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해평은 왜 오지 않았는가? 그는 태부부의 대문 밖에서 저지당해 들어올 수 없었다.그래서 낙월영이 향을 올리러 온 것이다.낙청연이 향에 불을 지피려는데 갑자기 손 하나가 나타나 그녀가 들고 있던 향을 빼앗았다.고개를 들어보니 낙운희가 울어서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우리 할아버지를 죽여 놓고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온 것입니까? 전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향을 올리는 걸 반대합니다! 당장 나가세요!”낙운희는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었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향을 향로 안에 꽂은 뒤 곁눈질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쉬이 알아챌 수 없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녀를 힐끔거린 낙청연은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아마 낙월영은 낙운희에게 또 헛소리했을 것이고 낙운희는 또 멍청하게 낙월영의 말을 전부 믿었을 것이다.“낙운희, 오늘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소동을 부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매로 그녀를 쳐다봤고 낙운희는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럼 당신은요? 가면을 쓰고 온 건 옳다고 생각합니까?”“나가거라!”바로 그때 낙용이 그곳에 도착해 낙운희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이게 무슨 소란이냐!”낙운희는 눈시울이 빨개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소란을 피우다니요? 어머니!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시려는 겁니까? 낙청연이 어머니의 친딸입니까? 낙청연이 할아버지를 죽인 겁니다!”그 목소리는 영당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찼다.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들었고 낙용은 안색이 잿빛이 되어 버럭 화를 냈다.“네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구나! 얼른 나가거라! 여봐라. 둘째 아씨가 쉴 수 있도록 밖으로 모시거라!”곧이어 하인들이 낙운희를 억지로 끌어냈다.하지만 그들은 낙운희의 입을 막지 못했고 그녀는 울며불며 소리쳤다.“어머니, 모두 낙청연 때문입니다. 낙청연 때문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요! 낙청연이 할아버지를 죽인 겁니다
낙용은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낙용은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우리 낙씨 가문은 누군가의 미움을 샀다. 지금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건 전부 그때 그 사건 때문이란다.”그 말에 낙청연은 몸을 움찔 떨었다.“누구의 미움을 샀습니까?”낙용은 고개를 젓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얘기를 이어갔다.“3년 전, 누군가 한 도사를 데리고 저택에 왔었다. 내 어머니가 묻힌 곳이 풍수가 아주 좋지 않다면서 우리 낙씨 가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었지. 우리에게 묘지를 옮기고 그 땅을 팔라고 하더구나. 나와 아버지는 그런 걸 믿지 않았기에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 뒤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누군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고 했고 우리 대신 풍수가 좋은 곳으로 묘지를 옮겨주겠다고 하더구나. 내 생각엔 이 사건의 배후는 바로 그때 그자인 것 같다. 그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 땅을 욕심냈고 내 어머니의 무덤을 파내려고 했기에 난 죽어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 뒤로 도사가 또 한 번 찾아와 우리 집안이 3년 안에 망할 것이라 했었다. 햇수를 세어보니 올해가 삼 년째구나.”얘기를 들은 낙청연은 미간을 팍 구겼다.“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고고, 왜 저한테 얘기하지 않으셨습니까?”낙용은 한숨을 쉬었다.“저번에 너희 할아버지 생신 연회에 있었던 일로 난 누군가 일을 꾸민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너한테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날 우리가 서방에서 나눴던 얘기를 기억하느냐? 이궁의난과 관련된 일이라 그랬다. 배후에 있는 사람은 요사스러운 말로 부진환을 해치려 했고 그래서 우리 태부부 또한 해칠 생각이었겠지.”뒤이어 낙용은 이궁의난에 대해 얘기했다.낙청연은 취한 부진환의 입을 통해 이궁의난에 대해 알게 됐지만 정보가 완전하지는 않았다.이번에 낙용 고고가 해준 얘기는 아주 완전했다.그녀는 누군가 인뇌진을 만들었고 그 방법으로 수많은 황자와 후비를 죽이고 그것을 여비, 즉 부진환의 모비에게
