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3105 챕터

제341화

그는 실망한 얼굴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문을 걱정스레 바라보고는 곧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부운주가 낙청연을 찾아갔다는 소식은 숨길 수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부진환은 곧 그 소식을 접했고 향낭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이 돌연 굳었다.“벌써 만났다는 말이냐?”부진환의 눈빛에는 한기가 어려있었다.왕부에 돌아오자마자 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부운주와 만나다니, 그렇게나 참을성이 없다는 말인가?부진환은 싸늘해진 눈빛으로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낙청연을 이곳으로 부르거라!”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소유가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낙청연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분명 부운주가 그녀를 찾아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이리 급하게 그녀를 찾아 경고하려는 것일 터였다.가면을 쓴 뒤 낙청연은 소유를 따라 서방에 왔고 문을 닫았다.방 안의 분위기는 아주 괴이했다.의자 위에 앉아있는 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고 낙청연은 그의 시선에 소름이 돋았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두렵다는 티를 내며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한참 뒤에야 부진환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모자와 가면을 벗거라!”소유가 보고를 올렸던지라 부진환은 낙청연이 진짜 다친 건지, 아니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알아낼 셈이었다.낙청연은 그의 말에 경계하듯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몸을 비틀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부진환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명령조로 말했다.“모자와 가면을 벗으라 했다!”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 치면서 팔을 들어 가면을 가렸다.“안 벗을 것이냐?”부진환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낙청연은 그를 피하듯 뒤로 물러서면서 고개를 숙인 채로 가면을 내리눌렀다.“벙어리가 된 것이냐? 말해 보거라!”부진환은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울컥 화가 났다.“이…이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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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너!”깜짝 놀란 부진환은 발걸음을 멈추었다.낙청연은 비수를 자신의 목젖에 갖다 대더니 울면서 빌었다.“왕야,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발, 절 가만히 놔두세요. 꼭 제 얼굴을 보고 싶으시다면 차라리 죽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낙월영 대신 시집을 와서도 안 되었고 왕야와 낙월영을 건드려서도 아니 되었습니다. 제가 이 꼴이 된 것도 전부 자업자득입니다! 제발 제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세요, 왕야!”낙청연은 거의 무너질 듯이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있었고 그녀가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이 되어 부진환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낙청연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그가 알고 있던 낙청연이 맞는 걸까?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두려움 가득한 그녀의 울부짖음에 부진환의 미간이 더욱더 좁혀졌다.밖에 있던 이들은 서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전부 들었고 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예전의 왕비는 고집스럽고 대쪽 같은 성정이었다. 왕야에게 대들면서 그에게 굴복하려 하지 않았고 벌을 받는다고 해도 절대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왕야에게 얼굴을 보이는 게 무서워 울면서 그에게 사정했고 심지어는 죽겠다면서 협박했다.무엇이 그녀를 무너지게 만든 걸까?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한 사람이 망가지게 된 것일까?부진환 역시 그들과 똑같은 의문이 들었다. 그는 바닥에서 몸을 덜덜 떨고 있던 낙청연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가보거라.”부진환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허락이 떨어지자 낙청연은 가면을 힘껏 부여잡고 바닥에서 모자를 주워 든 뒤 황급히 서방에서 뛰쳐나갔다.정원 밖에는 부운주가 있었다.그는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위로하려 했다.“청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얼굴은 제가 치료할 수 있습니다.”고 신의는 의술이 고명했으니 분명 그녀의 얼굴을 고칠 수 있을 것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은 당황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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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잘 됐구나! 망할 낙청연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다니! 얼굴이 완전히 망가져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을 정도인가 보구나.”장미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예전에 별원에 많은 뱀이 나타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 낙청연이 뱀에게 물려 몸 전체에 흉터가 지고 얼굴도 망가졌다고 합니다.”낙월영은 그 소식에 속이 시원했다.그녀는 동경 앞에 앉아 자기 얼굴을 보면서 득의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자업자득이지. 내 얼굴을 지금까지 낫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그 업보 아니겠느냐?”장미는 차를 따르며 말했다.“맞습니다. 앞으로 왕부에서 지낸다고 하더라도 둘째 아씨를 위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낙월영은 거만한 얼굴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제 며칠 뒤면 태부부에서 혼례가 이루어질 텐데 그때 손님이 많이 올 것이다. 그 자리에서 아주 큰 망신을 줘야겠다. 모든 사람이 낙청연의 추한 얼굴을 모두 보게 만들 것이다. 