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고맙다.”낙청연은 위로하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낙청연은 이 얘기가 나온 김에 우유에게 물었다.“사실 난 전대 대제사장이 궁금하다. 그자가 어떻게 죽은 건지 알고 있느냐?”우유는 살짝 놀랐다.그녀는 낙청연이 침서를 위해 그 일을 묻는 거로 생각했다.침서가 낙요에게도 그랬기 때문이다.우유가 설명했다.“아무도 그녀가 어쩌다 죽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그날 그녀는 천기당(天棋堂)에서 수련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사람들에게 발견됐을 때는 바닥에 피뿐이었다.”“바닥에는 시체를 끌고 간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시체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침서는 궁 전체를 뒤지려고 했었다. 미쳐버린 건지 하마터면 제사 일족을 전부 죽일 뻔했다.”“폐하가 금군을 데리고 친히 행차한 덕분에 겨우 침서를 막을 수 있었다.”“대제사장의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조사했지만 실마리는 전혀 없었다. 모든 실마리가 천기당에서 멈췄다.”“천기당 밖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그렇게 그 일은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렸다.”우유의 목소리에 낙청연은 그날 밤을 떠올렸다.천기당은 대제사장이 매달 천명을 계산하는 곳이었다. 소모가 워낙 큰 일이었기에 천기당에서 밤새 수련해야 했다.그곳은 오직 대제사장만이 드나들 수 있었고 곳곳에 기관이 있는 데다가 아주 단단히 잠겨 있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 밤 낙청연은 정신이 혼미했고 누군가 들어오는 걸 보았다.그자는 밧줄로 낙청연의 목을 졸랐다.낙청연은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자를 잡지 못했고 심지어 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지 못했다.그날 밤 기억은 너무 흐릿해졌고 낙청연은 그자의 모습을 더더욱 떠올릴 수 없었다.“그러면... 천기당은 아직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느냐?”우유는 고개를 저었다.“깨끗이 치운 지 오래다. 대제사장이 새로 생겨서인지 아무도 죽은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천궐국의 역대 대제사장 중 좋
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그 일이 그렇게 신경 쓰이십니까?”미간을 잔뜩 구긴 진익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연하지! 대체 뭘 알고 있는 것이냐?”그날 옥에서 낙청연의 뒷말을 들을 뻔했는데 침서 때문에 듣지 못했다.진익은 돌아간 뒤에도 줄곧 그 일을 생각했다.예전 일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것은 그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낙청연이 웃었다.“그걸 믿은 것입니까?”“그날 전 그저 살아남기 위해 말을 지어냈습니다.”그 말에 진익은 몸을 움찔 떨었다.그는 놀라움과 분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 했느냐?”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전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진익은 너무 화가 나서 그녀를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는 낙청연을 이길 수가 없었다.결국 진익은 씩씩거리며 떠났다.진익이 떠나자 몰래 숨어서 엿듣던 사람도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진익의 상태에 원인이 있긴 했지만 아직 이 일을 진익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아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이 그 사실을 말한다면 지금보다 더 성가신 일이 생길 수 있었다.확실하지 않은 이상 절대 얘기할 수 없었다.옥에서 그 사실을 얘기한 건 상황이 워낙 급박했고 목숨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그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화려한 침궁 안, 황후는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궁인이 헐레벌떡 달려와 낙청연이 당시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황후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의아해했다.“정말 그런 얘기를 했단 말이냐?”황후는 차갑게 웃었다.“난 정말 뭔가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그러면 첫째 황자 쪽은 어떡합니까?”황후는 덤덤히 대꾸했다.“그냥 놔두거라.”“알겠습니다.”진익은 정신을 반쯤 놓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는 낙청연의 말을 줄곧 마음에 두고 기대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외부 물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결과를 알게 되니
