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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그 다음으로 홍해 역시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남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낙청연은 느긋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창가로 비쳐 들어와서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감쌌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처럼 신성하고 아름다웠으며, 또한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사악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진익에게는 이런 표정 하나하나가 도발이고 모욕이었다.

십대 악인이 스스로 주인으로 모시겠다며 무릎을 꿇었다.

한주먹이면 목숨을 잃을 것처럼 연약한 여자의 앞에!

놀란 건 진익뿐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무장 금위군 역시 충격에 빠진 듯, 입만 뻐금거렸다.

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세간에 이름을 날린 십대 악인. 그중에서 홍해는 사람만 보면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놈이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일제히 한 여자 앞에 무릎을 꿇다니.

충격적인 장면에 객잔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숨 막히는 고요 속에 낙청연이 제사부전을 집어 들더니 진익에게 던졌다.

“이건 돌려드리죠.”

날아오는 서책을 한 손에 받은 진익은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살아나도록 그것을 힘껏 틀어쥐었다.

황자가 분노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너희를 돌려보낼 수는 없어.”

“너는 노예 감옥의 진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그 진법은 전 대제사장께서 직접 설치한 거라 복원하기 아주 힘들거든. 그에 대한 죄를 물을 것이다!”

홍해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홍해가 진익을 향해 칼을 겨누며 으르렁거렸다.

“끝까지 해보자 이거지! 우리가 두려워할 것 같아?”

“노예 감옥에서 사람 안 죽이고 얌전히 있던 것만 해도 우리는 예의를 지켰어! 여기서 더 뭘 어쩌라는 거야!”

진익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저들이 반항한다면 저들을 죽일 명분이 생긴다.

낙청연은 여전히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

“일단 칼 좀 내려봐. 황자님, 이런 생각은 혹시 안 해보셨는지요….”

“제가 진법을 변동했으니 복원도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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