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에 맞은 낙청연은 피를 왈칵 토했으며, 하얀색 옷은 빨갛게 물들었다.등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채찍 상처들이 줄줄이 생겨났다.사람들은 보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보다 못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무기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무기가 없지 않습니까? 이건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는 겁니다.”“쉿! 저 여인은 공주입니다. 공주는 지금 고의로 낙청연을 죽이려는 겁니다. 다들 침묵만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조심하십시오. 공주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겁니다.”주위는 삽시에 고요해졌다.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고묘묘가 공주이니 어찔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어릴 적부터 총애를 한 몸에 받은 공주였다.교만하고 난폭하며, 악랄한 수단 또한 침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공주에게 밉보이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낙청연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자에 떡하니 앉아, 낙청연이 땅에 쓰러져 채찍질 당하는 모습과 온몸에 가득한 혈흔과 피로 흠뻑 젖은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그의 두 눈은 오히려 뜨겁게 불타올랐고, 다소 흥분을 드러내고 있었다.낙청연은 땅에서 한 바퀴 뒹굴더니, 갑자기 피를 왈칵 토했다.고개를 드니, 침서가 그 흥분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더니,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나에게 빌어라, 살려 달라고 빌어 보거라.”그 경쾌한 목소리에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흠칫 놀랐다.어찌하여 침서는 이런 반응일까?낙청연은 이미 사상환을 복용했다.여태껏 부진환에 대한 관찰에 의하면, 부진환은 낙월영이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설마 침서가 미치광이여서 인가?정상적인 사람은 마음에 둔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다치는 것을 보지 못한다.하지만 침서는 마음에 둔 사람이 다칠수록 더욱 흥분한다.낙청연은 마음속으로 욕을 퍼붓고, 주먹을 꽉 쥐었다.이때, 고묘묘는 또다시 느긋하게 채찍을 들고,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은 저에게 부
”세상에! 내 눈이 이상한 게 아니지요?”“대체 어디서 난 용기일까요?”고묘묘가 누구인지 온 도성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그녀는 존귀한 공주 신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황위를 계승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대황자는 타고난 자질이 평범하여 황제와 황후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공주는 실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독한 면도 있었기 때문에 성심을 꽤 얻고 있었다.온 도성에 누구도 감히 공주에게 밉보이지 않았다.물론 침서는 제외였다.공주가 침서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침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공주의 체면을 약간 봐주기는 했다.이 낙청연은 간이 밖으로 튀어나왔나 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주를 발밑에 밟고 있단 말인가!고묘묘는 애써 몸부림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낙청연! 나를 풀어주시오!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당신의 시체가 묻히지도 못하게 아주 비참하게 죽여주겠소!”“공주, 말이 정말 많소. 당장 그 입 다무시오!”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채찍을 잡고 아주 세게 한 번 당겼다.고묘묘의 목을 감고 있던 그 밧줄은 순간 확 조여졌다.고묘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높이 치켜 들어야 했다.하지만 여전히 얼굴은 숨통이 조여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파란 핏대가 솟아날 정도로 숨이 막혔으며, 두 눈은 충혈되었다.고묘묘는 분노하여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하는 것 같았다.낙청연의 안색은 창백했고, 얼굴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은 초라했지만, 또한 매우 아름답고 요염했다.날카로운 눈빛은 더욱 섬뜩했다.더 이상 병약한 이 여인의 실력을 얕볼 수 없었다.낙청연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나와 탁장동이 실력을 겨루는 날이오. 저는 공주를 초대한 적이 없소.”“공주께서 스스로 취성대로 올라왔으니, 그럼, 취성대의 시합을 묵인한 것으로 간주하겠소. 취성대는 피를 보지 않으면 진법이 열리지 않소.”“그러니 오늘, 우리 이곳을 떠나
