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361 - Chapter 370

3105 Chapters

제361화

“저도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녀는 부진환의 믿음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낙청연이기 때문이다.“당신은 깨끗한 사람이오. 나는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 믿소.”부진환의 낮은 목소리에서 약간의 취기를 느낀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부진환은 돌계단에 기댄 채로 계속해 술을 마셨고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오늘 어떤 일 때문에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오. 어쩌면 내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오…”부진환의 머릿속에는 낙청연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는 오늘 밤 낙청연이 승상부에서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만약 그녀가 엄씨 가문과 한패라면 죽어 마땅한 큰 죄를 저지른 게 맞지만 만약 그냥 엄씨 가문에 이용당한 것이라면?부진환은 불안했다.심장 일부가 사라진 듯, 또는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고 있듯, 이 감정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지 몰랐다.낙청연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목숨을 잃다니? 설마 날 말하는 걸까?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냉정해진 낙청연은 그가 말한 이가 자신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부진환은 그녀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고 낙해평이 그녀를 데려가려 할 때도 무척 단호했다.“왕야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것은 이미 후회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왕야께서는 무척 단호하시니 그렇게 쉽게 흔들릴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술을 마시던 부진환은 살짝 멈칫했다. 그는 미간을 구기면서 중얼거렸다.“내가 후회하고 있다는 말이오?”그는 복잡한 심경에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래, 그대 말이 맞소. 난 단호한 사람이지.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도 모두 모질고 인정사정없는 마음과 수단 덕분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다른 이들에게 잡아먹혔을 것이오.”그 순간, 부진환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억울한 누군가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의심스러운 자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엄씨 가문에서 보내온 첩자이니 죽어도 상관없었다.부진환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Read more

제362화

그의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부진환은 고개를 귀로 젖히더니 바닥에 드러누웠고 춤추고 있는 불씨가 그의 실망스러운 기색을 비치고 있었다.“당시 여국에는 무술이 횡행했고 그로 인해 어머니께서는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소. 어머니께서는 가장 총애를 받는 후비였기에 무술로 황제를 미혹했다는 죄명을 쓰게 됐소. 폐하께서는 이궁의난이 있기 전까지 그녀를 계속 지키려 하셨소.”낙청연은 또다시 몸을 움찔 떨었다.이궁의난?태부부에 있을 때 부진환과 낙용 고고가 이궁의난을 언급한 적이 있었고 그때 낙용 고고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았다.그녀는 줄곧 곤혹스러웠다. 이궁의난이란 과연 무엇일까?“이궁의난이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부진환을 바라봤고 부진환은 천천히 얘기를 꺼냈다.“이궁의난에서 황자가 여럿 죽었었지. 그날 밤하늘은 개였지만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쳤고 다른 곳은 다 괜찮았는데 이궁에서만 많은 사람이 죽었소. 그들은 내 어머니의 처소에서 죄증을 발견했다면서 그녀를 나라와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요녀라고 부르며 그녀를 화형에 처했소”부진환은 화형이 집행되는 그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온 힘을 다해 발악하는 처절한 비명이 아직도 들려오는 것 같아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그때 고작 열 살이었던 나조차도 거기에 연루될 뻔했었소. 큰 충격을 받아 기억을 잃었다며 모자란 척해서 겨우겨우 살아남은 것이었지. 그 뒤로 난 두 번 다시 모비라는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소. 심지어 수도와 황궁에서도 이궁의난에 대해서는 절대 거론하지 않지. 그런 화를 당하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야.”그 말에 낙청연은 긴장됐다.맑게 갠 하늘에서 번개가 쳤고 다른 곳은 다 괜찮은데 오직 이궁에 있던 사람들만 다치고 죽었다니, 그것은 인뇌진이었다.여국의 사람이 한 짓이 분명하지만 정말 여국 공주가 한 짓일까?아마도 그렇게 간단한 일 같지 않았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당부하며 말했다.“자네는 똑똑하지. 오늘 밤 내가 자네에게 한 말은 마음속에 숨겨
Read more

