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초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분부대로 움직였다.방문이 닫히고 낙청연은 부적 하나를 꺼내 태운 뒤 그 재를 날려서 탁자 위에 원형을 만들었다.낙청연이 부문쇄를 여는 순간, 안에서 검은 인영이 튀어나왔고 날카로운 손톱과 창백한 손가락이 맨 처음 보였다. 그것은 낙청연의 두 눈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해졌고 그녀는 재빨리 부문쇄를 잡았다.검은 인영은 상반신만 나왔다.낙청연은 부문쇄의 남은 부분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검은 기운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그녀를 향해 고함을 질렀고 그 소리는 고막을 찢을 듯이 날카롭고 또 처량했다.그녀에게는 아무런 의식도 없었고 오직 강렬한 원한만이 느껴졌으며 두 눈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영식을 흡수당한 꼭두각시였다.의식이 없고 교류할 수 없으며 살육만 할 줄 아는 꼭두각시 말이다.낙청연의 방 안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그녀는 쌀 한 통을 가져와 세 장의 정화부(淨化符)를 그린 뒤 그것을 태워서 쌀통 안에 넣었고 쌀 한 움큼을 집어 검은 인영을 향해 던졌다.쌀이 그것을 통과하는 순간 무수한 검은 기운이 흩날리면서 군데군데 불꽃이 붙었다. 검은 인영이 지르는 비명은 더욱더 처절하고 고통스러워졌다. 온몸의 살갗이 벗겨지듯 말이다.쌀 한 통이 거의 다 비워질 때까지 쌀을 집어던졌지만 그것은 여전히 부정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원한이 너무 강해 당분간은 정화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아마 흡수당한 영식을 찾아야만 그녀의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 듯했다.나무 인형에 갇힌 것은 그전의 나무 인형들보다 훨씬 더 강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듯했다.혹시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낙청연에게 유리했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낙청연은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다시 부문쇄를 이용해 그것을 감싼 뒤 다시 옷소매 안에 넣었다.낙청연은 그것을 몸에 지니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도망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겨둔다면 앞으로 쓸모가 있을지 몰랐다.—며칠 뒤
관은 흰개미에게 처참히 물어뜯긴 상태였다.그 장면을 본 낙용은 큰 충격을 받아 하마터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낙청연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어찌, 어찌 이런 일이!”어머니의 관이 저런 모습이 되자 낙용은 가슴이 쥐어뜯기 듯 아팠다.앞으로 나서서 관을 확인해 본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이것은 질이 좋지 않은 목재라 방충할 수 없습니다.”낙용은 깜짝 놀랐다.“그럴 리가! 내가 어떻게 어머니의 관을 짜는데 질 낮은 목재를 쓰겠느냐?”낙청연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누군가 관에 손을 썼나 봅니다. 흰개미가 이렇게 많다니, 흔한 일이 아닙니다.”낙청연이 분부했다.“무덤 주위까지 전부 파보거라!”사람들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땅을 파보니 그 안에는 대량의 소나무가 파묻혀 있었고 그것은 흰개미의 소굴이 되어있었다.분명 누군가 의도적으로 벌인 짓이었다.“고고, 아마 고고께서 땅을 파는 것을 거절했을 때 이미 손을 쓴 듯합니다. 이 물건들을 보니 적어도 1년 이상은 된 듯합니다.”낙용은 울화통이 치밀어 가슴을 부여잡았고 곧 쓰러졌다.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고고!”언제가 강해 보이던 낙용은 눈시울을 붉혔고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왜 이런 짓을 한 것이지? 왜? 죽은 사람도 봐주지 않다니!”낙용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비통한 마음에 처절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낙청연 또한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음험하고 악독한 방법으로 이곳의 풍수를 파괴하고 태부부를 해치려 했으니, 아주 악랄한 행위였다.깊은 원한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낙청연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불타올랐다.뒤에서 엄씨 가문을 돕는 사람은 분명 여국의 사람일 것이다.천궐국에도 이런 능력을 갖춘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중 대부분은 은거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음험한 방법을 쓰지 않을 터였다.게다가 취살대진, 인뇌진 같은 것들도 여국 사람들의 수법이었다.