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391 - Chapter 400

3107 Chapters

제391화

낙청연은 미간을 좁혔다. 며칠 안 되는 사이에 이렇게 큰 변고가 생길 줄은 예상치 못했다.태부부의 전체적인 풍수나 분위기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약간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져 기세가 점점 쇠퇴하고 있었다.“죄를 인정해 자결했다니요?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낙청연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낙용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범산화까지 조사했는데 그 뒤로는 진척이 없다. 범씨 어르신께서 직접 저택까지 찾아오셔서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하셨다. 범산화는 현재 랑랑의 부군이니 아버지께서도 그냥 보고만 계실 수는 없으셨지. 그래서 낙해평에게 범산화를 한 번만 구해달라고 사정했다.”낙용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목이 메었다.“하지만 낙해평이 너무 무능했지.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일의 배후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 일이 끝을 맺으려면 누군가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아버지를 뵈러 왔는데… 아버지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구나. 그리고 죄를 인정하는 혈서를 남겨 아랫것들에게 궁으로 보내라고 분부하셨다.”말하면서 눈물을 닦는 낙용의 얼굴은 짧은 사이 몇십 년은 늙은 것 같았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해평!”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둘째 삼촌!”부랴부랴 달려온 낙해평은 침상 위의 장면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둘째 삼촌…”낙해평을 본 낙용은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잔을 그에게 힘껏 던졌다.“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온 것입니까? 당장 나가세요! 나가시라고요! 당신은 저희 아버지의 앞에 나타날 자격이 없습니다!”낙용은 눈이 벌겋게 되었고 온몸이 경직됐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낙해평을 죽이고 싶었다.낙해평은 피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어서 잔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난 정말 둘째 삼촌을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나도 둘째 삼촌이 이런…”낙해평이 비통한 표정을 짓자 낙청연은 질식할 것 같았다.화가 머리까지 치솟았던 그녀는 낙해평의 얼굴에 주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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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으니 조심하거라.”낙청연은 살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깊은 눈매에서 걱정스러움이 느껴졌다.이상한 일이었다.낙청연은 몸을 곧추세우며 시선을 돌렸다.방 안에서 범씨 어르신은 자책하고 또 죄송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침상 옆에서 많은 얘기를 했고 그 말들은 전부 진심이 담긴 감격의 말이었다.그리고 그녀는 낙용에게 말했다.“낙태부를 안장할 때가 되면 저희 가족을 데리고 수도를 떠나 제 친정인 계양(溪陽)으로 갈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범씨 어르신의 친정은 계양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족 수가 많지 않았기에 집 한 채만 있으면 충분히 근심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낙용은 그 말에 미련 가득한 얼굴로 낙랑랑의 손을 잡았다.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수도 곳곳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이곳을 떠나야 안전하게 살 수 있었다.“그래, 계양으로 가거라. 거기가 더 안전하다.”낙랑랑은 눈물을 쏟으며 무릎을 꿇었다.“어머니!”낙용 또한 그녀처럼 눈물을 흘렸다. 낙용은 낙랑랑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더니 그녀의 뺨을 적신 눈물을 닦아줬다.“내 말 듣거라. 계양으로 가거라. 수도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을 떠나면 평온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벽에 기댄 낙청연은 문득 낙랑랑의 점괘를 봐줬던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지는 못해도 평탄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고 그럭저럭 괜찮은 운명을 타고난 자였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녀의 평탄한 인생이 낙태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줄은 몰랐다.세상은 복잡하고 사람들의 운명은 마치 그물처럼 얼기설기 얽히게 되어 서로 다른 결과를 생성하게 된다.사람들의 운명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다.