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3007 챕터

제1261화

낙청연은 며칠 동안 정양한 덕에 상태가 좋아져 의자에 앉은 채로 햇볕을 쬐고 있었다.“대체 진법 어디를 얼마나 고친 것이냐?”온심동이 차가운 어조로 따져 묻자 낙청연은 눈을 감은 채로 느긋하게 대꾸했다.“대제사장은 너다. 그런데 왜 내게 묻는 것이냐?”온심동은 주먹을 꽉 쥔채로 분개했다.온심동의 능력은 출중하지 않았고 낙요 사저만큼 천부적인 재능과 실력도 없었다.낙청연은 온심동이 얼마나 민망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온심동에게 있어 낙청연은 그저 천궐국의 섭정왕비에 불과한데 대제사장인 그녀보다 더 대단했다.“그것을 묻기 위해 오늘 날 찾아온 건 아니겠지. 내가 쉽게 알려줄 리도 없고 말이다.”온심동은 이를 악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사 일족이 네 가입을 요청한다.”그 말에 낙청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드디어 눈을 떴다.“내 생각보다 조금 늦었구나.”낙청연이 입꼬리를 당겼고 온심동은 불쾌한 듯 말했다.“이것은 제사 일족이 처음 이례적으로 외부인을 초청하는 것이다. 네 주제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낙청연은 웃었다.“제사 일족이 날 초청하는 것은 내가 진법을 회복하길 바라서겠지. 그런데 네 태도를 보니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가 아니구나.”온심동은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현재 황실은 진법을 복원하라고 그녀를 닥달하고 있었다. 노예영(奴隸營)은 아주 중요한 곳이다. 만약 회복하지 못한다면 안에 있는 죄 지은 노예들이 잇따라 도망쳐 나와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온심동이 여러 번 시험해봤으나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었다.더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면 황제가 그녀에게 죄를 물을 것이 분명했다.온심동은 성질을 참으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제사 일족은 네가 필요하다! 네가 가입해줬으면 좋겠다!”낙청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이 정도면 괜찮구나.”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언제 입궁할 것이냐?”온심동이 대답했다.“입궁하기 전에 우선 진법을 복원하거라.”“그러면 내일 입궁할 수 있을 것이다.”“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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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밤이었다.진익은 한 객잔에 도착해 부하에게 물었다.“다 알렸느냐?”“다 알렸습니다! 오늘 밤 성문이 열리면 날이 밝기 전에 적어도 오백 명이 성에 들어갈 것입니다!”진익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오백 명이라, 10대 악인과 연약한 여자 한 명 상대하기에는 충분하겠지?”부하가 대답했다.“당연히 충분합니다! 그 오백 명도 전부 일반인이 아닙니다. 철갑옷을 입은 금군도 당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연약한 여자는 물론이고 10대 악인까지 전부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진익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싱긋 웃었다.“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거라. 절대 우리가 한 짓이란 걸 침서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자님!”-다음 날 아침 일찍 낙청연은 10대 악인을 데리고 현무가에 도착했다.그 거리는 궁문으로 바로 통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 거리에 도착해 보니 예전처럼 떠들썩하지 않았다. 거리는 한적했지만 양쪽 점포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순간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차루와 주루 안에 앉아있는 남녀들은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았다.구십칠은 주위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람들 문제가 있는 것 같다.”“다들 조심하자고.”10대 악인은 주변을 경계하며 수시로 대비했다.그러나 앞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그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매섭고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낙청연의 가녀린 몸은 널따란 망토에 가려졌다. 바람이 불어 망토가 날리자 그녀의 가녀린 모습이 드러났다.창백한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길옆 주루에 있던 사람이 목소리를 냈다.“저렇게 허약해 보이는 여인이 어떻게 10대 악인을 굴복시킨 거지?”“그러게. 우리는 몇 년 동안 시험을 봐도 제사 일족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저 허약한 여인은 대제사장이 제사 일족에 들어오라고 요청했다고 하더군.”“게다가 저 10대 악인이 왜 저 여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낮추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저 얼굴 때문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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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적이 너무 많아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그들은 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바빴다.