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71 - 챕터 1280

3007 챕터

제1271화

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볼품없는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맹수처럼 흉악했다.사람들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고 두려움마저 들었다.탁장동은 그녀를 쏘아봤다.“어디 한 번 날 죽여보지 그래? 네가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느냐?”“시험해 보고 싶으냐?”낙청연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탁장동은 숨이 쉬어지지 않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낙청연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고 있었다. 몸이 너무 허약해서 그냥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처음 낙청연을 때리라고 명령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낙청연, 네가 이례적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거라.”“감히 그녀를 다치게 한다면 널 잔인하게 죽일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자를 바라보더니 경멸하듯 웃음을 터뜨렸다.“난 당연히 특권이 있다. 너처럼 쓸모없는 녀석보다는 특권이 훨씬 많지.”경멸에 찬 낙청연의 미소와 눈빛에 하령(夏翎)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뭐라고 했느냐?”낙청연은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유유히 웃었다.“스물여덟이나 먹었으면서 부제사장도 하지 못한 놈이 쓸모없는 놈이 아니면 뭐지?”그 말에 주위 사람들은 바짝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이런 말을 하다니.나이는 제사 일족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릴 때 제사 일족의 선택을 받아 교육받았다. 그러나 그중 대제사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일정한 나이가 된다면 실력이 출중한 이들은 도성에 남아 관직을 얻게 된다.보통 스물다섯 이상의 나이에 변변찮은 관직 하나 없이 제사 일족에 남아 그저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었다.그야말로 치욕이었다.다들 대놓고 말하지도, 몰래 뒤에서 의논하지도 못했다.그러나 연약하면서도 볼품없는 여인은 하령의 앞에서 거침없이 그를 조롱했다.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하령의 나이를 알고 있는 걸까?하령은 화가 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낙청연은 도발하듯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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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신산이라고 해도 이렇게 모든 걸 꿰뚫을 수는 없었다.낙청연이 갑자기 도전장을 내밀자 탁장동은 잠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기세가 확 사그라들었다.“두고 보자고!”탁장동은 눈을 부라리더니 몸을 돌려 떠났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떠났다.사실 다들 곤혹스러웠다.“정말 이상한 일이네. 왜 다 알고 있는 거지? 이 세상에 저렇게 신기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어떻게 단번에 다 아는 거지?”“누가 알겠어?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데 3일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우리는 그냥 지켜보자고.”사람들이 전부 떠난 뒤 낙청연은 몸을 지탱해 천천히 마당으로 향했다.마당 안에 들어간 순간, 낙청연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가 먼저 3일 뒤 취성대에서 만나자고 해서 주도권을 빼앗았다. 이렇게 해야 3일 동안 쉴 수 있었다.만약 지금 당장 싸운다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잠깐 휴식한 뒤 몸을 일으켜 문을 닫으려는데 돌연 누군가 문밖에 나타나 낙청연의 움직임을 막았다.상대가 누군지 확인한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우유(於柔)가 손에 든 약병을 낙청연에게 건넸다.우유는 낙청연보다 키가 한 뼘 작고 아담했으며 외모도 수려하고 온화했다.“가지고 있어. 널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알고 있다.”낙청연은 약병을 받았다.우유는 살짝 놀라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안에 들어와 앉거라.”우유를 맞이한 뒤 낙청연은 문을 닫았다.방 안의 많은 물건이 바닥에 내팽개쳐졌지만 방 안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우유는 걸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탁자에 올려두었다.“그렇게 다쳤으면서 3일 뒤 탁장동과 겨루다니, 미친 거냐?”우유가 다소 놀란 듯 물었다.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어차피 이 시합은 피할 수 없다.”“탁장동이 시간을 결정하길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기회를 잡는 것이 낫지. 적어도 3일이란 시간을 벌었으니 말이다.”낙청연은 평온하게 대답했다.