선혈은 끊임없이 쏟아져, 땅에 새겨진 진법 문양의 고랑으로 흘렀다.뜻밖에 천천히 지면에 새겨진 그 진법 부문을 밝히기 시작했다.곧이어 은은한 녹색 안개가 피어올라, 낙청연 곁을 감돌았다.그것들은 모두 약기(藥氣)였다.취성대는 피로 약기를 정련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약기들은 중상을 입은 몸을 치료한다.낙청연은 눈을 감고, 매우 만족해하며 이 기운들은 흡수했다. 순간 아픔 몸이 마치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취성대가 존재하는 의미인 것 같다.낙청연은 고묘묘를 풀어주고 일어나 몸을 움직이더니, 무대에서 내려왔다.주위의 기타 사람들이 낙청연을 보는 눈빛에는 약간 두려움이 더해졌다. 그전에 조소했던 말은, 더욱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낙청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더니, 마지막에 침서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사람들은 아주 빨리 달려와 상처를 입은 고묘묘를 풀어주고, 무대 위에서 부축해서 내려갔다. 고묘묘는 이를 뿌드득 갈며 멀어지는 낙청연의 그림자를 노려보았다.곧이어, 또 침서가 낙청연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았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침서!”그러나 침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낙청연을 뒤쫓아 가며 친절하게 물었다. “어떠하냐? 몸은 괜찮으냐? 내가 가서 의원을 불러올까?”침서의 그 간절한 모습은 정말 비천한 노비와 다름없었다.고묘묘는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낙청연이 앞에서 걸으면, 침서는 그녀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갑자기 낙청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쌀쌀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침서, 제가 남에게 맞는 모습을 보면, 당신은 매우 흥분됩니까?”하지만 침서는 과감하게 무릎을 꿇고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지금 나를 탓하는 것이냐? 나는 네 실력이 그녀 위라고 생각했다.”“게다가 너는 성격이 강해서, 내가 너를 도와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 않느냐?”낙청연은 혐오하며 손을 빼냈다. “그럼, 저더러
설마 낙청연의 실력 때문인가?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침서가 그토록 취해 있는 여인이라면 분명 폐물은 아닐 것이다.설령 침서보다 강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그와 막상막하일 것이다.필경 침서는 고묘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방으로 돌아왔다.낙청연은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침서도 낙청연을 따라 들어와, 그녀 옆에 앉더니, 차를 두 잔 따랐다.“역시 낙요구나! 고묘묘를 저렇게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다! 참으로 내 마음에 드는구나!” 침서의 두 눈은 뜨겁게 타올랐다.그 눈빛은 마치 낙청연을 당장 삼켜버릴 것 같았다.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고묘묘가 중상을 입었으니, 황상과 황후는 절대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나서야 합니다.”침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있으니, 염려 말거라.”낙청연은 그래도 약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냉랭하게 명령했다. “침서, 이번에 당신은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됩니다. 제가 죽으면, 당신의 모든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이 세상에 제2의 낙요는 없을 겁니다.”침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안심하거라.”낙청연은 고묘묘가 그녀를 괴롭히는 건 두렵지 않았다. 필경 고묘묘는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상과 황후가 이 일로 그녀를 귀찮게 한다면, 이건 정말 대처할 수 없다.오직 침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그러나 오늘 고묘묘를 다치게 한 건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고묘묘에게 교훈을 주지 않으면, 정말 그녀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오늘 이 일로 제사장 일족의 대부분 사람도 앞으로 감히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특히 고묘묘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든지 아니면 그녀보다 더 독한 사람이 되어, 그녀를 두렵게 만들어야 한다.