바로 그때, 누군가 하늘에서 내려와 손에 든 장검으로 낙청연의 머리를 찌르려 했다.“낙청연, 죽어!”그 목소리에 낙청연은 살짝 흠칫했다.너무 익숙한 목소리였다.랑심!검광이 번뜩이자 눈이 시렸던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서 막으며 눈을 감았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침서는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의아해했다.“눈이 어떻게 된 거지?”위험이 덮쳐오자 낙청연은 신속히 몸을 피했고 검을 들어 랑심을 막아낸 뒤 거리를 벌렸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랑심을 바라봤다. 정말 그녀였다.랑심은 아직 낙청연을 죽이는 걸 포기하지 않았고 심지어 여국까지 쫓아왔다. 의지만큼은 참 대단했다.랑심은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봤다.“오늘 절대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내 손으로 죽이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들이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걸 지켜볼 것이다!”랑심은 다시 한번 살기등등하게 낙청연을 공격했다.심지어 죽을 각오마저 한 듯했다.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지만 살기 때문에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이 휘날렸다.“무릎 꿇거라!”서늘한 음성에는 약간의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거리를 뒤흔들었다.랑심은 손목을 떨다가 갑자기 무릎 한쪽을 꿇으며 피를 토했다.다음 순간, 거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싸우고 있던 홍해는 이제 막 검을 휘둘렀는데 그 광경에 겁을 먹고 다급히 멈췄다.하마터면 멈추지 못할뻔해서 연신 뒷걸음질 쳤다.10대 악인은 깜짝 놀랐다.그들은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무릎을 꿇는 걸 보고 넋이 나갔다.진익 또한 놀랐다. 그는 창문틀을 잡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 장관을 보는 순간 그는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부하가 옆에서 물었다.“황자님, 저희가... 그들을 구해야 합니까?”진익은 벽을 쾅 때렸다.“우리가 구할 필요가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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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낙청연은 마차에 올라탔다.“입궁하지.”마차에 앉는 순간, 그녀가 앉은 곳은 마차가 아니라 왕위 같았다.구십칠은 열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가녀린 그녀를 보았다. 낙청연에게서 왕의 기질이 느껴졌다.마차는 서서히 출발해 입궁했다.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마음속에 있던 원망과 증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다들 흩어집시다.”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이 흩어졌다.10대 악인은 경악했다. 홍해는 들고 있던 칼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참 줏대 없는 사람들이야. 이렇게 쉽게 투항하다니.”홍해가 깔보듯 말했다.구십칠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사람을 잘 고른 것 같아.”홍해는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같이 입궁해야 하지 않아?”“그럴 필요 없어. 누구도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해.”구십칠은 먼 곳을 바라보다가 사람들을 데리고 현무가를 벗어났다.현무가는 곧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은밀히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동안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진익에게 있어서 그는 낯설지 않았다. 그건 역대 대제사장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대제사장은 존경받았고 사람들은 대제사장의 말을 따랐다.낙청연은 이제 막 여국에 도착했는데 10대 악인을 굴복시켰다. 한 것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조금 전 광경은 너무 충격적이었다.진익은 책략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침서가 낙청연을 여국으로 데려온 건 아마도 그런 능력 때문일 것이다.그녀는 침서를 도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만약 낙청연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인다면...-마차는 궁으로 들어가 호월전(皓月殿) 밖에 멈춰 섰다.안으로 들어간 낙청연은 황위에 앉아있는 황제를 보았다.“폐하를 뵙습니다.”황제는 낙청연을 훑어보았다. 그는 낙청연이 이렇게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10대 악인을 굴복시켰는지 너무도 궁금했다.