낙청연을 아주 철저히 무너뜨려 자결하고 싶게 만들 거야.”낙월영은 부진환에게 시집가지 않기 위해 낙청연이 자기 대신 시집가도록 사주했었다. 낙청연은 멍청해서 쉽게 주무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잘못을 전부 낙청연에게 뒤집어씌워야 부진환이 그녀를 탓하고 싫어하지 않을 수 있었고 오히려 마음 아파서 그녀를 더 아낄 것이었으니 말이다.그런데 낙청연은 섭정왕부에 온 뒤로 너무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많은 성가신 일들이 생겼다.이미 낙청연에게 많이 당한 낙월영은 어느 날 갑자기 낙청연의 상처가 나을까 걱정됐다.그래서 그녀는 이 기회를 틈타 골칫거리를 없앨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낙청연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지초는 곧바로 문을 닫았다.그리고는 등 어멈에게 얘기해 정원의 문을 잠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방 안에 들어선 낙청연은 가면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왕비 마마, 조금 전에는…”지초 또한 그 소란을 들어 많이 놀란 듯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눈썹을 까딱였다.“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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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그러게 말이오. 오늘 같은 자리에 어찌 이런 차림으로 온다는 말이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도 있는가 보오?”“오늘은 태부부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는 날인데 이런 차림으로 오다니,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나 보오.”낙청연은 몰려든 자들이 눈에 익었다. 그중 맨 앞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위운하였다.위운하는 예전에 류훼향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녔었는데 낙월영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오늘 일은 아마도 낙월영이 꾸민 짓 같았다. 낙월영은 그녀를 죽도록 괴롭힐 셈인 듯했다.위운하는 낙청연의 앞에 서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대체 누구시오? 얼른 모자를 벗으시오! 벗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벗겨주겠소!”위운하는 그녀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이곳은 태부부였고 오늘 이곳에 온 이들은 모두 초청장을 들고 온 사람들이었다. 조사를 한다고 해도 태부부의 사람들이 조사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들에게는 나설 자격이 없었다.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 부진환이 막 도착한 모습이 보였다.낙청연은 미간을 좁혔다. 연극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에게 들킬 수 없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그녀는 두려운 듯 연신 뒷걸음질 치면서 긴장한 어투로 말했다.“이건 내 일이오. 당신들과는 상관없소.”말을 마치고 그녀는 기회를 틈타 도망갈 생각이었다.위운하 일행은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았다.누군가 손을 뻗어 면사를 잡자 낙청연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고 허둥지둥하다가 바닥에 넘어졌다. 당황함과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오지 마시오! 제발 날 좀 내버려 두시오!”낙청연은 울먹거리며 말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부진환은 때마침 그 모습을 보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고 표정에는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바로 그때 부진환의 뒤에 선 부운주가 부진환의 표정을 보았다. 부진환이 걸음을 내디뎌 앞으로 나서려 할 때 부운주가 그의 옆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그와 부딪쳤다.“청연!”부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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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주위 사람들은 온몸이 굳었는지 그 자리에서 꼼작하지 않고 서 있었다.“섭정왕…”누군가 앞으로 나서면서 그를 설득하려 하자 부진환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봤고 그에 상대는 감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위운하는 목이 졸린 채로 허공에 떠 있었다. 그녀는 부진환의 손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고 두 발을 힘껏 움직이며 저항하려 했다.그 장면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위운하는 당장이라도 시체가 되어 이 정원에 버려질 것 같았다.부진환은 더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대중 앞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황실의 명성과 명예를 더럽히려 하다니, 지금 당장 너를 죽인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위 대인은 소란을 듣고 얼른 그곳으로 향했다.그는 부진환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섭정왕이시여! 제 딸이 무례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제 딸도 자기 잘못을 알 것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위운하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이마에 핏줄이 돋았으며 얼굴이 새빨갛게 된 것이 당장이라도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제야 위운하를 놓아주었고 위운하는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곧이어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낙씨 가문에 혼례가 있는 날이니 피를 보지 않는 것이 좋겠지. 오늘은 살려주마.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단두대에서 보자꾸나.”그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는 분명 감미로웠지만 염라대왕처럼 소름 돋는 데가 있었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뒷짐을 지고 걸음을 옮겼다.부진환이 떠나자 위운하는 그제야 부축받으며 일어났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고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부운주에게 이끌려 멀리 도망쳤다.더는 달리지 못할 것 같았던 낙청연은 부운주를 잡아당겼고 그에 부운주는 멈춰 섰다.“괜찮습니까?”