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1981 - Chapt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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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1화

이때,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와 낙요는 곧바로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부진환과 주락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은 기옥과 강여도 방에서 나왔다.“무슨 일입니까? 방금 그것은 무슨 소리입니까?”강여가 다급히 물었다.낙요는 빗물 때문에 눈조차 뜨지 못했다.“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방 안의 촛불이 다시 한번 밝혀졌다.불을 밝히자 부진환과 주락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것이 보였다.부진환은 낙요를 그윽하게 바라봤다.“검은 옷을 입은 자가 대제사장님을 찾아왔습니까?”낙요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의 방에도 찾아간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락의 방에도 갔습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자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저희는 이곳 저택이익숙지 않아 아무 곳이나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혹시나 대제사장님에게 위험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이렇게 찾아왔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다면 아마 한 명이 아니겠군.”“따로 행동한 것 같습니다.”기옥과 강여는 난처한 얼굴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전 보지 못했습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기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곳은 성주 저택인데 어떤 간 큰 이가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입니까? 설마 세 분만 그런 일을 겪었단 말입니까?”강여는 그 말을 듣고 황급히 말했다.“얼른 잃어버린 건 없나 확인해 보십시오.”낙요는 분심검을 들었다.“확인해 볼 필요 없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그 사람은 분심검을 들고 도망쳤는데 도망치던 와중에 갑자기 분심검을 버리더구나.”“물건을 훔치러 온 사람 같았다.”부진환도 고개를 끄덕였다.“저희 짐에도 손을 댔는데 잃어버린 것 없었습니다.”“그들이 뭘 찾으려 한 것일까요?”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창밖 복도의 촛불이 밝혀졌고 곧이어 허서화가 사람을 데리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녀는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옥아! 옥아!”기옥은 곧바로 문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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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2화

“스승님, 어서 옷을 갈아입도록 하세요. 고뿔에 걸리겠습니다.”강여는 손수건을 들고 낙요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부진환도 말했다.“저희도 우선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느지막하게 돌아오겠습니다.“좋소.”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사람들은 다시 낙요의 방에 모였다.문과 창문을 닫았는데 밖에서는 여전히 천둥이 치면서 비바람이 몰아쳤다. 밤새 내릴 듯한 기세였다.사람들은 탁자를 에둘러 앉아 차를 따랐다.낙요는 기옥에게 물었다.“이 성주 저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기옥은 낙요의 말뜻을 이해했다. 오늘 밤 이곳에 묵자마자 도둑이 들었으니 성주 저택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예전에 저희 아버지와 허서화 고모는 아주 친한 친우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자주 이곳에 놀러 왔었습니다.”“저희 가족과 허씨 가문 사람들은 사이가 아주 좋았고 그중에서도 서화 고모는 제게 제일 잘해주셨습니다.”“고모는 젊었을 적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요절했고 고모의 부군은 그녀를 버렸습니다.”“그 뒤로 고모는 사내 한 명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모든 것을 바쳤는데 그 역시 고모를 버렸습니다.”“그때 고모는 병을 앓았고 몇 달 동안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그때 성주 어르신은 무척 화가 나서 그 사내를 찾기 위해 사람을 아주 많이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행방을 찾지 못했지요.”“성주 어르신도 그때부터 앓아누우셨습니다.”“서화 고모의 남동생은 유약한 분이라 큰일을 도맡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성주 저택을 잠깐 관리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또한 앓아누웠지요.”“결국에는 저희 고모가 나서야만했습니다.”“그 뒤로 고모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성주 저택 일을 처리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뒤로 다시는 혼인하지 않았습니다.”“사실 고모는 아이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데릴사위라고 해도 오는 사람이 없었지요.”“성안의 사람들은 고모가 너무 대단해서 그 어떤 사내도 고모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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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3화