그녀는 10대 악인들의 공격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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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궤 위의 장식품, 탁자 위에 펼쳐진 서권 모두 그녀가 죽기 전과 똑같았다.그저 방문과 창문이 꽉 닫혀서 답답할 뿐이었다.낙청연은 창문을 열고 연탑 위에 앉았고 펼쳐진 서권에 적힌 병기보(兵器譜)를 보았다.그녀는 당시 이것을 보면서 손에 맞는 무기를 고를 생각이었다.책은 여전히 그 장에 멈춰 있었다.설마 바람이 불어 그 장을 넘기는 일도 없었던 걸까?낙청연은 곧바로 그날, 그 시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곧 궁녀가 입을 옷과 필요한 물건을 가져왔고 낙청연은 습관대로 물건을 놓은 뒤 방을 나섰다.방을 나서자마자 침서가 보였다.그는 팔짱을 두른 채로 다가왔다.“역시 낙요답더구나.”낙청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낙요라고 부르지 마세요.”그녀는 아직 사람들에게 그녀가 죽은 전 대제사장이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녀를 죽인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먼저 신분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그래.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 청연?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침서는 사색하며 말했다.낙청연은 그를 힐끗 보고 말했다.“마음대로 하세요.”낙청연은 걸음을 옮겼고 침서는 그녀를 뒤따랐다.“그러면 낙요라고 부르마.”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제 말을 알아들은 겁니까?”침서는 웃었다.“장난이다.”낙청연의 눈빛은 차가웠다.“전 약재가 필요합니다. 불전연은 찾았습니까?”“없다. 도성 전체를 뒤졌는데 불전연은 없었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요양해야 했고 불전연이 필요했다.그녀의 상처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 축적된 것이라 버티기 힘들었다. 지금은 속명단에 기대어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게다가 섭정왕부의 진법이 파괴되어 낙청연은 배가 되는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오직 불전연만이 극심한 고통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수하에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밖에 사람을 보내서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여국처럼 큰 곳에 불전연이 없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비록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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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하지만 진익은 낙청연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낙청연처럼 실력이 대단한 사람을 이용할 수 있다면 재능이 없고 평범하다는 평가를 바꿀 수 있었다.스스로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자기보다 열 배, 백 배 더 강한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다면 사람들을 탄복시킬 수 있었다.마치 낙청연처럼 말이다.“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진익은 덤덤히 대답했다.-약을 찾기 위해 낙청연은 도성 객잔에 며칠 머물렀다.그녀는 10대 악인에게 각 의관과 약재 점포에 가서 불전연을 찾으라고 했다.그러나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구십칠이 말했다.“예전에는 찾기 어려운 약이 아니었는데 최근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볼 수 없습니다.”“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아무도 불전연이 없다고 합니다. 훔칠 수도 없게 됐습니다.”구십칠은 처음으로 이런 무력감을 느껴봤다.낙청연은 표정이 심각했다. 불전연이 왜 갑자기 찾기 힘들어진 걸까?”“의관과 약재 점포에도 물어봤느냐?”구십칠이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다.“물어봤지만 다들 없다고 했습니다. 언제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제가 보기에 지금 상태로는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있다고 해도 내놓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콜록콜록...”“몸 상태가 더 악화한 것 같군요.”구십칠이 걱정스레 그녀를 바라봤다.낙청연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당분간은 죽지 않을 것이다.”“누구에게 있는지 다시 알아보러 가겠습니다!”구십칠이 다시 떠났다.낙청연도 이곳저곳 다니며 불전연을 찾았다. 거리마다 낙청연이 10대 악인을 굴복시켰다는 소문이 돌았다.한 차루를 지날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싸운다고 하더군. 이번에는 천궐국이 우리를 먼저 공격했다고 들었소.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대편이 고작 백 명이었다고 들었소.”그 말에 낙청연은 걸음을 멈췄다.“누구란 말이오? 백여 명이면 죽으러 온 것이 아니오? 싸우는 데 누가 백 명만 데려왔겠소? 선두가 아니겠소?”그 사람이 말했다.