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들을 에워쌌다.기옥이 허서화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고모!”허서화는 난색을 보이더니 호통을 쳤다.“설진재, 대체 뭘 하려는 것이오!”“언제까지 난동을 부릴 생각이오?”설진재는 두 손을 허리에 올리며 낙요를 가리켰다.“난 저 여인을 원하오. 당신은 상관하지 마시오. 난 당신의 일을 망칠 생각이 없으니 말이오.”그 말에 주락의 만방검이 다시 한번 검집에서 나왔다.“거만하기 짝이 없군. 당신 따위가 감히 암시장의 미래 성주를 모욕하다니!”말을 마친 뒤 주락은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주변에 있던 호위들이 일제히 그를 막았다.설진재는 잠깐 겁을 먹었지만 이내 코웃음 쳤다.“뭔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암시장의 미래 성주라니?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놈으로 보이시오?”낙요는 설진재의 호위들을 쭉 둘러본 뒤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설진재가 얼마나 줬소? 내가 그 열 배를 주겠소.”그녀는 태연하게 말했지만,주위에서는 연신 헛숨을 들이켰다.곧이어 주락과 싸우던 호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낙요를 바라봤다.“한 달에 삼백 냥인데 열 배를 주겠다는 말이오?”낙요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내가 열 배라고 했으면 열 배인 것이오.”“당신들이 돈 벌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지.”낙요의 관찰에 따르면 그 호위들은 다들 실력이 뛰어났다. 열 배의 값을 치르는 건 비싸긴 했지만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었다.인재라는 건 원래 가치를 매길 수 없으니 말이다.호위들은 마음이 흔들린 건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설진재는 당황스러움에 역정을 냈다.“날 배신하려는 것이냐?”“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저 여인은 번지르르한 말로 너희를 속이는 것이다! 저 여인이 어떻게 한 달에 삼천 냥을 줄 수 있겠느냐?”주락은 코웃음 쳤다.“우리 낙 낭자는 반귀성 성주의 여동생이자 반귀성의 미래 성주요.”“그까짓 돈은 아무것도 아니지!”주락은 경멸에 찬 어조로 말했다.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반귀성의 성주라고? 맙소사, 저자가
낙요가 대꾸하지 않자 설진재는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낙요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내 눈앞에서 사라지시오.”“감히 또 한 번 성주부에서 난동을 부린다면 앞으로 장사할 생각은 접는 것이 좋겠소.”설진재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알겠습니다!”주락이 검을 거두어들이자 설진재는 황급히 바닥에서 일어나 헐레벌떡 도망쳤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설진재를 혼쭐낼 사람이 있을 줄이야.”“저렇게 비참한 꼴의 설진재를 언제 또 볼 수 있겠소? 내일 아주 온 도성에 소문이 나겠구먼.”“이걸로 설진재는 몇 달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오.”사람들은 속 시원함을 느꼈다.설진재는 평소 건방을 떨면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성주부도 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설진재가 워낙 부유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설진재는 오늘 그를 지키던 호위들을 전부 빼앗기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헐레벌떡 성주부에서 도망쳤다.곧이어 주락은 그 호위들을 전부 성주부에 불러 모았다.그는 그들에게 몇 가지 일러둔 뒤 흩어지게 했다.성주부는 그제야 평온을 되찾았다.낙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허서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낙요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낙 낭자, 오늘 일은 정말 고맙소.”낙요가 웃으며 대답했다.“별거 아닙니다.”낙요는 왠지 모르게 자신을 대하는 허서화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꼈다.“낙 낭자, 낙 낭자와 단둘이 나누고픈 얘기가 있소.”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허서화와 함께 사람이 없는 마당으로 향했다.허서화가 차를 두 잔 따랐고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허서화는 솔직히 말했다.“어젯밤 일은 내가 꾸민 짓이오.”낙요는 살짝 놀라며 의아한 표정으로 허서화를 바라봤다.비록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허서화가 먼저 인정할 줄은 몰랐다.허서화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예전에 옥이는 내게 암시장에서 지