상대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에 낙청연은 경악했다.그들은 야명주로 뭘 하려는 것일까?하지만 이로써 그녀는 이 일이 여국과 관련된 일이고 그들이 여국의 물건을 찾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일로 여국에서 오래전 잃어버렸던 진국지보(鎮國之寶)를 떠올렸다.어릴 적, 그녀의 스승님은 그녀에게 여국이 안타깝게도 진국지보를 잃어버렸고 앞으로 그녀가 커서 대제사장이 된다면 그것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설마 다른 자들이 여국이 잃어버린 진국지보를 찾고 있는 것일까?“됐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낙용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들을 찾아내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두 딸이 있었고 그들을 생각해야 했다.그녀가 죽는다면 그들이 그녀의 두 딸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그렇기에 낙용은 겁이 났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원한을 뱃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낙용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고 그녀를 도와 유골을 정리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관을 바꿨다.그들은 그녀와 낙태부를 함께 묻었다.풍수가 좋은 이 땅을 그들은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부근의 촌민을 찾아 돈을 쥐여주며 그들에게 누군가 이곳에 오거나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제때 보고를 올린다면 큰 상을 내릴 것이라 했다.촌민들은 흔쾌히 승낙했다.—며칠 뒤 낙랑랑과 범산화가 저택에 찾아왔고 그들을 정청으로 모셔서 차를 올렸다.낙청연이 도착했을 때 범산화는 인삼 조각을 차 안에 넣어서 낙랑랑에게 건네주고 있었다.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낙랑랑을 향한 그의 조심스러운 보살핌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낙랑랑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낙청연이 온 걸 보고는 곧바로 찻잔을 내려놓았다.“청연!”“랑랑 언니,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낙랑랑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웃어 보였다.“난 계양으로 떠나려 한다.”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면서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벌써 떠나는
“본왕이 있는데 어찌 혼자란 말인가?”부진환은 뒷짐을 지면서 느긋하게 걸어왔다.그의 등장에 낙청연과 낙랑랑은 살짝 놀랐다.“왕야!”범산화는 급히 예를 갖췄고 낙랑랑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때마침 밖에서 범씨 집안의 마차를 보게 되었소. 범씨 어르신께서 오래 기다리신 듯하더군.”부진환이 일깨웠다.낙랑랑은 아쉬운 얼굴로 낙청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럼 난 이만 가보겠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마침 일이 없으니 나도 왕비와 함께 배웅하겠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부진환은 아마 처음으로 사람들의 앞에서 그녀가 왕비라는 것을 인정한 듯했다.갑자기 성격이 변한 걸까?낙청연은 이런 부진환이 낯설게 느껴졌다.낙청연은 부진환과 함께 말을 타고 범씨 집안의 마차를 성 밖까지 배웅했다.마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눈에 담은 낙청연은 아쉬운 기분이 들고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언제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바로 그때, 부진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범씨 어르신은 계양에 큰 가업이 있다. 친척이 많지만 범씨 어르신과 범산화가 낙랑랑을 보살핀다면 낙랑랑이 괴롭힘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들은 곧 말을 타고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고맙습니다.”그녀의 말을 들은 부진환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비록 그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고개를 돌린 낙청연은 그의 모습에 미간을 팍 구겼다.뭘 웃는 것일까? 또 무슨 나쁜 생각을 하는 것일까?두 사람은 말을 타고 느긋하게 섭정왕부로 돌아왔고 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보았다.가는 길에 의논 소리가 들렸다.“저것은 섭정왕과 왕부의 못생긴 왕비가 아닌가? 섭정왕은 그녀를 아주 미워한다고 들었는데 어찌 그녀와 동행하는 것인가?”“그러게 말이네. 섭정왕은 저렇게 잘 생겼는데, 못생긴 왕비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지.”“그래.
