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불편해져서 손에 들고 있던 간식마저 먹을 수 없었다.“스승님, 이것 좀 맛보세요. 맛있습니다.”강여가 또 그릇 하나를 들고 왔다.“먹지 않겠다. 들어가지 않는구나.”“너희 둘을 따라서 먹다 보면 살이 찌겠다.”낙요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강여는 웃으며 말했다.“뭐가 두렵습니까? 사모님께서는 스승님이 뚱뚱하다고 나무라지 않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강여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사모님이라고 말하자 부진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렇지. 먹고 싶으면 먹거라. 너무 배부르지만 않으면 된다.”낙요가 강여를 혼내려고 할 때, 갑자기 머릿속에 어떠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계집종 여럿이 그녀를 보며 비웃는 장면이었다.“돼지처럼 뚱뚱하면서 감히 우리 왕야를 넘보다니. 심지어 우리 왕야에게 시집을 와?”“주제 파악도 못 하는 것.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타닥.갑자기 울려 퍼진 폭죽 소리에 낙요는 몸을 흠칫 떨면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또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가슴이 답답하고 슬픈 기분. 마치 누군가 그녀의 목을 졸라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기분 말이다.왜 또 갑자기 그녀를 슬프게 만드는 것들이 떠오르는 것일까?“왜 그러십니까?”부진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낙요를 현실로 데려왔다.정신을 차린 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그러나 부진환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조금 전 강여가 했던 말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부진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를 떠났다. 그는 몰래 맛있는 걸 찾고 있던 강여를 찾아갔다.“다음번에는 날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거라.”“왜입니까?”강여는 당황했다.“네 스승님이 싫어하는 것 같같으니,다음번에는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그 말에 강여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어젯밤에도 그렇게 불렀었는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아마... 다른 사람이 듣는 게 싫은 건 아닐까요?”
낙요 일행은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렇게 정자에 앉아 마당에 있는 대다수 손님을관찰했다.“좋은 자리를 선점했군.”“저기 세 형제자매를 보시오. 허서화, 허계지(許繼志), 허군한 일가족까지. 그들은 지금까지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소.”“그들이 형제자매라는 걸 몰랐다면 아마 서로 모르는 사람인 줄로 알았을 것이오.”주락은 그 말을 듣고 턱을 괴며 관찰하기 시작했다.“그러게요. 허서화는 허군한 가족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지만 그녀의 남동생은 왜 그녀와 얘기를 나누지 않는 걸까요?”“그저 손님들과 인사를 나눌 뿐이네요.”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허씨 일가의 상황이 아주 복잡한 듯합니다.”“우리가 조사하려는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낙요는 고민하는 얼굴로 말했다.“지금 상황에서는 허서화가 조금 더 의심스럽소.”“그리고 그의 남동생도 범상치 않은 듯하오. 무공을 할 줄 알고 몸도 허약하지 않은데 일부러 허약한 서생처럼 꾸몄으니 말이오.”“그가 신은 신발을 보시오. 구멍이 났소.”“성주 저택은 돈이 많을 텐데 신발 하나 살 돈이 없겠소? 그런데 그는 하필 오늘 같은 날에 구멍이 난 신발을 신었소.”“허계지와 허서화의 차림새는 천지 차이오.”세 사람은 음식을 먹는 한편 관찰하면서 대화를 나눴다.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연회가 거의 끝자락에 다다랐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이리저리 움직였다.상씨 집안의 세 아들딸도 따로 떨어져 각자 놀러 갔다.기회를 찾은 부진환은 일어나서 술을 따르며 말했다.“제가 상 장군과 인사를 나눠보겠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주락도 술을 따랐다.“그러면 전 허계지를 찾아가 보겠습니다.”사람들이 떠나가고 정자에는 낙요 혼자 남았다.그녀는 허서화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바쁘게 돌아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이때 괜히 폐를 끼칠 것 같아 포기했다.그렇게 낙요는 홀로 한가로이 앉아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술병을 든 사내가 비틀거리면서 정자 쪽으로 걸어왔
