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에게 물어봐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으니, 아무래도 아씨에게 물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낙청연은 모 영감을 쳐다보았다.모 영감은 난처한 기색을 띠며 온심동을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문제는 내 여식의 그 정원은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화를 당한단 말이오.”“정원에 들어가지 않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소.”“또한 대제사장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이오. 나는 이 죄를 감당할 자신이 없소.”온심동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씨에게 상황을 좀 알아봐야 합니다.”“알겠소. 대제사장님 따라오시오.”곧이어 모 영감은 그들을 데리고 모원원의 정원에 이르렀다.이곳에 도착하니, 바람이 거세게 느껴졌다.바람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 같았고, 살기를 휘감아 이 정원에서 제멋대로 떠돌며 제 맘대로 부딪쳤다.온 정원은 살기가 자욱했다. 정원에 들어서는 사람이 이런 기운에 물들면, 확실히 불운이 닥친다.심지어 깨끗하지 못한 그런 물건을 불러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온심동과 낙청연은 정원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었다.방안에는, 창가의 의자에 모씨 집안 아씨, 모원원이 우울하게 앉아있었다.모원원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으며 또한 초췌했다.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온몸이 일종의 병태를 보이고 있었다.그들이 들어오자, 모원원은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옮겼다.“들어오는 사람은 화를 당할 겁니다. 늦기 전에 어서 나가세요. 저는 더 이상 사상자를 내고 싶지 않습니다.”보아하니 모원원도 요 며칠 동안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온심동은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아씨, 나는 오늘 특별히 당신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소.”“만일 더 이상 사상자를 내고 싶지 않다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솔직하게 우리에게 말해주시오.”모원원은 고개를 돌려 온심동을 쳐다보았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5일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제가 이 정원에 들어온 뒤로, 다시는 나갈 수 없게
낙청연 같은 보통 사람도 이런 능력이 있다.하지만 대제사장인 그녀에게는 없다!온심동은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마음속은 이미 거친 파도가 휘몰아쳤다.온심동은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낙청연은 온심동이 필요한 물건을 전부 주었다.온심동은 즉시 진법을 해결하러 갔다.진법이 열리는 순간, 낙청연의 귓가에 자지러지는 비명이 들려왔다.진안마다 모두 대량의 혼들이 깔려 있었다.진법을 해결하려면, 일단 그것들부터 해결해야 했다.온심동은 점점 맞서기 힘겨워했다.곁에서 지켜보던 낙청연은 저도 몰래 온심동의 능력이 약간 걱정됐다.온심동은 아마 혼자서 한 번도 그렇게 많은 영혼을 상대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대제사장으로서, 자신이 힘겨워한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된다.지켜보던 낙청연은 약간 안쓰러워서, 즉시 앞으로 다가가 온심동을 도왔다.그리고 가르쳐주었다. “이 부문들을 이어 놓으면, 긴 밧줄이 된다. 그럼, 더 큰 범위내에서 더욱 많은 영혼을 해결할 수 있다.”말을 하며 그녀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부문을 휘두르더니, 바로 한 무리 영혼을 휘감아 그 속에 집어넣었다.온심동은 이 광경을 보고 더욱 놀라워하며 속으로 몹시 분노했다.낙청연이 어떻게 이것까지 훔쳐 배웠지?게다가 이렇게 쉽게 해내다니!온심동은 분통이 터졌다. 그저 강렬한 위협만 느껴졌다.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야, 그것들을 아주 빨리 해결했다.곧이어 온심동은 바로 그 진법을 파괴했다.살기는 확연히 사라졌다.온심동은 다시 모원원의 정원으로 들어가더니 말했다. “해결되었습니다.”모 영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벌써 다 된 것이오?”“아씨더러 나와 보시라고 해보십시오.”모 영감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직접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른 시위를 들여보낼 생각이었다.낙청연은 선뜻 정원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낙청연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모원원은 여전히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아씨, 우리 한 번 나가 보