침서는 곧 방에서 나갔다.고묘묘가 중상을 입은 와중에도 침서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 그를 모셔 오라고 했단다.침서는 비록 귀찮았지만, 그래도 보러 갔다.낙청연은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순간 기분은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져 버렸다.역시 그녀의 추측대로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심지어 시체도 보지 못했어.” 우유의 어투는 무거웠다.낙청연의 눈빛은 약간 침울했다. 보아하니 시체는 확실히 처리한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처리했고, 어디에 있는 지는 아마 범인만이 알고 있는 것 같다.“참으로 아쉽구나.” 낙청연은 안타까워하며 탄식했다.우유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쉽지 않다. 나는 네가 그녀 다음이 될 거라고 믿는다!”우유의 그 진지한 눈빛에 낙청연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심지어 우유가 뭔가 눈치채지 않았냐는 느낌까지 들었다하지만 어린 사매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녀와 익숙하지 않은 우유가 어떻게 그녀를 알아볼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그저 나를 위로하는 말이라고 생각할게.”우유는 몹시 진지하게 말했다. “위로가 아니야, 나는 진심이야.”말을 끝내고 우유는 또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약이 좀 있어.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낙청연은 우유가 왜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은 우유에 대해 별로 잘 알지 못했다. 인상 속에 우유는 매우 연약한 아이였던 것 같다.그러나 이 순간 우유의 진지한 눈빛에서 낙청연은 사실 우유의 내심은 아주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유의 눈빛은 추호의 두려움과 피하는 기색이 없었고, 유난히 굳건했다.“사실, 지금 확실히 한 가지 약재가 급히 필요하다.”“불전연”“그러나 지금 도성에서 이제 이 약재를 찾아볼 수가 없다.”“혹시 제사장 일족에는 있느냐?”어젯밤 연약각에 갔을 때, 찾아보았지만 불전연은 보이지 않았다.왜 이 약재가 갑자기 이렇게 부족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약로에게도 없었다.그러니 제사장 일족의 다른 사람 손에 있는지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우유는 약간 놀라더니 말했다. “불전연?”“알겠다. 이 약재는 내가 알아볼게.”“편안히 쉬어라.”말을 끝내고
두 사람이 맞붙어 싸웠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이때 낙청연의 급작스러운 수벽치기에 진익은 연이어 몇 대 맞더니, 바로 날라갔다.진익은 피를 왈칵 토했다.싸움은 끝났다. 바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똑바로 보지 못했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아직도 싸우고 있지 않았습니까? 왜 갑자기 진익이 졌습니까?”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익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황자의 실력은 역시 소문대로입니다.”진익이 만일 보통 사람이라면 실력은 약한 편이 아니다.하지만 황자로 놓고 말하면 너무 약하다.방금 낙청연이 시탐해본 결과 그의 무공 수법은 여전히 예전에 배운 그대로였다. 게다가 크게 늘지도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만일 진익이 노력했다면, 이런 결과일 수가 없다.진익은 화가 나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마치 자신의 실력에 몹시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의 그 목소리는 유난히 날카롭고 귀에 거슬렸다.그는 이를 악물더니, 또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매섭게 낙청연을 향해 달려갔다.이렇게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다.그렇지만 낙청연을 이길 수도 없었다.그는 낙청연에게 맞아 몹시 초라했으며, 온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구경하던 사람들은 연이어 탄성을 질렀다.“이 낙청연은 방금 공주를 때려 상처를 입히더니, 이번에 또 황자까지 이렇게 때리다니, 정말 무법천지이군요!”“아무리 침서가 뒤를 봐준다고 해도 이렇게 오만방자해서야 되겠습니까!”하지만 지금의 낙청연은 그렇게 건방졌다.땅에 쓰러진 진익은 얻어맞아 코가 시퍼렇고 얼굴이 퉁퉁 부었지만,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애써 일어나려고 했다.하지만 또다시 낙청연의 발에 가슴을 짓밟히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진익을 내려다보는 낙청연의 눈빛은 서늘했고, 누구도 안중에 없었다.“대황자, 다음에 사람을 혼내려면, 일단 다른 사람에게 맞을 자신이 있는지부터 보세요.”낙청연은 전혀 무서울 게 없었다.고묘묘에 중상을 입혔으니, 어차피 황상과 황후는 절대 그녀를
