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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1241 - Chapter 1250

3113 Chapters

제1241화

낙청연은 침서의 이런 어조와 언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그는 진심으로 고묘묘를 싫어하는 듯했다.하지만 고묘묘는 어릴 때부터 그를 좋아했다. 아마 성정이 비슷해서일지도 몰랐다. 침서처럼 무자비한 사람은 고묘묘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고묘묘는 화를 내며 떠났고 떠나기 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째려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질투가 가득했다.사실 고묘묘는 뚱뚱하지 않고 오히려 몸매가 풍만했다. 사내들이 좋아하고 여인들이 질투하는 몸매였다.그러나 침서는 그녀를 뚱뚱하다고 욕했다.낙청연은 자신이 살이 빠지지 않았더라면 침서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당장은 살이 찔 방법이 없었다.위험한 상황이 지나가자 철추는 다시 옥패로 돌아갔다.그러나 철추가 떠나는 순간, 낙청연은 몸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기에 서둘러 나무를 잡았다.앞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철추가 빙의하게 할 수 없었다. 몸의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침서는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괜찮느냐?”낙청연은 덤덤히 그를 밀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그 미치광이 여인과 제법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느냐? 난 네가 나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낙청연은 대꾸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걸음을 옮겨 죽림 뒤에 있는 방으로 돌아갔고 낙청연은 또다시 의자에 누웠다.침서는 뒤이어 따라 들어왔다. 그는 천으로 된 주머니를 들고 있었는데 밑에서 피가 새고 있었다.동그란 형태의 그것이 무엇인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침서는 주머니를 내려놓은 뒤 그것을 열었다.피투성이가 된 낙정의 머리통이었다.낙청연은 흠칫했다.침서가 정말로 낙정을 죽이다니.어쩐지 피투성이인 그 모습을 보니 속이 불편했다.“가져가세요.”침서는 머리를 들고 나갔고 어딘가에 버렸다.곧이어 그는 깨끗하게 씻은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불을 지폈고 낙청연의 약을 달였다.“며칠 뒤 산을 내려가자꾸나. 고묘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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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2화

천궐국.며칠째 병상에 누워있던 부진환은 정신을 차린 뒤 곧바로 경도로 향했다. 다른 이들은 말리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부진환은 재빨리 경도로 돌아갔고 곧바로 보고하러 갔다.서릉의 위협이 일단락되자 조정 사람들은 다들 기뻐했다.“이번에 대국사가 맞췄군. 섭정왕이 나서니 전쟁이 해결되었소.”낙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제야 조금 달라졌다.“이번에 섭정왕이 또 공을 세웠소. 폐하께서 그에게 어떤 상을 내릴지 궁금하군.”...어서방.부운주는 서릉의 전쟁이 끝났다는 것에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분노했다. 그는 호된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다.“짐이 전해 듣기론 전장에 낙청연이 나타났다면서? 그게 정말이오?”음산한 목소리에서 억눌린 분노가 느껴졌다.부진환은 입을 열지 않았고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부운주는 뒷짐을 진 채로 그에게 다가갔다.“우선 낙청연이 가짜로 죽게 한 뒤에 그녀를 몰래 서릉의 국경으로 데려가 전쟁을 멈추는 대가로 그녀를 내준 것이오?”부진환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부운주는 이미 답을 확인했다. 그는 화가 나서 부진환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고 그 주먹에 부진환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자리에서 일어난 부진환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그러고도 당신이 남자오? 당신은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지 않소? 왜 여인으로 전쟁을 평정하려고 한 것이오? 정말 무능하군!”“천궐국의 체면이 당신 때문에 말이 아니오!”“게다가 모두를 속이고 낙청연이 죽었다고 생각하게 만들다니! 짐을 속인 죄를 어떻게 갚을 생각이오?”부진환은 평온한 얼굴로 덤덤히 말했다.“섭정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국경은 안정되었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들도 안전합니다. 폐하 또한 자리를 굳혔으니 이제 신이 보좌할 이유는 없습니다.”그 말에 부운주는 깜짝 놀랐다. 그는 부진환이 자리에서 물러날 줄은 몰랐다.“뭐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잘 생각해 봤소?”“네.”부운주는 부진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평온한 얼굴의 부진환이 무슨 생각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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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고 싶지. 적어도 함께 있으면 후회가 남지는 않을 것 아니냐?”