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은 온몸이 굳었는지 그 자리에서 꼼작하지 않고 서 있었다.“섭정왕…”누군가 앞으로 나서면서 그를 설득하려 하자 부진환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봤고 그에 상대는 감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위운하는 목이 졸린 채로 허공에 떠 있었다. 그녀는 부진환의 손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고 두 발을 힘껏 움직이며 저항하려 했다.그 장면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위운하는 당장이라도 시체가 되어 이 정원에 버려질 것 같았다.부진환은 더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대중 앞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황실의 명성과 명예를 더럽히려 하다니, 지금 당장 너를 죽인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위 대인은 소란을 듣고 얼른 그곳으로 향했다.그는 부진환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섭정왕이시여! 제 딸이 무례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제 딸도 자기 잘못을 알 것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위운하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이마에 핏줄이 돋았으며 얼굴이 새빨갛게 된 것이 당장이라도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제야 위운하를 놓아주었고 위운하는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곧이어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낙씨 가문에 혼례가 있는 날이니 피를 보지 않는 것이 좋겠지. 오늘은 살려주마.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단두대에서 보자꾸나.”그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는 분명 감미로웠지만 염라대왕처럼 소름 돋는 데가 있었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뒷짐을 지고 걸음을 옮겼다.부진환이 떠나자 위운하는 그제야 부축받으며 일어났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고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부운주에게 이끌려 멀리 도망쳤다.더는 달리지 못할 것 같았던 낙청연은 부운주를 잡아당겼고 그에 부운주는 멈춰 섰다.“괜찮습니까?”부운주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오황자님, 달리기를 정말 잘하십니다. 이렇게 반년 동안 운동하신다면 차차 좋아질 것 같
뒷짐을 짊어졌던 부진환 등 뒤의 두 손은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바깥소문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말인가? 태부부까지 와서 애정행각을 하다니!부진환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분노하여 몸을 돌려 떠나갔다.낙청연은 몸을 돌려 부운주를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밀어냈다. “5황자,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그녀는 할 일이 많았다.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들의 신분 또한 특수하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마땅하다.“청연, 나는 그저 고 신의에게 너의 얼굴을 봐줬으면 해서 그런다. 혹시 고칠수 도 있으니, 자포자기(自暴自棄)하지 말거라!”마침 이때, 낙용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녀를 불렀다: “청연!”“고모!”낙청연은 고개를 돌려보니 낙용이 감격하여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낙용은 그녀의 팔을 잡더니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라졌던 것이냐? 괜찮은 것이냐? 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냐?”“고모,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합시다.” 낙청연은 목소리를 낮췄다.그리고 그녀는 부운주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더니, 낙용을 따라 먼저 자리를 뜬다는 뜻을 표했다.낙용이 곁에 있으니, 부운주도 더 이상 말하기 불편했다. 하여 그도 자리를 떴다.낙용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내원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더니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 “네 얼굴이 어찌 됐는지 고모가 한 번 보자꾸나!”“하인이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내게 아뢰어서, 네가 얼굴을 다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동안 너는 대체 어디로 갔던 것이냐? 섭정왕이 너를 가두어 놓고 형벌을 가한 것이냐?”낙청연은 낙용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더니, 다급히 그녀를 의자에 눌러 앉혀 놓고 말했다: “고모, 우선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아주 중요한 일을 고모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그녀는 유모(帷帽) 아래의 가면을 벗었다.낙용은 긴장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백사(白紗)를 걷어 올리니, 순
