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91 - 챕터 1300

3007 챕터

제1291화

낙청연은 침서를 보며 말했다.“이 약은 성질이 더운 약이라 지금의 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침서가 말했다.“지금 네 몸으로는 극약을 쓸 수 없다. 이 처방은 네 외상을 치료할 수 있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그를 보았다.“하지만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내상을 치료하는 약입니다.”“이 약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그러나 침서는 고집을 부렸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너에게 먹이는 약은 너에게 가장 적합한 약이다.”“넌 푹 쉬거라. 난 또 입궁해야 한다.”“고묘묘 일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넌 안심하고 여기에 있거라. 아무도 널 다치게 하지 못할 거다.”말을 마친 뒤 침서는 떠났고 사람을 시켜 낙청연에게 약을 보냈다.낙청연은 침서의 거처에서 이틀 동안 누워있었고 매일 계집종이 제때 그녀의 약을 갈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그들이 가져온 약은 침서의 처방에 따라 만든 약이었다.낙청연은 자신에게 어떤 약이 필요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침서의 처방은 성질이 더운 약이라 몸에 양분을 공급할 수는 있어도 그녀의 몸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차차 나아질 수 있었고 낙청연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낙청연이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오려고 하던 날, 그녀는 문밖에 누군가 서 있는 걸 보았다.무희 차림의 여인이었는데 예전 그녀의 모습과 조금 닮아있었다.아마 침서 곁의 사람인 듯했다.그 여인은 경계하듯, 또 질투하듯 낙청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들어오지 않는 것이지?”난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방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당신은 누굽니까?”“난 낙청연이라고 한다.”그 말에 난희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최근 도성 내에서 낙청연이 10대 악인을 굴복시켰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그녀가 낙청연이라니?난희의 눈동자에 적의가 더 강해졌다.낙청연은 질투 어린 눈빛이 너무 익숙했다.그녀는 싱긋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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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낙청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우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저번에 나한테 이게 있냐고 물었었지. 이건 내게 남은 마지막 불전연이다.”“저번에 황후 때문에 네가 크게 다쳤었지. 너에게 이게 무척 필요할 것 같아 가져왔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내심 놀랐다. 그녀는 우유가 이것을 자신에게 내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도성 전체를 뒤져도 찾을 수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고맙다.”낙청연은 감격했다. 그녀는 지금 이것이 무척이나 필요했다.“고마워할 필요 없다.”우유는 미소 지어 보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입궁했고 제사 일족의 거처로 돌아갔다.불전연은 다른 약재와 함께 사용해야 했고 우유는 특별히 약방에 가서 많은 약재를 가져왔다.낙청연은 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체내에 뜨거운 기운이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것은 주로 내상을 치료하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는데 내상이 나으면 외상도 자연스레 효과를 보게 된다.우유는 약을 마신 낙청연의 안색이 한결 편해진 걸 발견했다.“이 약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구나.”“일단 푹 쉬어서 몸조리하거라. 난 먼저 돌아가겠다.”고개를 끄덕인 낙청연은 그녀를 배웅하지 않았다. 낙청연은 침대 옆 연탑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이번 수련을 통해 불전연의 약효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게다가 그전에 구전속명단과 우유가 보내온 약을 먹었다.그러니 약의 효과를 극치로 끌어올리면 분명 몸이 나아질 것이다!-침서는 아직도 황후와 조건을 논하고 있었다.그러나 황후의 조건은 하나뿐이었다.“가서 묘묘를 보거라.”“침서, 묘묘가 널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널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묘묘가 널 용서한다고 말한다면 더는 낙청연에게 손을 쓰지 않겠다.”황후의 말투에는 위협이 가득했다.침서는 느긋한 태도로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동의했다.“알겠습니다. 약조하셨습니다.”“제가 공주를 설득하겠습니다.”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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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고묘묘는 불만스레 말했다.그녀는 공주였고 공주의 사랑은 존귀한 것이었다. 침서는 무릎을 꿇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어야 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녀를 모욕했다.고묘묘는 분통이 터졌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침서가 그럴수록 더더욱 침서를 가지고 싶었다.침서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내 눈동자에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결국 그는 고묘묘의 손에서 검을 빼앗더니 고묘묘의 머리를 잡아당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고묘묘는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침서의 입맞춤은 공격적이었고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사나웠다.고묘묘는 그의 입맞춤에 온몸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다음 단계가 이어질 거라는 고묘묘의 예상과 달리 침서는 가차 없이 그녀를 확 밀치고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떠났다.고묘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침서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침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라는 건 다 했으니 이 일은 이제 끝이다.”