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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구십칠은 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상의를 벗고 그녀의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낙청연은 부적을 꺼내 낙인 위에 붙였다.

그러자 낙인 주변에 부문과 금빛이 나타났다.

“이거 보이지? 이게 금혼부의 존재를 증명하는 표식이야.”

“금혼부가 해제되면 이곳에는 낙인과 흉터만 남을 거야. 금빛으로 번쩍이는 부문이 사라질 거라고.”

낙청연은 최선을 다해 그들에게 설명했다.

만약 그들과 평화롭게 담판을 지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결과였다. 그녀는 이들과 다시 무력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설명을 알아들은 홍해 일행이 고민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빨리 시작해! 일단 내가 보는 앞에서 해제해 보라고.”

그러고 보면 낙청연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이 세상에 금혼부를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녀가 그 소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내력 소모가 너무 컸다.

그녀는 부적을 꺼내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부문을 그린 뒤, 구십칠의 어깨에 붙였다. 금빛의 진법이 나타나더니 금혼부를 새긴 흉터에 스며들었다.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됐어.”

낙청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구십칠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살폈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이러면 다 된 거야?”

낙청연은 다시 부적을 꺼내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금혼부가 새겨진 낙인에서 더 이상 부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흉터로 남았을 뿐이다.

“정말 사라졌다고?”

홍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대단하네!”

홍해는 구십칠을 자리에서 일으키고는 자신이 상의를 벗고 낙청연의 앞에 앉았다.

“나도 해줘!”

낙청연은 동일한 방법으로 금혼부를 해제했다.

하지만 세 번째 의식을 행하게 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다.

“좀 쉬어야겠어. 내력 소모가 엄청나거든.”

낙청연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달빛 아래 핏기 한 점 없는 채로 쓰러진 여자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구슬 같았다.

구십칠이 다가가서 그녀의 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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