낙씨 집안에서는 낙태부의 제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낙청연과 부진환은 태부부를 떠났다.부진환은 곧장 입궁했고 낙청연은 그와 동행하기 어려웠기에 홀로 섭정왕부로 돌아왔다.“왕비 마마, 괜찮습니까? 안색이 아주 안 좋습니다.”줄곧 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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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소유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물었다.“오황자의 상처는 어떠합니까? 좀 나아졌습니까?”고 신의가 대답했다.“가장 좋은 약을 써서 지금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 원래 몸이 허약하셨던 분이라 며칠 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이 혼미할 때도 계속 왕비 마마의 상처를 걱정하시더군요. 왕비 마마는 어떻습니까?”소유가 대답했다.“왕비 마마께서는 거의 다 나았습니다. 고 신의께서 오황자를 설득하시지요. 염려해서는 안 될 걸 자꾸 염려하시다 보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소유는 몸을 돌려 떠났고 낙청연도 발소리를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뒤 소유가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부운주가 상처를 입다니?어쩐지 며칠째 그가 보이지 않았다.새끼손가락이 잘리다니, 설마 부진환이 모함당해 형을 집행당한 것일까?그래서 부운주의 손가락을 잘라 태후에게 사람을 놓아주라 협박한 것일까?아무리 고민해봐도 그 가능성밖에 없었다.부운주는 겉으로 보기엔 섭정왕부에서 요양하는 것 같지만 그가 태후의 약점으로 부진환의 손에 잡혀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부진환은 모함을 당해 옥에서 고문당했으니 부운주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태후를 위협했을 수도 있다.그러니 굳이 그녀가 방법을 생각해 부진환을 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태후는 부운주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그를 놓아줄 것이다.하지만 태후가 모진 마음을 먹는다면 부운주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생각을 마친 낙청연은 부운주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자신의 목숨이 남의 손에 달려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무섭고 두렵고 단 한 번도 마음 놓고 살지 못하겠지.낙청연은 한숨을 쉬었고 때마침 방 안에서 나온 송천초는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한숨을 쉬십니까?”낙청연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얘기했고 송천초 역시 안타까워했다.“낙부인께서 범씨 집안이 수도를 떠나는 걸 허락하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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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저랑 함께 가시지요.”송천초는 우산을 들고 낙청연과 지초와 함께 왕부를 떠났다.낙청연은 만보루로 향했다.만보루는 평소처럼 장사가 계속됐다. 그들은 봉주 도난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고 그들의 장사 또한 영향받지 않았다.낙청연이 그곳에 도착하자 만보루의 점원은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고 얼른 다가가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왕비 마마, 무엇이 필요하십니까?”낙청연은 곧바로 대답했다.“다음 달에 우리 아버지 생신이신데 놀라움을 드리고 싶어 만보루에 선물을 사러 왔다.”물건을 사러 왔다는 말에 점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얼른 낙청연을 위층에 있는 별실로 안내했고 열정적인 태도로 차를 올렸다.곧이어 그는 그림들을 잔뜩 안고 와서 말했다.“이것이 저희 만보루에 있는 모든 수장품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으니 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면 얘기해주십시오. 바로 가지러 가겠습니다.”낙청연은 태연한 얼굴로 그림을 고르면서 한 장 한 장 빼내기 시작했고 총 서른 장이 넘는 그림을 골랐다.“왕비 마마, 많이도 고르셨습니다. 전부 다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전부 가져올까요?”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다 가져오거라.”“알겠습니다.”그녀가 선택한 물건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으며 화병도 있고 장식품도 있었다.물건이 하나둘 옮겨지면서 방 전체가 가득 찼다.낙청연은 그것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점원이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낙청연이 입을 열었다.“이것들 전부 사겠다.”그 말에 점원은 깜짝 놀랐다.“네? 전부 다요?”서른 개가 넘으니 가격이 꽤 높았다.“전부 다 살 것이다. 가서 가격을 계산해 보거라.”낙청연의 호쾌한 대답에 점원은 잔뜩 들떠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당장 장궤를 찾아 가격을 계산해 보겠습니다.”점원이 떠나자 송천초는 가득 쌓인 물건을 바라보며 의아하게 물었다.