제363화

그런데 옥새가 낙해평의 손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지?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생각하기를 포기했다.“왕야, 그러면…”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가려 했는데 부진환은 이미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그녀는 살짝 놀랐다.바닥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술병들을 보니 입안이 씁쓸했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자기 원수라고 생각하면서 저낙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여겼다.언젠가 부진환이 저낙이 낙청연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아마 그녀에게 다른 목적이 있어 저낙의 신분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겠지.낙청연은 마당에 한참을 앉아있다가 불이 꺼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힘겹게 부진환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그녀는 그를 방까지 부축해줄 생각이었지만 온몸이 시큰거리는 데다가 부진환의 무게 때문에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계단을 밟는 순간 부진환과 함께 넘어질 뻔했는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손 하나가 나타나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그녀를 부축했다.고개를 돌려보니 코앞에 있는 얼굴에서 붉은빛이 살짝 감돌고 있었고 취기가 오른 깊은 눈빛이 보였다.그의 시선은 마치 갈고리처럼 낙청연을 더없이 차가운 심연으로 끌어당겼다.“자네가 날 부축하는 것이오? 아니면 내가 자네를 부축하는 것이오?”부진환은 낮은 목소리로 원망하듯 말하면서 손을 뗐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낙청연은 그 자리에 굳어 서 있다가 잠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송천초의 방이었다.낙청연은 재빨리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그 방이 아닙니다. 이쪽입니다!”혼자 걸을 수 있는 걸 보니 정신을 차렸는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잡아당기자 부진환은 그대로 낙청연의 등 위에 쓰러졌다.그의 큰 손은 그녀의 어깨에 걸쳐졌고 뒤이어 부진환은 그녀의 어깨에 턱을 기댔다. 그의 숨결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낙청연은 돌연 귀를 붉혔고 얼른 그를 부축해 방 쪽으로 걸어갔다.귓가에서는 푸
Read more

제364화

코 고는 소리였다.낙청연은 미간을 좁히면서 불쾌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녀는 이불을 잡아당겨 그에게 덮어주고서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 신발도 벗겨주지 않고 말이다.방에서 나오고 나서야 낙청연은 손목에 피가 흐르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고 방으로 돌아와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쌌다.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송천초는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갔다.“어쩌다가 다친 것입니까? 누가 한 짓입니까?”낙청연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말하자면 길다.”“오늘 태부부에서 곤란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죠?”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누가 날 곤란하게 하겠느냐? 오히려 날 찾아와서 점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부 다 거절했다. 그들에게 우리 점포에 와서 널 찾으라고 일렀지.”“섭정왕은요? 오늘 밤 왜 갑자기 당신을 찾은 겁니까? 설마 그자가 이 상처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송천초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옷소매를 걷어 올렸다.확인해 보니 손등과 손목에 핏자국이 낭자했다.흰 손에 이런 상처들이 남겨진 모습을 본 송천초는 식겁했고 낙청연은 미간을 좁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내의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의심이 저렇게 많은 사람이 어떻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랑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는 말이냐?”섭정왕부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로 낙청연은 단단히 겁을 먹었고 그래서 부진환이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려 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됐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보통 백성에 불과한 신분인데 그녀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송천초는 그녀를 설득하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는 일은 고민하지 마세요. 신분을 숨기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자는 섭정왕이니 우리가 어찌할 방도가 없지요. 어떤 신분으로 그를 만나든 항상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늦었으니 이만 자거라. 난 바느질 좀 해야겠다.”낙청연은 전에 입었던 옷을 꺼냈다. 그 옷을 입고 채찍을 맞았던지라 여기저
Read more

제365화

그 말에 부진환은 깜짝 놀랐고 곧이어 낙청연이 서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녀가 멀쩡히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부진환은 미간을 좁혔고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런데 부진환이 입을 열기 전에 낙청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왕야, 낙랑랑의 혼례는 끝났으니 저도 이제 별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왕야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오늘 당장 짐을 꾸려 별원으로 돌아가겠습니다.”낙청연은 일부러 누그러진 어투로 조심스럽게 말했고 그 모습에 부진환은 심경이 복잡했다.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다.그는 뒷짐을 진 채로 몸을 돌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잘못을 깨우쳤다면 여기에 남아도 된다.”그의 너그러운 모습에 낙청연은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틀린 것은 제가 아니라 왕야의 편파적인 태도입니다. 왕야께서는 제가 한 모든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럼 제가 앞으로 왕야의 눈에 띄지 않게 절 별원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왕야께서는 앞으로 절 기억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그냥 없는 사람처럼 대해주세요.”낙청연은 성실하게 말했다. 그녀는 진짜 부진환이 다시는 자신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랐다.그녀가 다시 섭정왕부로 돌아온다면 좋을 것 하나 없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이마에 핏줄이 돋았고 눈동자에 노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불쌍하게 들리는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하지만 부진환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었다. 낙청연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물러나는 척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었으니 이 또한 그녀의 수단일지 몰랐다.낙청연은 여전히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고 자신이 엄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으며 엄씨 가문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별원으로 돌아간다고?”부진환은 몸을 돌리며 싸늘한 시선으로 말했다.“다섯째와 다시 만날 셈이냐? 다섯째는 제발 널 왕부에 남겨달라고 나한테 애원했었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낙청연의 반응을 자세히 살폈다.그러나 그가 볼
Read more