“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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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낙청연은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갑옷을 입은 침서가 위풍당당하게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광기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걸어가 낙청연을 품에 안으려 했다.“내가 보고 싶었던 것이냐?”낙청연에게 닿기 전, 낙청연의 손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침서를 보았다.“부진환은요?”침서는 눈썹을 까딱였다.“그자를 위해서 온 것이었구나. 내가 그자에게 데려다주마.”숲은 아주 고요했다.낙청연은 침서를 뒤따라 숲을 지났다.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손바닥도 축축해졌다.낙청연은 왠지 결과를 알기가 두려웠다.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침서가 걸음을 멈췄다.그는 길을 내주더니 몸을 살짝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웃었다.“보거라. 여기에 있다.”“낙요야, 내가 너 대신 복수를 했다.”시야에 들어온 건 피 칠갑을 한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부진환의 모습이었다.그는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몸과 얼굴에 베인 흔적이 가득했지만 낙청연은 그것이 부진환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누군가에게 목을 졸리기라도 한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비틀거렸다.부진환이 죽었다.부진환이 죽다니?부진환이 죽었을 리가 없는데.낙청연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이 벌게진 채로 그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침서는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낙요야, 내가 널 대신해 복수했다. 너도 화풀이 좀 해볼 테냐? 내가 특별히 시체를 온전히 남겨두었다. 마음껏 화풀이하거라!”침서는 검 하나를 가져와 낙청연의 손에 쥐여줬다.그리고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부진환의 시체를 찌르려 했다.낙청연은 거부하듯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얼굴마저 볼 용기가 없었다.숨 막히는 느낌이 그녀를 천천히 집어삼켰다.“손 쓰거라, 낙요야. 이자가 널 어떻게 대한 건지 잊은 것이냐? 네 배 속에 있던 아이는 어떻고?”“자, 내가 어떻게 화풀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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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낙청연의 치맛자락에 피가 튀었다.바닥에 누워있는 시체는 삽시에 피범벅이 되어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너무 잔인했다.낙청연의 눈앞은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심장이 조여왔다. 가슴에서 증오가 차오른 그녀는 장검을 뽑아 들더니 침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침서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광기와 살기가 넘실대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마음이 아프냐? 마음을 접었다고 하지 않았느냐?”“이제 그와는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이지? 시체조차 보지 못하는 것이냐?”침서는 날카로운 검날을 꽉 쥐고서 그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선혈이 그의 손목을 타고 뚝뚝 흘렀다.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다가 장검을 빼내 침서의 가슴팍을 힘껏 찔렀다.낙청연은 호통을 쳤다.“전 그를 증오합니다. 전 제 손으로 직접 그를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누가 당신더러 쓸데없이 참견하라고 했습니까?”침서는 깜짝 놀라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는 미친 사람처럼 웃어 젖혔다.“하하하하...”“그런 것이냐?”침서는 털썩 무릎을 꿇으며 한없이 가볍게 말했다.“내가 잘못했구나.”“네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날 때리거나 벌하거나 마음대로 하거라!”옆에 있던 구십칠은 깜짝 놀랐다. 침서가... 무릎을 꿇다니?침서가 무릎을 꿇자 숲속의 병사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장군이 무릎을 꿇고 있는데 그들이 어찌 감히 서 있을 수 있겠는가?그들은 장군이 왜 이 여인에게 무릎을 꿇는 건지 알지 못했다.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침서는 실력이 막강했고 모두를 무시했다. 그는 황제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오늘, 그는 아주 과감하게 한 여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구십칠도 놀랐다.이 천하에 침서를 무릎 꿇릴 수 있는 것은 낙청연이 유일할 것이다.낙청연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낙청연은 검을 내던졌다. 침서의 득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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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그는 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미친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겼겠느냐? 