낙청연의 추측은 반만 맞은 셈이었다. 낙해평이 범산화를 구하지 않은 건 그의 죄명을 벗길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감히 배후를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관직이 위험했으니 말이다.“며칠 뒤 묘지를 옮길 때 나와 같이 가자꾸나.”낙용은 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듯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자기 딸을 보호할 생각이었고 다른 건 타협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엄씨 가문!엄씨 가문과 엮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녀가 겪었던 많은 일들은 전부 엄씨 가문과 연관이 있었다.낙청연은 더는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낙청연의 신분을 계속해 이용할 생각이었고 섭정왕비의 신분 또한 쓸 것이다.그녀는 부진환을 멀리한다면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휘말려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낙용 고고에게 약을 준 뒤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태부부를 떠났다.가는 길 내내 그녀는 마음이 무거웠다.그녀는 엄씨 가문의 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느꼈다. 아직 엄씨 가문의 사람과 정면에서 부딪쳐본 적은 없었으나 어쩐지 그들과 수십 차례 부딪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하며 섭정왕부에서 태부부로 향했고, 별원으로 갔다가 봉씨 저택으로, 또다시 장락골목으로 갔다.그녀는 수많은 비슷한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정리를 마치니 엄씨 가문은 마치 커다란 그물처럼 그녀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고 그녀는 거기서 도망칠 수 없었다.바로 그때 등 뒤에서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고 잇따라 사람들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말이 놀랐네! 놀랐어! 다들 피해요!”하지만 그 말은 낙청연의 뒤에 있던 작은 골목에서 튀어나온 것이었고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말은 이미 그녀의 등 뒤까지 온 상태였다.낙청연은 재빨리 몸을 돌려 피하려고 했으나 그 말은 기세등등하게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낙청연의 등 뒤는 벽이라 피할 방법이 없었다.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해졌고 그녀가 정면으로
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고 말을 채찍질하며 비탈을 올랐다.그 길에는 타다 만 지전(紙錢)이 가득했고 낙청연은 움찔했다.그것은 오늘 낙태부를 장송하던 길이었다.설마 낙태부를 보러 가는 것인가?역시나, 부진환이 말을 채찍질해 온 곳은 낙태부의 묘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그는 갑자기 팔을 뻗어 낙청연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낙청연은 얼른 거절했다.“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부진환은 그녀를 놓아주고 먼저 말에서 내렸다.낙청연은 본래 멋지게 말에서 내리고 싶었으나 자신의 체형을 떠올린 그녀는 들키고 싶지 않아 안장을 잡고 조심스레 말에서 내려왔다.그리고 눈을 밟는 순간 몸을 휘청이기까지 했다.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으나 낙청연은 그의 접촉에 굉장히 불편해하며 몸을 피했다.혹시나 그에게 들킬까 그녀는 찬 바람을 맞아 고뿔에 걸린 척 기침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매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을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고 낙청연은 그를 따라 낙태부의 묘지 앞에 도착했다.말은 낙태부의 묘지에 서서히 다가가더니 비석에 조심스레 머리를 비볐다.낙청연은 깜짝 놀랐고 부진환은 뒷짐을 진채로 말했다.“이 말은 태부와 오랫동안 함께 했었지. 이름은 장소(長嘯)다. 장소는 늙은 말이라 마구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튀어나오다니, 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하다. 어렵사리 나왔는데 장소에게도 작별할 기회를 줘야겠지.”부진환은 괴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낙청연은 그의 말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녀는 낙태부의 말에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장소는 낙태부의 무덤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가끔 멈춰 서서 물끄러미 무덤을 바라봤다. 어쩐지 장소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있는 듯했다.낙청연은 그곳에 한참을 있었다.산에서는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낙청연은 연신 재채기했다.날도 어둑어둑해졌다.장소는 비석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갑자기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야, 이젠 가야 한다.”