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진익은 낙청연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낙청연처럼 실력이 대단한 사람을 이용할 수 있다면 재능이 없고 평범하다는 평가를 바꿀 수 있었다.스스로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자기보다 열 배, 백 배 더 강한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다면 사람들을 탄복시킬 수 있었다.마치 낙청연처럼 말이다.“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진익은 덤덤히 대답했다.-약을 찾기 위해 낙청연은 도성 객잔에 며칠 머물렀다.그녀는 10대 악인에게 각 의관과 약재 점포에 가서 불전연을 찾으라고 했다.그러나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구십칠이 말했다.“예전에는 찾기 어려운 약이 아니었는데 최근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볼 수 없습니다.”“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아무도 불전연이 없다고 합니다. 훔칠 수도 없게 됐습니다.”구십칠은 처음으로 이런 무력감을 느껴봤다.낙청연은 표정이 심각했다. 불전연이 왜 갑자기 찾기 힘들어진 걸까?”“의관과 약재 점포에도 물어봤느냐?”구십칠이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다.“물어봤지만 다들 없다고 했습니다. 언제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제가 보기에 지금 상태로는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있다고 해도 내놓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콜록콜록...”“몸 상태가 더 악화한 것 같군요.”구십칠이 걱정스레 그녀를 바라봤다.낙청연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당분간은 죽지 않을 것이다.”“누구에게 있는지 다시 알아보러 가겠습니다!”구십칠이 다시 떠났다.낙청연도 이곳저곳 다니며 불전연을 찾았다. 거리마다 낙청연이 10대 악인을 굴복시켰다는 소문이 돌았다.한 차루를 지날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싸운다고 하더군. 이번에는 천궐국이 우리를 먼저 공격했다고 들었소.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대편이 고작 백 명이었다고 들었소.”그 말에 낙청연은 걸음을 멈췄다.“누구란 말이오? 백여 명이면 죽으러 온 것이 아니오? 싸우는 데 누가 백 명만 데려왔겠소? 선두가 아니겠소?”그 사람이 말했다.“아니오.
낙청연은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갑옷을 입은 침서가 위풍당당하게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광기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걸어가 낙청연을 품에 안으려 했다.“내가 보고 싶었던 것이냐?”낙청연에게 닿기 전, 낙청연의 손이 그의 가슴팍에 닿았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침서를 보았다.“부진환은요?”침서는 눈썹을 까딱였다.“그자를 위해서 온 것이었구나. 내가 그자에게 데려다주마.”숲은 아주 고요했다.낙청연은 침서를 뒤따라 숲을 지났다.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손바닥도 축축해졌다.낙청연은 왠지 결과를 알기가 두려웠다.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침서가 걸음을 멈췄다.그는 길을 내주더니 몸을 살짝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웃었다.“보거라. 여기에 있다.”“낙요야, 내가 너 대신 복수를 했다.”시야에 들어온 건 피 칠갑을 한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부진환의 모습이었다.그는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몸과 얼굴에 베인 흔적이 가득했지만 낙청연은 그것이 부진환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누군가에게 목을 졸리기라도 한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비틀거렸다.부진환이 죽었다.부진환이 죽다니?부진환이 죽었을 리가 없는데.낙청연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이 벌게진 채로 그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침서는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낙요야, 내가 널 대신해 복수했다. 너도 화풀이 좀 해볼 테냐? 내가 특별히 시체를 온전히 남겨두었다. 마음껏 화풀이하거라!”침서는 검 하나를 가져와 낙청연의 손에 쥐여줬다.그리고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부진환의 시체를 찌르려 했다.낙청연은 거부하듯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얼굴마저 볼 용기가 없었다.숨 막히는 느낌이 그녀를 천천히 집어삼켰다.“손 쓰거라, 낙요야. 이자가 널 어떻게 대한 건지 잊은 것이냐? 네 배 속에 있던 아이는 어떻고?”“자, 내가 어떻게 화풀이해야
