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향로 안에 꽂았다.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섭정왕, 아니 됩니다!”방 대인은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황이 그려진 기둥에서 눈에 띄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를 단단히 에워쌌다.“선조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큰일이군요!”방 대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고 백관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들은 살면서 이러한 장면을 처음 목격하는 것이었고 심지어 그곳은 다름 아닌 종묘였다.예전에 제사를 지낼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태후와 황제를 둘러싸며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대량의 검은 기운이 부진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장면은 너무 무서워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 검은 기운 속에서 한 여자의 뚜렷한 윤곽을 보아낼 수 있었다.오늘 누군가 부진환을 해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듯했다.“태후 마마! 폐하! 섭정왕께서 황실 선조의 노여움을 샀으니 종묘에 남겨두면 아니 됩니다! 지금 당장 처단하여 선조의 노여움을 풀어야 합니다!”방 대인은 태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고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황제는 화가 나서 호통을 쳤다.“처단이라니? 미친 것이냐? 그는 짐의 형님이다!”그러나 방 대인은 봉황이 그려진 기둥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을 가리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태후 마마, 이 용봉비는 저희 천궐국의 풍수 명맥입니다. 이 기둥에서 이렇게 불길한 현상이 나타났으니 어쩌면 국운과 태후 마마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섭정왕은 여국 요비의 소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기운을 타고나서 저희 천궐국과 상극일지도 모릅니다!”방 대인은 이궁의난의 원흉을 언급했다.목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모두의 앞에서 그 얘기를 꺼냈으니 그가 이 일을 아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게 충분히 느껴졌고 그로 인해 백관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뒤이어 많은 사람이 황제의 앞에 무릎을
모든 이들이 합심하여 황제가 섭정왕을 죽이게 만들 셈인 듯했다.같은 시각, 식부진환 역시 큰 시련을 겪고 있었다.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짙은 검은 기운이 부진환을 가두어 놓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낙청연은 그 사수가 부진환을 가둬놓았을 뿐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그를 공격하고 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 검은 기운들은 부진환의 체내로 들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원래 용의 기운이 부진환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너무 약했고 부진환은 강대한 압력에 호흡마저 어려워지면서 당장이라도 질식할 듯했다.그러다 그는 갑자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비릿한 피 맛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왔지만 부진환은 억지로 그것을 삼켜내며 다른 이들이 피를 보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더더욱 그를 죽여야한다며 아우성칠 것이다.낙청연은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기에 더없이 초조했다.검은 기운의 손에 긴 칼 같은 것이 들려있었고 예리한 칼날이 부진환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낙청연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다른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 소매 안에서 긴 부문삭을 꺼내 던졌다.그 순간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방향을 판단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숨이 막힐 듯한 기분과 두려움만 느껴졌다.다들 두려움에 떨었고 황제와 태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었다.그들 중 대부분은 낙청연이 뭘 하는지 볼 수 없었고 오로지 누군가 달려들었다는 것만 알았다.짙은 검은 안개 속에서 그 검은 그림자는 창백한 손톱을 세우며 낙청연을 덮쳤다. 그것은 그녀의 손에 들린 부문삭과 대항하려는 듯이 광풍을 일으켜 부문삭을 끊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잠시 흠칫했다. 부진환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이 종묘에 심어둔 것은 생각보다 강했다.이번에 입궁할 때 물건을 많이 챙기지 못해서 이 부문삭이 끊어진다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결국 낙청연은 주위를 가득 메운 검은 안개 속에서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나침반은 미친 듯이 돌아가면서 법진(法