장소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지초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분부대로 움직였다.방문이 닫히고 낙청연은 부적 하나를 꺼내 태운 뒤 그 재를 날려서 탁자 위에 원형을 만들었다.낙청연이 부문쇄를 여는 순간, 안에서 검은 인영이 튀어나왔고 날카로운 손톱과 창백한 손가락이 맨 처음 보였다. 그것은 낙청연의 두 눈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해졌고 그녀는 재빨리 부문쇄를 잡았다.검은 인영은 상반신만 나왔다.낙청연은 부문쇄의 남은 부분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검은 기운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그녀를 향해 고함을 질렀고 그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이 날카롭고 또 처량했다.그녀에게는 아무런 의식도 없었고 오직 강렬한 원한만이 느껴졌으며 두 눈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영식을 흡수당한 꼭두각시였다.의식이 없고 교류할 수 없으며 살육만 할 줄 아는 꼭두각시 말이다.낙청연의 방 안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그녀는 쌀 한 통을 가져와 세 장의 정화부(淨化符)를 그린 뒤 그것을 태워서 쌀통 안에 넣었고 쌀 한 움큼을 집어 검은 인영을 향해 던졌다.쌀이 그것을 통과하는 순간 무수한 검은 기운이 흩날리면서 군데군데 불꽃이 붙었다. 검은 인영이 지르는 비명은 더욱더 처절하고 고통스러워졌다. 온몸의 살갗이 벗겨지듯 말이다.쌀 한 통이 거의 다 비워질 때까지 쌀을 집어던졌지만 그것은 여전히 부정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원한이 너무 강해 당분간은 정화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아마 흡수당한 영식을 찾아야만 그녀의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 듯했다.나무 인형에 갇힌 것은 그전의 나무 인형들보다 훨씬 더 강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했다.혹시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낙청연에게 유리했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낙청연은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다시 부문쇄를 이용해 그것을 감싼 뒤 다시 옷소매 안에 넣었다.낙청연은 그것을 몸에 지니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도망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겨둔다면 앞으로 쓸모가 있을지 몰랐다.—며칠 뒤
관은 흰개미에게 처참히 물어뜯긴 상태였다.그 장면을 본 낙용은 큰 충격을 받아 하마터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낙청연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어찌, 어찌 이런 일이!”어머니의 관이 저런 모습이 되자 낙용은 가슴이 쥐어뜯기 듯 아팠다.앞으로 나서서 관을 확인해 본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이것은 질이 좋지 않은 목재라 방충할 수 없습니다.”낙용은 깜짝 놀랐다.“그럴 리가! 내가 어떻게 어머니의 관을 짜는데 질 낮은 목재를 쓰겠느냐?”낙청연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누군가 관에 손을 썼나 봅니다. 흰개미가 이렇게 많다니, 흔한 일이 아닙니다.”낙청연이 분부했다.“무덤 주위까지 전부 파보거라!”사람들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땅을 파보니 그 안에는 대량의 소나무가 파묻혀 있었고 그것은 흰개미의 소굴이 되어있었다.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벌인 짓이었다.“고고, 아마 고고께서 땅을 파는 것을 거절했을 때 이미 손을 쓴 듯합니다. 이 물건들을 보니 적어도 1년 이상은 된 듯합니다.”낙용은 울화통이 치밀어 가슴을 부여잡았고 곧 쓰러졌다.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고고!”언제가 강해 보이던 낙용은 눈시울을 붉혔고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왜 이런 짓을 한 것이지? 왜? 죽은 사람도 봐주지 않다니!”낙용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비통한 마음에 처절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낙청연 또한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음험하고 악독한 방법으로 이곳의 풍수를 파괴하고 태부부를 해치려 했으니, 아주 악랄한 행위였다.깊은 원한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낙청연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불타올랐다.뒤에서 엄씨 가문을 돕는 사람은 분명 여국의 사람일 것이다.천궐국에도 이런 능력을 갖춘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중 대부분은 은거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음험한 방법을 쓰지 않을 터였다.게다가 취살대진, 인뇌진 같은 것들도 여국 사람들의 수법이었다.