“내가 만일 두 딸의 종신대사(終身大事)를 서둘러 안배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돌아가면, 그녀들이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울까 봐 두렵구나.”말을 하더니, 낙용은 참지 못하고 기침을 몇 마디 하더니, 찻물로 목을 축였다.낙청연은 확실히 낙용의 눈빛에 숨어있는 피로함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혼사 때문에 고생한 탓인 것 같았다.그러나 지금 다시 보아하니,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모, 제가 맥을 좀 짚어보겠습니다.”하지만 낙용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걱정하면 빨리 늙는다고 하는데, 게다가 말썽을 피우는 운희까지 있으니 말이다.”“나는 정말 두렵다. 태부부의 영화로운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 두 아이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까 봐 두렵구나!”낙용의 표정은 무거웠고, 마음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듣고 있던 낙청연은 곤혹스럽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태부부의 영화로운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요즘 조정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낙용은 웃으며,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말했다: “나는 그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하루빨리 애들의 혼사를 안배하고, 나도 빨리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싶구나!”“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운희 때문에 화나서 죽을 테니까!”낙청연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왠지 낙용 고모의 말에는, 다른 깊은 뜻이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낙용 고모는 분명히 그녀에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낙용은 말머리를 돌리더니, 또 다급히 말했다: “예전에 네가 범산화와 좋은 배필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때는 저 신산이 너인 줄을 모르고, 네 말을 듣지 않았구나!”“지금 네가 다시 한번 봐주거라, 곧 길시가 다가오는데, 내가 랑랑을 망쳐서는 안 된다!”낙용은 급히 한 묶음의 첩자(帖子)를 꺼냈다. “그 집안 온 식구들의 사주팔자는 모두 여기 있다!”“원래는 가지고 가서 절호의 좋은 날을 잡으려고 했으
계집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낙용은 몹시 긴장 해하며 바로 일어나 뛰쳐나갔다.낙청연은 등을 돌리고, 다급히 가면과 유모를 쓰고, 빠르게 따라갔다.낙태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낙용을 따라 급히 태부의 서방으로 와보니, 태부가 의자에 누워서 가슴을 누르고 있었으며,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서방에, 뜻밖에 낙해평도 있었다.“둘째 숙부! 버티세요. 제가 의사를 모셔오겠습니다!” 낙해평은 조급해서 말하더니, 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낙용은 그를 확 잡아당기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은 랑랑이 혼인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당황한 모습으로 달려 나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되기를 바라는 겁니까!”낙해평은 깜짝 놀라더니, 꾸짖으며 말했다: “누이동생, 네가 제일 효성스러운데, 이 관건적 시각에 어찌 네 딸의 혼사를 더 중요시한다는 말이냐? 만일 의사를 모셔오지 않으면, 둘째 숙부는 죽을 수도 있다!”낙용은 노기등등해서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된 건, 누구 짓인데요?”이 한마디 말은, 낙해평이 말문을 막히게 했다.지금 낙청연은 이미 낙태부의 곁에 와 있었다. 그녀는 은 침을 몸에 지니고 다녔기에, 즉시 낙태부에게 침을 놓아, 낙태부의 숨을 탁 트이게 했다.천천히 낙태부의 호흡이 좀 원활해졌다.“너의 할아버지는 왜 이러시는 것이냐?” 낙용은 긴장해서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낙쳥연은 낙태부의 맥박을 짚으면서 말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잠시 숨이 막힌 것입니다.”“고모, 여기는 저에게 맡기십시오. 