제366화

부진환은 기대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화가 치밀어올랐다.낙청연은 부운주를 사랑하게 된 걸까?예전에는 무슨 수를 쓰든 그와 혼인을 올리려고 했으면서 지금은 그가 수세를 써줘서 부운주와 만날 생각인 듯했다.그럼 나는?부진환은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울컥 화가 치솟았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단지 짧게 일갈했을 뿐이다.“당장 나가거라!”낙청연은 당연히 그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는 낙청연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항상 그녀와 부운주 사이의 일을 따지는 것일까?부운주는 그저 평소 그녀를 비교적 친근하게 부를 뿐이었다. 과거 그들은 친구였고 선을 넘는 일을 한 적도 없는데 부진환은 왜 자꾸 화를 내는 걸까?낙청연도 화를 억누르면서 서방을 떠났다. 그녀는 당장 섭정왕부를 떠날 생각이었다.하지만 앞마당에 도착하니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를 에워쌌다.“왕비 마마, 처소로 돌아가십시오.”낙청연은 그대로 처소에 갇혔고 자물쇠까지 걸려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지초 또한 그녀와 같이 처소에 갇혀서 등 어멈이 밖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 그들에게 전해줬다.낙청연은 답답한 심정으로 방 안에 앉아있었고 밖에서 등 어멈과 잠시 얘기를 나누던 지초는 급히 돌아와 말했다.“왕비 마마, 등 어멈이 말하길 왕야께서 왕비 마마더러 왕부에 남으라고 한 건 아마도 상원절 제사 때문인 듯합니다. 왕야께서도 황족이시니 왕비 마마의 동행이 필요하실 겁니다. 그래서 등 어멈이 잠시만 참아달라고 했습니다. 상원절이 끝나면 왕야와 잘 의논해보라더군요.”그 말에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의논? 지금 내 꼴을 보거라. 내가 어떻게 왕야와 잘 의논할 수 있겠느냐?”오늘 얘기를 잘 끝마치면 별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부진환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녀에게 오황자와 만나겠냐고 물었다.낙청연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그녀는 저택에 갇혀 있었으니 장락골목의 장사를 돌볼 수가 없었다.저낙은 요청받고 낙랑랑의 혼례에 참여하는 것인데 태부부의 대문을
Read more

제367화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가면이 예뻐서지, 내가 써서 예쁜 것이 아니다.”잠시 뒤 소유가 그녀를 데리러 왔다.앞마당에 나가보니 화려하게 단장한 부진환이 보였다.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 고귀하고 신비한 느낌의 비단옷을 입어서 그런지 원래도 차가웠던 얼굴이 더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느껴졌다.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본 부진환은 순간 흠칫했다.낙청연은 어쩐지 예전보다 살이 빠진 듯했고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어딘가 단정하고 기품이 흐르는 것 같았으며 왕비의 기세가 있는 듯했다.“가자.”낙청연을 기다리던 부진환은 그녀와 함께 저택을 나섰고 두 사람은 같은 마차에 올랐다. 마차 안에서 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은 상원절 제사가 있는 날이다. 잠시 뒤 넌 그저 본왕을 따라오면 된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낙청연은 고개만 살짝 끄덕였을 뿐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궁과 가까워질수록 낙청연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는 듯했고 어쩐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오늘은 그녀에게 절대 좋은 날이 아니었고 그녀는 제사가 순조롭게 끝나길 바랐다.종묘 밖에 도착해보니 백관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제사 역시 종묘 밖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엄청나게 큰 용봉비(龍鳳碑)가 있었고 양쪽 돌기둥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가진 용과 봉이 각각 그려져 있었다.용 머리와 봉황 머리의 위엄과 기세는 감히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그곳은 풍수가 기가 막혔고 엄청난 위압감도 있어 불경한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문무백관과 황족, 그리고 그 안식구들이 모두 도착해 가지런히 줄 서 있었다.황제와 태후가 도착하고 나서야 제사가 시작됐다.태후와 황제가 연이어 향을 피우고 제사를 지냈고 그 뒤로 섭정왕과 황자들의 차례가 되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바로 그때 음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퍼졌고 낙청연은 돌연 미간을 구겼다.고개를 들어
Read more