낙청연의 치맛자락에 피가 튀었다.바닥에 누워있는 시체는 삽시에 피범벅이 되어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너무 잔인했다.낙청연의 눈앞은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심장이 조여왔다. 가슴에서 증오가 차오른 그녀는 장검을 뽑아 들더니 침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침서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광기와 살기가 넘실대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마음이 아프냐? 마음을 접었다고 하지 않았느냐?”“이제 그와는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이지? 시체조차 보지 못하는 것이냐?”침서는 날카로운 검날을 꽉 쥐고서 그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선혈이 그의 손목을 타고 뚝뚝 흘렀다.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다가 장검을 빼내 침서의 가슴팍을 힘껏 찔렀다.낙청연은 호통을 쳤다.“전 그를 증오합니다. 전 제 손으로 직접 그를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누가 당신더러 쓸데없이 참견하라고 했습니까?”침서는 깜짝 놀라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는 미친 사람처럼 웃어 젖혔다.“하하하하...”“그런 것이냐?”침서는 털썩 무릎을 꿇으며 한없이 가볍게 말했다.“내가 잘못했구나.”“네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날 때리거나 벌하거나 마음대로 하거라!”옆에 있던 구십칠은 깜짝 놀랐다. 침서가... 무릎을 꿇다니?침서가 무릎을 꿇자 숲속의 병사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장군이 무릎을 꿇고 있는데 그들이 어찌 감히 서 있을 수 있겠는가?그들은 장군이 왜 이 여인에게 무릎을 꿇는 건지 알지 못했다.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침서는 실력이 막강했고 모두를 무시했다. 그는 황제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오늘, 그는 아주 과감하게 한 여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구십칠도 놀랐다.이 천하에 침서를 무릎 꿇릴 수 있는 것은 낙청연이 유일할 것이다.낙청연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낙청연은 검을 내던졌다. 침서의 득의양
“그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그는 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미친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겼겠느냐? 내가 왜 너를 그에게 돌려줘야 하느냐?”“이 모든 건 결국 그가 자초한 것이다.”침서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이 한 짓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죽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낙청연이 왔다면 부진환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입 닥치세요!”낙청연은 심장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와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낙청연은 호통을 쳤다.“그의 시체는 돌려보내세요!”침서는 입꼬리를 당겼다.“알겠다.”낙청연은 너무 후회됐다. 미리 침서에게 부진환을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게 후회됐다.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을 찾으러 여국까지 올 줄은 몰랐다.다시는 고개 돌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 그가 죽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숲속에서 나온 뒤 낙청연은 나무를 잡고 몸을 지탱하더니 피를 왈칵 토했다.“괜찮습니까?”구십칠은 깜짝 놀라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낙청연은 입가의 피를 닦은 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병사들이 부진환의 시체를 들고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낙청연은 감히 더 보지 못했다.심장이 쥐어뜯기듯 아팠고 벌게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낙청연은 주먹을 움켜쥐며 감정을 삼키려 했다.침서!언젠가는 꼭 자신의 두 손으로 그를 죽여버리고 말 것이다!곧이어 낙청연은 구십칠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다.그녀는 침서와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강한 바람에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허공으로 흩어졌다.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구십칠은 등 뒤에서 그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살짝 놀란 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려는데 등 뒤에 있던 낙청연이 정신을 잃고 말에서 떨어졌다.“낙청연!”구십칠은 안색이 돌변하여 곧바로 말을 멈춰 세웠다.그는 곧장 말에서 뛰어내렸지만 낙청연의 몸은 산비탈을 따라 굴러떨어지고 있었다.구십칠은 빠른 속도로 그녀
