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331 - Chapter 340

2999 Chapters

제331화

말을 마친 뒤 옹 관사는 미소 띤 얼굴로 예를 갖추며 말했다.“왕야께서 말씀해주신 방법 덕분에 저 신산의 명성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줄곧 마음에 걸렸을 겁니다.”부진환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큰일도 아니니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른 이들에게 얘기할 필요도 없고.”옹 관사는 웃으며 대꾸했다.“알겠습니다!”왕야는 저 신산에게 이 일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듯했다.그를 도와주고도 그가 자신이 도와줬다는 사실을 아는 걸 원하지 않는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 없었다.—역시나 다음 날부터 큰 가문의 사람들이 점괘를 보거나 악령을 쫓아내 달라고 그녀를 찾아왔다.저 신산은 수도에서 차차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그건 낙청연에게 있어 좋은 일이었다.매일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그녀는 분주해졌다. 부진환은 가끔 그녀를 찾아와 반나절씩 앉아있었는데 다른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그는 엉덩이를 의자에서 거의 떼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대부분 장사 때문에 바빴고 그로 인해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누군가 기뻐할 때 누군가는 슬퍼하듯, 낙월영은 왕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면사를 젖히고 자신의 입가에 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걸 보면 답답하기만 했고심지어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깨부수기도 했다.“그 저 신산은 사기꾼이라 하지 않았느냐? 왕야는 왜 자꾸 그곳에 가는 것이냐? 그 작은 점포에 앉아있을 시간은 있으면서 날 만날 시간은 없다니?”장미는 물건을 주우면서 그녀를 위로했다.“둘째 아씨, 그 사람은 점괘를 보는 자입니다. 어찌 사내를 질투하십니까? 아씨께서는 왕부에서 오랫동안 지내셨죠. 왕야께서 아씨를 돌려보내지 않은 걸 보면 아씨를 많이 신경 쓰고 계시는 겁니다.”낙청연은 별원에서 이미 썩고 있을지도 모르니 걱정할 게 없었다.낙월영은 동경 속 자신의 모습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았고 입가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물었다.“장미야, 얼굴에 분을 발라서 상처를 가린다면 그래도 조금 나을 것 같지
Read more

제332화

상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순간, 저낙의 얼굴이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은 분명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눈앞의 여인은 얼굴이 없었다.부진환은 살기를 띤 얼굴로 찻잔을 들어 힘껏 탁자를 내리쳤고 찻잔의 파편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왕야!”부진환은 손으로 파편을 꾹 누르고 있었다. 고통은 그를 정신 차리게 했고 별안간 눈앞의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낙월영!그는 순간 노기가 치밀어 힘껏 그녀의 뺨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입가가 터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윙윙대면서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곧 금빛 문양이 그려진 신발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정신을 차린 뒤 낙월영은 곧바로 무릎을 꿇은 채로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왕야, 이젠… 저를 사랑하시지 않는 겁니까?”낙월영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그 순간 부진환은 가슴이 아리고 아팠다. 마치 그녀의 뺨을 때리는 것이 아주 잘못된 일인 것처럼 말이다.부진환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시선을 옮겼다. 이럴 리가 없는데?“왕야… 최근 저와 함께하시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그리도 싫으신 겁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왕야께서는 저를 이리 혐오하시는 겁니까? 왕야, 절 용서해주시면 안 됩니까?”그 모습은 너무도 처량해 측은지심이 들 정도였다.부진환은 이를 악물더니 주먹을 꾹 쥐며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너인 줄 몰랐다. 월영아, 넌 이러면 안 된다. 넌 왕부에 있을 명분이 없지 않으냐? 이렇게 자신을 아끼지 않아서는 안 된단 말이다!”그의 말에 낙월영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송구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바닥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고 부진환은 낙월영이 떠나자마자 가슴을 부여잡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소유! 소유!”갓 내원에 들어섰던 소유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서방으로 향했고 부진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긴장한 얼굴로
Read more