우유는 그녀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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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온심동은 싸늘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고 하령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뒤쫓았다.“심동아, 화가 난 것이냐?”하령은 무거운 어조로 변명했다.“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온심동은 짜증이 나서 걸음을 멈추었다.“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서 무슨 소용입니까? 어떻게 해결할지는 당신이 생각하세요.”온심동은 냉담한 어조로 대꾸한 뒤 몸을 돌렸다.하령이 초조한 듯 그녀를 따라잡았다.“네가 화가 났다는 건 알겠다. 걱정하지 말거라. 난 절대 그자가 네 자리를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내가 말했다시피 난 네가 대제사장의 자리에 앉게 도와줄 것이다. 그 약속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지키겠다!”하령은 진지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그러나 온심동은 미간을 구겼다.“그건 당신 일이니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절 도와줬다고 해서 제가 당신에게 고마워할 거로 생각하지 마세요. 제게서 뭘 얻을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요. 처음부터 말해뒀습니다.”“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걸 전 줄 수 없습니다.”온심동은 하령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절 따라오지 마세요. 싫습니다.”냉담하게 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더 빨리 걸었다.하령은 그녀를 뒤쫓지 않았다. 그저 온심동의 떠나는 모습을 슬프게 바라볼 뿐이었다.-낙청연은 방 안에서 하루 동안 쉬었다.우유가 준 약이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낙청연의 몸에는 크게 효과가 없었고 중요한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저녁이 되자 침서가 찾아왔다. 낙청연은 침상에 기대어 기침하고 있었고 침서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왜 몸이 아직도 낫지 않는 것이냐?”침서가 다가와 침상 옆에 앉았다.그는 손을 뻗어 낙청연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살짝 놀랐다.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핏자국이 보였다.“다쳤느냐? 누가 한 짓이냐?”침서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그의 손을 쳐냈다.“제가 원한 불전연은요?”침서는 난색을 드러냈다.“찾기 쉽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그 말에 낙청연은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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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낙청연은 일어나서 재빨리 피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검은 그림자들이 이리저리 날뛰었다.낙청연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낙엽처럼 바람에 휩쓸려 멈추지 못했다. 벽에 부딪히고 문에 부딪히고 나무에 부딪히면서 피를 마구 토했다.무척 볼품없는 모습이었다.어두운 곳에서 멀리 떨어져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얼마나 대단하길래 취성대에서 탁장동과 겨루겠다고 한 건지 궁금했는데 저렇게 쓸모없다니.”“원래도 별 볼 일 없었지. 10대 악인이 왜 저자에게 굴복한 건지 알 수 없다니까.”“두 마리 더 풀 거라! 호되게 괴롭히면 이틀 뒤 취성대에서 바로 백기를 들지도 모르니 말이다.”그들은 팔괘부(八卦符)로 봉인되었던 상자를 열었고 부적 하나로 상자 안의 물건을 조종하여 상자에서 나오게 했다.바로 그때 발 하나가 나타나 상자를 엎었다.불쑥 튀어난 그것은 악에 받친 것처럼 소리를 질렀고 그들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너 어디 아프냐?”사람들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상자를 걷어찬 우유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일어서니 그들은 우유보다 키가 컸고 우유는 아담하여 만만해 보였다.우유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적당히 해!”“저러다 죽기라도 하면 침서가 너희들을 어떻게 처리할까?”말을 마친 뒤 우유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들은 화가 났지만 침서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했다.누군가 말했다.“그만하자. 어차피 무공을 시험하려 한 것이 아니냐? 맥도 추리지 못하는데 더 괴롭히다가 진짜 죽으면 어떡하느냐?”그들은 곧바로 물건을 정리하고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낙청연은 무기력하게 마당 벽에 기대어 앉아 입가의 피를 닦았다.검은 그림자들이 도망치는 방향을 바라보는 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했다.-어두운 밤, 숲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가슴께를 누른 채로 재빨리 도망치고 있었다.그의 뒤에서 그를 뒤쫓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부진환의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온몸은 더 심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앞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도저히 추격자들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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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부진환은 놀랍지 않았다.