“가지. 내가 상황을 알려주겠소.”말을 마친 뒤 그는 부진환을 데리고 떠났다.그런데 가는 길에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고묘묘와 만났다.진익이 그녀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묘묘야, 상처는 나았느냐?”고묘묘는 덤덤히 말했다.“이 정도 상처로는 죽지 않습니다. 게다가 부황과 모후께서 많은 약을 주셔서 상처가 더는 아프지 않습니다.”진익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상처가 그리 빨리 나을 수 있는 건 오랫동안 용삼탕을 복용한 덕분이다. 앞으로 꼭 제때 먹어야 한다. 그래야 몸이 더 강해진다!”“알겠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의 눈이 빛났다.용삼탕?목 태의가 그에게 준 용상탐과 같은 것일까?그것은 목 태의마저도 겨우 하나 있는 것이었다.그런데 여국 공주는 매일 마신다니?부진환은 그것이 같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만약 같은 것이라면 그에게 몇 개월, 심지어 몇 년을 더 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부진환의 마음속에 불길이 타올랐다.진익은 이미 떠났는데 부진환은 아직도 그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진익은 고개를 돌린 뒤 살짝 놀라며 외쳤다.“뭘 넋 놓고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그를 따라갔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의 앞에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았다.고묘묘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부진환을 훑어보더니 손을 들어 그의 가면을 벗기려 했다.“누구길래 감히 궁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지?”부진환은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고묘묘의 손이 허공에 멈췄고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그녀는 부진환을 훑어보며 냉소를 터뜨렸다.“감히 피해?”부진환은 고개를 숙인 채로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얼굴에 화상이 있어 혹시나 공주마마를 겁에 질리게 할까 걱정됩니다.”그 말에 고묘묘는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겁을 먹는다고? 내가 그런 것에 겁을 먹으면 고묘묘가 아니지!”“가면을 벗거라!”고묘묘가 강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부진환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꼼짝하지도 않았다.바로 그때, 진익이 다가왔
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달라졌다.“저는 황자님 곁을 지키는 호위입니다. 송구하지만 명령에 따를 수 없습니다.”공주는 침서를 좋아했기에 그녀와 같이 다닌다면 침서와 마주칠 수도 있었다.게다가 고묘묘는 그를 도와 침서를 죽일 수가 없었다.다시 한번 거절당하자 고묘묘의 안색이 흐려졌다.어쩔 수 없이 진익이 나섰다.“묘묘야, 네 주변에는 널 지키는 사람이 충분히 많다.”“내 주위에는 이자 한 명뿐이니 내게서 빼앗지 말거라.”진익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어조 또한 가련하게 느껴졌다.고묘묘는 그의 모습에 더는 빼앗을 수 없어 불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갖고 싶지 않을 때 제게 주시지요.”“전 저자가 꽤 마음에 듭니다.”고묘묘는 미소 띤 얼굴로 부진환을 훑어보았다.보면 볼수록 침서와 닮은 듯했다.얼굴보다는 차갑고 오만한 분위기와 목소리 한 번 떨지 않고 그녀를 거절하는 담대함이 닮았다.당장은 침서를 굴복시킬 수 없으니 이 호위와 논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그래. 필요 없어지면 꼭 너한테 주마.”말을 마친 뒤 진익은 곧바로 부진환을 데리고 떠났다.혹시나 고묘묘가 말을 바꿀까 봐 고개 한 번 돌릴 수 없었다.고묘묘는 부진환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고묘묘는 정신을 차렸다.멀리 걸어가 사람이 없을 때야 부진환이 입을 열었다.“당신을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군. 친남매가 맞소?”진익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지만 불만을 억누르며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어릴 때부터 성격이 저랬지.”그 말에 부진환은 다소 의아했다.“저자가 당신을 노비처럼 생각하는데 어떻게 참은 것이오?”진익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괜한 생각을 하는군. 묘묘는 그저 여동생으로서 오라버니와 장난을 친 것뿐이오. 부하 앞이라 거리낌 없이 말했을 뿐이지.”“게다가 묘묘는 내 유일한 여동생이라 걔의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줬소.”“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당신은 나랑 거래를 한 사이니 당신을 묘
