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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낙요 일행은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렇게 정자에 앉아 마당에 있는 대다수 손님을관찰했다.

“좋은 자리를 선점했군.”

“저기 세 형제자매를 보시오. 허서화, 허계지(許繼志), 허군한 일가족까지. 그들은 지금까지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소.”

“그들이 형제자매라는 걸 몰랐다면 아마 서로 모르는 사람인 줄로 알았을 것이오.”

주락은 그 말을 듣고 턱을 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허서화는 허군한 가족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지만 그녀의 남동생은 왜 그녀와 얘기를 나누지 않는 걸까요?”

“그저 손님들과 인사를 나눌 뿐이네요.”

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허씨 일가의 상황이 아주 복잡한 듯합니다.”

“우리가 조사하려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낙요는 고민하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허서화가 조금 더 의심스럽소.”

“그리고 그의 남동생도 범상치 않은 듯하오. 무공을 할 줄 알고 몸도 허약하지 않은데 일부러 허약한 서생처럼 꾸몄으니 말이오.”

“그가 신은 신발을 보시오. 구멍이 났소.”

“성주 저택은 돈이 많을 텐데 신발 하나 살 돈이 없겠소? 그런데 그는 하필 오늘 같은 날에 구멍이 난 신발을 신었소.”

“허계지와 허서화의 차림새는 천지 차이오.”

세 사람은 음식을 먹는 한편 관찰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연회가 거의 끝자락에 다다랐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상씨 집안의 세 아들딸도 따로 떨어져 각자 놀러 갔다.

기회를 찾은 부진환은 일어나서 술을 따르며 말했다.

“제가 상 장군과 인사를 나눠보겠습니다.”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주락도 술을 따랐다.

“그러면 전 허계지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정자에는 낙요 혼자 남았다.

그녀는 허서화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바쁘게 돌아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이때 괜히 폐를 끼칠 것 같아 포기했다.

그렇게 낙요는 홀로 한가로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술병을 든 사내가 비틀거리면서 정자 쪽으로 걸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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