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에 낙청연은 경악했다.그들은 야명주로 뭘 하려는 것일까?하지만 이로써 그녀는 이 일이 여국과 관련된 일이고 그들이 여국의 물건을 찾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일로 여국에서 오래전 잃어버렸던 진국지보(鎮國之寶)를 떠올렸다.어릴 적, 그녀의 스승님은 그녀에게 여국이 안타깝게도 진국지보를 잃어버렸고 앞으로 그녀가 커서 대제사장이 된다면 그것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설마 다른 자들이 여국이 잃어버린 진국지보를 찾고 있는 것일까?“됐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낙용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들을 찾아내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두 딸이 있었고 그들을 생각해야 했다.그녀가 죽는다면 그들이 그녀의 두 딸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그렇기에 낙용은 겁이 났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원한을 뱃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낙용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고 그녀를 도와 유골을 정리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관을 바꿨다.그들은 그녀와 낙태부를 함께 묻었다.풍수가 좋은 이 땅을 그들은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부근의 촌민을 찾아 돈을 쥐여주며 그들에게 누군가 이곳에 오거나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제때 보고를 올린다면 큰 상을 내릴 것이라 했다.촌민들은 흔쾌히 승낙했다.—며칠 뒤 낙랑랑과 범산화가 저택에 찾아왔고 그들을 정청으로 모셔서 차를 올렸다.낙청연이 도착했을 때 범산화는 인삼 조각을 차 안에 넣어서 낙랑랑에게 건네주고 있었다.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낙랑랑을 향한 그의 조심스러운 보살핌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낙랑랑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낙청연이 온 걸 보고는 곧바로 찻잔을 내려놓았다.“청연!”“랑랑 언니,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낙랑랑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웃어 보였다.“난 계양으로 떠나려 한다.”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면서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벌써 떠나는
“본왕이 있는데 어찌 혼자란 말인가?”부진환은 뒷짐을 지면서 느긋하게 걸어왔다.그의 등장에 낙청연과 낙랑랑은 살짝 놀랐다.“왕야!”범산화는 급히 예를 갖췄고 낙랑랑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때마침 밖에서 범씨 집안의 마차를 보게 되었소. 범씨 어르신께서 오래 기다리신 듯하더군.”부진환이 일깨웠다.낙랑랑은 아쉬운 얼굴로 낙청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난 이만 가보겠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마침 일이 없으니 나도 왕비와 함께 배웅하겠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부진환은 아마 처음으로 사람들의 앞에서 그녀가 왕비라는 것을 인정한 듯했다.갑자기 성격이 변한 걸까?낙청연은 이런 부진환이 낯설게 느껴졌다.낙청연은 부진환과 함께 말을 타고 범씨 집안의 마차를 성 밖까지 배웅했다.마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눈에 담은 낙청연은 아쉬운 기분이 들고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언제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바로 그때, 부진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범씨 어르신은 계양에 큰 가업이 있다. 친척이 많지만 범씨 어르신과 범산화가 낙랑랑을 보살핀다면 낙랑랑이 괴롭힘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들은 곧 말을 타고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고맙습니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진환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비록 그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고개를 돌린 낙청연은 그의 모습에 미간을 팍 구겼다.뭘 웃는 것일까? 또 무슨 나쁜 생각을 하는 것일까?두 사람은 말을 타고 느긋하게 섭정왕부로 돌아왔고 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보았다.가는 길에 의논 소리가 들렸다.“저것은 섭정왕과 왕부의 못생긴 왕비가 아닌가? 섭정왕은 그녀를 아주 미워한다고 들었는데 어찌 그녀와 동행하는 것인가?”“그러게 말이네. 섭정왕은 저렇게 잘 생겼는데, 못생긴 왕비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지.”“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