쉬기 위해 침대에 눕자마자 낙요는 문밖에누군가 있음을 눈치챘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스승님, 접니다!”강여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는 이불을 들고 있었다.낙요는 미간을 찡그렸다.“뭘 하는 것이냐?”강여는 멋쩍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스승님, 오늘 밤천둥소리가 아주 큰 것 같지 않습니까? 스승님께서 잠을 못 이루실지 걱정되어 제가 같이 있어드리려고 왔습니다.”낙요는 당황스러웠지만 굳이 정곡을 찌르지는 않았다.낙요는 강여의 이불을 건네받으며 말했다.“너도 왔으니 가서 기옥도 불러오거라.”강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보겠습니다.”낙요는 이불을 펴놓았다. 다행히도 침상이 커서 세 사람도 거뜬히 잘 수 있을 듯했다.그렇게 곧 강여가 기옥을 데리고 왔다.“오늘 밤 비가 참 크게 내리는군요. 마치 겨울처럼 춥습니다. 부디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좋겠네요.”강여는 목을 움츠리며 맨 처음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낙요는 기옥을 도와 이불을 폈고 이내 세 사람은 함께 침상에 누웠다.강여는 중간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스승님, 제가 좋은 물건을 가져왔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작은 손난로를 낙요의 손에 쥐어주었다.“스승님, 오늘 밤 비를 맞아서 고뿔에 걸릴 수도 있으니 안고 주무세요.”말을 마친 뒤 강여는 그녀에게 바짝 붙더니 기옥을 잡아당겼다.“사숙, 이쪽으로 누우세요.”기옥은 허탈한 듯 웃음을 치면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세 사람은 그렇게 함께 누웠고 이내 따뜻해졌다.강여는 스승님을 따뜻하게 해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강여, 난 당신에게 가르쳐줄 것이 별로 없소. 그런데 날 정말 사숙이라고 부를 것이오?”기옥은 강여가 장난으로 하는 얘긴 줄 알았었는데 정말 그녀를 사숙이라고 불렀다.강여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하지요. 이것은 항렬이니 절 가르치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기옥은 의아했다.“그렇다면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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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4화

난희의 반응을 보니 흔들린 듯했다.낙정은 차갑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천천히 앞으로걸어 나오며 말을 이어갔다.“내키지 않지? 분명 당신이야말로 침서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사람이니 당연히 당신이 침서의 곁에 서 있어야지.”“하지만 난 알고 있소. 당신은 침서의 명령을 어길 수 없고 감히 낙요를 죽일 수도 없었겠지.”“그러나 성공한다면, 당신은 장군 저택의 미래 안주인이 될 것이오.”난희는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몸을 돌려 호통을 쳤다.“그만 얘기하시오!”그녀는 낙정이 말을 이어가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낙정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낙정은 난희의 뒤통수를 힘주어 눌렀다.난희는 잠깐 버둥거렸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낙정은 아픈 건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녀는 온몸의 통증을 참으며 곧바로 몸을 숙여 난희의 옷을 벗겼다.그녀는 난희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바로 그 방을 떠나 사람이 없는 후원으로 향했다.깜깜한 어둠 속, 가끔 순찰하는 호위들이 지나가기는 했지만,낙정은 태연자약하게 행동하여 의심받지 않았다.그녀는 빠르게 후문으로 도망쳤다.그곳을 떠난 뒤 낙정은 신속히 궁으로 향했다.황후의 침궁에 도착했을 때, 낙정은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졌다.황후는 싫은 내색을 내비치며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녀를 흘깃대더니 손을 들어 궁인들에게 물러나라고 눈치를 줬다.사람들을 물린 뒤 황후는 작게 기침했다.“네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것이냐?”낙정은 무기력하게 몸을 지탱했다.“그들이 도주로 향했습니다.”그 말에 차를 따르던 황후가 멈칫했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낙정을 바라봤다.낙정이 다급히 말했다.“황후마마께서는 침서의 수단을 알고 계시지요.”“전 계획대로 도주영을 일러바쳤습니다.”“하지만 이번에 낙요도 따라서 도주로 향한 것 같았습니다. 낙요가 진실을 알아낼지 걱정됩니다.”황후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사색에 잠겼다.잠시 뒤 그녀는 덤덤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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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5화