부운주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오황자님, 달리기를 정말 잘하십니다. 이렇게 반년 동안 운동하신다면 차차 좋아질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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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뒷짐을 짊어졌던 부진환 등 뒤의 두 손은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바깥소문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말인가? 태부부까지 와서 애정행각을 하다니!부진환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분노하여 몸을 돌려 떠나갔다.낙청연은 몸을 돌려 부운주를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밀어냈다. “5황자,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그녀는 할 일이 많았다.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들의 신분 또한 특수하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마땅하다.“청연, 나는 그저 고 신의에게 너의 얼굴을 봐줬으면 해서 그런다. 혹시 고칠수 도 있으니, 자포자기(自暴自棄)하지 말거라!”마침 이때, 낙용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녀를 불렀다: “청연!”“고모!”낙청연은 고개를 돌려보니 낙용이 감격하여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낙용은 그녀의 팔을 잡더니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라졌던 것이냐? 괜찮은 것이냐? 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냐?”“고모,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합시다.” 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췄다.그리고 그녀는 부운주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더니, 낙용을 따라 먼저 자리를 뜬다는 뜻을 표했다.낙용이 곁에 있으니, 부운주도 더 이상 말하기 불편했다. 하여 그도 자리를 떴다.낙용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내원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 “네 얼굴이 어찌 됐는지 고모가 한 번 보자꾸나!”“하인이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내게 아뢰어서, 네가 얼굴을 다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동안 너는 대체 어디로 갔던 것이냐? 섭정왕이 너를 가두어 놓고 형벌을 가한 것이냐?”낙청연은 낙용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더니, 다급히 그녀를 의자에 눌러 앉혀 놓고 말했다: “고모, 우선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아주 중요한 일을 고모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그녀는 유모(帷帽) 아래의 가면을 벗었다.낙용은 긴장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백사(白紗)를 걷어 올리니,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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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내가 만일 두 딸의 종신대사(終身大事)를 서둘러 안배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돌아가면, 그녀들이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울까 봐 두렵구나.”말을 하더니, 낙용은 참지 못하고 기침을 몇 마디 하더니, 찻물로 목을 축였다.낙청연은 확실히 낙용의 눈빛에 숨어있는 피로함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혼사 때문에 고생한 탓인 것 같았다.그러나 지금 다시 보아하니,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모, 제가 맥을 좀 짚어보겠습니다.”하지만 낙용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걱정하면 빨리 늙는다고 하는데, 게다가 말썽을 피우는 운희까지 있으니 말이다.”“나는 정말 두렵다. 태부부의 영화로운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 두 아이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까 봐 두렵구나!”낙용의 표정은 무거웠고, 마음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듣고 있던 낙청연은 곤혹스럽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태부부의 영화로운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요즘 조정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낙용은 웃으며,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말했다: “나는 그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하루빨리 애들의 혼사를 안배하고, 나도 빨리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싶구나!”“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운희 때문에 화나서 죽을 테니까!”낙청연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왠지 낙용 고모의 말에는,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낙용 고모는 분명히 그녀에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낙용은 말머리를 돌리더니, 또 다급히 말했다: “예전에 네가 범산화와 좋은 배필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때는 저 신산이 너인 줄을 모르고, 네 말을 듣지 않았구나!”“지금 네가 다시 한번 봐주거라, 곧 길시가 다가오는데, 내가 랑랑을 망쳐서는 안 된다!”낙용은 급히 한 묶음의 첩자(帖子)를 꺼냈다. “그 집안 온 식구들의 사주팔자는 모두 여기 있다!”“원래는 가지고 가서 절호의 좋은 날을 잡으려고 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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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계집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낙용은 몹시 긴장 해하며 바로 일어나 뛰쳐나갔다.낙청연은 등을 돌리고, 다급히 가면과 유모를 쓰고, 빠르게 따라갔다.낙태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낙용을 따라 급히 태부의 서방으로 와보니, 태부가 의자에 누워서 가슴을 누르고 있었으며,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서방에, 뜻밖에 낙해평도 있었다.“둘째 숙부! 버티세요. 제가 의사를 모셔오겠습니다!” 