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예사 인물이 아니었다.부진환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다.진익이 계속해 말했다.“침서의 사람은 이미 산 전체를 둘러쌌소. 당신은 상처가 심각하니 도망치지 못할 것이오.”“날 따라간다면 내가 당신을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소.”“게다가 침서는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오. 당신도 느꼈겠지. 당신이 살아서 이 산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도성에는 들어갈 수 없소. 낙청연도 만나지 못할 것이고.”“여국에 당신을 도와줄 사람은 나뿐이오.”부진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조건은?”“이렇게 먼 곳까지 날 구하러 왔으니 조건이 있겠지.”진익은 웃었다.“역시 똑똑한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좋소!”“내가 원하는 건 하나뿐이오. 바로 침서를 죽이는 것이지!”진익의 눈동자에 강렬한 살기가 들끓었다.침서는 병권을 장악해 제멋대로 날뛰었다.비록 겉으로는 황실에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황실의 구속을 받지 않고 안하무인처럼 굴었다.게다가 황자인 그도 안중에 두지 않았고 항상 그를 조롱했다.진익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침서를 죽이는 것이었다.부진환은 진익이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란 걸 보아냈다. 그의 눈동자에서 증오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좋소. 내가 당신을 도와 침서를 죽이겠소.”“난 낙청연만 원하오!”그 말에 진익은 또 웃었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천궐국의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왕야가 이런 순정파일 줄은 몰랐소.”“하지만 낙청연을 데려가는 건 어려울 것 같소.”부진환의 눈빛은 평온했다. 그는 살짝 가라앉은 표정으로 덤덤히 대꾸했다.“난 낙청연을 데려가려는 게 아니오.”“그러면 뭘 할 생각이오?”진익은 이해할 수 없었다.“남은 시간 동안 그녀를 돕고 그녀의 곁에 있고 싶소.”그건 지금 부진환이 바라는 유일한 소망이었다.진익은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음, 감동적이군.”“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소.”“대신 내 말을 들어야 하오. 때가 되어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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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감히 난향을 써? 네 주제에!”그 흉악한 눈빛과 온몸 가득한 살기에, 난희(蘭姬)는 겁에 질려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장…… 장군, 장군께서 허락하신 겁니다.”침서는 눈빛이 돌연 차가워지더니, 난희를 힘껏 방문 밖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앞으로 다시는 난향을 쓰지 말거라. 꺼져라!”난희는 호되게 방문 밖으로 내팽개쳐져,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녀는 피를 왈칵 토했으며 그 모습은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난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장군의 성격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예전에 그녀의 춤사위를 가장 즐겼으며, 그녀 몸에서 나는 난향 냄새를 좋아했다.그런데 왜 갑자기……난희는 힘겹게 땅에서 기어 일어나, 방안에서 괴로워하며 술을 마시는 침서를 쳐다보며 물었다. “장군, 무슨 고민거리가 있으십니까? 난희가 장군님의 걱정을 덜어 들리겠습니다!”바로 이때, 그녀 뒤에서 누군가 걸어와, 그녀 곁에 멈춰 서더니, 호되게 뺨을 후려갈겼다.난희는 또다시 땅바닥에 엎어졌다.“꺼지라고 했는데 아직도 꺼지지 않는 건, 설마 내가 너의 가죽을 벗기길 기다리는 것이냐?” 고묘묘의 눈빛은 매서웠으며 다소 의기양양했다.난희는 분노의 눈빛으로 고묘묘를 노려보았다.고묘묘는 난희의 눈빛을 보더니, 화가 나서 난희의 멱살을 덥석 잡고 그녀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감히 나를 노려봐? 눈알을 뽑아버릴까?” 말을 하며 난희의 눈을 뽑으려고 했다방안에서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짜증 섞인 침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하거라!”“당장 꺼져!”고묘묘는 그제야 난희를 풀어주었다.차가운 눈빛으로 난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예전에는 침서가 너를 지켜주었으나, 앞으로 그는 더 이상 너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본 공주에게 무례하게 굴면, 본 공주는 너를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롭힐 것이다!”난희는 땅바닥에 내팽개쳐져 눈시울을 붉히며 방안의 침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급히 걸음을 옮기며 설움에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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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고묘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속이 뒤집힐 정도로 화가 났다.