하지만 고 신의는 떠나지 않았다.“왕야, 왕야께서 저를 보내신 건 왕비 마마의 얼굴을 치료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낙청연은 거절했다.“내 얼굴은 고칠 수 없다. 고칠 수 있다고 한들 어떠하리? 예전에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을 때도 왕야께서는 날 싫어하셨다.”고 신의는 나쁜 의도가 있었고 설사 그가 진짜 그녀의 얼굴을 고칠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에게 얼굴을 보여줄 수 없었다.그녀는 아프지도 않았고 상처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아직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이 빠졌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저낙이라는 걸 들킬지도 몰랐다.“왕비 마마, 그렇게 소극적이면 안 됩니다. 병이 있다면 병을 치료해야 하고 상처가 있다면 상처를 치료해야지요!”고 신의가 그녀를 설득했으나 낙청연은 입을 꾹 다물고 지초에게 문을 열어주라고 하지 않았다.잠시 뒤 소유가 찾아왔고 핑계를 대며 마당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그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소유는 밖에서 입이 마를 정도로 그녀를 오랫동안 설득했지만 낙청연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방 안에서 서글피 울기 시작했다.“다들 날 싫어하는구나. 내가 왕야의 체면을 구기게 했다고 싫어하고 날 다시 데려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돌아와도 너희들 모두 내가 죽기를 바라지.”큰 소리로 운 것은 아니었으나 울먹이는 어조를 들으니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결국 소유는 어쩔 수 없이 왕야에게 보고를 올렸다.부진환은 그의 말을 들은 뒤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고집이 그렇게 세단 말이냐?”소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얼굴에 남은 상처로 인해 마음에 크게 멍이 들었나 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상처를 입어 침상에 누워있을 때도 계속 가면을 쓰고 있어 지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괜히 짜증이 났다.“고 신의는 방법이 없는 것이냐? 먼저 약을 주면 안 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소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는 즉시 사람을 시켜 방문을 열어 부운주를 방안으로 들였다.낙청연이 부운주의 손목을 스쳤을 때, 그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방안은 따뜻했고, 그에게 삼탕까지 먹였더니, 부운주의 몸은 차츰 따뜻해졌다.낙청연은 그의 맥을 짚어 보았다. 부상이 주요 원인이었다.또한 부운주는 손을 싸매고 있었지만, 새끼손가락이 없어졌다는 것이 분명하게 눈에 띄었다.부운주는 흐리멍덩하게 깨어나더니,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청연, 폐를 끼쳤구나!”낙청연은 그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면서 말했다: “많이 다치셔서, 휴식이 필요하신데, 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부운주는 걱정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며, 잠깐 머뭇거리더니 무거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 “청연, 너는 겨우 헤쳐 나왔는데, 나는 네가 다시 또 늪에 빠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부운주는 말을 하며, 은은한 눈빛으로 문밖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나는 항상 너를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진실한 벗으로 여겼다. 내가 서운하고 괴로워할 때마다, 오직 너만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나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의 운명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괴뢰이고, 도구일 뿐이다.”“그러나 너는 나와 다르다. 너는 나보다 자유롭다. 나는 네가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걸어 나가, 자유로운 세상을 만끽했으면 좋겠다!”“혹시 내가 이기적이어서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너에게 기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하지만 나는 정말 지금 너의 이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부운주의 목소리는 가냘프면서도 무거워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이는 낙청연의 어린 시절 자신이 생각나게 했다.그녀는 사수를 두려워했고, 칠흑 같은 밤, 바람 소리를 무서워했으며, 뇌우 치는 밤, 혼자 잠드는 것을 무서워했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런 것들을 배워야 했는지! 그녀는 무서웠다!하지만 사부는 그녀를 강요했고, 그녀도 자신이 마치 괴뢰같았다. 운명을 스스로 좌우지할 수 없는 꼭두