두 사람은 모 영감을 따라 전청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술과 음식이 올라오자, 온 집안은 향긋한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대제사장을 접대하는 자리인 만큼 정말 풍성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대제사장, 오늘 정말 고맙소.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 딸은 큰일 날 뻔했소.” 모 영감은 술잔을 들고 술을 권했다.온심동은 술잔을 들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었다.술을 마신 후 온심동은 말했다. “따님은 많이 놀랐으니, 앞으로 몸조리 잘하면 됩니다.”모 영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꼭 딸을 잘 회복시켜 궁으로 보내겠소.”모씨 집안은 8대 가문의 끝자리이다. 이번에 만일 딸이 궁에 들어가 황상의 총애를 받아 책봉을 받으면, 모집 집안의 지위도 따라서 올라간다.모 영감은 전체 가문의 영광을 모두 모원원 한 사람의 몸에 기대고 있었다.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모 영감, 혹시 아씨는 예전에 누군가에게 밉보인 적이 있습니까?”모 영감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얼굴에 그늘이 졌다.그는 젓가락을 상 위에 올려놓더니, 싫은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 말만 하면 화가 나서 못참겠소.”“전에 어떤 강호 사람이 있었는데 늘 원원을 찾아와 끈질기게 달라붙어 치근거렸소! 내가 몇 번이고 그 사람을 때려서 쫓아냈지만,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왔소!”“이번에 아마도 그가 벌인 짓인 것 같소!’“언젠가 그 사람을 붙잡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은 잠시 멍해졌다.동일한 남자였지만, 모 영감과 모원원이 말한 그 남자의 형상은 완전히 달랐다.온심동은 듣더니,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일은 이미 해결되었으니, 더 크게 만들지 말거라.”“너 자신이 해야 할 일만 신경 쓰면 된다!”낙청연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이건 작은 일이 아니다. 남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슨 일인지부터 알아내야 깨끗하고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다.이 어린 사매는 예전에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배운 지식은 너무나도 적었다.이런 사
”모 아씨!”모원원은 낙청연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직 안 가셨습니까?”“오늘 밤, 아씨와 함께 하룻밤 지내겠소.”“좋습니다!”모원원은 모든 것이 그녀와 상관없는 듯, 아무런 표정도 반응도 없었다.계집종은 낙청연을 모원원의 옆방에 묵게 했다. 이 방은 모원원의 시중을 들던 계집종이 살던 방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계집종은 이미 죽었다.그래서 낙청연은 마침 이곳에 하룻밤 머물게 되었다.낙청연은 원래 모원원과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모원원은 그녀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여서 낙청연은 더 가까이 가지 않았다.낙청연은 조용히 밤이 깊어지길 기다렸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낙청연은 급히 계집종을 방에서 내보냈다.그리고 누구도 이 정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낙청연은 창문을 닫고 침상에 누웠다.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인기척을 듣고 있었다.얼마 지나서 밤이 깊어졌다.밖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낙청연은 눈을 떴다. 문밖에 어떤 그림자가 나타났다.낙청연은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여인이었다.그 여인은 문밖에서 한창 방문을 잠그고 있었다……자물쇠를 잠그고 그 여인은 떠났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잡아당겨 보았지만, 확실히 잠겨 있었다.방금 그 여인은 누구일까?이 정원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은 없었다. 모원원만 남아있었다!모원원은 스스로 자신을 가뒀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잠시 후, 갑자기 방문과 창문 틈 사이로 흰 연기가 들어왔다.낙청연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약효가 매우 강한 미혼 연기였다.연기는 끊임없이 방안으로 몰려들어왔다.낙청연은 즉시 환약 두 알을 복용했다.자신이 미혼 연기에 중독되지 않도록 확보했다.게다가 그전에 그녀는 이미 사상환을 복용했다.예전에 낙월영은 사상환을 복용 후, 미혼약 같은 것들은 그녀에게 별로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다.이렇게 짙은 미혼 연기에 낙청연은 몸을 휘청거리며 책상을 잡더니,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무거운 몸으로 바닥에