사내는 바닥에 엎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와 동행한 호위들이 그를 일으켰다.사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두 사람을 손가락질했다.“감히 날 때린 것이오? 이 도주성에 누가 감히 나 설진재(薛進財)를 건드릴 수 있다고! 죽고 싶은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씩씩거리면서 명령을 내렸다.“저들을 포위하거라. 절대 도망치게 놔두지 말거라!”호위들이 낙요와 부진환을 겹겹이 에워쌌다.“당신! 지금 당장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성주부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오!”낙요도 화를 냈다.“이곳이 성주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오늘 연회에서 감히 소란을 피우며 큰소리를 치다니, 성주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오?”사내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성주부는 물론이고 암시장의 성주도 나 설진재의 체면을 생각해 줘야 하지!”“내가 도주성의 갑부가 되고 이렇게 크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성주부 덕분이 아니오!”그 말을 들은 낙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암시장 덕분이란 말이오? 내게 사과해야 할지 말지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설진재는 그 말을 듣고 몸을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당신에게 사과하라고?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낭자구먼! 하하하!”’“당신!”설진재는 낙요를 가리키며 거만하게 말했다.“당신은 오늘 나와 함께 술을 마셔야 하오. 그리고 내 기분을 띄워줘야 내가 당신을 용서해 줄 것이오!”건방진 말을 들으니 우스웠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다시 한번 다리를 들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군!”그는 또 한 번 설진재를 날려버렸다.설진재는 연신 앓는 소리를 하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아주 혼쭐을 내주거라!”호위한 무리가 낙요와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고 싸움이 번졌다.낙요는 그들이 일반 호위가 아니라 다들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이란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모든 공격이 치명적이었다.낙요와 부진환은 상황을 고려하여 감
낙요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상녕이 갑자기 그녀의 앞에 서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낙요를 향해 웃어 보이며 물었다.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낙청연입니다.”상녕은 중얼거리며 말했다.“낙청연, 듣기 좋은 이름이군요. 역시 미인에게는 예쁜 이름이 있어야지요!”그녀의 열정적인 눈빛에 낙요는 당황했다.부진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낭자는...”그러나 상녕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낙요를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전 상녕이라 합니다. 도주영 상 장군의 딸입니다!”낙요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상 장군의 딸이었군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상녕은 그 말을 듣자,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섰다.“정말입니까? 제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절 아십니까?”상녕의 적극적인 태도에 낙요는 살짝 불편했다.바로 그때, 옆에 있던 훤칠한 사내가 다가왔다.“널 알 리가 있겠느냐? 예의상 한 말일 텐데 그걸 믿다니.”상녕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흘겨봤다.“그게 오라버니랑 무슨 상관입니까?”사내는 낙요를 향해 예를 갖췄다.“낙 낭자, 전 상안(常安)이라고 합니다. 상녕의 둘째 오라버니이자 도주영 상 장군의 아들입니다!”낙요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반갑습니다.”어떻게 도주영의 그들에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이었는데 그들이 먼저 다가올 줄은 몰랐다.하지만 두 남매는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다.“낭자, 혹시 혼인하셨습니까?”상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질문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상안이 호통을 쳤다.“왜 그런 걸 묻는 것이냐? 예의가 없구나! 어떻게...”상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전 여인입니다. 제가 묻는 게 뭐 어때서요? 낙 낭자, 혹시 예의 없다고 느끼셨습니까?”