길시가 곧 다가오니, 고모가 그 자리에 안 계시면 안 됩니다.”낙용은 그제야 시름을 좀 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갈 테니, 네 할아버지를 잘 돌보거라!”낙용은 떠나면서, 낙해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방문을 나가, 낙용은 엄한 목소리로 하인들에게 호통쳤다: “태부는 단지 누구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이 소식이 정원에서 밖으로 흘러 나가, 소란을 일으킨다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낙태부는 심호흡하더니, 한참을 걸려 마음을 가라앉혔다. 낙청연의 차림새를 보니, 아마 섭정왕부에서 그다지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전에 또 아주 오래 실종된 것도 아마 무슨 좋은 일을 겪은 것 같지도 않았다.만일 승상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섭정왕은 반드시 낙청연을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때 낙청연도 연루될 것이고, 그녀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낙해평은 원래부터 그녀를 아끼지 않는데, 만일 그까지 돌보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끝장이다……낙태부는 마음이 아파, 결국 이를 악물고 승낙했다.“좋다! 기린추를 내주겠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이것은 그해 태상황께서 하사하신 물건이다.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그 자체의 가치는 더욱 헤아릴 수 없다!”“오늘 내가 이 물건을 너에게 내주어, 승상부를 구할 테니, 이 은혜를 잊지 말기 바란다!”“그리고 청연에게 잘해주거라, 더 이상 이용하지 말고!”낙태부는 말을 하더니, 품속에서 기린추를 꺼내어, 낙해평에게 주었다.낙청연은 순간 흠칫하더니, 가슴이 꽉 막힌 것같이 답답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낙해평이 달라고 한 이 물건은, 태부에게 아주 진귀한 것이다.하지만 태부는 여전히 낙해평에게 주었다.“둘째 숙부, 감사합니다! 둘째 숙부 말씀을 따르겠습니다!”낙해평은 기린추를 손에 들고, 마음속으로 몹시 격동되었다.뒤이어 낙해평은 서방에서 나갔다. 머리도 돌리지 않고, 단호하게 가버렸다.낙청연은 태부의 초췌한 모양을 보면서, 속으로 낙해평을 저주했다: “늑대 같은 놈!”“할아버지, 그렇게 소중한 물건을 왜 그에게 줘버린 겁니까?” 낙청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낙태부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가 한 말 중에 한 마디는 옳았다. 승상부와 태부부는 필경 혈연관계이다. 그가 저지른 잘못은, 초가멸족(抄家滅族)의 대죄이다. 만일 승상부에 일이 생기면, 태부부도 결코 연루될 것이다.”“나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며칠 더 살든, 덜 살든
지금 빈객들은 모두 앞쪽에서 떠들썩했고, 후원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적었다.낙청연은 슬그머니 낙월영을 따라 동상방 밖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왔다.낙청연은 담벼락 뒤에 숨었다.낙월영이 계집종에게 분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은 모두 준비되었느냐?”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염려 마십시오!”낙청연은 고개를 기울여 슬쩍 쳐다보았다. 그 계집종은 승상부의 계집종이었다.낙월영의 신복 계집종인 셈이었다.특별히 태부부에 들어와서 무엇을 안배한다는 말인가?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좋다. 그럼 계획대로 진행하거라! 낙청연이 방에 들어가면, 네가 바로 사람을 끌어들이거라!”계집종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뒤이어 낙월영은 가버렸다.낙청연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 이건 지금 그녀를 견주고 있는 건가?보아하니 낙월영은 정말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그만두지 않을 것 같다.낙월영은 아마 연루되지 않으려고 멀찍이 떨어져서 상관하지 않는 척하는 것 같았다.계집종이 그녀를 찾고 있는 듯하여, 낙청연은 일부러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계집종은 그녀를 보더니,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예를 행했다. 그녀가 행여 알아볼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고, 곧장 동상방의 객방으로 갔다.계집종은 약간 의아했다. 자기 발로 직접 찾아오다니!정말 하늘이 돕는 것이로구나!계집종은 급히 살금살금 따라가, 낙청연이 들어간 방을 확인했다.낙청연은 방에 들어가서 한참 있다가, 문밖에 사람이 가버린 것을 확인한 뒤, 바로 창문으로 뛰어내려 방에서 나갔다.그녀는 슬그머니 그 계집종의 뒤를 밟았다.계집종은 전원으로 들어가더니, 몇 명의 남자들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그러자 그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동상방으로 가고 있었다.낙청연의 두 눈은 차가워졌다.이 사람들이 가봐야 허탕 칠 게 뻔했다.그럼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낙월영이 정성껏 그녀를 위해 설계한 함정인데, 어떻게 이렇게 실패하게 할 수 있겠어!어떻
