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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왕야, 이 물건은…”

낙월영은 다소 긴장했다. 전에 그녀는 이 향낭이 어머니의 유품이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물건을 산명 선생에게 맡긴 것을 들켰으니 어떻게 거짓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월영아, 날이 추우니 얼른 돌아가거라. 고뿔에 걸리면 안 되지.”

부진환은 걱정하는 듯한 어조로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

순간 낙월영은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조심스레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왕야, 화가 풀리신 겁니까?”

부진환은 부드럽게 미소 짓더니 손을 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었다.

“당연하지.”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보던 낙청연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름도 바꾸고 혼자서 잘살고 있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그녀의 앞에서 그녀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었다.

이제 막 손에 넣을 뻔했던 향낭을 빼앗기고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장면까지 보게 되니 낙청연은 거대한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고 심지어는 서러워서 한바탕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복잡한 감정들이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몰려왔으나 낙청연은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현재 그녀는 저낙의 신분으로 어렵게 지금까지 걸어왔다.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부진환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었다.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는 참으로 잘 어울리십니다. 이분이 왕비 마마란 걸 알았다면 거래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낙청연은 맑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 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

낙월영 또한 놀란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이 못내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이내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는 대신 낙월영에게 말했다.

“내가 데려다주마.”

낙월영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가녀린 몸을 한 낙월영은 부진환의 호송 아래 점포를 떠났고 고요한 길을 걸으며 장락골목에서 사라졌다.

“왕비 마마…”

지초의 목소리에 낙청연은 그제야 시선과 생각을 거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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