“이렇게 많이 사시게요? 가격이 꽤 나갈 듯한데. 전부 아버님께 드릴 생각이십니까? 아깝지 않으십니까?”낙청연은 차가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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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이 물건들을 전부 다 팔게 된다면 왕비 마마께서 다시 이곳에 오셔서 은자를 챙기시면 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물건들은 내가 한 번 검사해 봐야겠다. 내친김에 표기도 해 놓을 터이니 장궤는 가서 먹과 붓을 가져오거라.”아직 돈을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장궤는 무섭지 않았다. 상대는 섭정왕비이고 승상부의 딸이니 돈을 떼먹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장궤는 사람을 시켜 먹과 붓을 가져오게 했고 이내 별실을 나갔다.낙청연은 화병 하나를 들고 보면서 말했다.“지초야, 몰래 물건 좀 가져오거라.”지초는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낙청연은 작은 목소리로 분부했다. 곧이어 지초가 별실을 나섰고 낙청연은 붓을 들어 화병 아래 부문을 적기 시작했다.송천초는 부문을 알아볼 수 없었기에 옆에서 간식을 먹으며 물었다.“이 물건은 전부 낙해평에게 줄 것이 아닙니까? 이 물건들이 그를 재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까?”낙청연은 덤덤히 대꾸했다.“재수만 없는 게 아니다.”가까이 다가간 송천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부문들이 전부 다른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닥에 놓이는 화병은 구석 쪽에 놓일 것이고 작은 장식품들은 선반에 놓일 것이다. 이것들은 각기 다른 곳에 놓일 것이니 다른 부문을 적어야 서로 다른 진법 기세를 이룰 수 있다.”송천초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그 말은 처음부터 이 물건들을 어디에 놓을지 다 생각해두셨다는 뜻입니까? 하지만 낙해평이 당신의 말대로 놓지 않는다면요?”낙청연이 대답했다.“제자리에 놓는다면 살기가 더 강해질 수 있고 저택 안의 풍수를 더욱 빨리 파괴할 수 있지. 하지만 제자리에 놓지 않는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부문을 다 그리고 나니 지초가 돌아왔다.지초는 작은 주머니를 탁자 위에 쏟았고 그 안에서 쌍두침(雙頭針)과 얇은 칼날이 와르르 쏟아졌다.그녀는 붉은색 실로 쌍두침과 칼날을 조심스럽게 한데 묶었고 송천초와 지초가 옆에서 그녀를 도왔다.다 묶어 놓은 뒤 쌀풀로 칼날을 화병 아래에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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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그는 그녀의 겉옷에 달린 모자를 씌워줬다.너무도 가까운 거리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 고뿔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덤덤한 어조에서는 친절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에서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낙청연은 당황스러웠다.그녀는 이런 부진환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부진환은 걸음을 옮겨 앞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범산화는 풀려났다. 낙태부의 자백서가 조정으로 올라갔고 폐하께서 이 사건을 이로써 종결할 거라 얘기하셨다. 하지만 낙태부는 과거 많은 공을 세웠으니 그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고 그의 가족 또한 건드리지 않을 거라 하셨다. 그리고 조정의 신하 또한 그의 죽음을 기릴 수 있도록 윤허하셨다.”부진환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고 낙청연은 답답했다.“왜 조사를 이어가지 않는 겁니까? 낙태부를 죽음까지 몰아간 사람은 아무런 벌도 받지 않는 겁니까?”부진환은 유감스럽다는 듯이 말했다.“벌써 며칠이 지났고 증거들은 모두 처리됐다. 범산화는 자기 친구를 위해 봉주를 팔았다고 했지만 그가 말한 그 친구는 이미 죽었다. 종묘 제사를 책임졌던 의심스러운 궁녀 역시 시체만 남았다. 계속 조사한다고 해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진짜 봉주를 찾는 일은 누가 발설한 것입니까? 그들은 고작 하룻밤 사이에 범산화를 희생양으로 삼아 죄를 뒤집어씌울 계략을 짰습니다.”부진환은 잠시 침묵했다가 대답했다.“낙해평이다. 네가 입궁한 그날 밤, 낙해평은 예부 상서를 찾아갔고 두 사람이 연합해 봉주 도난 사건을 조사했다. 아마 그 때문에 진범이 사태를 파악한 걸지도 모른다.”그 말에 낙청연은 이를 갈았다. 또 낙해평이었다.낙태부는 낙해평 때문에 죽은 것이다!“낙해평이 주동적으로 봉주 도난 사건을 밝히는 게 남에게 밝혀지는 것보다는 낫지. 그는 이번에 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공을 세웠다.”낙청연은 경멸을 담아 웃었다.“낙태부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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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낙해평은 왜 오지 않았는가? 그는 태부부의 대문 밖에서 저지당해 들어올 수 없었다.그래서 낙월영이 향을 올리러 온 것이다.낙청연이 향에 불을 지피려는데 갑자기 손 하나가 나타나 그녀가 들고 있던 향을 빼앗았다.