“또 이것으로 날 위협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침서는 방을 나선 뒤 역겨운 듯 입술을 닦았다. 속이 메슥거렸다.바닥에 주저앉은 고묘묘는 무릎을 끌어안더니 조금 전 그 감촉을 되돌이키며 뺨을 붉혔다.고묘묘는 무릎 위에 턱을 올려놓고 조금 전 기억을 떠올렸다.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조금 전 침서도 입맞춤에 푹 빠져 있었으니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아닌 척하는 것뿐일 것이다!고묘묘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침서, 당신은 평생 내 것이어야 해!”그곳을 떠난 침서는 곧바로 장군 저택으로 향한 뒤 부랴부랴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옆에서 시중을 들던 난희는 몇 번이나 그에게 낙청연이 저택에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장군님... 사실...”난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침서가 갑자기 그녀의 머리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난희는 목욕통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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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사내들이 앞으로 나서서 우유를 제압했다.탁장동은 상자 하나를 열었고 그 안에서 검은 연기가 빠져나왔다.탁장동은 차갑게 말했다.“감히 낙청연의 일에 간섭하다니,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구나. 내가 널 덜 괴롭혔나 보네.”“오늘 이 취분산 악귀에게 실컷 시달려보거라.”부적 하나를 꺼낸 탁장동은 검은 연기를 조종해 그것이 허공에서 모양을 갖추게 한 뒤 우유를 공격하게 했다.사내들의 공격을 막고 있던 우유는 검은 연기에게 복부를 맞아 멀리 날아갔다.마치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은 심한 통증이 급습했다.검은 연기는 그녀의 몸을 뚫고 지나갔고 우유는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너무 아파서 온몸에 경련이 일었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사내들은 우유의 팔을 잡고 강제로 그녀를 일으켰다.곧이어 검은 연기가 다시 한번 그녀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녀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오장육부의 가벼운 떨림과 극심한 통증에 우유는 온몸이 떨렸다. 입술도 파르르 떨리고 얼굴도 창백했다.우유는 반격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하니 우유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사내들이 놓아주자 우유는 곤죽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에 달라붙었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예전이었다면 일어나서 약을 달일 수 있었겠지만 이번만큼은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게다가 이젠 불전연도 없었다.마지막 남은 불전연을 낙청연에게 주었으니 말이다.-낙청연은 밤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했다. 눈을 떴을 때 온몸에서 힘이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비록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무기력함이 들지는 않았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불전연은 하나뿐이라 6할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불전연이 더 있었다면 아마 7, 8할 정도 회복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낙청연에게 있어 이것도 어려운 일이었다.낙청연은 일어나 기지캐를 켠 뒤 밖에 나갈 볼 셈이었다.이번에는 우유 덕이 컸기에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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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그러니까...”“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대제사장이 탁장동을 중요시하니 나도 그냥 참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조금 반항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니 괜히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우유는 평온하게 말했지만 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아주 오래전부터 이랬다는 것이냐? 몇 년이나 됐느냐?”설마 낙청연이 있을 때도 우유가 이런 짓을 당한 걸까?우유는 고개를 저었다.“몇 년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사부님이 계시지 않으니 내 편을 들어줄 사람도 없지.”“그래서 난 자주 불전연으로 상처를 치료했다. 하지만 요즘엔 불전연을 구하기가 어려워 내게 마지막 하나만 남아있었다.”그 말에 낙청연은 마음이 시큰했다.낙청연은 우유가 오랫동안 괴롭힘당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우유는 그 누구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린 적이 없었다. 약육강식인 이곳에서 누구에게 얘기하든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어떻게 버틴 건지 알 수 없었다.“탁장동은 상처를 입었으면서 널 괴롭히려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냐? 이젠 살기 싫은가 보구나.”낙청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녀는 우유의 손을 잡고 말했다.“앞으로 내가 너의 편이 돼주마!”“기다리고 있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일으켰고 우유는 당황했다. 낙청연의 말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낙청연이 그녀의 편이 돼준다고?낙청연은 뭘 하려는 것일까?방을 나서자 낙청연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그녀는 우유가 마지막 불전연을 자신에게 건넨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우유는 낙청연이 그녀를 이 불구덩이에서 구할 수 있을지 도박을 한 것이다.그렇다면 우유에게 그녀의 선택이 맞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불전연을 그냥 낭비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곧이어 낙청연은 탁장동의 거처로 향했다.탁장동은 심하게 다친 바람에 침상에 누워 몸조리하고 있었고 마당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그들 모두 탁장동의 추종자들이었다.