“이상 현상을 타고났다는 것과 불길한 징조라는 것 모두 누군가 섭정왕을 해치려고 일부러 꾸민 일입니다.”그녀의 결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금빛의 가면이 너무 화려한 탓인지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강렬한 위엄과 기세를 느꼈다.그녀의 말에 놀란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현장에 있던 백관들은 모두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방 대인은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섭정왕비는 이곳에 와 본 적이 없으니 이 용봉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 같군요. 이것은 종묘 황실 선조가 계시를 준 겁니다. 섭정왕비께서는 섭정왕을 감싸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까?”그의 말에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제가 헛소리를 한다고요? 헛소리를 하는 건 방 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 급히 제 말에 반박하려고 하다니, 설마 방 대인께서 이것을 만드셨습니까?”낙청연은 그 나무 인형을 방 대인 쪽으로 들며 말했고 방 대인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대답했다.“그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낙청연은 나무 인형을 들고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의 이상 현상은 전부 이 나무 인형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선조께서 계시를 주었다는 것은 전부 헛소리지요. 나무 인형을 이곳에 놓은 사람은 이 일을 이용해 섭정왕을 해하려 했습니다. 뭇 대신들이 폐하께 압력을 가해 폐하께서 당장 섭정왕을 처단하도록 핍박하려고 한 것이지요. 이런 계략을 세우다니, 참으로 악랄한 자입니다.”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서는 아주 강한 기세가 느껴졌고 심지어 살기까지 느껴졌다. 그로 인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낙해평은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고 있느냐? 얼른 내려와 잘못을 인정하거라! 폐하와 태후 마마께서 이 자리에 계시는데 참으로 오만불손하구나!”낙청연은 이미 섭정왕에게 시집갔으나 어찌 됐든 승상부의 딸이었고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가족이었다.낙청연의 행동으로 인해 승상부까지 피해를 보면 큰일이었다.낙청연은 안색 하나 바꾸
“오늘 제사에서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으니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됩니다. 당연히 진실이 무엇인지 조사해야지요. 섭정왕과 섭정왕비도 모두 면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두 분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엄 태사가 걸어 나오는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천궐국의 권세 쟁탈은 상황이 무척 복잡했고 그녀의 아버지가 승상이라고는 하나 엄 태사의 앞에서는 전혀 기세를 떨칠 수 없었다.그리고 엄 태사의 눈에 승상의 딸인 그녀는 언제든지 쉽게 죽일 수 있는 벌레와도 같을 것이다.유일하게 엄 태사와 대항할 수 있는 부진환은 그녀를 보호해주지 않을지도 몰랐다.황제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다시 삼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결국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태후는 황제가 말이 없자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섭정왕과 왕비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연 위엄 넘치는 호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그들을 건드리려 하는 것이냐!”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궁인 몇 명이 의자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태상황이었다.“태상황!”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부진환과 낙청연 역시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췄다.“태상황,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곳은 바람이 셉니다. 탈 나지 않게 조심하셔야지요.”태후는 급히 앞으로 나서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부황(父皇).”부경한도 곧장 앞으로 나서면서 허리를 숙이며 태상황 무릎에 덮인 얇은 이불을 정돈해주었다.그러나 태상황은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내가 오지 않았으면 나 몰래 진환이를 죽였을 것 아니냐? 내 허락이 없는데 누가 감히 진환이를 건드리냐는 말이다!”태상황은 격분했는지 화가 난 목소리로 일갈하더니 곧 격렬히 기침하기 시작했다.태후는 태상황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그를 죽이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늘 제사를 지내는 데 큰 변고가
“나무 인형이 의심스러우니 궁에 남아 조사를 받도록.”궁에 남아 조사를 받다니? 그녀를 조사하겠다는 말인가?낙청연은 미간을 구겼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부진환 또한 놀랐다.모두 몸을 일으켰고 태후는 궁인을 파견해 낙청연을 데려가려 했다.부진환은 미간을 팍 구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조사는 얼마나 오래 진행될 것이며 언제쯤 그녀를 출궁시킬 겁니까?”태후는 담담히 웃으며 대꾸했다.“섭정왕, 혹시 태상황의 명령을 어기려는 것은 아니겠지? 진실을 조사해낸다면 당연히 그녀를 놓아줄 것이다. 빠르면 하루, 이틀 정도 걸리겠지.”부진환은 미간을 구길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낙청연이 그들에게 끌려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왕비 마마, 가시지요!”환관이 손짓하며 말했고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정말 이렇게 그녀가 끌려가는 걸 보고 있을 생각인가…부진환은 입을 열지 않았고 낙청연은 실망했다. 자신이 한 선택이었으니 그 결과 또한 감내해야 했다.그녀는 싸늘해진 눈빛으로 환관을 따라나섰다.가면 아래 삽시에 단호해진 그녀의 눈빛에 부진환은 마음에 가시가 잔뜩 돋친 것처럼 괴로웠다.낙청연이 끌려가고 나서 제사는 계속됐다.다들 태상황이 이곳에 오리라 생각지 못했다. 태상황은 크게 앓고 있었고 조정의 정무에 관여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으니 그가 갑자기 나타나 섭정왕을 보호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태상황이 섭정왕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부진환의 일이 마무리되었다지만 그도 바로 떠날 수는 없었다.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고 했으니 지금 간다면 그가 떠나서 이상 현상이 사라졌다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반드시 제사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 남아서 황실 선조의 노여움을 샀다는 건 누군가 그를 해치기 위해 꾸민 짓임을 증명해야 했다.번거롭고 긴 의식으로 인해 부진환은 상념에 잠겼다.—낙청연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갔다.