구십칠은 걱정돼서 곧바로 말에 오른 뒤 약재를 구할 방법을 생각했다.정신을 차렸을 때 낙청연은 마차 위에 있었다.입궁하는 마차였다.마차 안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가슴께가 여전히 아파 낙청연은 힘겹게 몸을 지탱해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발을 걷고 차부에게 물었다.“누가 분부한 것이지?”“침서 장군입니다.”낙청연은 차부에게 멈추라고 하고 싶었으나 이내 입궁하여 미처 그러지 못했다.잠깐 자리에 앉아 기운을 고르고서야 통증이 조금 가셨다.정신을 잃은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낙청연은 알지 못했다.침서는 왜 그녀를 입궁시킨 걸까?제사 일족의 거처는 궁 안에 있었지만 위치가 편벽하고 범위가 아주 넓기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궁 안의 사람들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차부는 낙청연을 궁까지 데려다주었고 그녀는 마차에서 내린 뒤 긴 길을 걸었다.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푹 쉬고 싶었는데 정원 문을 연 순간 낙청연은 눈앞의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방문이 열려 있었고 그녀의 물건은 마당에 마구 내동댕이쳐져서 엉망진창이었다.그날 이곳을 처소로 정한 뒤 낙청연은 출궁했다. 겨우 며칠 사이에 이 꼴이 되다니.그런데 바로 그때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이 몸을 홱 돌리자 큰 그물이 그녀를 덮쳐서 옭아맸다.그녀가 저항하기 전에 그물이 팽팽히 당겨졌고 낙청연은 마당 밖으로 끌려 나갔다.낙청연은 그물 안에 갇힌 채로 신속히 마당을 벗어났고 곧이어 귓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하하하하하...”“이렇게 연약하다니? 전 대제사장의 처소에서 지낸다고 해서 아주 강할 줄 알았건만.”낙청연은 바닥에 널브러져 일어날 수 없었다. 그물이 그녀를 꽁꽁 싸맨 탓이었다. 남녀 한 무리가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전부 제사 일족이었다.그들은 거만하게 낙청연을 내려다보며 그녀를 훑어봤다.“너 따위가 감히 대제사장의 처소에서 지내? 별것 아닌 것이!”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늘 제대로 혼쭐 내야겠어!”“때리거라!”사람들은 저마다 몽둥이를 꺼내 낙청연을 때렸다.낙청
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볼품없는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맹수처럼 흉악했다.사람들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고 두려움마저 들었다.탁장동은 그녀를 쏘아봤다.“어디 한 번 날 죽여보지 그래? 네가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느냐?”“시험해 보고 싶으냐?”낙청연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탁장동은 숨이 쉬어지지 않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낙청연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고 있었다. 몸이 너무 허약해서 그냥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처음 낙청연을 때리라고 명령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낙청연, 네가 이례적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특권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거라.”“감히 그녀를 다치게 한다면 널 잔인하게 죽일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자를 바라보더니 경멸하듯 웃음을 터뜨렸다.“난 당연히 특권이 있다. 너처럼 쓸모없는 녀석보다는 특권이 훨씬 많지.”경멸에 찬 낙청연의 미소와 눈빛에 하령(夏翎)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뭐라고 했느냐?”낙청연은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유유히 웃었다.“스물여덟이나 먹었으면서 부제사장도 하지 못한 놈이 쓸모없는 놈이 아니면 뭐지?”그 말에 주위 사람들은 바짝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이런 말을 하다니.나이는 제사 일족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릴 때 제사 일족의 선택을 받아 교육받았다. 그러나 그중 대제사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일정한 나이가 된다면 실력이 출중한 이들은 도성에 남아 관직을 얻게 된다.보통 스물다섯 이상의 나이에 변변찮은 관직 하나 없이 제사 일족에 남아 그저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었다.그야말로 치욕이었다.다들 대놓고 말하지도, 몰래 뒤에서 의논하지도 못했다.그러나 연약하면서도 볼품없는 여인은 하령의 앞에서 거침없이 그를 조롱했다.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하령의 나이를 알고 있는 걸까?하령은 화가 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낙청연은 도발하듯 그를