낙해평은 조급해서 말하더니, 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낙용은 그를 확 잡아당기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은 랑랑이 혼인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당황한 모습으로 달려 나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되기를 바라는 겁니까!”낙해평은 깜짝 놀라더니, 꾸짖으며 말했다: “누이동생, 네가 제일 효성스러운데, 이 관건적 시각에 어찌 네 딸의 혼사를 더 중요시한다는 말이냐? 만일 의사를 모셔오지 않으면, 둘째 숙부는 죽을 수도 있다!”낙용은 노기등등해서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된 건, 누구 짓인데요?”이 한마디 말은, 낙해평이 말문을 막히게 했다.지금 낙청연은 이미 낙태부의 곁에 와 있었다. 그녀는 은 침을 몸에 지니고 다녔기에, 즉시 낙태부에게 침을 놓아, 낙태부의 숨을 탁 트이게 했다.천천히 낙태부의 호흡이 좀 원활해졌다.“너의 할아버지는 왜 이러시는 것이냐?” 낙용은 긴장해서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낙쳥연은 낙태부의 맥박을 짚으면서 말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잠시 숨이 막힌 것입니다.”“고모, 여기는 저에게 맡기십시오. 길시가 곧 다가오니, 고모가 그 자리에 안 계시면 안 됩니다.”낙용은 그제야 시름을 좀 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갈 테니, 네 할아버지를 잘 돌보거라!”낙용은 떠나면서, 낙해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방문을 나가, 낙용은 엄한 목소리로 하인들에게 호통쳤다: “태부는 단지 누구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이 소식이 정원에서 밖으로 흘러 나가, 소란을 일으킨다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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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낙태부는 심호흡하더니, 한참을 걸려 마음을 가라앉혔다. 낙청연의 차림새를 보니, 아마 섭정왕부에서 그다지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전에 또 아주 오래 실종된 것도 아마 무슨 좋은 일을 겪은 것 같지도 않았다.만일 승상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섭정왕은 반드시 낙청연을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때 낙청연도 연루될 것이고, 그녀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낙해평은 원래부터 그녀를 아끼지 않는데, 만일 그까지 돌보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끝장이다……낙태부는 마음이 아파, 결국 이를 악물고 승낙했다.“좋다! 기린추를 내주겠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이것은 그해 태상황께서 하사하신 물건이다.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그 자체의 가치는 더욱 헤아릴 수 없다!”“오늘 내가 이 물건을 너에게 내주어, 승상부를 구할 테니, 이 은혜를 잊지 말기 바란다!”“그리고 청연에게 잘해주거라, 더 이상 이용하지 말고!”낙태부는 말을 하더니, 품속에서 기린추를 꺼내어, 낙해평에게 주었다.낙청연은 순간 흠칫하더니, 가슴이 꽉 막힌 것같이 답답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낙해평이 달라고 한 이 물건은, 태부에게 아주 진귀한 것이다.하지만 태부는 여전히 낙해평에게 주었다.“둘째 숙부, 감사합니다! 둘째 숙부 말씀을 따르겠습니다!”낙해평은 기린추를 손에 들고, 마음속으로 몹시 격동되었다.뒤이어 낙해평은 서방에서 나갔다. 머리도 돌리지 않고, 단호하게 가버렸다.낙청연은 태부의 초췌한 모양을 보면서, 속으로 낙해평을 저주했다: “늑대 같은 놈!”“할아버지, 그렇게 소중한 물건을 왜 그에게 줘버린 겁니까?” 낙청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낙태부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가 한 말 중에 한 마디는 옳았다. 승상부와 태부부는 필경 혈연관계이다. 그가 저지른 잘못은, 초가멸족(抄家滅族)의 대죄이다. 만일 승상부에 일이 생기면, 태부부도 결코 연루될 것이다.”“나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며칠 더 살든, 덜 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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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지금 빈객들은 모두 앞쪽에서 떠들썩했고, 후원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적었다.낙청연은 슬그머니 낙월영을 따라 동상방 밖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왔다.낙청연은 담벼락 뒤에 숨었다.낙월영이 계집종에게 분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은 모두 준비되었느냐?”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염려 마십시오!”낙청연은 고개를 기울여 슬쩍 쳐다보았다. 그 계집종은 승상부의 계집종이었다.낙월영의 신복 계집종인 셈이었다.특별히 태부부에 들어와서 무엇을 안배한다는 말인가?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좋다. 그럼 계획대로 진행하거라! 낙청연이 방에 들어가면, 네가 바로 사람을 끌어들이거라!”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뒤이어 낙월영은 가버렸다.낙청연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 이건 지금 그녀를 견주고 있는 건가?보아하니 낙월영은 정말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그만두지 않을 것 같다.낙월영은 아마 연루되지 않으려고 멀찍이 떨어져서 상관하지 않는 척하는 것 같았다.계집종이 그녀를 찾고 있는 듯하여, 낙청연은 일부러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계집종은 그녀를 보더니,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예를 행했다. 그녀가 행여 알아볼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고, 곧장 동상방의 객방으로 갔다.계집종은 약간 의아했다. 자기 발로 직접 찾아오다니!정말 하늘이 돕는 것이로구나!계집종은 급히 살금살금 따라가, 낙청연이 들어간 방을 확인했다.낙청연은 방에 들어가서 한참 있다가, 문밖에 사람이 가버린 것을 확인한 뒤, 바로 창문으로 뛰어내려 방에서 나갔다.그녀는 슬그머니 그 계집종의 뒤를 밟았다.계집종은 전원으로 들어가더니, 몇 명의 남자들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그러자 그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동상방으로 가고 있었다.낙청연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이 사람들이 가봐야 허탕 칠 게 뻔했다.그럼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낙월영이 정성껏 그녀를 위해 설계한 함정인데, 어떻게 이렇게 실패하게 할 수 있겠어!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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