낙요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찻잔을 들고, 그 차를 마셨다.이로써 허서화의 이번 무례한 시험을 용서한 셈이다.허서화는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낙 낭자, 이렇게 어린 나이에 반귀성의 다음 성주가 됐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소.”“또한 곁에 이렇게 능력 있는 자들까지 두다니!”낙요는 겸손하게 웃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허서화는 또 말했다. “낙 낭자, 꼭 며칠 더 머물러 주시오. 그래야 나의 이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겠소?”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번에 도주성에서 좀 오랫동안 놀려고 온 것인데, 부인께 누가 되지 않는다면, 며칠 더 머물도록 하겠습니다.”“정말 잘 됐소.”허서화는 매우 기뻐하며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암시장에서는 그 어떠한 보물도 찾을 수 있다고 하던데, 복맹의 검이 암시장에 나타나서 사람들이 혈안이 되었다고 들었소.”“오늘 과연 식견을 넓혔소. 만방검뿐만 아니라 절세의 보물 강풍산도 찾을 수 있다니!”낙요는 부인하지 않았으며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허서화는 또 말했다. “사실 젊었을 때 나도 보물을 많이 수집했소. 만약 시간 나면, 낙 낭자와 연구 토론해 보고 싶소.”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좋습니다.”--낙요가 다시 정원으로 나갔을 때, 손님들은 이미 거의 돌아갔다.오늘 설진재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손님들은 당연히 남아있을 기분이 없었다.상씨 집안이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우산과 허군한은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허서화를 찾는 것 같았고, 허서화에게 할 얘기가 있는 듯했다.하지만 허서화는 나타나지 않았다.손님들은 다 돌아가고 정원에는 오로지 그들 일행만 남았다.허군한의 표정은 어두웠고, 상우산은 힘없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상안, 상녕, 외할아버지를 뵙고 우리도 이만 돌아가자꾸나.”이 말을 들은 상녕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렇게 빨리요?”“시간이 늦었구나.”상녕은 낙청연 일행과
그들은 곧 상녕을 데리고 성주부를 떠났다.“상 장군과 그의 부인은 허서화를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낙요는 그들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았다.기옥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고모의 마음속에 맺힌 그 응어리가 풀리지 한, 절대 그들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몇 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한 번도 말을 섞은 적이 없습니다.”기옥은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이때, 주락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호위들은 어떻게 안배할까요? 잠시 후 저를 찾아오라고 했습니다.”낙요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당신은 일단 암시장에 갔다 오시고, 밤에 그들을 데려가시오.”주락은 잠깐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럼, 이쪽은… ““괜찮소, 어차피 다녀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가는 김에 성주에게 나의 상황도 알려주고 오시오.”주락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 우 성주께서는 지금쯤 당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마 몹시 슬퍼할 겁니다. 제가 가서 설명하겠습니다.”비록 이 소식을 이때까지 암시장 쪽은 숨겨왔지만, 암시장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뒤섞여 있고, 소식도 빨리 유통되니, 성주는 아마 낙청연이 죽었다는 소식을 진작에 접하셨을 것이다.단지 그들에게 묻지 않았을 뿐이다.마침 이번에 이 좋은 소식을 우 성주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되었다.주락은 서둘러 출발했다.성주부 모든 사람은 분주히 청소하고 있었고, 허서화도 보이지 않았다.낙요 일행은 성주부에서 나와, 거리를 구경 나왔다.길에서, 낙요는 허서화가 그녀와 했던 얘기를 그들에게 말해주었다.낙요의 말을 듣고 난 후 기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라고요? 그 사람들은 고모가 안배한 사람들이었습니까?”“네가 남에게 속을 까봐 두려웠고, 또한 우리의 내력을 알아보기 위해 떠본 거야.”기옥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대도 이건 아니지요. 언니, 미안해요. 제가 폐를 끼쳤어요.”낙요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괜찮다.”“네 고모가 이미 나에게 해명했다.”강여가 웃으며 말했다