정원은 온통 사람이었다!일부는 산 사람이었고, 일부는…… 죽은 사람이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대문 밖에서 아직도 끊임없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심지어 모 영감까지 그중에 있었다. 그는 휘청거리며 걸어 들어왔고 눈동자는 다 풀려 멍해 보였으며 아무런 의식이 없는 것 같았다.그 얼굴을 가린 남자도 놀라서 멍해졌다. 그는 자기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리고 그 남자는 즉시 담 쪽으로 달려가더니, 담을 넘어 도망갔다.낙청연이 앞으로 달려가 그 사람을 붙잡으려고 하니, 정원 안의 그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게다가 며칠 전에 죽은 그 시체들, 그 머리와 몸이 아직 봉합되지 않은 시체들도 있었다.머리가 매달린 모습으로 갑자기 몸을 돌려 눈까지 뜨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너무 무서웠다.그 한 무리는 이렇게 낙청연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은 급히 몸을 돌려 넓은 곳으로 달려갔다.그렇지 않으면 구석에 포위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비수를 뽑았다.그러나 모 영감이 달려들자, 낙청연은 비수를 그에게 찌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녀의 손에 죽어서는 안 된다.낙청연은 한 발로 모 영감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또 포위 공격해 왔다.그 사람들의 눈빛은 분명 하나같이 흐트러지고 의식이 없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들은 미친듯이 낙청연을 포위 공격해 왔다.낙청연의 부적은 한 사람은 누를 수 있었지만, 이 한 무리의 사람은 누를 수 없었다,잠시 몸을 피한 후, 낙청연은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 진두지휘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사람은 시위였다.낙청연은 그 사람을 주시하더니, 즉시 몸을 날려 달려갔다.시위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지더니, 살의가 번졌다.그는 곧장 검을 뽑아 낙청연을 향해 달려왔다.낙청연은 손에 든 부적을 시위의 이마에 붙였다. 순간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시위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와 동시에 정원의 다른 사람도 모두 멈추더니,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을 깨물었다. 선혈은 모 영감의 이마에 부문을 그리더니,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비명과 함께 모 영감은 쓰러졌다.온몸에서 검은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곧이어 사라졌다.정원 안의 그 사람들은 일제히 멈췄다.낙청연은 또 부적 하나를 던졌다. “돌아가거라!”정원 안의 그 사람들은 산송장처럼 몸을 돌려 정원에서 나가 자신들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하지만 모 영감은 잠깐 이곳에 남았다.낙청연과 모원원은 함께 모 영감을 옆 방으로 끌고 갔다.낙청연은 뒤이어 모원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방금 당신이 나의 방문을 잠그지 않았소? 그런데 왜 또 나를 구해주는 것이오?”낙청연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모원원이 대답했다. “당신의 방문을 잠근 건, 당신을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그 사람은 절대 저를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죽어야 그 사람이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모원원이 문을 잠근 건 낙청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그 복면을 쓴 남자는 또 누구일까? 그 사람은 모원원과 한패가 아니었다.“그래서 당신은 오늘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소?” 낙청연은 모원원의 맞은편에 앉았다.“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소?”모원원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와 그 사람은 원래…… 죽마고우였습니다.”“우리 두 집안도 원래는 혼맥 관계였습니다.”“그러나 제씨 집안(齊家)이 일이 생겨서 온 집안이 죽임을 당하고, 오직 그 사람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곳은 그 사람의 집이 되어야 했습니다.”“그러나 저의 아버지는 마음이 바뀌었고, 이 혼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저를 궁으로 시집보내 모씨 집안을 위해 영광을 쟁취하라고 했습니다.”“그 사람은 저와 혼인하기 위해 목숨 걸고 돈을 벌었습니다. 그 사람이 십만 냥을 벌어오면 아버지께서 저를 그 사람에게
