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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낙청연은 너덜너덜해진 옷을 찢어 두풍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모든 처리가 끝난 뒤, 그녀는 검은색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여기저기 뜯긴 옷을 가렸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이고 냉랭한 눈길로 두풍진을 응시했다.

“서른 명이 넘는 여자를 겁탈한 역겨운 놈. 너 같은 걸 길들이는 건 나도 사양이야.”

두풍진은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연기에 속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악에 받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껏 몸부림쳐도 속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낙청연은 비소를 꺼내 그의 옷을 찢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깨 쪽에 아까 보았던 것과 똑같은 금혼부 낙인이 보였다.

왜 이들은 같은 낙인을 새기게 된 걸까.

여국에 중죄를 지은 노비들을 가두는 곳이 있다고 들은 적 있었다.

그중에는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악질 죄수들도 있었는데 심지어 여국을 배신한 대역죄인들도 있었다. 그들은 죽지 않고 그곳에 갇히게 된다.

이곳의 십대 악인들도 그곳에서 도망 나온 자들일까?

하지만 그들의 악명은 오래전에 여국 곳곳에 퍼졌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제사장이 이들을 길들인 뒤에 다시 그곳으로 보내야 맞다.

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두풍진이 얼굴에 쓴 가면을 손으로 찢어 버렸다.

한층, 또 한층 벗겨내자 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선이 굵은 사내다운 얼굴이었다. 낙청연이 상상했던 것처럼 추악하고 음침한 얼굴이 아니었다.

눈빛에 넘실거리던 음란한 기운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원망만 가득 찬 눈빛이었다.

남자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낙청연을 찢어 죽일 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낙청연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나를 본 적 있어? 왜 나를 이토록 증오하는 거지?”

두풍진의 눈빛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숨기고 있던 비수로 밧줄을 끊어냈다.

밧줄이 풀린 순간, 낙청연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두풍진이 차가운 빛이 번뜩이는 날카로운 비수로 낙청연을 향해 찔렀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손으로 날카로운 비수를 잡고 장풍으로 칼날을 부러뜨렸다. 날카로운 칼끝이 방향을 바꿔 두풍진의 복부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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