태상황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었다.“부황, 저와 낙청연 사이에는 원한이 있어 불가능합니다. 길게 아플 바에야 짧게 아픈 것이...”그 말에 태상황은 미간을 구겼다.“뭐라고? 무슨 원한 말이냐?”부진환은 마음이 무거웠다.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으니 이젠 태상황을 그저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낙청연의 어머니가 모비를 속여 모비에게 무언가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그 물건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태상황은 눈살을 찌푸렸다.“낙 승상의 부인이 네 모비를 속였다는 말이냐?”“누가 그런 소리를 한 것이냐? 낙 부인과 네 모비는 자매와 다름없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부진환은 살짝 놀라 대답했다.“그래서 제 모비를 속일 수 있었던 겁니다. 모비의 서신에 그렇게 적혀있었습니다.”태상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럴 리가 없다! 이 세상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낙 부인은 절대 네 모비를 해칠 리가 없다. 낙 부인은 네 모비를 위해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사람이었다.”“짐이 듣기론 낙 부인은 병 때문에 세상을 떴다고 했다. 그건 어쩌면 당시 네 모비를 구한 일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네 모비는 널 낳을 때 난산 때문에 출혈이 심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다. 그런데 낙 부인이 무슨 방법을 쓴 건지 네 모비를 구했다.”“네 모비의 말을 들어 보니 그 방법 때문에 낙 부인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하더구나. 그 뒤로 낙 부인은 크게 앓았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운명을 바꿨기 때문에 몸이 크게 상했다고 들었다.”“낙 부인이 그때 네 모비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낙 부인이 승상부에서 병으로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부진환은 처음 알게 된 사실에 깜짝 놀랐다.“그게 무슨...”그렇다면 그 서신은 위조된 것일까?“부황, 저는 볼일이 있어 먼저 가야겠습니다.”부진환이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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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4화

격노한 부진환은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낙정의 목을 조르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부진환은 화가 난 목소리로 거칠게 말했다.“그게 무엇이오? 방법이 무엇이오?”낙정은 목이 졸려 숨이 막혔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왕야, 참지 마세요. 왕야는 절 죽일 수 없습니다.”“지금 아주 고통스럽겠지요. 절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으니 말입니다.”“하하하, 왕야가 절 죽인다면 아무도 성수의 통제를 벗어나는 방법을 알지 못하게 됩니다.”“왕야, 절 죽일 수 있겠습니까?”낙정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이 도발적이었다.부진환은 결국 그녀를 놓아주면서 연신 뒷걸음질 쳤고 피를 토했다. 너무 아파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마음속의 분노가 그의 강렬한 반항심을 일으켰다.낙정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차갑게 웃었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아쉽군요.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되다니, 너무 늦었습니다. 낙청연은 침서에게 끌려갔습니다.”“그녀가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는 저도 모릅니다.”“어차피 침서의 손에 죽은 사람은 적지 않습니다. 낙청연 한 명 더 죽여도 상관없지요. 다만 과정이 조금 괴로울 수는 있겠지만요.”그 말이 부진환을 분노케 했다.하지만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로 참아야 했다. 그는 낙정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낙정은 그와 거리를 좁히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부러 낙청연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그녀를 숨겨둔 건 절 현혹하기 위해서였지요? 제가 낙청연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몰래 그녀를 옮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아쉽지만 그녀는 왕야의 계획을 알지 못합니다.”“그녀는 왕야를 죽도록 미워해 침서와 함께 떠난 것입니다.”“왕야가 직접 그녀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은 것이지요!”낙정은 득의양양하게 조롱했다.극도로 화가 난 부진환은 피를 토했다. 그는 매서운 눈초리로 낙정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본왕은 당신을 죽일 수 없지만 당신을 죽일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오.”부진환은 씩씩거리면서 비틀거리며 떠났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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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5화