하지만 이때, 누군가 그녀의 등을 확 밀어, 그녀를 방으로 밀쳐버렸다.낙청연은 그녀를 밀쳐버리고 바로 피해버렸다. 그리고 목청을 쥐어짜며 소리쳤다: “왕비님 편히 쉬십시오. 그럼 저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낙월영은 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녀는 음해당했다!이 점을 의식하고, 몸을 돌려 도망가려는 찰나였다.술에 취한 몇 명의 공자는 이미 그녀를 목표로 생각하고 겹겹으로 에워쌌다.“행춘루(杏春樓)의 소란(小蘭) 아니냐?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소란, 오랜만이구나! 마침 잘 됐다! 오늘 나와 한잔하자꾸나!”몇 명의 남자들은 바로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낙월영은 싫다는 듯이 그들의 손을 밀쳐냈다. “이거 놓아라! 사람을 잘 못 알아보았다! 바로 내가 너희들을 부른 것이다!”하지만 낙월영이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었다.이 사람들은 왕비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계집종은 분명히 그녀를 왕비라고 불렀다.누구의 왕비이든지 상관없다. 어쨌든 그들은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지금 취한 척했다는 것이 탄로 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거짓말할 수가 없다.“소란, 어찌 되었든 예전에 내가 그래도 너를 많이 보살펴주었는데, 어찌 이렇게 모른는 체할 수 있는 것이냐!”“그래, 이건 정말 친절하지 않구나!”“자, 자, 자! 오라버니들과 한잔하자! 어서!”남자는 팔을 힘껏 그녀의 목에 두르더니, 술 주전자의 술을 강제로 그녀의 입에 부어 넣었다.낙월영은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치며,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살려주세요!”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듣고, 낙청연은 콧방귀를 끼더니, 몸을 돌려 가버렸다.자기가 만든 화는 피할 수 없는 법이다.지금, 이 순간 계집종은 전청으로 황급히 달려가서 사람들을 찾았다. “동상방에 큰일 났습니다!”큰 소동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낙쳥연은 계집종에게 태부부의 하인들만 불러오라고 했다.그러나 이 동정은, 많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 마련이었다.부운주는 동상방에
부진환은 낙월영을 감싸 안고 갔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속에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의 정말 잘 어울렸다.낙청연은 몸을 돌려 나무에 기대 가슴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거지?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이 낙청연의 몸은 아직도 부진환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것인가?하지만 이런 느낌은 너무 진실했다. 한순간 그녀는 괴로운 건 그녀의 마음인지 이 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낙월영을 감싸 안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술 취한 그 몇 명 사람들은, 바로 조용히 태부부로 압송되었다.이 일은 낙용 고모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낙랑랑의 혼인하는 날이었기에 이런 추문을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한 마디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엄하게 명령을 내렸다.하지만 일은 이미 발생하였다. 이는 낙월영에게 있어서, 엄청난 수치였다!전원에서 범산화는 빈객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낙청연은 슬그머니 신방으로 갔다.그녀는 방안에서 홍개두(紅蓋頭)를 쓰고 앉아 있는 낙랑랑을 보았다.“누구세요?”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낙랑랑은 경계하듯이 소리쳤다.“랑랑 언니, 나야!” 낙청연은 즉시 앞으로 다가갔다.목소리리가 들리자, 낙랑랑은 다급히 홍개두를 걷어 올리려 했다: “청연! 드디어 왔구나!”낙청연은 다급히 그녀의 손을 눌렀다. “아이고, 홍개두는 신랑만이 벗길 수 있어. 언니를 몰래 보러 온 건데, 규칙을 어겨서는 안 돼!”그녀는 가면을 쓴 자신을 낙랑랑이 보고 걱정할까 봐 두려웠다. 필경 남 몰래 왔기 때문에 낙랑랑에게 해명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낙랑랑은 감격스러웠지만, 그저 그녀의 두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청연, 그동안 네가 너무 걱정됐어, 어떻게 지냈어?”“나는 괜찮아!” 낙청연은 그 향낭을 꺼내어 낙랑랑의 손에 쥐여주었다.“이건, 제가 언니에게 주는 신혼 선물이야, 귀중한 선물은 아니지만, 그 안에 있는 호신부는 언니를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지켜 줄 거야!”낙랑랑은 그 향낭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