굴욕감은 또 물밀듯이 밀려와 그녀를 감쌌다.“침서, 우리 두고 보죠!” 고묘묘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며 다급히 옷을 입고, 황급히 도망갔다.--취성대 시합이 있기 전날 밤.모든 것이 평온했다.낙청연은 하루 쉬고 나서, 한밤중에 조용히 야행의로 갈아입었다.조용히 방문을 열고, 주위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연약각으로 향했다.그리고 또 특히 철추를 풀어,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했다.연약각은 제사장 일족의 요지이다. 일반 사람들은 함부로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만약 잡히면 정말 목숨을 잃게 된다.그러나 만일 약을 훔치지 않으면, 내일 취성대 시합에서 여전히 죽게 된다.그래서 낙청연은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극히 익숙한 이곳 환경에 의지하여,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곳을 가뿐히 피하여 연약각 밖으로 왔다.지금 연약각은 아주 고요했으며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낙청연은 정원으로 들어와,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그 문 앞에 이르렀다.비녀를 뽑아 능숙하게 자물쇠를 열고, 슬그머니 약방 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철추더러 밖에서 망을 보게 했다.혹여라도 누군가 온다면, 철추는 그녀를 도와 잠깐이라도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약방 안의 약 궤는 줄지어 있었으며 매우 가지런했다. 위에는 수많은 약병이 놓여있었다.낙청연은 빠른 속도로 찾기 시작했다.드디어 장롱 속에 잠겨져 있는 파원단을 찾았다.이 약은 아주 강한 진통 효능이 있다. 그러나 몸의 원기를 대가로 희생해야 하므로 대가가 무척 크다. 그래서 수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꺼내서 사용해도 안 된다.또한 누군가 이 약으로 빈틈을 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낙청연은 또다시 능숙하게 자물쇠를 열었다.그러나 궤를 여는 순간 눈앞의 광경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아주 질서 정연하게, 궤 안에 온통 파원단이 줄지어 있었다.어떻게 이렇게 많은 파원단이 있을까?낙청연의 기억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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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내일 취성대에서 탁장동을 도전해야 한다고 들었소.”“탁장동은 요 몇 년 동안 비록 아무런 관직에 오르지 못했지만, 실력은 동년배 중에서 아마 가장 뛰어난 자일 것이오.”“어찌 그 여인을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파원단까지 훔치러 오게 했단 말이오?”이때, 방안에서 침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낙청연이 도망간 방향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반짝이었다.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나는 그녀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소.”“그녀가 초라할수록 나는 점점 더 흥분된단 말이오.”약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느 집 낭자인지, 당신을 만나서 참 재수가 없게 되었소.”--무사히 방안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즉시 옷을 갈아입고, 책상다리를 하고 창가의 연탑에 앉았다.파원단을 먹고, 천명 나침반을 꺼내 수련을 시작했다.하룻밤이면 파원단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비록 공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칠팔 할 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탁장동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다음날 날이 밝자, 취성대 주위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이곳은 밤에는 천상을 관측하는 곳이지만, 낮에는 무예를 겨루는 절호의 무대이다.굉장히 넓은 곳이다.제사장 일족은 거의 모두 참석했다. 낯익은 얼굴과, 낯선 얼굴들이 많았다.심지어 침서도 온심동과 함께 왔다. 둘은 각각 무대 밖의 양측에 앉아, 다리를 꼬고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침서의 눈빛은 기대로 불타올랐다.낙청연은 이미 하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천천히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여위고 가냘파 보였다. 마치 곧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았다.사람들은 낙청연의 병약한 모습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제사장 일족에 이런 병약한 사람이 수용되어 있으면, 제일 먼저 쫓겨날 것이다.왜냐면 이런 병약한 사람은 제사장 일족으로 말하면 폐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낙청연도 그러하다.그러나 그들은 낙청연의 용모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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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반응이 꽤 빠른 편이군!”