제368화

향을 향로 안에 꽂았다.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섭정왕, 아니 됩니다!”방 대인은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황이 그려진 기둥에서 눈에 띄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를 단단히 에워쌌다.“선조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큰일이군요!”방 대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고 백관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들은 살면서 이러한 장면을 처음 목격하는 것이었고 심지어 그곳은 다름 아닌 종묘였다.예전에 제사를 지낼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태후와 황제를 둘러싸며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대량의 검은 기운이 부진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장면은 너무 무서워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 검은 기운 속에서 한 여자의 뚜렷한 윤곽을 보아낼 수 있었다.오늘 누군가 부진환을 해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듯했다.“태후 마마! 폐하! 섭정왕께서 황실 선조의 노여움을 샀으니 종묘에 남겨두면 아니 됩니다! 지금 당장 처단하여 선조의 노여움을 풀어야 합니다!”방 대인은 태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고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황제는 화가 나서 호통을 쳤다.“처단이라니? 미친 것이냐? 그는 짐의 형님이다!”그러나 방 대인은 봉황이 그려진 기둥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을 가리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태후 마마, 이 용봉비는 저희 천궐국의 풍수 명맥입니다. 이 기둥에서 이렇게 불길한 현상이 나타났으니 어쩌면 국운과 태후 마마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섭정왕은 여국 요비의 소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기운을 타고나서 저희 천궐국과 상극일지도 모릅니다!”방 대인은 이궁의난의 원흉을 언급했다.목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모두의 앞에서 그 얘기를 꺼냈으니 그가 이 일을 아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게 충분히 느껴졌고 그로 인해 백관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뒤이어 많은 사람이 황제의 앞에 무릎을
Read more

제369화

모든 이들이 합심하여 황제가 섭정왕을 죽이게 만들 셈인 듯했다.같은 시각, 식부진환 역시 큰 시련을 겪고 있었다.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짙은 검은 기운이 부진환을 가두어 놓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낙청연은 그 사수가 부진환을 가둬놓았을 뿐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그를 공격하고 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 검은 기운들은 부진환의 체내로 들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원래 용의 기운이 부진환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너무 약했고 부진환은 강대한 압력에 호흡마저 어려워지면서 당장이라도 질식할 듯했다.그러다 그는 갑자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비릿한 피 맛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왔지만 부진환은 억지로 그것을 삼켜내며 다른 이들이 피를 보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더더욱 그를 죽여야한다며 아우성칠 것이다.낙청연은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기에 더없이 초조했다.검은 기운의 손에 긴 칼 같은 것이 들려있었고 예리한 칼날이 부진환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낙청연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다른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 소매 안에서 긴 부문삭을 꺼내 던졌다.그 순간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방향을 판단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숨이 막힐 듯한 기분과 두려움만 느껴졌다.다들 두려움에 떨었고 황제와 태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었다.그들 중 대부분은 낙청연이 뭘 하는지 볼 수 없었고 오로지 누군가 달려들었다는 것만 알았다.짙은 검은 안개 속에서 그 검은 그림자는 창백한 손톱을 세우며 낙청연을 덮쳤다. 그것은 그녀의 손에 들린 부문삭과 대항하려는 듯이 광풍을 일으켜 부문삭을 끊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잠시 흠칫했다. 부진환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이 종묘에 심어둔 것은 생각보다 강했다.이번에 입궁할 때 물건을 많이 챙기지 못해서 이 부문삭이 끊어진다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결국 낙청연은 주위를 가득 메운 검은 안개 속에서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나침반은 미친 듯이 돌아가면서 법진(法
Read more

제370화

“이상 현상을 타고났다는 것과 불길한 징조라는 것 모두 누군가 섭정왕을 해치려고 일부러 꾸민 일입니다.”그녀의 결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금빛의 가면이 너무 화려한 탓인지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강렬한 위엄과 기세를 느꼈다.그녀의 말에 놀란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현장에 있던 백관들은 모두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방 대인은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섭정왕비는 이곳에 와 본 적이 없으니 이 용봉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 같군요. 이것은 종묘 황실 선조가 계시를 준 겁니다. 섭정왕비께서는 섭정왕을 감싸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까?”그의 말에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제가 헛소리를 한다고요? 헛소리를 하는 건 방 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 급히 제 말에 반박하려고 하다니, 설마 방 대인께서 이것을 만드셨습니까?”낙청연은 그 나무 인형을 방 대인 쪽으로 들며 말했고 방 대인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대답했다.“그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낙청연은 나무 인형을 들고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의 이상 현상은 전부 이 나무 인형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선조께서 계시를 주었다는 것은 전부 헛소리지요. 나무 인형을 이곳에 놓은 사람은 이 일을 이용해 섭정왕을 해하려 했습니다. 뭇 대신들이 폐하께 압력을 가해 폐하께서 당장 섭정왕을 처단하도록 핍박하려고 한 것이지요. 이런 계략을 세우다니, 참으로 악랄한 자입니다.”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서는 아주 강한 기세가 느껴졌고 심지어 살기까지 느껴졌다. 그로 인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낙해평은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고 있느냐? 얼른 내려와 잘못을 인정하거라! 폐하와 태후 마마께서 이 자리에 계시는데 참으로 오만불손하구나!”낙청연은 이미 섭정왕에게 시집갔으나 어찌 됐든 승상부의 딸이었고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가족이었다.낙청연의 행동으로 인해 승상부까지 피해를 보면 큰일이었다.낙청연은 안색 하나 바꾸
Read more
PREV
1
...
3536373839
...
31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