무거운 발걸음 소리처럼, 한 걸음씩 사람의 마음속을 밟았다.부디 부운주가 생각을 좀 넓게 가지기를 바란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몸은 지치고 말 것이다.그는 큰 병이 없었다. 있다면 그저 마음의 병일뿐이다.부운주가 떠나간 후, 누구도 그녀를 찾아와 귀찮게 하지 않았다.부진환도 온 적이 없었으며, 낙청연도 나가지 않았고 매일 마음 편히 요양하고 있었다.낙해평의 생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경도의 많은 사람은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그리하여 낙청연이 만보루에 두었던 그 물건들은, 잇달아 조금씩 팔려나갔다.이 소식들은 지초가 나가서 그녀를 위해 알아본 것들이었다.약포 쪽도 모두 다 괜찮았다. 다만 송천초는 매일 점치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조금 골치 아팠다.듣기로는. 부진환도 몇 번 다녀갔다고 했다. 그러나 매번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갔으나,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날씨도 점점 따뜻해졌다.낙청연은 옷 속의 솜을 일부 뜯어냈다.지초는 그녀에게 치장해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왕비, 지금 이 날씨에 벌써 솜을 뜯어야 하는데, 그럼 여름에는 어떡합니까?”“이렇게 두껍게 입을 수 없습니다. 아니면 더워서 병이 날 것입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여름뿐만 아니라, 지금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쉽게 들통날 것이다.”필경 이 두꺼운 솜을 입으면, 정말 뚱뚱한 것과는 다르다.겨울에 입는 옷은 두껍고, 외출할 때는 소매 없는 외투를 걸쳤다. 사람들과 잠깐 접촉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하지만 봄이 되자, 옷을 가볍게 입어야 한다. 팔을 꼬집으면, 전부 솜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그래서 그녀는 정원에 숨어 두문불출하고 있다. 부진환과 접촉할까 봐 두렵고, 그에게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그럼 어떻게 합니까?” 지초는 근심이 가득했다.낙청연은 뜯으면서, 한편으로는 꿰매면서 말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천천히 살이 빠져야 한다!”살이 조금씩 빠져야,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게다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한 고
백 년 선삼,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이것은 송천초의 약재이다!그 전에 그녀가 다쳤을 때, 송천초가 치료하러 찾아왔다가, 통 크게 진귀한 약재들을 아주 많이 내놓았다.그때 부진환에게도 조금 주었다.그중에 백 년 선삼이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은 이토록 귀한 약재를 낙해평에게 선물했다!낙해평은 자격이 없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놀라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눈빛으로 그에게 무슨 뜻이냐고 묻고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비록 주위 사람들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지만, 낙해평은 그저 점잖게 웃을 뿐,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그들은 모두 속으로 훤히 알고 있었다. 만수도를 드리는 효심은, 얼마나 거짓인지!연회가 끝난 뒤, 그녀는 기회를 틈타 부진환을 끌고 사람이 없는 화원으로 갔다.“왕야, 무슨 뜻입니까? 혼자 선물하면 그만이지, 왜 제거도 대신 준비하셨습니까? 저는 그럼 왕야의 호의에 감사해야 합니까?”낙청연은 화를 참고 있었다.부진환의 눈빛은 약간 무거워졌고, 뒷짐을 쥐더니 말했다: “하인이 준비했을 뿐이다.”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하인이 준비했습니까? 그럼 백 년 선삼도 하인이 준비한 것입니까? 만약 저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것은 송 낭자가 저의 상처를 치료하라고 준 약재입니다!’부진환의 눈빛은 약간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이것은 본왕의 돈으로 산 것이다. 어떻게 쓰는지를 너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냐?”이 말은 낙청연의 마음속 분노를 가시지 않게 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낙 태부는 왕야가 제일 존경하는 스승이 아닙니까? 보아하니 낙 태부의 죽음을, 왕야는 그렇게 슬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낙해평에게 이토록 귀중한 큰 선물을 드릴 수 있습니까?”그녀의 어투는 비꼬는 뜻을 띄고 있었다.그전까지 그녀는 부진환은 비록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하지만, 그래도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낙 태부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