강여는 갈등에 휩싸였다.낙요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두 곳 다 가면 안 될까?”“이렇게 하자꾸나. 내가 가서 춘풍주를 사고, 너희들은 상금루로 가서 줄을 서거라, 어떠하냐?”강여는 흥분해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부진환이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 “그럼, 제가 당신과 함께 춘풍주를 사러 가겠습니다.”강여는 기옥의 팔을 잡고 말했다. “그럼, 기옥 사숙은 저와 함께 자리를 차지하러 상금루로 가요.”기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낙요가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누군가 줄을 서로 품향거로 간다며 달려가고 있었다.낙요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도 서둘러 품향거로 가자고!”그런데 도착했을 때, 그 긴 줄을 보고 그들은 깜짝 놀랐다.거의 거리 전체가 줄이었다.그들 차례까지 오길 바랄 뿐이었다.그들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줄을 서서, 품향거 앞에 이르렀고, 품향거의 간판을 보았다.문 앞에는 온통 술향기가 가득했고, 그 향긋한 냄새는 그저 맡고만 있어도 사람을 취하게 했다.하지만 그들 차례가 되었을 때, 갑자기 안에서 점원이 걸어 나오더니, 뒤에 늘어선 대오를 향해 소리쳤다. “춘풍주는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여러분, 돌아가십시오.”주위는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낙요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제 없습니까?”점원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 남은 한 단지를 방금 팔았으니, 내년에 다시 오십시오.”이 말을 마치고 그는 돌아서 가버렸다.텅 빈 단지 안은 확실히 아무것도 없었다. 낙요와 부진환은 서로 마주 보더니, 순간 기분이 우울해졌다.몇 시진이나 줄을 섰는데 공교롭게도 그들 앞에서 판매 종료되었다.부진환은 우울해진 낙요를 보더니 말했다. “그 사람들 분명 좀 남겨 놨을 겁니다. 제가 가서 찾아보겠습니다!”이 말을 끝내더니, 바로 품향거로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낙요는 다급히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뭐 하는 거요?
상녕은 그 술 단지를 낙요에게 건넸다.낙요는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 “상 낭자. 우리도 남의 좋아하는 물건을 뺏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 술은 받을 수 없습니다.”상녕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 함께 마시는 건 괜찮죠? 오늘 여기서 만났으니, 이것도 인연입니다.”낙요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기옥이 이미 상금루에 자리를 마련해 놨을 테니, 상 도련님과 상 낭자, 우리랑 함께 가시겠습니까?”조금 전까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던 상안은 이 말을 듣더니,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상금루에서 자리를 얻었단 말입니까?”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상안은 삽시에 흥분해 마지않았다. “그럼, 일찍 얘기하지, 조금 전 품향거에서 술을 살 때, 상금루에서 오늘 밤 화괴가 춤을 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련련(漣漣) 낭자는 평소에 기껏해야 병풍을 사이에 두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게 다입니다. 종래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술을 사고 상금루에 가면 자리가 없을 거라고 걱정했는데, 당신들이 자리를 차지했다니 참 다행입니다.”“자, 자, 자, 빨리 가자고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춘풍주를 뺏겨서 우울해하던 상안은 삽시에 기분이 좋아졌다.상녕은 앞으로 다가가 낙요의 팔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둘째 오라버니는 이렇게 술과 여색을 좋아합니다.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그리고 정말로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 두 남매를 보니, 당신이 오히려 누이 같습니다.”상녕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쌍둥이입니다. 그가 저보다 먼저 태어났을 뿐입니다. 우리가 지내는 방법이 이러합니다.”“다만 우리는 둘 다 큰 오라버니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합니다. 그는 훨씬 엄격합니다.”“큰 오라버니는 전장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그에게 상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때는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았습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보다 많은 걸 겪
