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부진환은 깜짝 놀랐고 곧이어 낙청연이 서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녀가 멀쩡히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부진환은 미간을 좁혔고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런데 부진환이 입을 열기 전에 낙청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왕야, 낙랑랑의 혼례는 끝났으니 저도 이제 별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왕야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오늘 당장 짐을 꾸려 별원으로 돌아가겠습니다.”낙청연은 일부러 누그러진 어투로 조심스럽게 말했고 그 모습에 부진환은 심경이 복잡했다.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다.그는 뒷짐을 진 채로 몸을 돌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잘못을 깨우쳤다면 여기에 남아도 된다.”그의 너그러운 모습에 낙청연은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틀린 것은 제가 아니라 왕야의 편파적인 태도입니다. 왕야께서는 제가 한 모든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럼 제가 앞으로 왕야의 눈에 띄지 않게 절 별원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왕야께서는 앞으로 절 기억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그냥 없는 사람처럼 대해주세요.”낙청연은 성실하게 말했다. 그녀는 진짜 부진환이 다시는 자신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랐다.그녀가 다시 섭정왕부로 돌아온다면 좋을 것 하나 없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이마에 핏줄이 돋았고 눈동자에 노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불쌍하게 들리는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하지만 부진환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었다. 낙청연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물러나는 척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었으니 이 또한 그녀의 수단일지 몰랐다.낙청연은 여전히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고 자신이 엄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으며 엄씨 가문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별원으로 돌아간다고?”부진환은 몸을 돌리며 싸늘한 시선으로 말했다.“다섯째와 다시 만날 셈이냐? 다섯째는 제발 널 왕부에 남겨달라고 나한테 애원했었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낙청연의 반응을 자세히 살폈다.그러나 그가 볼
부진환은 기대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화가 치밀어올랐다.낙청연은 부운주를 사랑하게 된 걸까?예전에는 무슨 수를 쓰든 그와 혼인을 올리려고 했으면서 지금은 그가 수세를 써줘서 부운주와 만날 생각인 듯했다.그럼 나는?부진환은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울컥 화가 치솟았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단지 짧게 일갈했을 뿐이다.“당장 나가거라!”낙청연은 당연히 그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는 낙청연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항상 그녀와 부운주 사이의 일을 따지는 것일까?부운주는 그저 평소 그녀를 비교적 친근하게 부를 뿐이었다. 과거 그들은 친구였고 선을 넘는 일을 한 적도 없는데 부진환은 왜 자꾸 화를 내는 걸까?낙청연도 화를 억누르면서 서방을 떠났다. 그녀는 당장 섭정왕부를 떠날 생각이었다.하지만 앞마당에 도착하니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를 에워쌌다.“왕비 마마, 처소로 돌아가십시오.”낙청연은 그대로 처소에 갇혔고 자물쇠까지 걸려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지초 또한 그녀와 같이 처소에 갇혀서 등 어멈이 밖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 그들에게 전해줬다.낙청연은 답답한 심정으로 방 안에 앉아있었고 밖에서 등 어멈과 잠시 얘기를 나누던 지초는 급히 돌아와 말했다.“왕비 마마, 등 어멈이 말하길 왕야께서 왕비 마마더러 왕부에 남으라고 한 건 아마도 상원절 제사 때문인 듯합니다. 왕야께서도 황족이시니 왕비 마마의 동행이 필요하실 겁니다. 그래서 등 어멈이 잠시만 참아달라고 했습니다. 상원절이 끝나면 왕야와 잘 의논해보라더군요.”그 말에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의논? 지금 내 꼴을 보거라. 내가 어떻게 왕야와 잘 의논할 수 있겠느냐?”오늘 얘기를 잘 끝마치면 별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부진환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녀에게 오황자와 만나겠냐고 물었다.낙청연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그녀는 저택에 갇혀 있었으니 장락골목의 장사를 돌볼 수가 없었다.저낙은 요청받고 낙랑랑의 혼례에 참여하는 것인데 태부부의 대문을
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가면이 예뻐서지, 내가 써서 예쁜 것이 아니다.”잠시 뒤 소유가 그녀를 데리러 왔다.앞마당에 나가보니 화려하게 단장한 부진환이 보였다.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 고귀하고 신비한 느낌의 비단옷을 입어서 그런지 원래도 차가웠던 얼굴이 더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느껴졌다.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본 부진환은 순간 흠칫했다.낙청연은 어쩐지 예전보다 살이 빠진 듯했고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어딘가 단정하고 기품이 흐르는 것 같았으며 왕비의 기세가 있는 듯했다.“가자.”낙청연을 기다리던 부진환은 그녀와 함께 저택을 나섰고 두 사람은 같은 마차에 올랐다. 마차 안에서 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은 상원절 제사가 있는 날이다. 잠시 뒤 넌 그저 본왕을 따라오면 된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낙청연은 고개만 살짝 끄덕였을 뿐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궁과 가까워질수록 낙청연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는 듯했고 어쩐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오늘은 그녀에게 절대 좋은 날이 아니었고 그녀는 제사가 순조롭게 끝나길 바랐다.종묘 밖에 도착해보니 백관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제사 역시 종묘 밖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엄청나게 큰 용봉비(龍鳳碑)가 있었고 양쪽 돌기둥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가진 용과 봉이 각각 그려져 있었다.용 머리와 봉황 머리의 위엄과 기세는 감히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그곳은 풍수가 기가 막혔고 엄청난 위압감도 있어 불경한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문무백관과 황족, 그리고 그 안식구들이 모두 도착해 가지런히 줄 서 있었다.황제와 태후가 도착하고 나서야 제사가 시작됐다.태후와 황제가 연이어 향을 피우고 제사를 지냈고 그 뒤로 섭정왕과 황자들의 차례가 되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바로 그때 음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퍼졌고 낙청연은 돌연 미간을 구겼다.고개를 들어