제333화

엄평소는 미간을 구겼다.“죽는다는 소리는 불길하니 하지 말거라.”여인은 싱긋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바로 그때 밖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두드리고 있었다.“내가 가보마.”엄평소는 약을 내려놓고 여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문을 열자 얇고 가녀린 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엄평소는 흠칫 놀라더니 밖을 살펴보고는 그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온 뒤 문을 닫았다.“네가 여긴 웬일이냐? 늦은 밤인데 누가 볼까 두렵지 않은 것이냐?”엄평소는 인상을 쓰면서 눈앞의 사람을 혼냈다.낙월영의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선명했다. 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엄평소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하지 못하겠단 말입니다. 저한테 그를 유혹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그는 절대 그렇게 쉽게 넘어올 사람이 아닙니다.”엄평소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뺨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난 너더러 진짜 그자와 밤을 보내라고 한 적이 없다. 그에게 약을 먹이고 그의 옷을 벗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너의 정조를 빼앗았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네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다 널 위해서다. 월영아.”낙월영은 점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정말 못하겠습니다. 세 배에 가까운 약을 썼는데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평소, 저는 섭정왕부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엄평소는 참을성 있게 그녀를 위로했다.“일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물러설 수는 없지. 낙청연은 완전히 짓밟아야 할 것 아니냐? 그는 널 아끼니 오늘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날 믿거라. 월영아, 넌 우리 엄씨 가문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했으니 우리 집안은 절대 널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은 전부 다 줄 수 있다.”엄평소는 부드럽게 그녀를 구슬렸
Read more

제334화

낙월영이 어찌 이곳에 온 것일까?낙청연은 침착하게 문을 열어 낙월영을 안으로 맞이했고 탁자 앞에 앉았다.“점괘를 보러 오신 겁니까?”낙청연은 평온한 어조로 물었고 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내 인연을 알고 싶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궁금하오.”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하며 물었다.“점괘는 오직 사람의 명격만 들여다볼 수 있지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소저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 소저를 사랑하는지는 제가 알 수 없는 일입니다.”낙청연은 이상함을 느꼈다. 낙월영이 진짜 점괘를 보러 온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 시비를 걸려고 온 건지 알 수 없었다.“그렇다면 내가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지 봐주겠소?”낙월영은 자신의 생시가 적힌 종이를 건넸고 낙청연은 진짜 그녀의 점괘를 봐주기 시작했다. 사실 낙월영의 명격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녀는 낙월영의 명격에서 두 가지 길을 발견했다.하나는 봉황이 구천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백골과 피로 즐비한, 끝없이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어둠의 길이었다.낙청연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소저는 좋은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어려움이 조금 있겠지만 선행을 많이 한다면 반평생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그녀는 봉황에 관한 것은 얘기하지 않았으나 낙월영을 속인 것은 아니었다.그녀가 더는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운명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었다.그러나 낙월영이 듣기에는 선행을 많이 해도 겨우 반평생의 부귀영화밖에 얻지 못한다는 것으로 들렸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반평생이 아닌 한평생이었다.하늘이 그녀에게 그런 운명을 주지 않았다면 자신이 직접 쟁취할 셈이었다.저 신산은 꽤 능력이 있어 보였다. 적어도 입에 발린 말로 그녀를 속이려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향낭을 꺼내며 물었다.“저 신산이 내 향낭을 봐줬으면 하오. 이것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물건이 맞소?”그 향낭을 보는 순간 낙청연의 눈빛이 번뜩였고 순간 마
Read more