“당신은 그녀를 얻었지만 그녀를 죽게 했고 난 그녀를 원했지만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소.”부운주는 탄식했다. 그의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폐하께서는 오랫동안 참고 있었지요. 처음부터 낙청연을 위해서였습니까?”“아니요, 처음에는 황위를 위해서였습니다.”“이미 황위를 얻었는데 뭐가 또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단호히 돌아섰다.부운주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그렇다. 그는 처음부터 황위가 목적이었고 선택할 기회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낙청연은 산속에서 며칠간 몸조리했다. 그러다가 몸이 조금 좋아졌다 싶으면 숲속에 들어가 검을 연습했다.꽃샘추위가 지나자 날씨가 점점 따뜻해졌다.낙청연은 침서와 함께 하산하기로 마음먹었다. 침서는 꽤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인내심이 강했고 감히 그녀를 화나게 만들 수도 없었다.그날, 그들은 길에 올랐다.하산한 뒤 한참을 이동해서야 겨우 여국의 도성에 도착했다.드높은 기세를 갖춘 성을 바라본 낙청연은 심경이 복잡했다. 오랜만이었지만 익숙했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살았고 또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그녀는 아직도 당시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어쩌면 고묘묘일 수도 있었다. 침서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아주 분명했고 고묘묘는 침서가 다른 여인에게 한 번이라도 더 시선을 준다면 그 여인을 죽이려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 대제사장의 자리를 노리는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이번에 돌아오게 되었으니 그때의 진실과 자신의 원수를 찾을 생각이었다.침서는 그녀를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갔다.성안에 들어서자 한 대열이 그들을 맞이했다. 철갑옷을 입은 금군이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의 뒤를 따라 그들의 길을 막아섰다.말에 앉아있는 사람은 진익(秦翼)이었다. 그는 고묘묘의 오라버니이고 여국의 황자였다.“침서, 이번에는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것 같소.”“대군을 모아 천궐국을 공격한다더니 겨우 여인 한 명을 데리고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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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침서 장군이 알고 있는 것보다 제가 알고 있는 게 훨씬 많습니다.”진익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연약해 보이는 여자의 입에서 이렇게 오만방자한 말이 나오다니.“눈 밑이 어둡고 안색이 안 좋으신 것으로 보아 황자께서는 어떻게 하면 무공을 더 정진할 것인지 고민이 깊으신 듯합니다.”낙청연이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청아하고 고운 목소리였지만 내뱉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한 진익이 차갑게 말했다.“잠시 정체기를 겪고 있는 것뿐이다!”낙청연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정체기는 누구나 겪지요. 하지만 5년 이상 정체기를 겪는 사람은 드뭅니다.”느릿한 말투가 진익의 아픈 곳을 찔렀다.사람들 앞에서 감히 이런 불손한 말을 입에 담은 그녀가 괘씸했다.“닥쳐!”그러면서도 침서도 모르는 일을 이 여자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놀랍고 궁금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침서도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비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5년? 여국의 황자가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말은 들었소만, 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구려!”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진익이 분노에 찬 시선으로 침서를 노려보았다.침서는 도발적인 시선으로 진익을 마주 보며 말했다.“황자, 내가 데려온 사람은 바보가 아니오. 이 아이의 능력은 여국의 그 어떤 제사장보다 강하다오!”이토록 오만방자한 말은 침서라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하지만 그가 이런 말을 하면서 낙청연은 더 많은 적을 두게 되었다.진익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침서, 굳이 이 여인을 여국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하면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오.”“저 여인이 죄수들을 길들인다면 내 부황께 청해서 도성에 머무르게 할 수도 있소. 하지만 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목을 칠 것이오! 여국 제사장이 평소에 하는 일이 죄수를 훈육하는 일이잖소. 어떤 방법을 쓰든 상관하지 않겠소. 저것들을 길들여만 주시오. 시험에 통과해야 황실에서 저 여자를 인정하고 도성에 머물도록 허락해 줄 수 있소.”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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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십대 악인들의 악명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하지만 전부 이곳에 잡혀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리고 이들을 길들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하나 같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낙청연에게 주어진 시간은 7일.7일 안에 이들을 길들이고 자신의 목숨도 보전해야 한다.