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 신의는 떠나지 않았다.“왕야, 왕야께서 저를 보내신 건 왕비 마마의 얼굴을 치료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낙청연은 거절했다.“내 얼굴은 고칠 수 없다. 고칠 수 있다고 한들 어떠하리? 예전에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을 때도 왕야께서는 날 싫어하셨다.”고 신의는 나쁜 의도가 있었고 설사 그가 진짜 그녀의 얼굴을 고칠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에게 얼굴을 보여줄 수 없었다.그녀는 아프지도 않았고 상처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아직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이 빠졌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저낙이라는 걸 들킬지도 몰랐다.“왕비 마마, 그렇게 소극적이면 안 됩니다. 병이 있다면 병을 치료해야 하고 상처가 있다면 상처를 치료해야지요!”고 신의가 그녀를 설득했으나 낙청연은 입을 꾹 다물고 지초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하지 않았다.잠시 뒤 소유가 찾아왔고 핑계를 대며 마당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그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소유는 밖에서 입이 마를 정도로 그녀를 오랫동안 설득했지만 낙청연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방 안에서 서글피 울기 시작했다.“다들 날 싫어하는구나. 내가 왕야의 체면을 구기게 했다고 싫어하고 날 다시 데려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돌아와도 너희들 모두 내가 죽기를 바라지.”큰 소리로 운 것은 아니었으나 울먹이는 어조를 들으니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결국 소유는 어쩔 수 없이 왕야에게 보고를 올렸다.부진환은 그의 말을 들은 뒤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고집이 그렇게 세단 말이냐?”소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얼굴에 남은 상처로 인해 마음에 크게 멍이 들었나 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상처를 입어 침상에 누워있을 때도 계속 가면을 쓰고 있어 지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괜히 짜증이 났다.“고 신의는 방법이 없는 것이냐? 먼저 약을 주면 안 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소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는 즉시 사람을 시켜 방문을 열어 부운주를 방안으로 들였다.낙청연이 부운주의 손목을 스쳤을 때, 그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방안은 따뜻했고, 그에게 삼탕까지 먹였더니, 부운주의 몸은 차츰 따뜻해졌다.낙청연은 그의 맥을 짚어 보았다. 부상이 주요 원인이었다.또한 부운주는 손을 싸매고 있었지만, 새끼손가락이 없어졌다는 것이 분명하게 눈에 띄었다.부운주는 흐리멍덩하게 깨어나더니,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청연, 폐를 끼쳤구나!”낙청연은 그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면서 말했다: “많이 다치셔서, 휴식이 필요하신데, 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부운주는 걱정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며, 잠깐 머뭇거리더니 무거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 “청연, 너는 겨우 헤쳐 나왔는데, 나는 네가 다시 또 늪에 빠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부운주는 말을 하며, 은은한 눈빛으로 문밖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나는 항상 너를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진실한 벗으로 여겼다. 내가 서운하고 괴로워할 때마다, 오직 너만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나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의 운명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괴뢰이고, 도구일 뿐이다.”“그러나 너는 나와 다르다. 너는 나보다 자유롭다. 나는 네가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걸어 나가, 자유로운 세상을 만끽했으면 좋겠다!”“혹시 내가 이기적이어서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너에게 기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하지만 나는 정말 지금 너의 이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부운주의 목소리는 가냘프면서도 무거워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이는 낙청연의 어린 시절 자신이 생각나게 했다.그녀는 사수를 두려워했고, 칠흑 같은 밤, 바람 소리를 무서워했으며, 뇌우 치는 밤, 혼자 잠드는 것을 무서워했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런 것들을 배워야 했는지! 그녀는 무서웠다!하지만 사부는 그녀를 강요했고, 그녀도 자신이 마치 괴뢰같았다. 운명을 스스로 좌우지할 수 없는 꼭두
무거운 발걸음 소리처럼, 한 걸음씩 사람의 마음속을 밟았다.부디 부운주가 생각을 좀 넓게 가지기를 바란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몸은 지치고 말 것이다.그는 큰 병이 없었다. 있다면 그저 마음의 병일뿐이다.부운주가 떠나간 후, 누구도 그녀를 찾아와 귀찮게 하지 않았다.부진환도 온 적이 없었으며, 낙청연도 나가지 않았고 매일 마음 편히 요양하고 있었다.낙해평의 생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경도의 많은 사람은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리하여 낙청연이 만보루에 두었던 그 물건들은, 잇달아 조금씩 팔려나갔다.이 소식들은 지초가 나가서 그녀를 위해 알아본 것들이었다.약포 쪽도 모두 다 괜찮았다. 다만 송천초는 매일 점치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조금 골치 아팠다.듣기로는. 부진환도 몇 번 다녀갔다고 했다. 그러나 매번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갔으나,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날씨도 점점 따뜻해졌다.낙청연은 옷 속의 솜을 일부 뜯어냈다.지초는 그녀에게 치장해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왕비, 지금 이 날씨에 벌써 솜을 뜯어야 하는데, 그럼 여름에는 어떡합니까?”“이렇게 두껍게 입을 수 없습니다. 아니면 더워서 병이 날 것입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여름뿐만 아니라, 지금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쉽게 들통날 것이다.”필경 이 두꺼운 솜을 입으면, 정말 뚱뚱한 것과는 다르다.겨울에 입는 옷은 두껍고, 외출할 때는 소매 없는 외투를 걸쳤다. 사람들과 잠깐 접촉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하지만 봄이 되자, 옷을 가볍게 입어야 한다. 팔을 꼬집으면, 전부 솜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그래서 그녀는 정원에 숨어 두문불출하고 있다. 부진환과 접촉할까 봐 두렵고, 그에게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그럼 어떻게 합니까?” 지초는 근심이 가득했다.낙청연은 뜯으면서, 한편으로는 꿰매면서 말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천천히 살이 빠져야 한다!”살이 조금씩 빠져야,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게다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고