신산이라고 해도 이렇게 모든 걸 꿰뚫을 수는 없었다.낙청연이 갑자기 도전장을 내밀자 탁장동은 잠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기세가 확 사그라들었다.“두고 보자고!”탁장동은 눈을 부라리더니 몸을 돌려 떠났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떠났다.사실 다들 곤혹스러웠다.“정말 이상한 일이네. 왜 다 알고 있는 거지? 이 세상에 저렇게 신기한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어떻게 단번에 다 아는 거지?”“누가 알겠어?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데 3일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우리는 그냥 지켜보자고.”사람들이 전부 떠난 뒤 낙청연은 몸을 지탱해 천천히 마당으로 향했다.마당 안에 들어간 순간, 낙청연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가 먼저 3일 뒤 취성대에서 만나자고 해서 주도권을 빼앗았다. 이렇게 해야 3일 동안 쉴 수 있었다.만약 지금 당장 싸운다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잠깐 휴식한 뒤 몸을 일으켜 문을 닫으려는데 돌연 누군가 문밖에 나타나 낙청연의 움직임을 막았다.상대가 누군지 확인한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우유(於柔)가 손에 든 약병을 낙청연에게 건넸다.우유는 낙청연보다 키가 한 뼘 작고 아담했으며 외모도 수려하고 온화했다.“가지고 있어. 널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알고 있다.”낙청연은 약병을 받았다.우유는 살짝 놀라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안에 들어와 앉거라.”우유를 맞이한 뒤 낙청연은 문을 닫았다.방 안의 많은 물건이 바닥에 내팽개쳐졌지만 방 안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우유는 걸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탁자에 올려두었다.“그렇게 다쳤으면서 3일 뒤 탁장동과 겨루다니, 미친 거냐?”우유가 다소 놀란 듯 물었다.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어차피 이 시합은 피할 수 없다.”“탁장동이 시간을 결정하길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기회를 잡는 것이 낫지. 적어도 3일이란 시간을 벌었으니 말이다.”낙청연은 평온하게 대답했다.우유는 그녀의 말에
온심동은 싸늘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고 하령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뒤쫓았다.“심동아, 화가 난 것이냐?”하령은 무거운 어조로 변명했다.“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온심동은 짜증이 나서 걸음을 멈추었다.“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서 무슨 소용입니까? 어떻게 해결할지는 당신이 생각하세요.”온심동은 냉담한 어조로 대꾸한 뒤 몸을 돌렸다.하령이 초조한 듯 그녀를 따라잡았다.“네가 화가 났다는 건 알겠다. 걱정하지 말거라. 난 절대 그자가 네 자리를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내가 말했다시피 난 네가 대제사장의 자리에 앉게 도와줄 것이다. 그 약속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지키겠다!”하령은 진지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그러나 온심동은 미간을 구겼다.“그건 당신 일이니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절 도와줬다고 해서 제가 당신에게 고마워할 거로 생각하지 마세요. 제게서 뭘 얻을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요. 처음부터 말해뒀습니다.”“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걸 전 줄 수 없습니다.”온심동은 하령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절 따라오지 마세요. 싫습니다.”냉담하게 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더 빨리 걸었다.하령은 그녀를 뒤쫓지 않았다. 그저 온심동의 떠나는 모습을 슬프게 바라볼 뿐이었다.-낙청연은 방 안에서 하루 동안 쉬었다.우유가 준 약이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낙청연의 몸에는 크게 효과가 없었고 중요한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저녁이 되자 침서가 찾아왔다. 낙청연은 침상에 기대어 기침하고 있었고 침서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왜 몸이 아직도 낫지 않는 것이냐?”침서가 다가와 침상 옆에 앉았다.그는 손을 뻗어 낙청연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살짝 놀랐다.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핏자국이 보였다.“다쳤느냐? 누가 한 짓이냐?”침서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청연은 그의 손을 쳐냈다.“제가 원한 불전연은요?”침서는 난색을 드러냈다.“찾기 쉽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그 말에 낙청연은 미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