죄수들은 성수를 마실 자격을 박탈당했으니 낙청연 체내의 사상환도 별 효과를 낼 수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가 입고 있는 망토가 바람에 나부끼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사람이 죽었다는 방 앞에 도착해서 방문을 열자 차가운 기운이 얼굴을 덮쳤다.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보였다.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사방에 튄 처참한 광경이었다.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기에 놀라서 뒤로 자빠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현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참혹했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시체를 관찰했다. 죽은 지 하루가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치명상은 흉부와 복부 사이. 칼은 정면으로 찔렀고 사지는 피해자가 죽은 뒤에 절단했다.다른 곳을 살펴보았지만, 반항하거나 몸싸움을 벌인 상흔은 보이지 않았다.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칼을 맞고 죽었다는 얘기였다. 반항하면서 생길법한 타박상이나 멍 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시체를 조사하던 그녀의 눈에 어깨 쪽에 있는 낙인이 들어왔다.그것은 부문이었다.낙청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금혼부(禁魂符).이 부문에 당한 자는 혼백이 시체에 갇혀 환생조차 할 수 없게 된다.이런 잔인한 부문이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되다니.그리고 이때,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다가오더니 곧바로 뼈를 파고들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얼음같이 차가운 기운은 독사처럼 쉬지 않고 그녀의 사지에 퍼져 나갔다. 사지가 마비되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낙청연은 홱 하고 뒤돌아섰다.반투명한 남자의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남자의 혼백이 미친 듯이 그녀의 몸으로 스며들었다.혼령의 침입 의도를 느낀 낙청연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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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깊은 밤의 고요를 깨뜨리려는 듯, 이상한 기운이 응집되고 있었다.낙청연은 짙은 불길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어둠 속에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그녀의 어깨를 눌러 제압한 뒤, 그녀를 끌고 방밖으로 나갔다.낙청연은 거칠게 바닥에 내쳐졌다. 온몸에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마당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아홉 명의 악인이 한가하게 주변에 둘러앉아 있었다.한쪽에서 책을 읽는 남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악인들은 맹수의 눈빛으로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두풍진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손으로 낙청연의 머리카락을 홱 잡아당겼다.“이번에는 병약한 미인을 보냈구만 그래….”두풍진은 꽤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으나 어딘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는 욕망이 득실거리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았다.“나만 먼저 재미를 본다고 투덜대지 말고 이번에는 누가 먼저 할래?”두풍진이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일행에게 물었다.나머지가 말이 없자 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이런 맛있는 떡이 굴러들어 왔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아?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을게.”말을 마친 그는 손가락으로 낙청연의 턱을 치켜들었다.“그럼 이번에도 내가 먼저 맛볼게.”그는 순식간에 낙청연의 옷깃을 잡아 찢어버렸다.찍!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옷이 찢어지고 하얀 등이 바깥으로 드러났다.낙청연은 눈물을 머금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이러지 마세요….”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가냘픈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악인 중 한 명이 웃음을 터뜨렸다.“아직 제대로 된 경험도 쌓아보지 못한 초보 제사장인가 보네. 겁도 없이 천자호를 자기 발로 들어오다니.”두풍진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겁에 질린 낙청연의 얼굴을 감상했다.“나는 이런 애가 더 좋아.”말을 마친 그는 낙청연의 몸에 걸친 옷을 찢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다급히 몸을 피하며 몸부림쳤다.“이러지 마세요… 여기서는 싫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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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낙청연은 너덜너덜해진 옷을 찢어 두풍진의 입을 틀어막았다.