살대진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낙월영이 사람을 죽여 우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시위들이 시체를 건져내면서 봉인된 입구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당분간은 취살대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천궐국에는 여국 사람이 오직 그녀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섭정왕부 내에도 고수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그녀는 나침반으로 팔괘판의 사악한 기운을 잠시 봉인했다. 비록 대제사장인 그녀에게 사악한 기운은 위협이 되지 않지만 지금은 낙청연의 몸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독 증상으로 인해서 비만증이 생겼는데 또다시 사악한 기운까지 침범한다면 회복하기 더욱더 어려워진다.“왕비! 왕비!” 갑자기 위에서 다급한 부름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소리는 아마도 그녀가 우물
낙청연의 눈빛은 서늘해지더니 일부러 장미를 힘껏 밀었다. “그래, 내 엉덩이 크다. 이 엉덩이로 널 깔아뭉갤 수도 있는데 어쩌면 좋을까?”모퉁이로 밀려난 장미는 낙청연과 낙월영의 가운데서 마치 틈새에 끼운 것 같았다. 낙청연은 마차 밖에 있는 지초를 향해 오라고 손짓하면서 빈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지초, 어서 올라오거라.”지초는 활짝 웃더니 마차에 타면서 말했다: “왕비 마마는 참으로 좋은 사람입니다.”틈새에 끼어서 온몸이 뒤틀린 장미는 원망하면서 말했다: “왕비, 마차는 작은데 왜 하필 계집종까지 데리고 가시나요! 둘째 아씨가 끼었잖습니까!”낙월영도 사실 너무 협소하다고 생각했다. 좁아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너희들이 좁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 좁으면 자기 발로 내려가든지.” 낙청연은 콧방귀를 끼더니 자신의 체형을 이용해 더욱더 세게 안으로 밀어붙였다.허약한 체질이긴 하나 무게는 충족했다. 거기 앉아만 있어도 집채만 했기 때문에 장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참다못한 낙월영은 다른 계집종 두 명을 마차에서 쫓아냈다. 마침내 마차는 널찍해졌다.낙월영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안색은 줄곧 어두웠다.이번 친정 나들이하는 사람은 낙청연이었다. 하지만 낙월영이 혼인하는 날에 누군가에게 맞아서 기절하고 바꿔치기 당한 뒤 섭정왕부에서 여태껏 요양하고 있었다. 하여 오늘에야 낙청연과 승상부로 가는 것이었다.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이번 친정 나들이하는 사람은 낙월영인 줄 알고 있었다.지금 이 시각 승상부의 입구에는 수많은 계집종이 모여있었다. 마차를 보더니 흥분해서 소리쳤다: “왔어요, 왔어요, 둘째 아씨가 왔어요!”낙청연이 먼저 마차에서 내리고 뒷이어 낙월영이 내렸다.계집종들이 달려오더니 낙월영을 겹겹이 에워싼다. 옆에 있는 낙청연에게는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공기처럼 무시했다.보고 있던 지초는 화를 내며 말했다. “다들 너무 하십니다!”낙청연은 지초를 끌어당겼
“구 어멈, 이 상자는 비어있습니다! “그녀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급히 구 어멈을 찾으러 갔다.구 어멈을 부축하여 장롱으로 모시고 왔다. 그녀는 빈 상자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빈 상자?”“누구 아씨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갔어요!”구 어멈은 순간 급해졌다.낙청연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회상했다. 이 유품은 절대로 갑자기 사라졌을 리가 없었다. 무조건 그전에 사라졌는데 낙청연과 구 어멈은 발견을 못 했을 뿐이다.사색에 잠겨있던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낙월영!”그녀는 바로 방에서 나갔다.오직 낙월영만 그의 계집종들과 함께 그녀의 방에 드나들었다. 그때 낙청연은 그녀를 제일 사랑하는 동생으로 생각했고 그녀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낙월영을 빼곤 그녀의 유품에 누구 감히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원래 이런 일들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낙가의 풍수지리를 보고 나니 마음속의 의문은 더욱 커졌고 절실하게 낙청연 어머니가 누구인지? 