뺨을 맞은 난희는 바닥에 쓰러지며 입가에 피를 흘렸다.“장군님!”난희는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그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침서가 난폭하게 난희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그녀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고 엄청난 힘을 주며 그녀의 뺨을 부여잡았다.그는 호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누가 너한테 낙청연에게 약을 주고 그녀를 놔주라고 한 것이냐?”난희는 어찌할 바 몰라 하며 억울하게 눈물을 흘렸다.“장군님, 전 장군님이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전 일부러 그녀를 놔준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직접 나간 겁니다.”“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침서는 여전히 화가 나 보였다.“내가 네 그 얕은 수작을 모를 줄 알았느냐?”“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그딴 수작을 부린다면 쫓아낼 것이다!”말을 마친 뒤 침서는 그녀를 놓아줬다.목숨을 살려준 것이다.사실 그는 난희를 죽일 생각이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낙요가 떠올라 결국 그녀를 용서했다.난희는 무기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떠나는 침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억울한 듯 흐느꼈다.그녀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자신을 대하는 장군의 태도가 왜 이렇게 갑자기 바뀐 건지 알 수 없었다.분명 예전에는 그녀를 가장 아꼈고, 그녀를 위해 공주와 싸우면서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하게 했는데 말이다.그러나 지금 장군은 그녀를 혐오하는 듯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침서는 노예영으로 향했다.곧이어 노예영 안에서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울려 퍼졌고 노예영의 수비군들은 겁을 먹어 감히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미친 염라대왕이 왔으니 오늘 노예영에 몸이 성하지 않은 시체들이 즐비해질 것이다.-해가 질 무렵,노을빛이 궁에 드리워지자 붉은 벽과 녹색 기와가 금빛으로 뒤덮여 더욱 으리으리해졌다.노을 아래 제사 일족의 마당과 방, 조각상, 지붕 위 두루미 석상까지 모두 옅은 광택이 돌았다.마치 선인이
낙청연은 놀랍지 않았다. 침서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온심동이 그녀를 오지 못하게 해도 침서가 강제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이다.대제사장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정도의 문제였으니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낙청연의 명망에 도움이 될 것이고 앞으로 그녀가 대제사장의 자리에 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침서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다음 날 아침.온심동은 낙청연의 정원 밖에 도착했다.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나랑 같이 모씨 가문 저택에 가자.”“물건을 챙기거라.”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은 무슨 물건을 챙겨야 할지 미처 묻지도 못했다.그녀는 모씨 가문의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게다가 예전에 낙청연이 대제사장일 때도 그러한 규칙이 없었기에 어떤 걸 챙겨야 할지 알 수 없었다.옆에 있던 하령이 그녀를 일깨웠다.“넌 대제사장과 함께 외출한 적이 없으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탁장동에게 묻거라.”낙청연은 살짝 놀랐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일부러 그녀에게 탁장동을 찾아가라고 해서 탁장동이 그녀를 괴롭히게 만들어 화풀이 대상이 되게 하려는 의도일까?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탁장동의 처소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했을 때 탁장동은 의자에 누워서 쉬고 있었다. 그러나 정원 문이 열려있었던 걸 보면 분명 낙청연이 오길 기다린 듯했다.탁장동은 대문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누워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상처는 어떠냐?”낙청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탁장동은 눈을 뜨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가식 떨지 말거라.”“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지?”“내가 도와주길 바란다면 무릎 꿇고 빌 거라.”탁장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거만하게 말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덤덤히 웃었다.“쓸데없는 생각을 했구나. 난 네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그리고 이참에 알려주마. 난 앞으로 대제사장과 함께 다닐 것이다. 이제 너는 필요 없다.”“생각이 있다면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다.