모든 처리가 끝난 뒤, 그녀는 검은색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여기저기 뜯긴 옷을 가렸다.그러고는 허리를 숙이고 냉랭한 눈길로 두풍진을 응시했다.“서른 명이 넘는 여자를 겁탈한 역겨운 놈. 너 같은 걸 길들이는 건 나도 사양이야.”두풍진은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연기에 속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악에 받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껏 몸부림쳐도 속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낙청연은 비소를 꺼내 그의 옷을 찢었다.아니나 다를까.어깨 쪽에 아까 보았던 것과 똑같은 금혼부 낙인이 보였다.왜 이들은 같은 낙인을 새기게 된 걸까.여국에 중죄를 지은 노비들을 가두는 곳이 있다고 들은 적 있었다.그중에는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악질 죄수들도 있었는데 심지어 여국을 배신한 대역죄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죽지 않고 그곳에 갇히게 된다.이곳의 십대 악인들도 그곳에서 도망 나온 자들일까?하지만 그들의 악명은 오래전에 여국 곳곳에 퍼졌다.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제사장이 이들을 길들인 뒤에 다시 그곳으로 보내야 맞다.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두풍진이 얼굴에 쓴 가면을 손으로 찢어 버렸다.한층, 또 한층 벗겨내자 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선이 굵은 사내다운 얼굴이었다. 낙청연이 상상했던 것처럼 추악하고 음침한 얼굴이 아니었다.눈빛에 넘실거리던 음란한 기운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원망만 가득 찬 눈빛이었다.남자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낙청연을 찢어 죽일 듯이 쏘아보고 있었다.낙청연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나를 본 적 있어? 왜 나를 이토록 증오하는 거지?”두풍진의 눈빛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숨기고 있던 비수로 밧줄을 끊어냈다.밧줄이 풀린 순간, 낙청연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두풍진이 차가운 빛이 번뜩이는 날카로운 비수로 낙청연을 향해 찔렀다.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그녀는 손으로 날카로운 비수를 잡고 장풍으로 칼날을 부러뜨렸다. 날카로운 칼끝이 방향을 바꿔 두풍진의 복부에 꽂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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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0화

이상한 남자들이 두풍진의 처와 여동생을 강제로 데려가서 방에 가두었다.여인들의 비명이 방 밖으로 울려 퍼졌다.두풍진은 당장이라도 그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이 짐승 같은 놈들아!”두풍진은 기를 쓰고 앞으로 달렸지만, 그를 막는 자들에 의해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우린 이미 개과천선했는데 왜 아직도 저희에게 이러시는 거예요!”여자가 원통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돌아온 건 더 거친 매질뿐이었다.그녀의 귀뺨을 때린 남자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노예는 어차피 노예야! 이게 너희의 쓸모라고!”“너희는 반항할 자격도 없어!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말을 마친 남자가 여자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문을 잠갔다.안에서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두풍진은 처절하게 처와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닫힌 문을 향해 내달렸다.하지만 남자들이 그를 막아섰다.그 순간, 낙청연은 그의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낙청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두풍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지만, 그때마다 남자들에게 맞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나중에 기진맥진한 그가 힘없이 계단에 쓰러졌다.그는 멍한 표정으로 그 문을 통해 사람이 나오고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사랑하는 여인들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이 불공정한 세상이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모든 일이 드디어 끝나자 두풍진은 울며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그의 눈에 보인 것은 치욕을 참을 수 없어 발가벗겨진 몸으로 자결한 아내의 시체였다.그는 죽은 아내를 품에 안고 목 놓아 울었다.죄책감과 증오심이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운아(芸兒), 내가 복수해 줄게. 개 같은 제사장 놈들! 언젠가는 그들을 멸종시켜 버릴 거야! 악!”두풍진은 아내의 시체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부르짖었다.그 뒤로 두풍진을 살게 한 동력은 오로지 원한이었다.그는 제사장 일족을 증오했고 노예들에게 고통만 더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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