고개를 들어보니 낙운희가 울어서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우리 할아버지를 죽여 놓고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온 것입니까? 전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향을 올리는 걸 반대합니다! 당장 나가세요!”낙운희는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향을 향로 안에 꽂은 뒤 곁눈질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쉬이 알아챌 수 없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녀를 힐끔거린 낙청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아마 낙월영은 낙운희에게 또 헛소리했을 것이고 낙운희는 또 멍청하게 낙월영의 말을 전부 믿었을 것이다.“낙운희, 오늘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소동을 부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매로 그녀를 쳐다봤고 낙운희는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럼 당신은요? 가면을 쓰고 온 건 옳다고 생각합니까?”“나가거라!”바로 그때 낙용이 그곳에 도착해 낙운희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이게 무슨 소란이냐!”낙운희는 눈시울이 빨개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소란을 피우다니요? 어머니!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시려는 겁니까? 낙청연이 어머니의 친딸입니까? 낙청연이 할아버지를 죽인 겁니다!”그 목소리는 영당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찼다.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들었고 낙용은 안색이 잿빛이 되어 버럭 화를 냈다.“네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구나! 얼른 나가거라! 여봐라. 둘째 아씨가 쉴 수 있도록 밖으로 모시거라!”곧이어 하인들이 낙운희를 억지로 끌어냈다.하지만 그들은 낙운희의 입을 막지 못했고 그녀는 울며불며 소리쳤다.“어머니, 모두 낙청연 때문입니다. 낙청연 때문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요! 낙청연이 할아버지를 죽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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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낙용은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낙용은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우리 낙씨 가문은 누군가의 미움을 샀다. 지금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건 전부 그때 그 사건 때문이란다.”그 말에 낙청연은 몸을 움찔 떨었다.“누구의 미움을 샀습니까?”낙용은 고개를 젓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얘기를 이어갔다.“3년 전, 누군가 한 도사를 데리고 저택에 왔었다. 내 어머니가 묻힌 곳이 풍수가 아주 좋지 않다면서 우리 낙씨 가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었지. 우리에게 묘지를 옮기고 그 땅을 팔라고 하더구나. 나와 아버지는 그런 걸 믿지 않았기에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 뒤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누군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고 했고 우리 대신 풍수가 좋은 곳으로 묘지를 옮겨주겠다고 하더구나. 내 생각엔 이 사건의 배후는 바로 그때 그자인 것 같다. 그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 땅을 욕심냈고 내 어머니의 무덤을 파내려고 했기에 난 죽어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 뒤로 도사가 또 한 번 찾아와 우리 집안이 3년 안에 망할 것이라 했었다. 햇수를 세어보니 올해가 삼 년째구나.”얘기를 들은 낙청연은 미간을 팍 구겼다.“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고고, 왜 저한테 얘기하지 않으셨습니까?”낙용은 한숨을 쉬었다.“저번에 너희 할아버지 생신 연회에 있었던 일로 난 누군가 일을 꾸민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너한테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날 우리가 서방에서 나눴던 얘기를 기억하느냐? 이궁의난과 관련된 일이라 그랬다. 배후에 있는 사람은 요사스러운 말로 부진환을 해치려 했고 그래서 우리 태부부 또한 해칠 생각이었겠지.”뒤이어 낙용은 이궁의난에 대해 얘기했다.낙청연은 취한 부진환의 입을 통해 이궁의난에 대해 알게 됐지만 정보가 완전하지는 않았다.이번에 낙용 고고가 해준 얘기는 아주 완전했다.그녀는 누군가 인뇌진을 만들었고 그 방법으로 수많은 황자와 후비를 죽이고 그것을 여비, 즉 부진환의 모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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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낙청연의 추측은 반만 맞은 셈이었다. 낙해평이 범산화를 구하지 않은 건 그의 죄명을 벗길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감히 배후를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관직이 위험했으니 말이다.