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그저 상 낭자가 평범한 여인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을 뿐입니다.”“그래서 혼인은 하셨습니까?”상녕이 다시 물었고 낙요는 웃으며 답했다.“네.”상녕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 장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혹시 그 반귀성의 낙청연이오?”“그렇습니다.”낙요를 바라보는 상 장군의 눈빛에서 흐뭇함이 보였다.“낙 낭자는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뤘군. 정말 대단하오.”“내 자식들과 같은 또래인것 같아 보이는데 그 셋보다 훨씬 훌륭하오!”상안은 그 말을 듣고 불평을 늘어놓았다.“아버지, 저처럼 잘생기고 위풍당당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러십니까? 제 어디가 훌륭하지 않습니까?”상녕은 사레에 들렸다.“우리 세 남매 중에서 둘째 오라버니가 가장 못났습니다. 오라버니 때문에 저와 큰 오라버니까지 힘들어졌지요.”“오라버니가 술만 조금 줄었더라면 저와 큰 오라버니가 함께 꾸중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상안은 황급히 상녕의 입 안에 간식을 넣었다.“먹을 게 이렇게 많은데도 네 입을 막을 수가 없구나!”낙요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상 장군, 과찬이십니다. 저는 이들보다 두 살은 더 많을 겁니다.”상 장군은 크게 웃었다.“그래도 대단하지! 이놈들 좀 보시오. 내가 밖에서 이 못난 놈들 때문에 창피만 당한다니까!”상 장군은 비록 자기 자식들이 못났다고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자애로움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는 세 아들딸에게 불만이라고는 전혀 없고 자랑스러움만 가득해 보였다.그들 가족의 분위기를 보니 괜히 부러웠다.허서화가 그들 가족과 가까이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됐다. 허서화는 외롭게 홀로 지내고 있고 두 번이나 버림을 당했으니 이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게 힘들 것이다.사실 허서화는 그들이 아주 부러울 것이다.“그러고 보니 조금 전 그 설진재라는 자 말입니다. 어찌 감히 성주부에서 소란을 일으킨단 말입니까? 심지어 이곳 사람들은 아주 익숙해 보였습니다.”낙요가 궁금한 듯 물었다.상 장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상녕이 먼저 선수를 쳤다.“제 고모가 여인이라 그렇습니다. 고모께서 이 성주부를 관리하시니 다들 고모가 여인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그 설진재는 암시
상안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날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은 말거라. 낙 낭자는 배우자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를 도주영으로 모시려 하는 건 네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겠지.”그 말에 상녕은 화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사람은 원래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 법입니다. 제가 낙 낭자를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오라버니도 술판에 가서 미인들을 보지 않습니까?”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상 장군과 허군한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눈에는 애정 가득한 웃음기가 가득했다.허군한이 미안한 듯 말했다.“낙 낭자, 신경 쓰지 마시오. 이 두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주 싸웠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지금도 어릴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소.”낙요는 웃었다.“남매 사이가 이렇게 좋다니, 참으로 부럽습니다.”상녕이 다급히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부러워하지 마세요. 이런 오라버니가 있었으면 매일 괴롭힘당했을 겁니다. 정말 골치 아팠을 거예요.”상안이 씨근거리면서 상녕의 귀를 꼬집었다.“내가 널 언제 괴롭혔다고? 또 내 험담을 하는구나!”상녕은 상안의 손을 잡고 떼려 했다.“아픕니다! 지금 이게 괴롭히는 게 아니면 뭡니까?”“잠시 뒤 큰 오라버니에게 둘째 오라버니를 혼쭐내라고 할 겁니다. 연무장에서 300번 훈련하는 벌을 주라고 할 겁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진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훈련을 300번 한단 말이냐?”“큰 오라버니, 때마침 잘 오셨습니다. 둘째 오라버니가 또 저를 괴롭힙니다!”상녕이 다급히 일러바쳤다.상안은 그 말을 듣고 변명하려 했지만,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승(常勝)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이 어떤 자리인데 이곳에서 싸운단 말이냐? 