백 년 선삼,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이것은 송천초의 약재이다!그 전에 그녀가 다쳤을 때, 송천초가 치료하러 찾아왔다가, 통 크게 진귀한 약재들을 아주 많이 내놓았다.그때 부진환에게도 조금 주었다.그중에 백 년 선삼이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은 이토록 귀한 약재를 낙해평에게 선물했다!낙해평은 자격이 없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놀라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눈빛으로 그에게 무슨 뜻이냐고 묻고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비록 주위 사람들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지만, 낙해평은 그저 점잖게 웃을 뿐,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그들은 모두 속으로 훤히 알고 있었다. 만수도를 드리는 효심은, 얼마나 거짓인지!연회가 끝난 뒤, 그녀는 기회를 틈타 부진환을 끌고 사람이 없는 화원으로 갔다.“왕야, 무슨 뜻입니까? 혼자 선물하면 그만이지, 왜 제거도 대신 준비하셨습니까? 저는 그럼 왕야의 호의에 감사해야 합니까?”낙청연은 화를 참고 있었다.부진환의 눈빛은 약간 무거워졌고, 뒷짐을 쥐더니 말했다: “하인이 준비했을 뿐이다.”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하인이 준비했습니까? 그럼 백 년 선삼도 하인이 준비한 것입니까? 만약 저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것은 송 낭자가 저의 상처를 치료하라고 준 약재입니다!’부진환의 눈빛은 약간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이것은 본왕의 돈으로 산 것이다. 어떻게 쓰는지를 너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냐?”이 말은 낙청연의 마음속 분노를 가시지 않게 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낙 태부는 왕야가 제일 존경하는 스승이 아닙니까? 보아하니 낙 태부의 죽음을, 왕야는 그렇게 슬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낙해평에게 이토록 귀중한 큰 선물을 드릴 수 있습니까?”그녀의 어투는 비꼬는 뜻을 띄고 있었다.그전까지 그녀는 부진환은 비록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하지만, 그래도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낙 태부를
그는 특별히 사람을 시켜 그녀 대신 선물을 준비했다. 그녀는 낙해평을 증오하기 때문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사람을 시켜 대신 준비하여,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반응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가 제멋대로 일을 결정한 것이 되어버렸다!“낙청연! 본왕은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다른 궁리하지 말거라!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하지만 섭정왕부는 연루시키지 말거라!”부진환은 화가 치밀어 올라, 자기도 모르게 심한 말을 내뱉었다.바로 이때 모퉁이에서 봤던 그 사람이 드디어 앞으로 걸어오더니 화내는 부진환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왕야, 화내지 마십시오. 오늘 빈객들이 많은데, 혹시 다른 마음을 먹은 사람이 들으면, 또 왕야와 언니를 의론하고 말 것입니다.”낙월영은 이해심이 많은 척하고 있었다. 오히려 곁에 있는 낙청연이 일부러 소란을 피우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낙월영을 보더니, 어투는 단번에 온화해졌다: “괜찮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내리 깔고, 다정하게 소곤소곤 예기했다: “요즘 왕부에 들리지 않아, 왕야의 상처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부진환은 대답했다: “괜찮다. 작은 상처일 뿐이다.”낙월영은 안타까운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왕야는 정말 좋습니다. 언니를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말했듯이, 왕야는 역시 의리와 정을 중시하는 분이십니다.”말을 하더니, 낙월영은 상냥하게 웃었다.이 말의 뜻은, 즉 부진환은 낙청연을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해주었는데, 낙청연은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감지덕지했을 것이다.두 사람이 그녀 앞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니, 낙청연의 마음은 몹시 답답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가버렸다.보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보더니, 낙월영의 입가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지더니 상냥한 어투로 계속해서 말했다: “왕야, 저의 아버지를