내가 왜 너를 그에게 돌려줘야 하느냐?”“이 모든 건 결국 그가 자초한 것이다.”침서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이 한 짓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죽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낙청연이 왔다면 부진환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입 닥치세요!”낙청연은 심장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낙청연은 호통을 쳤다.“그의 시체는 돌려보내세요!”침서는 입꼬리를 당겼다.“알겠다.”낙청연은 너무 후회됐다. 미리 침서에게 부진환을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게 후회됐다.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을 찾으러 여국까지 올 줄은 몰랐다.다시는 고개 돌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 그가 죽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숲속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나무를 잡고 몸을 지탱하더니 피를 왈칵 토했다.“괜찮습니까?”구십칠은 깜짝 놀라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낙청연은 입가의 피를 닦은 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병사들이 부진환의 시체를 들고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낙청연은 감히 더 보지 못했다.심장이 쥐어뜯기듯 아팠고 벌게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낙청연은 주먹을 움켜쥐며 감정을 삼키려 했다.침서!언젠가는 꼭 자신의 두 손으로 그를 죽여버리고 말 것이다!곧이어 낙청연은 구십칠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다.그녀는 침서와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강한 바람에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허공으로 흩어졌다.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구십칠은 등 뒤에서 그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살짝 놀란 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려는데 등 뒤에 있던 낙청연이 정신을 잃고 말에서 떨어졌다.“낙청연!”구십칠은 안색이 돌변하여 곧바로 말을 멈춰 세웠다.그는 곧장 말에서 뛰어내렸지만 낙청연의 몸은 산비탈을 따라 굴러떨어지고 있었다.구십칠은 빠른 속도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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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구십칠은 걱정돼서 곧바로 말에 오른 뒤 약재를 구할 방법을 생각했다.정신을 차렸을 때 낙청연은 마차 위에 있었다.입궁하는 마차였다.마차 안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가슴께가 여전히 아파 낙청연은 힘겹게 몸을 지탱해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발을 걷고 차부에게 물었다.“누가 분부한 것이지?”“침서 장군입니다.”낙청연은 차부에게 멈추라고 하고 싶었으나 이내 입궁하여 미처 그러지 못했다.잠깐 자리에 앉아 기운을 고르고서야 통증이 조금 가셨다.정신을 잃은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낙청연은 알지 못했다.침서는 왜 그녀를 입궁시킨 걸까?제사 일족의 거처는 궁 안에 있었지만 위치가 편벽하고 범위가 아주 넓기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궁 안의 사람들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차부는 낙청연을 궁까지 데려다주었고 그녀는 마차에서 내린 뒤 긴 길을 걸었다.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푹 쉬고 싶었는데 정원 문을 연 순간 낙청연은 눈앞의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방문이 열려 있었고 그녀의 물건은 마당에 마구 내동댕이쳐져서 엉망진창이었다.그날 이곳을 처소로 정한 뒤 낙청연은 출궁했다. 겨우 며칠 사이에 이 꼴이 되다니.그런데 바로 그때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이 몸을 홱 돌리자 큰 그물이 그녀를 덮쳐서 옭아맸다.그녀가 저항하기 전에 그물이 팽팽히 당겨졌고 낙청연은 마당 밖으로 끌려 나갔다.낙청연은 그물 안에 갇힌 채로 신속히 마당을 벗어났고 곧이어 귓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하하하하하...”“이렇게 연약하다니? 전 대제사장의 처소에서 지낸다고 해서 아주 강할 줄 알았건만.”낙청연은 바닥에 널브러져 일어날 수 없었다. 그물이 그녀를 꽁꽁 싸맨 탓이었다. 남녀 한 무리가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전부 제사 일족이었다.그들은 거만하게 낙청연을 내려다보며 그녀를 훑어봤다.“너 따위가 감히 대제사장의 처소에서 지내? 별것 아닌 것이!”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늘 제대로 혼쭐 내야겠어!”“때리거라!”사람들은 저마다 몽둥이를 꺼내 낙청연을 때렸다.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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