여국의 풍수사인지? 알고 싶어졌다.만약 여국의 풍수사가 맞다면 아마도 그녀가 알고 있는 분일지도 모른다.이런 절박한 생각은 그녀를 급하게 낙월영의 정원으로 이끌었다.그녀는 반드시 그녀의 어머니 유품을 찾아올 것이다!난죽원(蘭竹苑)에 도착한 그녀는 바로 쳐들어갔다.”낙월영!”소리를 듣고 낙월영은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차갑게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무슨 일이에요? 언니?”“나의 어머니 유품을 네가 가져간 것이냐? “낙청연은 다가가서 질문했다.낙월영은 듣더니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가져갔으면 왜요?”섭정왕부에서 그녀는 가식을 떠느라고 너무 힘들었기에 집에 와서까지 신중하고 소심한 척하기 싫었다. 그녀는 낙청연이 너무 싫었고 그녀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돌려줘!” 낙청연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돌려주지 않으면 어쩌실 건가요? 여기는 승상부예요, 저를 때리기라도 하실 건가요?” 낙월영은 도발하듯이 차갑게 웃으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그녀는 일단 강소풍의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날도 어두워져서 의원도 문을 닫았으니, 내일에야 계속 의원을 찾아갈 수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면 면심은 약재를 찾았는지 바로 물을 것이다. 약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실망하며 등을 돌릴 것이다.심시몽은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는 풀이 죽어 방에 앉아 강소풍이 소식을 전하러 오기를 바랐다.한밤중이 되도록 기다리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심시몽은 얼른 앞으로 나가 방문을 열었다. 역시 강소풍이었다.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정말 온 것이오?”강소풍은 다급히 상자를 그녀에게 건네고 답했다.“빙천영지요! 자!”심시몽은 상자를 열어보고 정말 빙천영지가 들어있는 것을 본 후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어디서 얻은 것이오?”“묻지 말고 일단 언니부터 구하시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시오!”심시몽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강소풍은 빙천영지를 그녀에게 가져다준 후 다시 재빨리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심시몽은 얼른 빙천영지를 갖고 심면을 구하러 갔다.강소풍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 그녀도 한밤중에 빙천영지를 얻어왔다고 누군가 물을까 봐 걱정되어, 홀로 심면의 방으로 향했다.그녀는 의원의 처방에 빙천영지를 넣어 약을 달였다.과정이 복잡하고 불도 항상 지켜봐야 하기에 그녀는 밤새 바삐 보내고 날이 밝을 무렵에야 약을 심면에게 먹여주었다.그녀는 날이 밝은 후 다시 의원을 불러 심면을 살피게 했다.의원은 진맥을 마치고 고개를 끄덕였다.“약을 제때 먹었기에, 아마 큰 아가씨께서는 곧 깨어나실 것입니다.”심시몽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의원을 떠나보낸 후, 면심은 방 안의 약통과 약을 발견하였다. 심시몽의 초췌한 얼굴을 살펴보니, 어젯밤 그녀가 큰 아가씨에게 약을 달여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둘째 아가씨, 제가 모시겠습니다. 어서 돌아가서 쉬시지요.”면심이 관심 어리
면심은 심면에게 약을 먹였다. 심시몽은 그저 문어 귀에 서서 바라볼 뿐,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하마터면 언니를 죽일 뻔했다는 진실을 마주할 수 없었다.면심은 약을 먹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린 심시몽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심시몽을 탓하지 않았다.“둘째 아가씨, 지금 큰아가씨께서 다치셨으니 집안 주인은 아가씨입니다.”“이럴 때일수록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의원이 빙천영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하인이라 궁에 들어갈 수 없으니, 둘째 아가씨께서 다녀오셔야 할 듯합니다.”