누가 보면 웃겠다.”“돌아가면 둘 다 연무장에서 300번 훈련하거라.”그 말에 두 남매가 울상을 지어 보였다.“안 됩니다, 큰 오라버니.”하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자 두 남매는 그제야 얌전해졌다. 곧이어 상승은 낙요와 부진환에게 고개를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설진재였다.그의 뒤에 서 있던 호위들이 시체 두 구를 끌고 왔다.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무대 위 연극은 끝나지 않았지만,손님들의 시선은 전부 설진재를 향했다.낙요는 미간을 구겼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어떻게 된 일이지? 누군가 죽은 건가?”누군가 의아한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나야 모르지. 오늘 같은 날에 누군가 죽다니, 참 불길하군.”설진재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더니 이내 낙요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낙요에게 다가가 화를 내며 손가락질했다.“당신이 죽였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상녕이 곧바로 낙요의 앞에 나서며 싸늘한 시선으로 설진재를 바라보았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낙 낭자는 줄곧 우리와 함께 같이 있었소. 그런데 어떻게 당신의 사람을 죽였단 것이오?”“당신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오?”설진재는 화를 내며 검을 뽑아 들더니 탁자 위에 힘껏 꽂으며 버럭 호통을 쳤다.“오늘 누가 내 사람을 죽인 건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 성주부 대문을 나서지 못할 것이오!”그의 기세에,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은 깜짝 놀랐다.대다수 사람에게 설진재는 건드릴 수 없는 세력이었다.성주부도 설진재를 대할 때 조심스러운데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성주부에서 누군가 죽었다고 하자 허서화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부랴부랴 다가온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쩌다가 사람이 죽은 겁니까? 보셨겠지요?”설진재는 화를 내며 밖을 가리키더니 큰 목청으로 말했다.“저 화원의 정자였소. 난 약을 바르고 있었고 이 호위들은 날 보호하고 있었다.“그런데 누군가 급습했고 누군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들었소. 고개를 돌리니 이 두 사람이 물에 빠졌더군.”“그자는 복면을 쓰고 있었고 날 죽이려고 했소. 내가 물에 빠지지 않고 내 호위들이 목숨을 걸고 날 보호하지
어젯밤 일이 있은 뒤로 그들은 중요한 물건들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그리고 그 무기들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보통 무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낙요의 분심검, 주락의 만방검, 그리고 부진환의 강풍산까지 모두 보기 드문 보물이었다.상녕이 곧바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군! 처음부터 끝까지 낙 낭자는 나와 함께 있었소. 내가 증명할 수 있소!”기옥도 다급히 허서화에게 말했다.“고모, 저도 함께 있었습니다. 언니가 사람을 죽였을 리가 없습니다!”기옥은 황급히 허서화에게 말했다.상녕이 적의 가득한 눈빛으로 설진재를 바라봤다.“색마 같으니라고. 낙 낭자를 농락하려다가 실패해서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오? 일부러 낙 낭자를 모함하려는 것이지!”그녀는 그들 가족이 성주부를 떠나면 설진재가 낙요에게 시비를 걸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그들이 찾아왔다.“모함이라고? 내가 이 호위들을 데려 오는데 얼마나 돈을 얼마나 쓴 줄 아시오? 한 명만 죽여도 천만 냥의 손해를 입는 셈이오!”“내 옆에 여인이 널리고 널렸는데 내가 왜 내 사람을 죽이겠소? 우습군!”“조금 전에는 내가 술에 취해 잠깐 실수를 한 것이오. 그래서 내게 앙심을 품어 내 사람을 죽였겠지!”“당신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인이 있지만 당신 곁에 다른 사내가 있지 않소? 그자는 어디 있소?”그 말에 낙요는 심장이 철렁했다.설진재의 목표는 명확했다.그는 부진환을 모함할 생각이었다.낙요는 부진환이 그렇게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설령 그가 설진재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해도 앞으로 그를 처리할 방법이 수두룩했다. 그런데 굳이 오늘 손을 쓰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말이다.“참으로 건방지군. 당신 같은 사람은 우리가 앙심을 품게 할 자격이 없소.”“그리고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당신에게 손을 쓸 이유는 더더욱 없지.”“당신을 죽이는 건 우리에게 식은 죽 먹기이니 말이오.”낙요의 매서운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