“며칠 뒤 묘지를 옮길 때 나와 같이 가자꾸나.”낙용은 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듯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자기 딸을 보호할 생각이었고 다른 건 타협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엄씨 가문!엄씨 가문과 엮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녀가 겪었던 많은 일들은 전부 엄씨 가문과 연관이 있었다.낙청연은 더는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낙청연의 신분을 계속해 이용할 생각이었고 섭정왕비의 신분 또한 쓸 것이다.그녀는 부진환을 멀리한다면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휘말려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낙용 고고에게 약을 준 뒤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태부부를 떠났다.가는 길 내내 그녀는 마음이 무거웠다.그녀는 엄씨 가문의 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느꼈다. 아직 엄씨 가문의 사람과 정면에서 부딪쳐본 적은 없었으나 어쩐지 그들과 수십 차례 부딪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하며 섭정왕부에서 태부부로 향했고, 별원으로 갔다가 봉씨 저택으로, 또다시 장락골목으로 갔다.그녀는 수많은 비슷한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정리를 마치니 엄씨 가문은 마치 커다란 그물처럼 그녀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고 그녀는 거기서 도망칠 수 없었다.바로 그때 등 뒤에서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고 잇따라 사람들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말이 놀랐네! 놀랐어! 다들 피해요!”하지만 그 말은 낙청연의 뒤에 있던 작은 골목에서 튀어나온 것이었고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말은 이미 그녀의 등 뒤까지 온 상태였다.낙청연은 재빨리 몸을 돌려 피하려고 했으나 그 말은 기세등등하게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낙청연의 등 뒤는 벽이라 피할 방법이 없었다.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해졌고 그녀가 정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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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고 말을 채찍질하며 비탈을 올랐다.그 길에는 타다 만 지전(紙錢)이 가득했고 낙청연은 움찔했다.그것은 오늘 낙태부를 장송하던 길이었다.설마 낙태부를 보러 가는 것인가?역시나, 부진환이 말을 채찍질해 온 곳은 낙태부의 묘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그는 갑자기 팔을 뻗어 낙청연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낙청연은 얼른 거절했다.“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부진환은 그녀를 놓아주고 먼저 말에서 내렸다.낙청연은 본래 멋지게 말에서 내리고 싶었으나 자신의 체형을 떠올린 그녀는 들키고 싶지 않아 안장을 잡고 조심스레 말에서 내려왔다.그리고 눈을 밟는 순간 몸을 휘청이기까지 했다.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으나 낙청연은 그의 접촉에 굉장히 불편해하며 몸을 피했다.혹시나 그에게 들킬까 그녀는 찬 바람을 맞아 고뿔에 걸린 척 기침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매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을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고 낙청연은 그를 따라 낙태부의 묘지 앞에 도착했다.말은 낙태부의 묘지에 서서히 다가가더니 비석에 조심스레 머리를 비볐다.낙청연은 깜짝 놀랐고 부진환은 뒷짐을 진채로 말했다.“이 말은 태부와 오랫동안 함께 했었지. 이름은 장소(長嘯)다. 장소는 늙은 말이라 마구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튀어나오다니, 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하다. 어렵사리 나왔는데 장소에게도 작별할 기회를 줘야겠지.”부진환은 괴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낙청연은 그의 말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녀는 낙태부의 말에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장소는 낙태부의 무덤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가끔 멈춰 서서 물끄러미 무덤을 바라봤다. 어쩐지 장소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있는 듯했다.낙청연은 그곳에 한참을 있었다.산에서는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낙청연은 연신 재채기했다.날도 어둑어둑해졌다.장소는 비석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갑자기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야, 이젠 가야 한다.”장소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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