심시몽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궁으로 들어갔다. 어의원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공주를 만났다.강여는 그녀를 보자마자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심시몽은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공주마마.”강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공주가 차갑게 떠난 것을 보고 심시몽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풀이 죽을 새도 없이 어의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의원의 마지막 빙천영지는 공주가 가져갔다.심시몽은 어쩔 수 없이 공주를 찾아갔다. 공주의 궁으로 쫓아갔지만, 공주는 그녀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심시몽은 심면을 구하려 한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공주의 궁녀들이 그녀를 내쫓았다.궁을 떠난 후 심시몽은 참다못해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궁을 나섰다.마차를 타고 도성을 뒤지고 다니며 빙천영지가 있는지 알아보았다.이틀 동안 도성의 의원을 거의 다 돌아다녔지만, 너무 귀한 터라 빙천영지는 없었다.날이 어두워지자, 심시몽은 넋을 잃고 의원에서 걸어 나와 힘없이 계단에 쪼그리고 앉았다.분명 그녀가 나쁜 일을 많이 해서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다.겨우 언니와 과거의 원한을 풀고 서로 의지할 수 있었는데, 언니를 죽일 뻔했다.어디에서도 빙천영지를 찾을 수 없으니, 언니가 언제 깨어날지도 모른다.모두 자기 탓이다!그녀는 무기력하게 무릎을 안고 훌쩍거렸다.갑자기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안 됩니다. 못하겠습니다.”심시몽이 얼른 손을 저었다.심면은 억지로 검을 그녀의 손에 쥐었다.“괜찮다. 한 번 해보자.”“시작하마!”심시몽은 깜짝 놀랐다.“안 됩니다. 아직 준비도 하지 못했습니다.”하지만 심면은 그녀에게 준비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심시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물론 그녀는 이미 속도를 조절했다.심시몽은 황급히 검을 피하고 검으로 막아냈다.그러나 심면은 여전히 매섭게 그녀를 몰아세웠다.심시몽은 뒤로 물러나며 그저 수비만 할 뿐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 모습에 심면은 어쩔 수 없이 계속 공격을 퍼부었고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뒤로 물러서는 게 아니라, 반격해야 한다!”“내가 사용하는 수법은 네가 목검으로 연습한 적 있다. 어떻게 반격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않느냐?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손을 쓰거라!”심면의 공격은 점점 매섭고 빨라졌다. 심시몽은 힘에 부쳐 그녀의 공격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심사할 때, 다들 훨씬 빨리 공격할 것이다. 나조차도 상대할 수 없는데, 어찌 그들을 이길 수 있겠느냐?”“네 실력으로 5위 안에 들 기회가 있느냐?”“더 이상 물러서지 말거라!”심면은 일부러 말로 그녀를 자극했고 한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심시몽은 줄곧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날카로운 칼날이 자칫하면 그녀의 목을 벨 것 같았다.그녀는 더 이상 긴장으로 숨을 쉴 수 없었다.심면의 핍박에 심시몽은 이를 악물고 모든 힘을 다해 반격했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반격이었다.이미 백 번도 넘게 연습한 수법들이라, 무의식적으로 반격을 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과감하고 빠르게 손을 썼다.그녀가 반격하는 것을 보고, 심면은 기뻐했다.하지만 지금 심시몽이 궁지에 몰려 이성을 잃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심면은 수비를 하다 심시몽의 검에 손목을 긁혀 검을 놓쳤다. 그 순간, 심시몽의 검이 그녀의 가슴을 향해 찔러왔다.심면의 가슴을 찌른 순간, 심시몽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라 검을 놓았다.“난...”