탁장동은 대제사장 곁의 사람이다 보니 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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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곧이어 탁장동이 방안에서 나왔다.낙청연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겁쟁이는 아닌 모양이구나.”탁장동은 매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쏘아보며 천천히 다가갔다.“낙청연,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것이다!”탁장동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쭉 둘러본 뒤 호통을 쳤다.“다 놓아주거라!”낙청연이 그녀의 정원에서 싸움을 벌였다는 건 그녀의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비록 취성대에서 낙청연에게 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청연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낙청연은 사람들을 발로 걷어차면서 그들을 놓아줬고 사람들은 연이어 바닥에 쓰러졌다.그들은 황급히 바닥에서 일어나 재빨리 탁장동의 뒤로 숨었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음산하게 웃으며 탁장동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탁장동은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상처를 입은 그녀는 낙청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탁장동은 곧바로 낙청연에게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뺨을 세게 맞은 탁장동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졌고 반격할 겨를도 없었다.뺨을 맞는 소리가 정원 전체를 울렸다.사내들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탁장동은 버럭 화를 내며 일어났다.“감히 날 때린 것이냐?”낙청연은 탁장동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그녀의 뺨을 두 번 때렸다.“난 고묘묘도 때린다. 그런데 너 따위를 무서워할 것 같으냐?”“때리면 뭐, 그렇게 잘났으면 너도 어디 한 번 날 때려보거라!”탁장동은 너무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고 두 뺨은 따귀를 맞아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낙청연을 쏘아보면서 반항하려 했지만 낙청연에게 머리카락을 잡힌 탓에 전혀 반격할 수 없었다.탁장동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낙청연! 내 손아귀에 들어오면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낙청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너한테 그럴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구나!”낙청연은 탁장동의 머리를 바닥에 꾹 누르더니 발로 탁장동의 목을 밟았다.매섭고 흉약한 눈빛이 서 있는 사내들에게로 향했다.그들은 완전히 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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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낙청연은 탁장동을 잡아서 끌어올렸다.“무릎 꿇고 사과하거라! 앞으로 다시는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맹세하거라!”사납게 내뱉은 말에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탁장동이 그것을 내켜 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두 눈이 벌게진 채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천한 것!”짝-낙청연은 가차 없이 따귀를 때렸다.“난 네가 사과할 때까지 때릴 수 있다.”“지금은 따귀라서 버틸 만하겠지만 잠시 뒤에 내가 다른 방법을 쓴다면 네 무공이 전부 사라져 쓸모없는 인간이 될 수도 있다!”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탁장동은 화가 나고 억울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이목구비는 낙청연에게 맞아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볼품없는 꼴이 됐다.“난 인내심이 없다. 얼른 사과하거라!”바로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정원 문밖에 몰려들어 수군댔다.“낙청연이라는 자는 참 간도 크지.”“탁장동이 또 낙청연을 건드린 건가?”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탁장동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우유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니!짜증이 난 낙청연이 손을 쓰려고 하는데 탁장동이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우유를 향해 털썩 무릎을 꿇었다.우유는 의아했고 주위에서 놀란 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이 재촉했다.“얼른 사과하거라!”탁장동은 이를 악물었다.“미안하다!”“앞으로 다시는 널 괴롭히지 않겠다!”우유는 살짝 당황하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탁장동이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진심이 아니더라도 이런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화풀이하기엔 충분했다.탁장동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에게 있어 이것은 가장 큰 치욕이었다.탁장동이 사과하자 낙청연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떠올라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거라! 이곳에 다시 발을 들이면 개, 돼지만도 못하다고 맹세하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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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화