제335화

낙청연은 티 나지 않게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이 물건은 제가 대신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향낭 안에 있는 것은 절대 예사 물건이 아닐 겁니다. 계속 몸에 지니고 다니시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이렇게 말하면 낙월영이 이 향낭을 포기할 줄 알았다.원래 낙월영의 물건이 아니었으니 그리 중요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낙청연은 이 물건이 그녀에게 해가 되는 걸 안다면 먼 곳에 버릴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낙월영은 당황한 얼굴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국 손을 뻗어 단호히 낙청연의 손에서 그 향낭을 빼앗아 들었다.낙청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소저?”낙월영은 향낭을 손에 꼭 쥔 채로 두려움과 긴장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믿을 수 없소.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소.”말을 마치고 그녀는 향낭을 꼭 쥔 채로 급히 자리를 떴다.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을 보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그 향낭을 가져가려 한 것일까?낙청연의 마음에 붙었던 불씨가 순식간에 꺼졌다.어쩌면 향낭을 돌려받을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오늘 일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저번에 잡았던 악령을 때마침 쓸 수 있을 것 같았다.낙청연은 낙월영이 그것을 버텨낼 수 없을 거로 생각했고 반드시 그녀에게서 향낭을 되돌려받을 생각이었다.곧장 후원으로 향한 낙청연은 마침 밖으로 나오던 송천초와 마주쳤다.“손님은 벌써 가신 겁니까?”“나 대신 문을 닫아주려무나. 오늘은 이만 장사를 접으련다.”낙청연은 그 말과 함께 급히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방 안에 가뒀다.그녀는 서랍을 열고 물건을 꺼냈다. 구 모양으로 부적에 감싸져 있던 물건을 여니 검은 기운이 뛰쳐나와 방안에서 마구 날뛰었다.낙청연은 부적을 문에 붙여 그것이 도망가는 걸 막았고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평생 갇혀 지내고 싶지는 않겠지. 네가 날
Read more

제336화

“저 신산, 이건 정말 사악한 물건인 건 같소.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났소. 이러다가 정말 큰 화를 입을까 걱정되오.”낙월영은 눈 밑이 검었고 얼굴이 초췌했다.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깍지를 꼈다.낙청연은 향낭을 받아 들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이 물건은 사악한 기운이 강해 이미 오래전부터 소저의 기운에 영향 주었을 겁니다. 다행히도 소저께서 일찍 저를 찾아오셔서 해결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만약 이 향낭을 다시 돌려받고 싶으시다면 제가 악령을 처치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찾으러 오시지요.”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속였다.향낭의 겉천을 사이 두고 일월쇄가 만져지니 낙청연은 괜히 흥분됐다.이제 곧 그녀는 일월쇄를 열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낙청연 어머니의 신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장군댁 부인께서 저 신산에게 점괘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운이 점점 더 좋아졌다고 들었소. 저 신산도 내게 좋은 운을 불러들일 수 있는 물건을 줄 수 있겠소?”낙월영은 엄평소가 그녀에게 했던 말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그녀는 저 신산이 이렇게 실력 있는 자라면 그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난색을 보이며 말했다.“장군댁 부인께서는 명격이 최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운세를 좋게 만드는 게 간단한 편이었지요. 모든 사람이 장군댁 부인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낙월영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결국은 운명이란 말이오…”낙청연은 당장 향낭을 가지고 돌아가 그것을 연구해 볼 셈이었기에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소저의 명격 또한 좋은 편입니다. 착실하게 나날을 보낸다면 좋은 운이 찾아올 것입니다.”낙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 저 신산. 이 향낭은 저 신산께 부탁드리겠소.”그 말을 끝으로 낙월영은 돈주머니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낙청연이 손을 뻗어 그것을 챙기려는데 갑자기 뼈마디가 분명한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 먼저 돈주머니를 챙겼다.낙청연은 잠시
Read more