낙요가 깊이 잠든 후에야 부진환은 옷을 입고 조영궁을 떠났다.비록 그와 여제의 사이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황제와 신하의 신분은 다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의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한 나라 군주의 위엄이 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누군가를 사랑할수록 그녀가 잘되기를 원할수록 자기 자신을 자제해야 한다.지금처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충분히 만족한다.-겨울이 되었다.송천초는 여전히 통천탑에서 내단을 흡수하고 있었고 초경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 낙요가 궁인을 시켜 매일 탑에 숯불을 보냈기에, 방안은 줄곧 따뜻했다.어느덧 연말이 되어 제사장족과 현학서원은 다시 시험을 진행했다.제사장족에서는 여전히 낙현책이 일등을 하였고, 유생이 이등을 하였다.현학서원의 서열은 차례로 심면, 강소풍, 임계천, 봉함선, 그리고 뒤쫓아 온 소우청이었다.청주의 전쟁을 거치면서 다들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래서 심시몽의 순위를 8위로 떨어졌다.대부분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체력이 좋지 않아 꼴찌를 했고 전체 순위도 낮아졌다.성적이 발표되자 심시몽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강소풍이 그녀를 뒤쫓아갔다.“낙심하지 마시오. 아주 대단하오!”“어디가 대단하다는 것이오? 난 체술이 바닥이오.”심시몽은 기분이 가라앉았다.“무공이 약하지만 천천히 연마하면 되오. 하루 이틀 만에 느는 것이 아니오. 5위에 든 사람은 모두 무공이 뛰어나오. 7위에 오른 것도 대단한 것이오.”그래도 심시몽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그녀는 하루 종일 시무룩했다.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심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다들 청주에서 연습한 적이 있으니, 실전 능력이 많이 늘었다. 네가 상대가 안 되는 것도 정상이다. 10위에 든 것도 충분히 대단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위로할 필요 없습니다. 무예가 차지한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다들 5위 안에 들 수 있는 것은 무공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저 남
월규가 차를 들고 온 후, 바로 물러갔다.저녁에 되자, 궁중에서 연회를 베풀고 즐겁게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현학서원과 제사장족 제자들도 모두 참석했다. 연회에서 조정 신하들이 연이어 부진환에게 술을 권하여 그는 하마터면 취할 뻔했다.전쟁을 시작으로 더 이상 아무도 부진환을 의심하지 않았고 다들 그를 존경했다.심지어 신하들이 자기 딸을 부 태사에게 소개해 주려고 했다. 아무래도 그의 인품과 생김새가 손꼽히는 데다 젊은 나이에 태사의 자리에 올랐으니, 사윗감으로 최고였다.비록 부 태사는 조금 취해있었지만, 그런 말을 모두 거절했다. 심지어 평생 혼사를 치르지 않겠다고 명확히 뜻을 전했다.그의 말에 다들 더욱 존경스러웠다.소진오도 그 말을 듣고 부진환에게 술을 권했다.“제가 소인배였습니다. 부 태사가 이렇게 충실한 신하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여제를 안심시키기 위해 혼사를 치르지 않고 천궐국의 핏줄도 남기지 않으시다니.”“그 기백이 정말 대단합니다!”“태사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부진환은 웃으며 잔을 들어 함께 술을 마셨다.그가 혼사를 치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하지만...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술을 마시고 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했다. 낙요는 술잔을 들고 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린 후, 단숨에 술을 마셨다.연회가 끝나기도 전, 낙요는 먼저 조영궁으로 돌아갔다.그녀가 떠나자마자 부진환이 바로 따라왔다.“태사가 어찌 온 것이오?”낙요가 발걸음을 멈추었다.부진환은 진지한 척 입을 열었다.“소신 아직도 동하국에 관한 일을 여제에게 전하지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 깨어나면 이 일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스럽습니다.”낙요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부 태사는 정말 충실하오. 오늘도 보고를 잊지 않는다니.”“월규야,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부 태사가 조영궁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월규는 얌전히 응한 뒤, 눈치껏 조영궁의 궁녀를 물러가라 했다.두 사람은 달빛을 빌려 천천히 조영궁