인두의 얼굴에는 기이한 부문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낙청연은 바로 천궁도(天穹道)가 떠올랐다.천궁도는 사술로 유명하고 진법은 더없이 음흉하며 여국에서 소문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신비한 조직이다.그들이 눈독을 들인 사람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제사장 일족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피하고자 그들은 거의 도성에 나타나지 않는다.그러나 이번에 그들이 찾아왔다.이것이 바로 모씨 집안의 뒤에 숨겨진 진정한 진법이다. 낮에 해결한 그 건, 단지 눈가림에 불과했다.천궁도를 건드린 걸 보아하니, 모씨 집안 일은 역시 그리 간단치 않다.낙청연은 즉시 비수를 뽑아 호되게 그 인두를 찔러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머릿속은 단지 두개골뿐이었고, 부문이 가득 붙어있는 것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낙청연은 바로 그 부적들을 찢어버렸다.진안이 파괴되자, 모씨 집안의 하늘 위에 아주 강한 음기가 솟아올랐다.뭔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 것 같았다.낙청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이 장면을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천궁도는 정말 대단했다.그 검은 안개는 인간 모습으로 뭉쳐져, 손에 검을 들었다. 이는 보통 사람의 두 배 크기였고 낙청연을 쪼개려고 했다.낙청연은 옆으로 몸을 피했으며, 그 검은 아주 빨랐다. 날카롭게 낙청연의 뺨을 스쳐 한줄기 핏자국을 남겼다.그리고 지면은 매우 긴 검 자국을 남겼다.가히 손가락 하나의 깊이는 되었다!위력 또한 거대했다.낙청연은 즉시 부적을 꺼내 던졌으나, 그 큰놈이 검으로 쪼개버렸다.깜짝 놀란 낙청연은 곧 정원에서 달려 나갔다.손에 부적을 들고 신속하게 벽면에 붙였다.등 뒤의 그놈은 검을 들고 쪼개러 왔고, 벽면은 검 자국이 줄줄이 생겨났으며, 몹시 날카로웠다.이것은 낙청연이 처음으로 천궁도와 맞서는 것이었다. 그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낙청연도 처음으로 이런 강대한 영체를 만나본다.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으로도 그를 상대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느꼈다.그래서 일단 실력을 보존하기로 했다.낙청연은 관저에서 여기저기 뛰어
몸집이 큰 녀석은 그 사내를 치지 않고 낙청연만 노리며 죽이려 했다.낙청연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던 순간.갑자기 살기가 몰려오며, 검은 그림자가 시야에 나타났다.그는 낙청연 앞을 막아서더니 틈을 타 다른 사내를 손바닥으로 물리치고 몰아세우며 시간을 끌었다.검은 그림자를 보니 낙청연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자세히 보기도 전에 몸집이 큰 녀석은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낙청연은 바짝 긴장하며 피했고, 그를 더 널찍한 곳으로 끌고 온 후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그러고는 손가락을 물어뜯어 진법을 그렸다. 순간, 나침반에 금빛 진법이 생기더니 몸집이 큰 녀석을 덮어씌웠다.그렇게 부문사가 날아오르며 그 녀석을 묶어버렸다.잠깐이나마 제압한 셈이다.낙청연은 곧바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찾아갔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낙청연은 주위를 둘러보다 담벼락을 뛰어넘는 그림자를 보았다.낙청연은 신속하게 쫓아갔다.“누구십니까? 성명이라도 알려줄 수 있으십니까?” 낙청연은 정원 벽까지 쫓아갔다.그 검은 옷을 입은 자는 머지않은 지붕까지 도망쳤다. 어둠 속에서, 낙청연은 그 그림자가 유독 눈에 익어 보였다.상대는 잠시 멈춰서더니, 재빨리 도망쳤다.아무 말도 없이 말이다.낙청연은 의아했다. 한 명은 자신을 죽이려 하고, 한 명은 자신을 살리려 하다니,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전에 돌멩이로 낙청연을 도와주던 그자도, 혹시 그 사람인가?여기까지 생각한 낙청연은 시선을 거두었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벽을 보았다.벽에는 돌멩이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하령을 조심하라.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하령?오늘 밤,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은 설마 하령인가?하지만 하령의 실력이 이렇게 강했던가?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채 다시 돌아갔다.그러나 진법은 이미 풀려있었고, 갇혀있던 몸집이 큰 녀석도 사라졌다.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부를 돌아다녔지만, 나침반은 미동도 없었다.이렇게 갔다고?날이 서서히 밝아왔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모원원의 정원으로 돌아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