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65화

궤 위의 장식품, 탁자 위에 펼쳐진 서권 모두 그녀가 죽기 전과 똑같았다.

그저 방문과 창문이 꽉 닫혀서 답답할 뿐이었다.

낙청연은 창문을 열고 연탑 위에 앉았고 펼쳐진 서권에 적힌 병기보(兵器譜)를 보았다.

그녀는 당시 이것을 보면서 손에 맞는 무기를 고를 생각이었다.

책은 여전히 그 장에 멈춰 있었다.

설마 바람이 불어 그 장을 넘기는 일도 없었던 걸까?

낙청연은 곧바로 그날, 그 시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곧 궁녀가 입을 옷과 필요한 물건을 가져왔고 낙청연은 습관대로 물건을 놓은 뒤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자마자 침서가 보였다.

그는 팔짱을 두른 채로 다가왔다.

“역시 낙요답더구나.”

낙청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낙요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녀는 아직 사람들에게 그녀가 죽은 전 대제사장이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죽인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먼저 신분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래.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 청연?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침서는 사색하며 말했다.

낙청연은 그를 힐끗 보고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낙청연은 걸음을 옮겼고 침서는 그녀를 뒤따랐다.

“그러면 낙요라고 부르마.”

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제 말을 알아들은 겁니까?”

침서는 웃었다.

“장난이다.”

낙청연의 눈빛은 차가웠다.

“전 약재가 필요합니다. 불전연은 찾았습니까?”

“없다. 도성 전체를 뒤졌는데 불전연은 없었다.”

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요양해야 했고 불전연이 필요했다.

그녀의 상처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 축적된 것이라 버티기 힘들었다. 지금은 속명단에 기대어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섭정왕부의 진법이 파괴되어 낙청연은 배가 되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오직 불전연만이 극심한 고통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수하에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밖에 사람을 보내서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여국처럼 큰 곳에 불전연이 없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비록 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