낙요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불편해져서 손에 들고 있던 간식마저 먹을 수 없었다.“스승님, 이것 좀 맛보세요. 맛있습니다.”강여가 또 그릇 하나를 들고 왔다.“먹지 않겠다. 들어가지 않는구나.”“너희 둘을 따라서 먹다 보면 살이 찌겠다.”낙요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강여는 웃으며 말했다.“뭐가 두렵습니까? 사모님께서는 스승님이 뚱뚱하다고 나무라지 않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강여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사모님이라고 말하자 부진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렇지. 먹고 싶으면 먹거라. 너무 배부르지만 않으면 된다.”낙요가 강여를 혼내려고 할 때, 갑자기 머릿속에 어떠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계집종 여럿이 그녀를 보며 비웃는 장면이었다.“돼지처럼 뚱뚱하면서 감히 우리 왕야를 넘보다니. 심지어 우리 왕야에게 시집을 와?”“주제 파악도 못 하는 것.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타닥.갑자기 울려 퍼진 폭죽 소리에 낙요는 몸을 흠칫 떨면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또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가슴이 답답하고 슬픈 기분. 마치 누군가 그녀의 목을 졸라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기분 말이다.왜 또 갑자기 그녀를 슬프게 만드는 것들이 떠오르는 것일까?“왜 그러십니까?”부진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낙요를 현실로 데려왔다.정신을 차린 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그러나 부진환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조금 전 강여가 했던 말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부진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를 떠났다. 그는 몰래 맛있는 걸 찾고 있던 강여를 찾아갔다.“다음번에는 날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거라.”“왜입니까?”강여는 당황했다.“네 스승님이 싫어하는 것 같같으니,다음번에는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그 말에 강여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어젯밤에도 그렇게 불렀었는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아마... 다른 사람이 듣는 게 싫은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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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낙요 일행은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렇게 정자에 앉아 마당에 있는 대다수 손님을관찰했다.“좋은 자리를 선점했군.”“저기 세 형제자매를 보시오. 허서화, 허계지(許繼志), 허군한 일가족까지. 그들은 지금까지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소.”“그들이 형제자매라는 걸 몰랐다면 아마 서로 모르는 사람인 줄로 알았을 것이오.”주락은 그 말을 듣고 턱을 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그러게요. 허서화는 허군한 가족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지만 그녀의 남동생은 왜 그녀와 얘기를 나누지 않는 걸까요?”“그저 손님들과 인사를 나눌 뿐이네요.”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허씨 일가의 상황이 아주 복잡한 듯합니다.”“우리가 조사하려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낙요는 고민하는 얼굴로 말했다.“지금 상황에서는 허서화가 조금 더 의심스럽소.”“그리고 그의 남동생도 범상치 않은 듯하오. 무공을 할 줄 알고 몸도 허약하지 않은데 일부러 허약한 서생처럼 꾸몄으니 말이오.”“그가 신은 신발을 보시오. 구멍이 났소.”“성주 저택은 돈이 많을 텐데 신발 하나 살 돈이 없겠소? 그런데 그는 하필 오늘 같은 날에 구멍이 난 신발을 신었소.”“허계지와 허서화의 차림새는 천지 차이오.”세 사람은 음식을 먹는 한편 관찰하면서 대화를 나눴다.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연회가 거의 끝자락에 다다랐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이리저리 움직였다.상씨 집안의 세 아들딸도 따로 떨어져 각자 놀러 갔다.기회를 찾은 부진환은 일어나서 술을 따르며 말했다.“제가 상 장군과 인사를 나눠보겠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주락도 술을 따랐다.“그러면 전 허계지를 찾아가 보겠습니다.”사람들이 떠나가고 정자에는 낙요 혼자 남았다.그녀는 허서화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바쁘게 돌아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이때 괜히 폐를 끼칠 것 같아 포기했다.그렇게 낙요는 홀로 한가로이 앉아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술병을 든 사내가 비틀거리면서 정자 쪽으로 걸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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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사내는 바닥에 엎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와 동행한 호위들이 그를 일으켰다.