“제 것이 아닙니다.”낙청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방 대인은 냉소를 흘렸다.“낙청연, 섭정왕이 당신을 구하러 올 거라는 헛된 희망은 품지 마십시오. 이번에는 태상황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이니 반드시 일의 진상을 밝혀내야 합니다. 당신의 죄증 또한 반드시 밝혀낼 것입니다!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간담이 서늘해지는 협박이었다.부진환은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그녀를 구하러 올 사람은 없었다.그러나 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전 잘못이 없습니다. 제가 오늘 한 말은 전부 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죄증이라니요? 가벼운 처벌이라니요? 차라리 제가 어떤 죄증을 밝혔으면 좋을지 그냥 얘기해주시지요.”그녀는 여기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예감했다.방 대인은 차가운 어조로 느긋하게 얘기했다.“다들 오늘 일을 똑똑히 보았지요. 그 불길한 징조는 분명 섭정왕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냥 솔직히 얘기하시지요. 그 나무 인형이 당신 것이 맞는지 아닌지만 얘기해주면 출궁할 수 있습니다.”그 말은 낙청연에게 크나큰 유혹이었다.그들은 아직 부진환을 모함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낙청연이 그 나무 인형은 본인 것이고 그저 부진환을 감싸기 위해 거짓말한 거라고 한다면 부진환이 황실 선조들의 노여움을 샀다는 확증이 된다.그녀는 경멸이 담긴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방 대인, 잘 들으십시오. 그 나무 인형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 그런 물건은 없습니다.”그녀는 방 대인 세 글자를 또박또박 발음했고 그에 방 대인은 깜짝 놀라면서 크나큰 위협을 느꼈다.그는 돌연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알겠습니다. 좋게 말로 해결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당신과 얘기를 나눌 사람은 제가 아닐 것입니다!”방 대인은 버럭 화를 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방 대인이 떠나고 난 뒤 사람 두 명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나무 몽둥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소리였다.바로 다음
방 대인은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역시나 여인이라 그런지 형벌을 참지 못했다.그렇다면 오늘 밤 그녀의 증언을 들고 가서 보고를 올리면 되었다.“일찍 얘기했으면 얼마나 좋았습니까? 굳이 이런 고통을 느끼실 필요도 없었을 터인데.”방 대인은 의자 위에 앉아 붓을 들고 그녀의 증언을 적으려 했다.“말씀하십시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그 나무 인형은 제 것이 아닙니다.”글을 쓰려던 방 대인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버럭 화를 내면서 붓을 내려놓았다. 그는 호통을 치며 말했다.“계속하거라!”형벌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사지로 뻗어나가는 극심한 통증에 낙청연은 핏줄이 튀어나오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만약 그 나무 인형이 자신의 것이라 얘기한다면 부진환이 화를 입는 것은 물론 그녀도 절대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반드시 그녀를 죽이려 할 것이다.반대로 죽어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기껏해야 형을 가할 뿐 그녀를 진짜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고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얼마나 지났을까, 어마어마한 고통에 시달리던 낙청연은 결국 정신을 잃었다.“대인, 기절했습니다. 계속 형을 가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방 대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오늘은 이만하자꾸나. 내일 다시 오겠다.”낙청연은 비몽사몽 하면서 깨어났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니 다시 방 안은 고요해졌다. 공기 중에서 나는 피비린내와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고통만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밤이 깊어지고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무력하게 몸을 말았고 추위와 고통 때문에 전혀 잠을 잘 수가 없었다.섭정왕부의 서방에 있던 부진환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는 서방 입구를 바라보며 왕비 마마가 돌아왔다는 소유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그렇게 날이 밝고 부진환은 곧바로 입궁해서 옥에 가봤다.“왕야! 이게 무슨…”“본왕은 낙청연을 만나러 왔다.”부진
방 안에 있던 태감(太監)과 궁녀들이 물러났고 탁자 앞에 앉아있던 황제 부경한은 살짝 놀라며 얼른 몸을 일으켰다.“형님.”“낙청연은 어디 있는 것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물었고 부경한은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아직 돌아가지 않은 것입니까?”“돌아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에 부경한은 미간을 구겼다.“짐 또한 그녀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혹시 옥에 갇힌 건 아닙니까?”부진환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조금 전 옥에도, 수희궁에도 가봤지만 전부 없었습니다. 그들이 낙청연을 가두어 놓은 걸 보니 아마도 형을 가해 가짜 증언을 만들어낼 심산인 듯합니다. 그들이 그걸 손에 넣는다면 기를 쓰고 저를 죽이려 하겠지요.”부진환의 미간에 살기가 감돌았다.부경한은 미간을 구기더니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오늘 아침 잠리가 흠천감 방자기(方子驥)를 만났다고 하던데 궁인에게 물어보니 북녕궁(北寧宮)에서 오던 길이라고 하더군요. 설마 낙청연이 그곳에…”그 말에 부진환은 곧바로 몸을 돌려 급히 근정전을 나섰다.“형님! 기다리세요!”부경한도 다급한 발걸음으로 그를 따랐다.부경한은 시종들을 물리고 부진환과 함께 둘이서 북녕궁으로 향했다.가던 길에 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하세요. 부황께서 명령을 내리실 때 도대체 뭐라고 하신 겁니까? 진짜 낙청연더러 조사에 협조하라고 했습니까?”그는 어제 그 말을 정말로 믿었었다. 그래서 낙청연이 불려가서 일의 경과를 조사하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그런데 낙청연은 하루가 다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오늘 그가 궁에 왔을 때 그녀는 옥에도, 수희궁에도 있지 않았다.조사에 협조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숨기고 감출 필요가 있을까?부경한은 주저하며 말했다.“말씀하십시오!”부진환은 다소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부경한은 유감스럽다는 얼굴로 대답했다.“부황께서는 섭정왕비가 공을 세웠으니 상을 내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그의 대답에 부진환은 화가 치밀어올랐다.“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