계진은 깜짝 놀랐다.“완쾌하셨습니까? 그동안 사라지셨을 때, 신의라도 만난 것입니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셈이오. 쉽게 만나지 못할 신의였소.”계진은 그 말을 듣고 아주 기뻤다.“그렇습니까? 부 태사께서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 어찌 쉽게 병으로 죽을 수 있겠습니까?”신의든 신선이든 지금 부 태사의 몸이 무사하니, 계진은 마음이 놓였다.초경이 약속한 대로 겨울이 오기 전, 부 태사는 도성으로 돌아왔다.그는 환한 모습으로 다시 조영궁에 나타났다. 조금도 허약하고 초췌한 모습이 없었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날려 잘생긴 얼굴을 스쳐 지났다. 그는 예전처럼 늠름한 모습이었다.낙요는 순간 몇 년 전의 섭정왕을 본 것 같았다.날카로운 눈매와 의연한 눈빛에 부드러운 웃음기가 담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여제를 뵙습니다. 소신 죄를 청하러 왔습니다.”부진환이 예를 올렸다.“무슨 죄가 있소?”“여제에게 불경을 저지른 죄입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번에 낙요를 품속으로 안았다. 그는 큰손으로 낙요의 허리를 가볍게 눌렀다. 두 사람의 몸은 바짝 붙었고, 그는 단숨에 낙요의 입술을 탐냈다.그동안의 그리움은 뜨거운 키스로 변했다.낙요의 심장은 마치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나른하게 그의 품속에서 그의 맹렬한 공세를 묵묵히 견뎌냈다. 그녀는 상황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한참 키스를 하고서야 부진환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연지를 가볍게 닦아내고 아쉬운 듯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마지막 모습도 못 볼 줄 알았소.”낙요가 그를 꽉 안았다.“나도 그렇소.”“초경이 있어서 다행이오.”그녀의 말에 부진환이 살짝 멈칫하다 의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다 알고 있던 것이오?”낙요는 그를 끌고 연탑에 앉았다.“이렇게 큰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소?”“현책은 거짓말에 능하지 않소. 특히 거짓말을 하느라, 날 피하며 만나지도 않았소. 내가 어찌 모르겠소?”“혼자
“방금 살펴보니, 확실히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낙요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초경이 말을 이었다.“그를 위해 연명할 수 있습니다.”낙요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연명이라니?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부진환의 말대로, 만약 금술로 그를 위해 팔자를 고치면 분명 화를 입을 것입니다.”“하지만 전 할 수 있습니다.”“우리 천초를 구해줬으니, 당신에게 신세를 졌습니다.”“당신들의 수명은 저보다 짧습니다. 제가 부진환을 구한다면, 그의 목숨도 구할 수 있고, 나에게도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낙요는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걱정하던 마음도 사라졌다.“참 고맙습니다!”초경이 웃으며 말했다.“일단 궁으로 데려다줄 테니, 다시 청주로 돌아와 그를 치료할 것입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분명 활력 가득한 부 태사를 돌려줄 것입니다.”“그동안 천초를 잘 돌봐주십시오.”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챙길 것입니다.”송천초는 아직도 통천탑에서 내단을 흡수하고 있다. 워낙 긴 과정이라 절대 급해선 안 된다.-다음 날 아침.계진이 제때 약을 들고 부 태사를 찾아왔다. 방문을 열고 보니, 부 태사는 온데간데없었다.깜짝 놀란 계진은 탁자 위에 남겨진 편지를 발견했다.열어보니 확실히 부 태사의 필적이었다. 편지에는 찾지 말라는 말 한마디뿐이었다.계진은 안색을 바꾸고 바로 약그릇을 내려놓고 그를 찾으러 갔다.동네방네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부 태사를 본 적 없었다. 그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계진은 말할 엄두도 나지 않아 부하들을 데리고 청주성 안팎을 찾아다녔다.그는 부 태사가 절망감에 휩싸여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봐 무서웠다.연이어 6일을 찾았지만, 부 태사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향 장군도 사람을 데리고 찾아다녔다. 다들 불안한 마음에 잠시도 쉴 수 없었다.심지어 바닷속에도 사람을 보내 뒤지게 했다.향 장군이 이 일을 궁에 보고하려던 때, 누군가