제337화

“왕야, 이 물건은…”낙월영은 다소 긴장했다. 전에 그녀는 이 향낭이 어머니의 유품이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물건을 산명 선생에게 맡긴 것을 들켰으니 어떻게 거짓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월영아, 날이 추우니 얼른 돌아가거라. 고뿔에 걸리면 안 되지.”부진환은 걱정하는 듯한 어조로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순간 낙월영은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는 조심스레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왕야, 화가 풀리신 겁니까?”부진환은 부드럽게 미소 짓더니 손을 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당연하지.”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보던 낙청연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이름도 바꾸고 혼자서 잘살고 있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그녀의 앞에서 그녀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었다.이제 막 손에 넣을 뻔했던 향낭을 빼앗기고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장면까지 보게 되니 낙청연은 거대한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고 심지어는 서러워서 한바탕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복잡한 감정들이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몰려왔으나 낙청연은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현재 그녀는 저낙의 신분으로 어렵게 지금까지 걸어왔다.완전히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부진환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었다.“왕야와 왕비 마마께서는 참으로 잘 어울리십니다. 이분이 왕비 마마란 걸 알았다면 거래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낙청연은 맑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 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낙월영 또한 놀란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이 못내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이내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는 대신 낙월영에게 말했다.“내가 데려다주마.”낙월영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가녀린 몸을 한 낙월영은 부진환의 호송 아래 점포를 떠났고 고요한 길을 걸으며 장락골목에서 사라졌다.“왕비 마마…”지초의 목소리에 낙청연은 그제야 시선과 생각을 거두어
Read more

제338화

상원절(上元節)이 가까워지니 성안이 북적북적했고 낙청연의 점포 앞에도 붉은색 등롱이 걸려 경사스러워 보였다.노름을 좋아하는 용의천의 운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면서 낙청연 또한 장사가 잘됐다.화려하고 사치스러워 보이는 마차들이 매일같이 장락골목을 들락날락하며 낙청연을 모셔갔다.장락골목에 귀인이 나타났다 하면 모두 낙청연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저 신산의 명성이 수도 전체에 널리 퍼진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장락골목 주위의 거리에는 저 신산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부진환이 향낭을 가져간 뒤로 낙청연은 그를 쌀쌀맞게 대했고 그가 몇 번이나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그를 무시했다. 그 뒤로 부진환은 거의 오지 않았다.그렇게 순리롭게 겨울을 나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종놈이 그녀를 찾아와 초청장을 건넸다.“저 신산, 저희 아씨께서 일주일 뒤 혼례를 치르시는데 저 신산을 저택으로 모셔 축하주를 대접하고 싶어 하십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아씨라고 했소?”초청장을 열어보니 낙랑랑의 혼례였다. 낙청연은 경악했다.그리고 아래를 보니 신랑의 이름은 진소한이 아닌 범산화(范山和)였다.낙랑랑이 몰래 그녀를 찾아 인연을 점쳐 본 것이 도움이 되지 못한 듯했다.“어찌 이리도 갑작스럽단 말이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낙랑랑이 벌써 누군가와 혼인을 올린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종놈은 웃으며 말했다.“범씨 가문에서 급한가 봅니다. 보름 정도 준비했으니 그리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지요. 저희 아씨께서 저 신산을 꼭 모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으니 꼭 오셔야 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 내 꼭 가리다.”낙랑랑은 결국 저항에 실패했거나 낙운희를 위해 타협했을 것이다. 어쩌면 낙용과 낙운희의 모녀 관계를 위해 양보한 걸지도 몰랐다.그러나 적어도 범산화는 그녀가 혼인을 올리고 싶은 상대가 아닐 것이다.이렇게 갑작스럽다니, 낙청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낙용이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준비해 낙랑랑을 출가하게 할
Read more

