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검은 인영이 마당으로 나왔다. 안색은 어제처럼 초췌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창백했다.그녀는 마당을 둘러보다가 눈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들었다.아직도 햇살이 적응되지 않는다.바로 눈이 시큰거리면서 눈물이 나왔다.밀실에서 나온 뒤로 더는 강한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나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구십칠이 나머지 일행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안색이 많이 좋아졌네.”그가 낙청연의 얼굴을 관찰하며 인사를 건넸다.낙청연도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금혼부를 해제해도 될 것 같아.”그렇게 한 명, 또 한 명, 낙청연은 단숨에 모든 악인들의 금혼부를 해제했다.낙인의 흉터만 남은 곳에 부문의 흔적이 사라지자 모두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이는 그들의 자유를 의미했으니까!홍해는 아예 칼을 들어 어깨에 있는 흉터까지 말끔히 도려냈다.“앞으로 더 이상 노예가 아니야!”“평생 노예로 살지 않을 거야!”“아무도 내 몸에 이따위 흔적을 새기게 하지 않겠어!”분명 피가 튕기고 잔혹한 행위였지만 그들이 삶을 향한 희망과 희열에 불타오르고 있음을 낙청연은 느낄 수 있었다.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낙청연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너희들을 데리고 나갈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대문 쪽으로 다가가서 천명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금색의 법진이 그려지더니 그녀가 손짓하자 거대한 힘이 땅에 내리쳤다. 이곳을 감싸고 있던 진법들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었다.거친 바람이 불어와서 대문을 열었다.“가자!”구십칠은 서둘러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사람을 죽이면 안 돼. 안 그러면 다시 잡혀 올 거야.”그렇게 일행은 천자호 노예 감옥을 뛰쳐나갔다.소동에 놀란 병사들이 달려와서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상당한 병력이 모였기에 다들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람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뚫고 나가?”“그냥 다 죽이고 나가자!”홍해는 저들의 목을 칠 준비
구십칠은 충격에 빠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말을 지껄이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제사장 일족은 황실과 동등한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며, 대제사장은 황제마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제사장 일족이 먼저 자신에게 손을 내밀 거라 장담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일행은 함께 한 객잔으로 들어갔다.무리의 재정 상태를 담당하고 있는 구십칠은 대범하게 비싼 술과 고기를 주문했다. 그들을 위한 축하 의식을 치르기 위함이었다.땡전 한 푼 가진 게 없는 낙청연도 그들 사이에 끼어서 거하게 한 끼 얻어먹었다.낙청연이 창문가에 자리를 잡고 앉자 구십칠이 그녀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앞으로 잘 부탁해.”낙청연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는 술잔을 집어 그의 잔에 부딪히며 말했다. “당연한 말씀을. 너와 나 모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잖아.”말을 마친 낙청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창백한 얼굴에 지어진 의미심장한 미소와 투명한 눈망울은 영혼이라도 꿰뚫을 것 같았다.그 순간 구십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그는 당황함을 감추려 제사부전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제 당신에게 필요 없을지는 모르지만 나한테도 필요가 없어졌어.”아마 십중팔구 이 책도 구십칠이 훔쳐 온 장물 중 하나일 것이다.진법으로 둘러싸인 제사장 서고에서 책을 훔쳐 도망쳐 나온 구십칠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신도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자였다.낙청연은 제사부전을 집어 몇 장 펼쳐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오래된 익숙한 감정들이 살아나고 있었다.사부님의 압박에 못 이겨 제사부전을 암기하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사부님이 제시한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그날 밥은 없었다.너무 배가 고팠기에 하루 만에 이 두꺼운 책을 전부 암기했다.사부님은 보상으로 그녀에게 맛있는 반찬을 사주었다.그때의 그녀는 자신이 또래 아이들과는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그리고 자신이 재능이 얼마나 많은
그 다음으로 홍해 역시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남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낙청연은 느긋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창가로 비쳐 들어와서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감쌌다.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처럼 신성하고 아름다웠으며, 또한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사악하고 매력적이었다.그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진익에게는 이런 표정 하나하나가 도발이고 모욕이었다.십대 악인이 스스로 주인으로 모시겠다며 무릎을 꿇었다.한주먹이면 목숨을 잃을 것처럼 연약한 여자의 앞에!놀란 건 진익뿐이 아니었다.현장에 있던 무장 금위군 역시 충격에 빠진 듯, 입만 뻐금거렸다.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세간에 이름을 날린 십대 악인. 그중에서 홍해는 사람만 보면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놈이었다!그런데 그들 모두가 일제히 한 여자 앞에 무릎을 꿇다니.충격적인 장면에 객잔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숨 막히는 고요 속에 낙청연이 제사부전을 집어 들더니 진익에게 던졌다.“이건 돌려드리죠.”날아오는 서책을 한 손에 받은 진익은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살아나도록 그것을 힘껏 틀어쥐었다.황자가 분노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너희를 돌려보낼 수는 없어.”“너는 노예 감옥의 진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그 진법은 전 대제사장께서 직접 설치한 거라 복원하기 아주 힘들거든. 그에 대한 죄를 물을 것이다!”홍해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홍해가 진익을 향해 칼을 겨누며 으르렁거렸다.“끝까지 해보자 이거지! 우리가 두려워할 것 같아?”“노예 감옥에서 사람 안 죽이고 얌전히 있던 것만 해도 우리는 예의를 지켰어! 여기서 더 뭘 어쩌라는 거야!”진익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들이 반항한다면 저들을 죽일 명분이 생긴다.낙청연은 여전히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일단 칼 좀 내려봐. 황자님, 이런 생각은 혹시 안 해보셨는지요….”“제가 진법을 변동했으니 복원도 가능하다고