우유는 무척 의아했다. 그녀는 낙청연이 자신의 얕은 수작을 눈치챌 줄 몰랐다.심지어 낙청연은 그녀를 위해 탁장동에게 복수하러 갔고 탁장동을 한바탕 패줬다.이런 걸 보면 낙용의 예전 모습과 몹시 비슷해 무척 마음에 들었다.“약을 마시거라.”낙청연이 약을 건넸다. 약 냄새를 맡은 우유는 깜짝 놀랐다.“이 안에 불전연이 있는 것이냐?”“네가 마시는 것이 어떻겠느냐?”“네 상처에 도움이 될 것이다.”낙청연은 단호히 말했다.“너의 내상은 나와 비슷한 수준이니 얼른 마시거라.”우유는 어쩔 수 없이 약을 마셨다.낙청연은 옆에 앉아 차를 따르며 말했다.“앞으로 탁장동은 또 네게 시비를 걸 것이다. 앞으로 절대 자신을 숨기지 말거라.”“탁장동이 네 실력을 그렇게 질투하는데 봐줄 필요 없다!”“대제사장은 아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력이 강한 사람을 중요시할 것이다.”낙청연이 아는 온심동은 그랬다.탁장동이 그녀의 심복이 되고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건 탁장동이 제사 일족 중에서 실력이 비교적 강한 편이라 그런 것이지 절대 탁장동이 아부를 잘해서가 아닐 것이다.우유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사실 난... 우리 사부님은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사부님은 사부님의 자유를 쫓아 떠났다.”“만약 내가 이곳을 떠날 수 있다면 아마 사부님이 갔던 길을 다시 갈 것이다.”“그래서 내게는 큰 야망이 없다. 그저 궁지로 몰려 어쩔 수 없이 대책을 생각해야 했을 뿐이다.”우유의 솔직한 대답에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우유가 여전히 사부님을 그리워하자 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네 사부라면 탁성이냐?”“난 그를 본 적이 있다.”그 말에 우유의 눈빛이 빛났다.“본 적이 있다고? 그게 정말이냐?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낙청연은 항상 품속에 지니고 있던 책자를 꺼내 우유에게 건넸다.“네 사부님은 자신만의 자유를 쫓지 못했다. 나쁜 일을 많이 해서 결국 옥에 갇혀 죽었다.”“이건 그가 남긴 마지막 물건이다. 속죄하고 싶으니 내게 이것을 죄연(罪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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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9화

우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고맙다.”낙청연은 위로하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낙청연은 이 얘기가 나온 김에 우유에게 물었다.“사실 난 전대 대제사장이 궁금하다. 그자가 어떻게 죽은 건지 알고 있느냐?”우유는 살짝 놀랐다.그녀는 낙청연이 침서를 위해 그 일을 묻는 거로 생각했다.침서가 낙요에게도 그랬기 때문이다.우유가 설명했다.“아무도 그녀가 어쩌다 죽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그날 그녀는 천기당(天棋堂)에서 수련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사람들에게 발견됐을 때는 바닥에 피뿐이었다.”“바닥에는 시체를 끌고 간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시체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침서는 궁 전체를 뒤지려고 했었다. 미쳐버린 건지 하마터면 제사 일족을 전부 죽일 뻔했다.”“폐하가 금군을 데리고 친히 행차한 덕분에 겨우 침서를 막을 수 있었다.”“대제사장의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조사했지만 실마리는 전혀 없었다. 모든 실마리가 천기당에서 멈췄다.”“천기당 밖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그렇게 그 일은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렸다.”우유의 목소리에 낙청연은 그날 밤을 떠올렸다.천기당은 대제사장이 매달 천명을 계산하는 곳이었다. 소모가 워낙 큰 일이었기에 천기당에서 밤새 수련해야 했다.그곳은 오직 대제사장만이 드나들 수 있었고 곳곳에 기관이 있는 데다가 아주 단단히 잠겨 있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 밤 낙청연은 정신이 혼미했고 누군가 들어오는 걸 보았다.그자는 밧줄로 낙청연의 목을 졸랐다.낙청연은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자를 잡지 못했고 심지어 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지 못했다.그날 밤 기억은 너무 흐릿해졌고 낙청연은 그자의 모습을 더더욱 떠올릴 수 없었다.“그러면... 천기당은 아직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느냐?”우유는 고개를 저었다.“깨끗이 치운 지 오래다. 대제사장이 새로 생겨서인지 아무도 죽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천궐국의 역대 대제사장 중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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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그 일이 그렇게 신경 쓰이십니까?”미간을 잔뜩 구긴 진익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연하지! 대체 뭘 알고 있는 것이냐?”그날 옥에서 낙청연의 뒷말을 들을 뻔했는데 침서 때문에 듣지 못했다.진익은 돌아간 뒤에도 줄곧 그 일을 생각했다.예전 일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것은 그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낙청연이 웃었다.“그걸 믿은 것입니까?”“그날 전 그저 살아남기 위해 말을 지어냈습니다.”그 말에 진익은 몸을 움찔 떨었다.그는 놀라움과 분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 했느냐?”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전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진익은 너무 화가 나서 그녀를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는 낙청연을 이길 수가 없었다.결국 진익은 씩씩거리며 떠났다.진익이 떠나자 몰래 숨어서 엿듣던 사람도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진익의 상태에 원인이 있긴 했지만 아직 이 일을 진익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아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이 그 사실을 말한다면 지금보다 더 성가신 일이 생길 수 있었다.확실하지 않은 이상 절대 얘기할 수 없었다.옥에서 그 사실을 얘기한 건 상황이 워낙 급박했고 목숨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그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화려한 침궁 안, 황후는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궁인이 헐레벌떡 달려와 낙청연이 당시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황후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의아해했다.“정말 그런 얘기를 했단 말이냐?”황후는 차갑게 웃었다.“난 정말 뭔가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그러면 첫째 황자 쪽은 어떡합니까?”황후는 덤덤히 대꾸했다.“그냥 놔두거라.”“알겠습니다.”진익은 정신을 반쯤 놓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는 낙청연의 말을 줄곧 마음에 두고 기대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외부 물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결과를 알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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