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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엄평소는 미간을 구겼다.

“죽는다는 소리는 불길하니 하지 말거라.”

여인은 싱긋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내가 가보마.”

엄평소는 약을 내려놓고 여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

문을 열자 얇고 가녀린 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엄평소는 흠칫 놀라더니 밖을 살펴보고는 그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온 뒤 문을 닫았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늦은 밤인데 누가 볼까 두렵지 않은 것이냐?”

엄평소는 인상을 쓰면서 눈앞의 사람을 혼냈다.

낙월영의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선명했다. 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엄평소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하지 못하겠단 말입니다. 저한테 그를 유혹하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그는 절대 그렇게 쉽게 넘어올 사람이 아닙니다.”

엄평소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뺨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너더러 진짜 그자와 밤을 보내라고 한 적이 없다. 그에게 약을 먹이고 그의 옷을 벗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너의 정조를 빼앗았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네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다 널 위해서다. 월영아.”

낙월영은 점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못하겠습니다. 세 배에 가까운 약을 썼는데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게다가 제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평소, 저는 섭정왕부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엄평소는 참을성 있게 그녀를 위로했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물러설 수는 없지. 낙청연은 완전히 짓밟아야 할 것 아니냐? 그는 널 아끼니 오늘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날 믿거라. 월영아, 넌 우리 엄씨 가문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했으니 우리 집안은 절대 널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은 전부 다 줄 수 있다.”

엄평소는 부드럽게 그녀를 구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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