향을 향로 안에 꽂았다.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섭정왕, 아니 됩니다!”방 대인은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황이 그려진 기둥에서 눈에 띄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를 단단히 에워쌌다.“선조께서 화가 나셨습니다! 큰일이군요!”방 대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고 백관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들은 살면서 이러한 장면을 처음 목격하는 것이었고 심지어 그곳은 다름 아닌 종묘였다.예전에 제사를 지낼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태후와 황제를 둘러싸며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대량의 검은 기운이 부진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장면은 너무 무서워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 검은 기운 속에서 한 여자의 뚜렷한 윤곽을 보아낼 수 있었다.오늘 누군가 부진환을 해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듯했다.“태후 마마! 폐하! 섭정왕께서 황실 선조의 노여움을 샀으니 종묘에 남겨두면 아니 됩니다! 지금 당장 처단하여 선조의 노여움을 풀어야 합니다!”방 대인은 태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고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황제는 화가 나서 호통을 쳤다.“처단이라니? 미친 것이냐? 그는 짐의 형님이다!”그러나 방 대인은 봉황이 그려진 기둥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을 가리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태후 마마, 이 용봉비는 저희 천궐국의 풍수 명맥입니다. 이 기둥에서 이렇게 불길한 현상이 나타났으니 어쩌면 국운과 태후 마마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섭정왕은 여국 요비의 소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기운을 타고나서 저희 천궐국과 상극일지도 모릅니다!”방 대인은 이궁의난의 원흉을 언급했다.목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모두의 앞에서 그 얘기를 꺼냈으니 그가 이 일을 아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게 충분히 느껴졌고 그로 인해 백관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뒤이어 많은 사람이 황제의 앞에 무릎을
모든 이들이 합심하여 황제가 섭정왕을 죽이게 만들 셈인 듯했다.같은 시각, 식부진환 역시 큰 시련을 겪고 있었다.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짙은 검은 기운이 부진환을 가두어 놓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낙청연은 그 사수가 부진환을 가둬놓았을 뿐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그를 공격하고 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 검은 기운들은 부진환의 체내로 들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원래 용의 기운이 부진환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너무 약했고 부진환은 강대한 압력에 호흡마저 어려워지면서 당장이라도 질식할 듯했다.그러다 그는 갑자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비릿한 피 맛이 목구멍으로부터 올라왔지만 부진환은 억지로 그것을 삼켜내며 다른 이들이 피를 보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더더욱 그를 죽여야한다며 아우성칠 것이다.낙청연은 그 모든 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기에 더없이 초조했다.검은 기운의 손에 긴 칼 같은 것이 들려있었고 예리한 칼날이 부진환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낙청연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다른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 소매 안에서 긴 부문삭을 꺼내 던졌다.그 순간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방향을 판단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숨이 막힐 듯한 기분과 두려움만 느껴졌다.다들 두려움에 떨었고 황제와 태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었다.그들 중 대부분은 낙청연이 뭘 하는지 볼 수 없었고 오로지 누군가 달려들었다는 것만 알았다.짙은 검은 안개 속에서 그 검은 그림자는 창백한 손톱을 세우며 낙청연을 덮쳤다. 그것은 그녀의 손에 들린 부문삭과 대항하려는 듯이 광풍을 일으켜 부문삭을 끊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잠시 흠칫했다. 부진환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이 종묘에 심어둔 것은 생각보다 강했다.이번에 입궁할 때 물건을 많이 챙기지 못해서 이 부문삭이 끊어진다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결국 낙청연은 주위를 가득 메운 검은 안개 속에서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나침반은 미친 듯이 돌아가면서 법진(法