모씨 가문은 조급함 때문에 대제사장을 불렀다.모씨 저택에 들어서자 강렬한 살기가 덮쳐와 피부가 아릴 정도였다.온심동도 느꼈다.“대제사장님!”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그들을 맞이하며 공손히 예를 갖췄다.이내 모씨 가문 영감이 부랴부랴 달려 나왔다.“대제사장, 오셨소?”“안으로 들어오시오.”낙청연은 온심동을 뒤따라 모씨 저택 안채로 향했다.“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입니까?”온심동이 물었다.모 영감은 그들을 데리고 한 마당에 도착했다.바닥에는 시체들이 줄지어 누워 흰 천을 덮고 있었다.모 영감이 흰 천을 젖히니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 비참하게 죽은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들 모두 특이한 점이 있었다.“대제사장, 이것 좀 보시오.”“이들은 최근 우리 딸과 함께 마당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오.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 날 항상 시체만 남았소!”“도성의 풍수사들을 불러봤지만 다들 해결하지 못했소.”“대제사장은 방법이 있소?”온심동은 허리를 숙여 시체를 살폈고 낙청연도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시체를 보았다. 그것은 한 계집종의 시체였는데 목에 멍이 있고 밧줄의 부스러기가 있는 걸 보아 목이 졸려 죽은 것 같았다.하지만 옆에 있는 호위의 시체는 머리가 통째로 잘려 나가 무척 비참했다.낙청연이 쭉 둘러보았는데 사내의 시체가 더 처참했다. 적어도 계집종의 시체는 완전했다.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시체마다 아주 강렬한 음기와 살기가 남아있었다.온심동은 진지하게 살펴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취혼부(聚魂符)!”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의문 어린 눈빛이었다.부적 하나를 꺼낸 낙청연은 손가락을 깨물더니 그 자리에서 취혼부를 그렸다.온심동은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낙청연이 취혼부를 그릴 줄 안다고?게다가 아주 숙련된 듯했다.그리고... 그녀의 사저 낙요와 아주 비슷했다!예전에 낙요도 아무런 준비 없이 그 자리에서 필요한 부적을 그릴 수 있었다.제사부전에 있는 부적만 해도 만 종류가 넘을
”시신에게 물어봐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으니, 아무래도 아씨에게 물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낙청연은 모 영감을 쳐다보았다.모 영감은 난처한 기색을 띠며 온심동을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문제는 내 여식의 그 정원은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화를 당한단 말이오.”“정원에 들어가지 않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소.”“또한 대제사장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이오. 나는 이 죄를 감당할 자신이 없소.”온심동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씨에게 상황을 좀 알아봐야 합니다.”“알겠소. 대제사장님 따라오시오.”곧이어 모 영감은 그들을 데리고 모원원의 정원에 이르렀다.이곳에 도착하니, 바람이 거세게 느껴졌다.바람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았고, 살기를 휘감아 이 정원에서 제멋대로 떠돌며 제 맘대로 부딪쳤다.온 정원은 살기가 자욱했다. 정원에 들어서는 사람이 이런 기운에 물들면, 확실히 불운이 닥친다.심지어 깨끗하지 못한 그런 물건을 불러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온심동과 낙청연은 정원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었다.방안에는, 창가의 의자에 모씨 집안 아씨, 모원원이 우울하게 앉아있었다.모원원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으며 또한 초췌했다.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온몸이 일종의 병태를 보이고 있었다.그들이 들어오자, 모원원은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옮겼다.“들어오는 사람은 화를 당할 겁니다. 늦기 전에 어서 나가세요. 저는 더 이상 사상자를 내고 싶지 않습니다.”보아하니 모원원도 요 며칠 동안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온심동은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아씨, 나는 오늘 특별히 당신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소.”“만일 더 이상 사상자를 내고 싶지 않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솔직하게 우리에게 말해주시오.”모원원은 고개를 돌려 온심동을 쳐다보았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5일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제가 이 정원에 들어온 뒤로, 다시는 나갈 수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