날카로운 눈빛과 경계심 가득한 말투에 낙청연은 오히려 상대가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힘없이 식탁으로 쓰러지며 멍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왜지?”온심동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으니까.”온심동은 품에서 비수를 꺼내더니 천천히 낙청연에게 다가왔다.“천궐국에서 굴러온 자가 진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면 제사장 일족은 무슨 수로 이 나라에서 얼굴을 들고 살겠니?”“나는 힘겹게 이 자리까지 올라왔단다. 내 위치를 위협하는 인간은 절대 살려둘 수 없어. 너에게 진법을 복원할 능력이 정말 있든, 그냥 죄를 모면하고자 했던 변명이든 난 너를 살려둘 생각이 없어!”온심동 역시 허약한 겉모습만 보고 쉽게 죽일 수 있다고 마음먹은 것이다.말을 마친 그녀는 낙청연의 목덜미를 향해 비수를 치켜들었다.한 방에 죽일 생각이었다.하지만 비수가 떨어지던 순간, 낙청연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순간 놀란 온심동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독에 당한 게 아니었어?’낙청연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온심동의 손에 들었던 비수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만 온심동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른 손으로 비수를 잡고 다시 낙청연을 향해 휘둘렀다.낙청연은 그것을 가볍게 피하고 식탁을 발로 걷어차서 상대와 거리를 벌렸다.힘없이 뒤로 물러난 온심동이 살기 어린 눈빛을 하고 그녀를 쏘아보았다.겉보기에 불면 날아갈 것처럼 허약한 여자의 실력이 이 정도였다니!‘안 돼! 죽여야 해!’온심동은 다시 비수를 잡고 달려들었다.전부 상대의 급소만 노린 공격이었다.그녀 역시 십대 악인을 길들이려 노력한 적 있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만약 낙청연이 그들을 거두었다는 소문이 돌면 대제사장 자리 역시 위협을 받게 된다!그러니 절대 이 여자를 살려둘 수 없었다.낙청연은 처음에는 유연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같은 스승을 모시던 제자라서 온심동의 습관
낙청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힘없이 의자에 가서 앉았다.온심동은 힘들게 대제사장 위치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그녀의 존재가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목숨을 빼앗겠다고 제 입으로 말했다.그녀가 기억하는 어린 사매는 어디로 간 걸까.그녀보다 타고난 재능은 부족해도 부지런한 편이었고 놀기도 좋아하고 잘 웃는 천진난만한 아이였다.하지만 오늘 만난 온심동은 그녀가 기억하던 그 사람이랑 완전히 달랐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침서가 다가왔다.“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해결했네. 역시 낙요야. 여국 제일의 대제사장!”침서는 의자를 두 손으로 짚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낙청연은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습니다. 이제 장군 차례입니다.”침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넌 도성에서 명성을 떨치게 될 테니까. 대제사장 자리는 시간문제야.”그 말에 낙청연이 고개를 돌리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오심동을 해치지는 마세요.”“지금 대제사장은 오심동이야. 너를 대제사장으로 올리려면 그 애를 죽일 수밖에 없어.”침서는 잔인한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그 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제가 잘 압니다. 그 애는 제 상대도 되지 않는데 목숨까지 거둘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아이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낙청연의 목소리가 순간 차가워졌다.침서는 결국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래. 네 말을 들어야지 어쩌겠어. 미래의 대제사장님.”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낙청연의 이름은 도성 곳곳에 퍼졌다. 황실과 제사장 일족도 소란스러웠다.십대 악인이 어떤 인물들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들을 굴복시킨 자는 여태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그 힘든 일을 낙청연이 해낸 것이다.게다가 그들을 데리고 노예 감옥을 탈출하면서 진법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니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이 일을 전해들은 고묘묘는 화를 누르지 못하고 방 안에서 물건들을