부진환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슨 방법이든 시도할 것이다.어느덧 늦은 밤이 되었다.이곳에서 송천초를 지키던 초경이 마침 낙요를 만났다.초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한밤중이 되도록 책을 뒤지다니.”낙요는 책자를 보며 대답했다.“몸을 바꿀 술법을 찾고 있습니다. 부진환이 그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살짝 멈칫했다.“그렇게 힘이 넘쳐 보였는데, 어찌...”“함께 청주로 가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떻소? 정녕 치료할 방법이 없다면 다시 이 일을 생각하시지요.”그 말을 듣고 낙요가 살짝 놀랐다.“지금이요?”초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떠나면, 내 속도로 날이 밝기 전에는 돌아올 수 있습니다.”“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이어 초경은 낙요를 태우고 청주로 출발했다.늦은 밤, 낙요는 부진환이 묵고 있는 집으로 왔다.방 안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고, 짙은 약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방안에는 기침 소리도 들려왔다.부진환의 소리였다.낙요는 잔뜩 긴장한 채 앞으로 걸어가 문을 밀고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였다.“태사, 약이 다 되었습니다.”계진이 약그릇을 들고 왔다.부진환은 약을 마신 후에도 여전히 끊임없이 기침했다. 계진이 걱정스럽게 설득했다.“제가 의원을 부르겠습니다!”부진환은 그를 막았다.“그럴 필요 없소.”“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소. 의원을 불러도 소용없을 것이오.”계진은 너무 걱정되었다.“태사, 이 일을 속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다들 알고 있어야 방법을 생각해 낼 것입니다.”“게다가 여제께서 얼마나 대단하십니까?”“팔자를 바꾸는 것도 하실 수 있는데, 어찌 태사를 구하지 못하겠습니까?”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침서와 청연의 스승은 청연이 천벌을 피할 수 있게 몸을 바꿔주었소
조영궁에 도착하자마자 낙현책은 바로 무릎을 꿇고 사죄헀다.“돌아온 지 오래됐지만, 여태껏 여제께 문안을 드리러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낙요가 천천히 차 한 잔을 따랐다.“이번에 공도 세웠고 잘못한 것도 없으니, 진작 나를 만나러 왔어야 했다. 이렇게 네 스승에게 너를 청해오라고 해야 했느냐?”“말해보거라. 무슨 일을 숨기고 있는 것이냐?”“넌 속이 훤히 보이는 아이니까,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거라.”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찌푸렸다.우유가 그 모습을 보고 설득했다.“여제의 말도 듣지 않는 것이냐?”“할 말이 있으면 여제에게 잘 말해보거라.”낙현책은 한참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여제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그에게 약속했습니다.”낙요는 잠시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그? 네가 말하는 사람은 부 태사이냐?”“부 태사가 숨기는 일이 있는 것이냐? 너까지 숨기라고 한 것이냐?”“내 말을 들을 것이냐? 아니면 부 태사의 말을 들을 것이냐?”싸늘한 낙요의 말투에 압박감을 느낀 낙현책은 순순히 답했다.“사실 부 태사께서 바다의 독을 다스려야 하므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의 몸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여제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몸이 좀 좋아지면 돌아오겠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듣고 낙요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몸이 좋지 않다고? 심각한 것이냐?”낙현책이 답했다.“청주에서 모든 일을 직접 하셨습니다. 병사들을 따라 바닷가의 막사에서 지내며 오랫동안 고생하다 보니, 결국 병을 얻었습니다.”“의원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푹 쉬셔야 한다고 했지만, 종일 쉴 새 없이 바삐 돌아치며 눈을 붙이지 못했습니다.”“게다가 동하국을 공격할 때 상처를 조금 입으셔서 병세를 가중했고 몸도 허약해지셨습니다. 여제께서 걱정하실까 봐 나은 후 돌아오려고 했습니다.”“절대 근황을 여제께 알리지 말라고 떠나기 전까지도 신신당부하셨습니다.”그의 말에 낙요의 마음은 착잡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