제339화

송천초는 곧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이렇게 마르셨는데 이 모습으로 참석한다면 부진환이 단번에 알아볼 게 아닙니까?”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내게 방법이 있다! 얼굴은 면사가 있는 모자를 쓰면 된다.”송천초는 주저하며 물었다.“가능하겠습니까? 들키면 어찌합니까?”낙청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들킨다고 해도 내가 들키겠지. 그들은 저낙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너는 사람들에게 모습을 들킨다고 해도 저 신산 대신 온 것이라 하면 신경 쓸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러한 자리에서 산명 선생을 신경 쓸 사람은 없었으니 섭정왕비의 신분을 잘 연기해 들키지만 않으면 됐다.“알겠습니다.”그렇게 두 사람은 준비를 시작했다.낙청연은 뚱뚱하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직접 옷을 만들어 그 안에 대량의 솜을 넣었다.그것을 옷 안에 입고 겉에 옷을 두 겹 정도 더 껴입은 뒤 망토까지 두른다면 몸집이 몇 배는 더 커 보일 것이다.그리고 얼굴을 가리기 위해 그녀는 얼굴 전체를 가릴 가면을 만들었고 그 위에 면사가 드리워진 모자를 썼다.송천초와 지초는 그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낙청연은 목소리를 가다듬어 원래의 목소리를 냈다.송천초는 감탄을 내뱉었다.“진짜 저 신산의 모습은 눈곱만치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듯합니다!”“그럼 됐다!”준비를 마친 뒤 낙청연과 지초는 몰래 마차를 타고 성을 떠나 별원으로 향했다.별원에서 단장을 마친 뒤 그녀는 섭정왕부의 사람이 자신을 데리러 오길 기다렸다.이튿날 아침.마차 한 대가 별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타났고 지초는 대문 뒤쪽에서 마차를 보고는 긴장한 얼굴로 달려와 말했다.“왔습니다, 왔어요!”낙청연은 당부하며 말했다.“내가 가르쳤던 것은 다 기억했느냐?”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다 기억했습니다.”이번에는 소유가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낙청연의 신분으로 섭정왕부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낙청연은 괜히 긴장됐다.“왕비
Read more

제340화

낙청연이 섭정왕부로 돌아왔다.왕부 전체가 그 소식을 접했고 적지 않은 하인들이 나와서 그녀를 맞이했다. 낙월영 또한 그 소식을 알고 그녀를 보러 왔다.그녀는 낙청연이 살아서 섭정왕부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마차가 멈추어 섰고 소유가 차 문을 열었다.“왕비 마마, 도착했습니다.”대문 쪽에는 계집종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기도 전에 허약한 기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곧이어 지초가 낙청연을 부축하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왕비 마마!”등 어멈이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그녀를 맞이했고 낙청연은 육중한 몸을 이끌며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낙월영이 그녀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미소 지어 보였다.“돌아오셨군요, 언니. 별원에서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콜록콜록…”낙청연은 대답하는 대신에 기침하면서 낙월영을 지나쳤다.낙청연이 자기 말에 대꾸하지 않자 낙월영은 언짢은 얼굴로 낙청연의 팔을 덥석 잡았다.그 순간 면사가 휘날리는 바람에 낙월영은 낙청연이 쓴 가면을 보았고 겁을 먹고서는 연신 뒷걸음쳤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왕비 마마께서 돌아오신 이유는 낙랑랑 아씨의 혼례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왕비 마마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지초는 불쾌한 듯 말하고는 낙청연을 부축하고 떠났다.완전히 넋을 놓은 낙월영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 가면은 아주 무서웠다.낙청연은 왜 얼굴을 가린 것일까?낙청연은 다시 자신의 처소였던 곳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 내내 많은 사람이 그녀를 보고 수군거렸다. 낙청연의 옷차림이 무척 괴상했기 때문이었다.“문을 닫거라.”낙청연은 방 안으로 들어온 뒤 다급히 지초더러 방문을 닫게 했다.“왕비 마마, 저희는 아직 왕야를 뵙지 않았습니다.”지초가 주저하며 말했다.“왕야를 뵈어서 무엇하냐? 안 볼 것이다.”낙청연은 싸늘한 어조로 말하며 추한 가면을 벗었다.부진환이 그녀를 불러들인 것도 단지 태부부를 위해서였다.낙랑랑이 출가하는데 자신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것
Read more
PREV
1
...
3233343536
...
30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