낙정은 부진환이 자신을 본다면 분명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처마 밑에 서 있던 그림자는 담벼락을 짚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부진환은 고통을 억누르며 창백한 얼굴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왕야, 이제 돌아가시지요. 여기서 봐봤자 고통만 더할 뿐입니다.”소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부진환은 굳은 표정으로 고통스럽게 말했다.“그냥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 그런다. 낙정은 무조건 없애야 해! 저 여자를 살려둘 수는 없어!”소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 제가 부근 삼거리의 출입구에 사람을 더 보냈습니다. 낙정은 날개가 달려도 도망가지 못해요! 그러니 이제 돌아가시지요.”부진환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걸음을 돌렸다.낙정은 기를 쓰고 포위를 뚫으려고 발악하고 있었다.하지만 어마어마한 병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잡히고 말았다.봉쇄한 거리 양켠에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 있었다.낙청은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옥으로 압송되었다.황궁에서는 치열한 언쟁이 벌어지고 있었다.“제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러실 수 있나요? 약속을 어기겠다는 말씀이십니까?”엄내심이 분노를 억누르며 따지고 물었다.황후로 책봉된 후, 그녀가 이렇게 속내를 다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었다.부운주가 차갑게 말했다.“그렇다.”그 말에 엄내심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낙정이 부황을 시해하려 한 증거가 수두룩하다. 이런 자를 살려둘 수는 없어. 황후에게 억한 마음으로 이러는 거 아니야.”엄내심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원망에 찬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제가 이렇게 사정해도 소용이 없단 말씀이십니까? 꼭 죽여야만 하나요?”부운주는 여전히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엄내심은 씩씩거리며 황제의 서재를 나갔다.낙정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여국에는 풍수사가 많지만 그녀의 신변에는 믿을만한 풍수사가 없었다. 그건 그녀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낙청연은 며칠 동안 정양한 덕에 상태가 좋아져 의자에 앉은 채로 햇볕을 쬐고 있었다.“대체 진법 어디를 얼마나 고친 것이냐?”온심동이 차가운 어조로 따져 묻자 낙청연은 눈을 감은 채로 느긋하게 대꾸했다.“대제사장은 너다. 그런데 왜 내게 묻는 것이냐?”온심동은 주먹을 꽉 쥔채로 분개했다.온심동의 능력은 출중하지 않았고 낙요 사저만큼 천부적인 재능과 실력도 없었다.낙청연은 온심동이 얼마나 민망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온심동에게 있어 낙청연은 그저 천궐국의 섭정왕비에 불과한데 대제사장인 그녀보다 더 대단했다.“그것을 묻기 위해 오늘 날 찾아온 건 아니겠지. 내가 쉽게 알려줄 리도 없고 말이다.”온심동은 이를 악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사 일족이 네 가입을 요청한다.”그 말에 낙청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드디어 눈을 떴다.“내 생각보다 조금 늦었구나.”낙청연이 입꼬리를 당겼고 온심동은 불쾌한 듯 말했다.“이것은 제사 일족이 처음 이례적으로 외부인을 초청하는 것이다. 네 주제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낙청연은 웃었다.“제사 일족이 날 초청하는 것은 내가 진법을 회복하길 바라서겠지. 그런데 네 태도를 보니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가 아니구나.”온심동은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현재 황실은 진법을 복원하라고 그녀를 닥달하고 있었다. 노예영(奴隸營)은 아주 중요한 곳이다. 만약 회복하지 못한다면 안에 있는 죄 지은 노예들이 잇따라 도망쳐 나와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온심동이 여러 번 시험해봤으나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었다.더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면 황제가 그녀에게 죄를 물을 것이 분명했다.온심동은 성질을 참으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제사 일족은 네가 필요하다! 네가 가입해줬으면 좋겠다!”낙청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이 정도면 괜찮구나.”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언제 입궁할 것이냐?”온심동이 대답했다.“입궁하기 전에 우선 진법을 복원하거라.”“그러면 내일 입궁할 수 있을 것이다.”“알
밤이었다.진익은 한 객잔에 도착해 부하에게 물었다.“다 알렸느냐?”“다 알렸습니다! 오늘 밤 성문이 열리면 날이 밝기 전에 적어도 오백 명이 성에 들어갈 것입니다!”진익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오백 명이라, 10대 악인과 연약한 여자 한 명 상대하기에는 충분하겠지?”부하가 대답했다.“당연히 충분합니다! 그 오백 명도 전부 일반인이 아닙니다. 철갑옷을 입은 금군도 당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연약한 여자는 물론이고 10대 악인까지 전부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진익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싱긋 웃었다.“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거라. 절대 우리가 한 짓이란 걸 침서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자님!”-다음 날 아침 일찍 낙청연은 10대 악인을 데리고 현무가에 도착했다.그 거리는 궁문으로 바로 통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 거리에 도착해 보니 예전처럼 떠들썩하지 않았다. 거리는 한적했지만 양쪽 점포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순간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차루와 주루 안에 앉아있는 남녀들은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았다.구십칠은 주위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람들 문제가 있는 것 같다.”“다들 조심하자고.”10대 악인은 주변을 경계하며 수시로 대비했다.그러나 앞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그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매섭고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낙청연의 가녀린 몸은 널따란 망토에 가려졌다. 바람이 불어 망토가 날리자 그녀의 가녀린 모습이 드러났다.창백한 얼굴은 초췌해 보였다.길옆 주루에 있던 사람이 목소리를 냈다.“저렇게 허약해 보이는 여인이 어떻게 10대 악인을 굴복시킨 거지?”“그러게. 우리는 몇 년 동안 시험을 봐도 제사 일족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저 허약한 여인은 대제사장이 제사 일족에 들어오라고 요청했다고 하더군.”“게다가 저 10대 악인이 왜 저 여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낮추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저 얼굴 때문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