“반응이 빠른 건 빠른 거고, 이길 수 있는지는 또 별개 문제 아니겠소.”“여기 있는 사람 중에도 탁장동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몇 명 안 될 것이오.”이번 시합의 결과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모두가 한창 의론하고 있을 때, 갑자기, 탁장동이 아주 세게 날려갔다.다들 눈여겨보니, 날려간 사람은 틀림없는 탁장동이었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어찌 된 일이오? 탁장동이 어찌 날려갔단 말이오?”다들 의아해했다.탁장동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놀라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두려울 정도로 섬뜩했다.어떻게 이럴 수가?지난번에 사람을 시켜 시험해 보았을 때만 해도, 그녀는 전혀 대항할 힘이 없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을까!탁장동은 인정할 수 없었다. 다시 훌쩍 뛰어 낙청연을 향해 달려갔다.낙청연의 눈빛이 돌연 매서워졌다. 그녀는 마치 환영처럼 몸을 빨리 움직였고 한 대 또 한 대 내리쳤다.낙청연은 순식간에 탁장동을 때려 날려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 끌어당기더니, 주먹으로 탁장동의 복부를 가격했고, 또 길게 한 번 더 가격했다.복부를 맞은 탁장동은 피를 왈칵 토하며 온몸에서 뼈가 부서지는 뿌드득 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놀라서 소리쳤다. “구성 쇄골권(九星碎骨拳)!”결국 낙청연은 그녀를 한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탁장동은 땅에 쓰러져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온몸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탁장동의 입에서 선혈이 마구 뿜어져 나왔고, 놀라운 표정으로 하얀 옷을 입은 이 여인을 쳐다보았다.무대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연신 소리를 질렀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지요? 구성 쇄골권! 이건 선임 대제사장께서 발굴한 권법 아닙니까?”“이 여인이 어찌 이 권법을 알고 있단 말입니까?”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또한 그렇게 병약한 사람이 탁장동을 때려눕혔다는 것을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의자에 앉아 구경하고 있던 온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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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채찍에 맞은 낙청연은 피를 왈칵 토했으며, 하얀색 옷은 빨갛게 물들었다.등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채찍 상처들이 줄줄이 생겨났다.사람들은 보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보다 못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무기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무기가 없지 않습니까? 이건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는 겁니다.”“쉿! 저 여인은 공주입니다. 공주는 지금 고의로 낙청연을 죽이려는 겁니다. 다들 침묵만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조심하십시오. 공주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겁니다.”주위는 삽시에 고요해졌다.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고묘묘가 공주이니 어찔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어릴 적부터 총애를 한 몸에 받은 공주였다.교만하고 난폭하며, 악랄한 수단 또한 침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공주에게 밉보이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낙청연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자에 떡하니 앉아, 낙청연이 땅에 쓰러져 채찍질 당하는 모습과 온몸에 가득한 혈흔과 피로 흠뻑 젖은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그의 두 눈은 오히려 뜨겁게 불타올랐고, 다소 흥분을 드러내고 있었다.낙청연은 땅에서 한 바퀴 뒹굴더니, 갑자기 피를 왈칵 토했다.고개를 드니, 침서가 그 흥분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더니,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나에게 빌어라, 살려 달라고 빌어 보거라.”그 경쾌한 목소리에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흠칫 놀랐다.어찌하여 침서는 이런 반응일까?낙청연은 이미 사상환을 복용했다.여태껏 부진환에 대한 관찰에 의하면, 부진환은 낙월영이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설마 침서가 미치광이여서 인가?정상적인 사람은 마음에 둔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다치는 것을 보지 못한다.하지만 침서는 마음에 둔 사람이 다칠수록 더욱 흥분한다.낙청연은 마음속으로 욕을 퍼붓고, 주먹을 꽉 쥐었다.이때, 고묘묘는 또다시 느긋하게 채찍을 들고,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은 저에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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