사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두 사람을 손가락질했다.“감히 날 때린 것이오? 이 도주성에 누가 감히 나 설진재(薛進財)를 건드릴 수 있다고! 죽고 싶은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씩씩거리면서 명령을 내렸다.“저들을 포위하거라. 절대 도망치게 놔두지 말거라!”호위들이 낙요와 부진환을 겹겹이 에워쌌다.“당신! 지금 당장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성주부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오!”낙요도 화를 냈다.“이곳이 성주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오늘 연회에서 감히 소란을 피우며 큰소리를 치다니, 성주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오?”사내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성주부는 물론이고 암시장의 성주도 나 설진재의 체면을 생각해 줘야 하지!”“내가 도주성의 갑부가 되고 이렇게 크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성주부 덕분이 아니오!”그 말을 들은 낙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암시장 덕분이란 말이오? 내게 사과해야 할지 말지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설진재는 그 말을 듣고 몸을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당신에게 사과하라고?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낭자구먼! 하하하!”’“당신!”설진재는 낙요를 가리키며 거만하게 말했다.“당신은 오늘 나와 함께 술을 마셔야 하오. 그리고 내 기분을 띄워줘야 내가 당신을 용서해 줄 것이오!”건방진 말을 들으니 우스웠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다시 한번 다리를 들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군!”그는 또 한 번 설진재를 날려버렸다.설진재는 연신 앓는 소리를 하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아주 혼쭐을 내주거라!”호위한 무리가 낙요와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고 싸움이 번졌다.낙요는 그들이 일반 호위가 아니라 다들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이란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모든 공격이 치명적이었다.낙요와 부진환은 상황을 고려하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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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낙요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상녕이 갑자기 그녀의 앞에 서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낙요를 향해 웃어 보이며 물었다.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낙청연입니다.”상녕은 중얼거리며 말했다.“낙청연, 듣기 좋은 이름이군요. 역시 미인에게는 예쁜 이름이 있어야지요!”그녀의 열정적인 눈빛에 낙요는 당황했다.부진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낭자는...”그러나 상녕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낙요를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전 상녕이라 합니다. 도주영 상 장군의 딸입니다!”낙요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상 장군의 딸이었군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상녕은 그 말을 듣자,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섰다.“정말입니까? 제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절 아십니까?”상녕의 적극적인 태도에 낙요는 살짝 불편했다.바로 그때, 옆에 있던 훤칠한 사내가 다가왔다.“널 알 리가 있겠느냐? 예의상 한 말일 텐데 그걸 믿다니.”상녕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흘겨봤다.“그게 오라버니랑 무슨 상관입니까?”사내는 낙요를 향해 예를 갖췄다.“낙 낭자, 전 상안(常安)이라고 합니다. 상녕의 둘째 오라버니이자 도주영 상 장군의 아들입니다!”낙요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반갑습니다.”어떻게 도주영의 그들에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이었는데 그들이 먼저 다가올 줄은 몰랐다.하지만 두 남매는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다.“낭자, 혹시 혼인하셨습니까?”상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질문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상안이 호통을 쳤다.“왜 그런 걸 묻는 것이냐? 예의가 없구나! 어떻게...”상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전 여인입니다. 제가 묻는 게 뭐 어때서요? 낙 낭자, 혹시 예의 없다고 느끼셨습니까?”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그저 상 낭자가 평범한 여인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을 뿐입니다.”“그래서 혼인은 하셨습니까?”