휘황찬란한 침궁.진익은 만신창이가 되어 침상 옆으로 걸어왔다.고묘묘는 이미 상처를 싸매고, 약을 마셨다. 다만 안색은 아직도 약간 창백했다코가 시퍼렇고 얼굴이 퉁퉁 부었으며, 심지어 피투성이가 되어 걸어오는 진익을 보더니, 고묘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오라버니, 설마 낙청연에게 졌습니까?”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레 고묘묘의 상처를 보며 말했다. “묘묘야, 상처가 이토록 심하니, 요 며칠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다니지 말거라.”그러나 고묘묘는 진익의 관심을 아예 무시했다.고묘묘는 화난 표정으로 진익을 노려보며, 손을 들더니, 바로 그의 뺨을 한 대 때렸다.진익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표정으로 걱정스레 고묘묘를 쳐다보았다.“묘묘……”고묘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또 연거푸 뺨을 두 대 더 때렸다.화가 치밀어 오른 고묘묘는 외쳤다. “쓸모없는 놈! 쓸모없는 놈!”“당당한 황자가 어찌 낙청연에게 이 정도로 얻어맞고 왔단 말입니까? 정말 수치스럽습니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낙청연을 산채로 찢어 버리고 싶었다.진익의 눈빛은 어두웠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다가가 고묘묘를 달랬다. “묘묘, 화내지 마.”“오라버니가 능력이 없어 복수를 해주지 못했구나.”“그러나 괜찮다. 낙청연은 얼마 살지 못할 거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낙청연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상처가 찢어지는 바람에 아파서 허리를 굽혔다.진익은 다급히 고묘묘를 부축했다. “묘묘야, 착하지, 일단 올라가 좀 쉬자!”고묘묘는 다시 침상으로 보내졌다.고묘묘는 단념하지 않고 진익을 쳐다보며 말했다. “절대 낙청연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염려 말거라.” 진익은 위로했다.또 친절하게 몇 마디 당부하고 진익은 떠났다.--낙청연은 바로 감옥으로 압송되었다.사지는 모두 쇠사슬로 묶은 채로 그녀를 감옥에 가뒀다.어두컴컴한 불빛과, 차갑고 습한 기운에 낙청연은 순식간에 그 공포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저도 몰래 낙청연은
고요한 감방 안에는 그 채찍에 의해 살갗이 갈라지고 터지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렸다.그 소리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복도 모퉁이에서, 진익의 등 뒤에 가면을 쓴 사내가 갑자기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손바닥을 너무 세게 꼬집어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부진환은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진익이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침서가 구하러 올 것이오.”“지금 신분을 폭로하면 낙청연을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도 함께 이곳에 묻히게 될 것이오.”“당신의 신분으론, 아마 더욱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오.”부진환은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며 다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참고 있었다.그는 손바닥에 땀이 났다.그 채찍질하는 소리는 끝없이 들렸고, 아파서 외치는 소리는 시종일관 들리지 않았으니, 낙청연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부진환의 마음은 한없이 아팠다.그러나 그는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가까이 갈 수도 없었으며, 낙청연을 구할 수도 없었다.채찍질하는 소리는 한 번도 끊기지 않았고, 매번 부진환의 가슴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선혈이 낭자했다.시간은 마치 멈춘 것처럼 유난히 느렸다. 그 채찍질하는 소리는 멈춘 적이 없었고 부진환의 마음은 계속 불안했으며,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침서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오?” 부진환은 약간 급해 났다.“이러다가 죽겠소!”낙청연의 몸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부진환의 급한 마음과 달리 진익은 훨씬 더 침착하고 한가로웠다.그는 두 손을 뒤로 한 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급해하지 마시오. 침서는 낙청연을 죽게 두지 않을 것이오.”“침서는 지금 아마 오고 있을 것이오.”그리고 지금.침서의 댁, 편전의 방안에서 주악과 가무가 벌어지고 있었다.침서는 의자에 기대어 술을 마시며, 매우 기분 좋게 난희의 춤사위를 감상하고 있었다.한 곡을 다 추자, 난희는 원을 그리며 침서에게 끌려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