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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고 말을 채찍질하며 비탈을 올랐다.

그 길에는 타다 만 지전(紙錢)이 가득했고 낙청연은 움찔했다.

그것은 오늘 낙태부를 장송하던 길이었다.

설마 낙태부를 보러 가는 것인가?

역시나, 부진환이 말을 채찍질해 온 곳은 낙태부의 묘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갑자기 팔을 뻗어 낙청연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낙청연은 얼른 거절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진환은 그녀를 놓아주고 먼저 말에서 내렸다.

낙청연은 본래 멋지게 말에서 내리고 싶었으나 자신의 체형을 떠올린 그녀는 들키고 싶지 않아 안장을 잡고 조심스레 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눈을 밟는 순간 몸을 휘청이기까지 했다.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으나 낙청연은 그의 접촉에 굉장히 불편해하며 몸을 피했다.

혹시나 그에게 들킬까 그녀는 찬 바람을 맞아 고뿔에 걸린 척 기침했다.

부진환은 그윽한 눈매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을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고 낙청연은 그를 따라 낙태부의 묘지 앞에 도착했다.

말은 낙태부의 묘지에 서서히 다가가더니 비석에 조심스레 머리를 비볐다.

낙청연은 깜짝 놀랐고 부진환은 뒷짐을 진채로 말했다.

“이 말은 태부와 오랫동안 함께 했었지. 이름은 장소(長嘯)다. 장소는 늙은 말이라 마구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튀어나오다니, 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하다. 어렵사리 나왔는데 장소에게도 작별할 기회를 줘야겠지.”

부진환은 괴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낙청연은 그의 말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녀는 낙태부의 말에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장소는 낙태부의 무덤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가끔 멈춰 서서 물끄러미 무덤을 바라봤다. 어쩐지 장소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있는 듯했다.

낙청연은 그곳에 한참을 있었다.

산에서는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낙청연은 연신 재채기했다.

날도 어둑어둑해졌다.

장소는 비석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소야, 이젠 가야 한다.”

장소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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