상녕이 다시 물었고 낙요는 웃으며 답했다.“네.”상녕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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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상 장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혹시 그 반귀성의 낙청연이오?”“그렇습니다.”낙요를 바라보는 상 장군의 눈빛에서 흐뭇함이 보였다.“낙 낭자는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군. 정말 대단하오.”“내 자식들과 같은 또래인것 같아 보이는데 그 셋보다 훨씬 훌륭하오!”상안은 그 말을 듣고 불평을 늘어놓았다.“아버지, 저처럼 잘생기고 위풍당당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러십니까? 제 어디가 훌륭하지 않습니까?”상녕은 사레에 들렸다.“우리 세 남매 중에서 둘째 오라버니가 가장 못났습니다. 오라버니 때문에 저와 큰 오라버니까지 힘들어졌지요.”“오라버니가 술만 조금 줄었더라면 저와 큰 오라버니가 함께 꾸중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상안은 황급히 상녕의 입 안에 간식을 넣었다.“먹을 게 이렇게 많은데도 네 입을 막을 수가 없구나!”낙요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상 장군, 과찬이십니다. 저는 이들보다 두 살은 더 많을 겁니다.”상 장군은 크게 웃었다.“그래도 대단하지! 이놈들 좀 보시오. 내가 밖에서 이 못난 놈들 때문에 창피만 당한다니까!”상 장군은 비록 자기 자식들이 못났다고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자애로움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는 세 아들딸에게 불만이라고는 전혀 없고 자랑스러움만 가득해 보였다.그들 가족의 분위기를 보니 괜히 부러웠다.허서화가 그들 가족과 가까이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됐다. 허서화는 외롭게 홀로 지내고 있고 두 번이나 버림을 당했으니 이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게 힘들 것이다.사실 허서화는 그들이 아주 부러울 것이다.“그러고 보니 조금 전 그 설진재라는 자 말입니다. 어찌 감히 성주부에서 소란을 일으킨단 말입니까? 심지어 이곳 사람들은 아주 익숙해 보였습니다.”낙요가 궁금한 듯 물었다.상 장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상녕이 먼저 선수를 쳤다.“제 고모가 여인이라 그렇습니다. 고모께서 이 성주부를 관리하시니 다들 고모가 여인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그 설진재는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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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0화

상안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날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은 말거라. 낙 낭자는 배우자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를 도주영으로 모시려 하는 건 네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겠지.”그 말에 상녕은 화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사람은 원래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법입니다. 제가 낙 낭자를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오라버니도 술판에 가서 미인들을 보지 않습니까?”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상 장군과 허군한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눈에는 애정 가득한 웃음기가 가득했다.허군한이 미안한 듯 말했다.“낙 낭자, 신경 쓰지 마시오. 이 두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주 싸웠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지금도 어릴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소.”낙요는 웃었다.“남매 사이가 이렇게 좋다니, 참으로 부럽습니다.”상녕이 다급히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부러워하지 마세요. 이런 오라버니가 있었으면 매일 괴롭힘당했을 겁니다. 정말 골치 아팠을 거예요.”상안이 씨근거리면서 상녕의 귀를 꼬집었다.“내가 널 언제 괴롭혔다고? 또 내 험담을 하는구나!”상녕은 상안의 손을 잡고 떼려 했다.“아픕니다! 지금 이게 괴롭히는 게 아니면 뭡니까?”“잠시 뒤 큰 오라버니에게 둘째 오라버니를 혼쭐내라고 할 겁니다. 연무장에서 300번 훈련하는 벌을 주라고 할 겁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훈련을 300번 한단 말이냐?”“큰 오라버니, 때마침 잘 오셨습니다. 둘째 오라버니가 또 저를 괴롭힙니다!”상녕이 다급히 일러바쳤다.상안은 그 말을 듣고 변명하려 했지만,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승(常勝)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이 어떤 자리인데 이곳에서 싸운단 말이냐? 누가 보면 웃겠다.”“돌아가면 둘 다 연무장에서 300번 훈련하거라.”그 말에 두 남매가 울상을 지어 보였다.“안 됩니다, 큰 오라버니.”하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자 두 남매는 그제야 얌전해졌다. 곧이어 상승은 낙요와 부진환에게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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