“이상 현상을 타고났다는 것과 불길한 징조라는 것 모두 누군가 섭정왕을 해치려고 일부러 꾸민 일입니다.”그녀의 결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금빛의 가면이 너무 화려한 탓인지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강렬한 위엄과 기세를 느꼈다.그녀의 말에 놀란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현장에 있던 백관들은 모두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방 대인은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섭정왕비는 이곳에 와 본 적이 없으니 이 용봉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 같군요. 이것은 종묘 황실 선조가 계시를 준 겁니다. 섭정왕비께서는 섭정왕을 감싸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까?”그의 말에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제가 헛소리를 한다고요? 헛소리를 하는 건 방 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 급히 제 말에 반박하려고 하다니, 설마 방 대인께서 이것을 만드셨습니까?”낙청연은 그 나무 인형을 방 대인 쪽으로 들며 말했고 방 대인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대답했다.“그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낙청연은 나무 인형을 들고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조금 전의 이상 현상은 전부 이 나무 인형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선조께서 계시를 주었다는 것은 전부 헛소리지요. 나무 인형을 이곳에 놓은 사람은 이 일을 이용해 섭정왕을 해하려 했습니다. 뭇 대신들이 폐하께 압력을 가해 폐하께서 당장 섭정왕을 처단하도록 핍박하려고 한 것이지요. 이런 계략을 세우다니, 참으로 악랄한 자입니다.”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서는 아주 강한 기세가 느껴졌고 심지어 살기까지 느껴졌다. 그로 인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낙해평은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고 있느냐? 얼른 내려와 잘못을 인정하거라! 폐하와 태후 마마께서 이 자리에 계시는데 참으로 오만불손하구나!”낙청연은 이미 섭정왕에게 시집갔으나 어찌 됐든 승상부의 딸이었고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가족이었다.낙청연의 행동으로 인해 승상부까지 피해를 보면 큰일이었다.낙청연은 안색 하나 바꾸
“오늘 제사에서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으니 절대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됩니다. 당연히 진실이 무엇인지 조사해야지요. 섭정왕과 섭정왕비도 모두 면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두 분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엄 태사가 걸어 나오는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천궐국의 권세 쟁탈은 상황이 무척 복잡했고 그녀의 아버지가 승상이라고는 하나 엄 태사의 앞에서는 전혀 기세를 떨칠 수 없었다.그리고 엄 태사의 눈에 승상의 딸인 그녀는 언제든지 쉽게 죽일 수 있는 벌레와도 같을 것이다.유일하게 엄 태사와 대항할 수 있는 부진환은 그녀를 보호해주지 않을지도 몰랐다.황제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다시 삼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결국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태후는 황제가 말이 없자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섭정왕과 왕비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연 위엄 넘치는 호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그들을 건드리려 하는 것이냐!”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궁인 몇 명이 의자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태상황이었다.“태상황!”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부진환과 낙청연 역시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췄다.“태상황,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곳은 바람이 셉니다. 탈 나지 않게 조심하셔야지요.”태후는 급히 앞으로 나서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부황(父皇).”부경한도 곧장 앞으로 나서면서 허리를 숙이며 태상황 무릎에 덮인 얇은 이불을 정돈해주었다.그러나 태상황은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내가 오지 않았으면 나 몰래 진환이를 죽였을 것 아니냐? 내 허락이 없는데 누가 감히 진환이를 건드리냐는 말이다!”태상황은 격분했는지 화가 난 목소리로 일갈하더니 곧 격렬히 기침하기 시작했다.태후는 태상황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그를 죽이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늘 제사를 지내는 데 큰 변고가
“나무 인형이 의심스러우니 궁에 남아 조사를 받도록.”궁에 남아 조사를 받다니? 그녀를 조사하겠다는 말인가?낙청연은 미간을 구겼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부진환 또한 놀랐다.모두 몸을 일으켰고 태후는 궁인을 파견해 낙청연을 데려가려 했다.부진환은 미간을 팍 구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조사는 얼마나 오래 진행될 것이며 언제쯤 그녀를 출궁시킬 겁니까?”태후는 담담히 웃으며 대꾸했다.“섭정왕, 혹시 태상황의 명령을 어기려는 것은 아니겠지? 진실을 조사해낸다면 당연히 그녀를 놓아줄 것이다. 빠르면 하루, 이틀 정도 걸리겠지.”부진환은 미간을 구길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낙청연이 그들에게 끌려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왕비 마마, 가시지요!”환관이 손짓하며 말했고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정말 이렇게 그녀가 끌려가는 걸 보고 있을 생각인가…부진환은 입을 열지 않았고 낙청연은 실망했다. 자신이 한 선택이었으니 그 결과 또한 감내해야 했다.그녀는 싸늘해진 눈빛으로 환관을 따라나섰다.가면 아래 삽시에 단호해진 그녀의 눈빛에 부진환은 마음에 가시가 잔뜩 돋친 것처럼 괴로웠다.낙청연이 끌려가고 나서 제사는 계속됐다.다들 태상황이 이곳에 오리라 생각지 못했다. 태상황은 크게 앓고 있었고 조정의 정무에 관여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으니 그가 갑자기 나타나 섭정왕을 보호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태상황이 섭정왕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부진환의 일이 마무리되었다지만 그도 바로 떠날 수는 없었다.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고 했으니 지금 간다면 그가 떠나서 이상 현상이 사라졌다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반드시 제사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 남아서 황실 선조의 노여움을 샀다는 건 누군가 그를 해치기 위해 꾸민 짓임을 증명해야 했다.번거롭고 긴 의식으로 인해 부진환은 상념에 잠겼다.—낙청연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갔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