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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내가 도성에 남으려면 너희들을 길들여야만 해.”

구십칠이 냉소를 지었다.

“길들여? 우린 사람이야. 가축이 아니라고. 설마 금혼부 해제해 줬다고 우리한테 얌전히 네 명령에 따르라는 헛소리는 하지 않을 거지?”

낙청연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난 너희들을 데리고 노예 감옥을 나갈 거야.”

그 말에 구십칠은 큰 충격을 받았다.

노예 감옥은 곳곳에 수많은 진법을 쳐놓은 곳이다. 이곳을 살아서 나간 노예는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간수들의 경비도 삼엄했다.

“그 몸으로 우리를 데리고 노예 감옥을 탈출하겠다고? 네가 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가 어떻게 그걸 믿지?”

낙청연은 구십칠이 그녀와 손을 잡을 의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한가하게 잡담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금혼부를 해제하고 싶은 사람은 너희뿐이 아니잖아. 너희의 친구, 가족들도 내가 필요하잖아.”

그 말에 구십칠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반응을 살피던 낙청연은 자신의 방법이 성공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금혼부에 묶여 있었는데 너희는 어떻게 그 감옥을 탈출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어.”

구십칠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노예곡(奴隸谷)에서 도망쳐 나왔어.”

“노예곡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없어. 노예곡에서 태어난 아이는 다섯 살이 되면 등에 금혼부 낙인을 새기고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해.”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지만 태어났다는 자체가 죄가 된 거야.”

“맨 처음에는 아무도 노예곡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어. 다들 그들에게 개과천선하고 다시 시작할 터전을 주었다고 생각했지.”

“나중에야 알았어.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것을.”

“그들에게는 노예가 필요했어. 공을 들여 노예를 가르치기도 했고 약한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죄명을 씌워 노예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지.”

“그런데 그 많은 노예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제사장 일족에게 훈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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