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61화

“저도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녀는 부진환의 믿음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낙청연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깨끗한 사람이오. 나는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 믿소.”

부진환의 낮은 목소리에서 약간의 취기를 느낀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부진환은 돌계단에 기댄 채로 계속해 술을 마셨고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어떤 일 때문에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오. 어쩌면 내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오…”

부진환의 머릿속에는 낙청연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는 오늘 밤 낙청연이 승상부에서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엄씨 가문과 한패라면 죽어 마땅한 큰 죄를 저지른 게 맞지만 만약 그냥 엄씨 가문에 이용당한 것이라면?

부진환은 불안했다.

심장 일부가 사라진 듯, 또는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고 있듯, 이 감정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지 몰랐다.

낙청연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숨을 잃다니? 설마 날 말하는 걸까?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냉정해진 낙청연은 그가 말한 이가 자신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부진환은 그녀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고 낙해평이 그녀를 데려가려 할 때도 무척 단호했다.

“왕야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것은 이미 후회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왕야께서는 무척 단호하시니 그렇게 쉽게 흔들릴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술을 마시던 부진환은 살짝 멈칫했다. 그는 미간을 구기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후회하고 있다는 말이오?”

그는 복잡한 심경에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래, 그대 말이 맞소. 난 단호한 사람이지.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도 모두 모질고 인정사정없는 마음과 수단 덕분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다른 이들에게 잡아먹혔을 것이오.”

그 순간, 부진환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

억울한 누군가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의심스러운 자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엄씨 가문에서 보내온 첩자이니 죽어도 상관없었다.

부진환은 주먹을 움켜쥐면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