다행히 상금루의 등은 꺼져 있었기 때문에 매우 어두웠고, 아무도 낙요가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부진환은 벌떡 일어나 쫓아 나갔다.상금루에서 나온 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떠났지만, 뒤에 쫓아오는 부진환을 발견했다.낙요는 더 빨리 뛰었고, 사람이 없는 작은 골목 안으로 달려갔다.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낙요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담벼락을 짚었다.부진환이 뒤쫓아와서 물었다. “청연아, 왜 그러느냐?”낙요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청연이라고 부르지 마시오!”“왜 쫓아오신 거요?”“누가 쫓아오라고 하였소?”낙요는 분노의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갑자기 이토록 정서가 격해진 낙요를 보며 무슨 이유인지 몰라서 너무 걱정됐다.“대제사장, 어디 불편합니까? 제가 성주부에 모셔다드릴까요?”낙요는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상관하지 마시오.”“대제사장…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를 바라보는 부진환의 눈빛을 보니, 낙요의 마음은 더없이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힘없이 주저앉았다.“무엇 때문에 또 나를 괴롭히러 온 것이오?”“매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있소?”낙요의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부진환의 가슴도 덩달아 쥐여 짜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그녀 앞에 웅크려 앉더니 말했다. “미안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녀는 정말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래서 기억을 찾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낙요는 고개를 들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울먹이며 물었다. “어찌하여 우리의 과거는 전부 다 고통스러운 것들입니까?”“어째서 깔끔하게 끝내지 못하고 각자 고통에서 벗어나지 않았단 말입니까?”“당신은 지금 왜 또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겁니까?”매번 그 기억을 떠올리면, 그녀의 마음속에는 마치 끝없는 억울함과 고통, 그리고 분노가 있는 것 같았다.그런 무력감에 휩싸여 그녀는 과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걸어갔지만, 분위기는 매우 미묘했다.상금루는 여전히 어두웠고, 두 사람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강여가 고개를 돌려 슬쩍 쳐다보더니 물었다. “사부님, 어디 다녀오십니까?”“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왔다.”둥근 무대 위에서, 련련 낭자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밤새도록 상금루의 광선은 어두컴컴했다.하여 오히려 누구도 낙요의 퉁퉁 부은 두 눈을 발견하지 못했다.연이어 세곡을 추고 련련 낭자는 무대를 떠났고, 다른 무희들이 올라왔다.상안은 아쉬운 듯 시선을 거두고,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흥이 다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내 평생에 련련의 춤을 다 구경해 보다니, 지금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상안은 언짢은 듯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참 못났습니다.”정신을 차리고, 상녕은 다급히 그 춘풍주를 열어 사람들에게 한 잔씩 따랐다.“이 춘풍주를 아직 마시지 않았습니다. 자, 어서 드십시오.”뭇사람은 잔을 들었다.상안은 매우 감격하여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밤, 당신들 덕분에 련련의 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오늘 밤을 놓쳤으면, 아마 평생 후회했을 겁니다.”상녕이 조롱하듯 물었다. “그럼, 련련의 춤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춘풍주가 더 중요합니까?”상안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련련이 더 중요하지.”이 말을 끝내더니, 턱을 괴고 도취하여 되새기고 있었다.상녕은 언짢은 듯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또 모두에게 술을 따랐다. “자, 자, 자, 오라버니는 신경 쓰지 마시고 우리끼리 마셔요.”“이 춘풍주는 정말 향긋하군요. 한 모금 마시니, 마치 화창한 봄날에 몸을 담근 듯,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꽃향기가 마음에 스며드는 기분입니다!”그들은 춘풍주를 마시며, 둥근 무대 위의 춤을 구경했으며, 기분은 매우 좋았다.상안은 흥미진진하게 그들에게 무대 위 무희들을 소개했다.무희들의 이름을 상안은 모두 다 알고 있었다.“허풍이 아니라, 이 도주성의 청루는 내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