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일어나 바로 마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저택으로 들어갔다.부진환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해명하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아예 듣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부진환의 마음은 몹시 답답했다. 그는 마차에서 내리더니 바로 저택으로 들어갔다.소유는 즉시 앞으로 다가와 맞이하였다: “왕야, 황상께서 방금 사람을 보내 봄 사냥할 시기가 곧 다가오니, 왕야께서 입궁하여 상의하자고 하셨습니다.”부진환의 어투는 퉁명스러웠다: “안 간다.”그는 성큼성큼 내원으로 걸어 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국가 대사에 신경 쓰지 않고, 하루 종일 놀 생각만 하니, 조만간 황제의 자리마저 말아먹고 말 것이다!”소유는 잠깐 멍해 있더니, 더 이상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왕야는 오늘 승상부의 연회에 다녀오셨다. 그런데 왜 화나신 건가?마치 화약을 먹은 것 같았다.--낙해평의 생신 이후, 낙청연과 부진환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었지만, 더 이상 만난 적이 없다.그녀의 정원 문은 늘 닫혀 있었다. 매일 지초와 등 어멈이 드나들며 식사를 나르는 외에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다.낙청연은 벌써 점포로 돌아가 장사를 계속하고 있었다.다만 매일 밤이 되어서야 슬그머니 저택으로 돌아왔다.등 어멈이 문을 열어주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겨울에 내렸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추위는 점점 물러갔다. 길가에 행인들도 점점 많아졌다.장락 골목도 하루가 다르게 떠들썩해졌다.매일 대갓집 마차들이 들어와서, 산명 노점 앞에서 멈췄다.간혹 한두 명 명망 있는 인물도 오는데, 그때는 문을 닫고 점을 봐야 했다.낙청연도 이 경도의 권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의 각자 번뇌까지 알게 되었다.어떤 분은 첩을 들이려고 했으나, 집안의 정처가 용납하지 않아, 억지
하지만 머리 위에서 고통스러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왜 나를 밟는 거야!”진소한은 아파서 하마터면 발을 끌어안을 뻔했다.송천초는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진소한을 보는 그 순간, 당황하고 불안했던 그 마음은 그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안전감을 찾았다.“당신이었네요!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송천초는 주위의 어두운 기운이 다소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심리작용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멀리서 네가 보여, 불렀더니 못 듣더구나! 네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이곳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너의 비명이 들려,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진소한은 말을 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더니 땅바닥에 널려 있는 야채와 과일을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송천초는 긴장하여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더니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까?”그녀는 두려워서 눈도 뜨지 못했다.“정말! 도대체 무엇에 놀란 것이냐? 이마에 땀을 좀 봐!” 진소한은 말하면서 일어서더니 이마의 땀을 닦아주었다. 놀란 송천초는 눈을 번쩍 떴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서 있다니! 송천초는 당황하여 뒷걸음쳤다.“어떤 위험한 것을 보았느냐?” 진소한은 다정하게 물었다. 주위를 관찰해보니, 아무 이상 없었다.송천초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닙니다. 돌아갑시다.”진소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오늘 반찬거리도 많이 산 것 같은데, 내가 가서 밥을 얻어먹어도 괜찮겠지!”송천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안 된다고 하시면 안 가실 겁니까?”“그래도 반드시 갈 것이다. 네가 안 된다고 해도, 저 신산은 개의치 않을 거니까!”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면서 골목을 걸어 나와, 되돌아갔다.송천초는 돌아오는 길 내내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도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소한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점포로 돌아온 후, 진소한은 아주 적극적으로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거대한 꼬리를 틀고 땅바닥에 앉아, 비늘이 청석을 긁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듣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천지 만물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변했고, 유독 앞쪽 끝자락에서만 빛을 발하고 있었다.낙청연은 침착하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그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앞쪽의 그 빛 속에 있는 큰 뱀을 경계하며 쳐다보았다.“아직도 그녀를 놔줄 수 없는 것이냐? 이미 진실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를 버린 적이 없다.”낙청연은 소매 속에 든 비수를 꽉 움켜쥐었다.큰 뱀은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리더니, 분노하며 입김을 불었다. 걸걸하면서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남자는 누구야!”“그녀 곁에 있는 그 남자는 누구냐고 말이다!”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숨결은, 강렬한 살기를 몰고 왔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이것부터 물어보다니!보아하니 그는 송천초를 더 이상 죽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그 사람이 누구든,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낙청연은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그러나 그는 낙청연의 생각을 알아버렸다. 생기 없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이 나를 죽이면, 그녀도 죽을 것이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뭐라고?’남자의 목소리는 중후하면서도 걸걸거렸다: “나는 오래전에 벌써 그녀와 명계(命契)를 맺었다. 나를 믿지 못하겠으면, 그녀의 어깨 뒤에 명계 인기(印記)를 한번 보거라.”“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찌 너희들을 이렇게 빨리 찾아올 수 있었겠느냐?”“명계만 있으면, 그녀의 생명은 나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나의 상처는 빨리 낫는다.”“나의 실력은 아직 전성기까지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쉽게 나를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결국 둘 다 손상을 입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그럴 필요 있겠느냐?”낙청연은 듣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이 생긴 그날을 돌이켜보니, 송천초는 그에게 깊은 못으로 끌려갔다.그 뒤에 그녀는 깊은 못 근처에서 송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