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취성대에서 탁장동을 도전해야 한다고 들었소.”“탁장동은 요 몇 년 동안 비록 아무런 관직에 오르지 못했지만, 실력은 동년배 중에서 아마 가장 뛰어난 자일 것이오.”“어찌 그 여인을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파원단까지 훔치러 오게 했단 말이오?”이때, 방안에서 침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낙청연이 도망간 방향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반짝이었다.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나는 그녀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소.”“그녀가 초라할수록 나는 점점 더 흥분된단 말이오.”약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느 집 낭자인지, 당신을 만나서 참 재수가 없게 되었소.”--무사히 방안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즉시 옷을 갈아입고, 책상다리를 하고 창가의 연탑에 앉았다.파원단을 먹고, 천명 나침반을 꺼내 수련을 시작했다.하룻밤이면 파원단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비록 공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칠팔 할 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탁장동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다음날 날이 밝자, 취성대 주위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이곳은 밤에는 천상을 관측하는 곳이지만, 낮에는 무예를 겨루는 절호의 무대이다.굉장히 넓은 곳이다.제사장 일족은 거의 모두 참석했다. 낯익은 얼굴과, 낯선 얼굴들이 많았다.심지어 침서도 온심동과 함께 왔다. 둘은 각각 무대 밖의 양측에 앉아, 다리를 꼬고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침서의 눈빛은 기대로 불타올랐다.낙청연은 이미 하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천천히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여위고 가냘파 보였다. 마치 곧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았다.사람들은 낙청연의 병약한 모습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제사장 일족에 이런 병약한 사람이 수용되어 있으면, 제일 먼저 쫓겨날 것이다.왜냐면 이런 병약한 사람은 제사장 일족으로 말하면 폐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낙청연도 그러하다.그러나 그들은 낙청연의 용모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허약
”반응이 꽤 빠른 편이군!”“반응이 빠른 건 빠른 거고, 이길 수 있는지는 또 별개 문제 아니겠소.”“여기 있는 사람 중에도 탁장동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몇 명 안 될 것이오.”이번 시합의 결과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모두가 한창 의론하고 있을 때, 갑자기, 탁장동이 아주 세게 날려갔다.다들 눈여겨보니, 날려간 사람은 틀림없는 탁장동이었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어찌 된 일이오? 탁장동이 어찌 날려갔단 말이오?”다들 의아해했다.탁장동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놀라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두려울 정도로 섬뜩했다.어떻게 이럴 수가?지난번에 사람을 시켜 시험해 보았을 때만 해도, 그녀는 전혀 대항할 힘이 없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을까!탁장동은 인정할 수 없었다. 다시 훌쩍 뛰어 낙청연을 향해 달려갔다.낙청연의 눈빛이 돌연 매서워졌다. 그녀는 마치 환영처럼 몸을 빨리 움직였고 한 대 또 한 대 내리쳤다.낙청연은 순식간에 탁장동을 때려 날려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 끌어당기더니, 주먹으로 탁장동의 복부를 가격했고, 또 길게 한 번 더 가격했다.복부를 맞은 탁장동은 피를 왈칵 토하며 온몸에서 뼈가 부서지는 뿌드득 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놀라서 소리쳤다. “구성 쇄골권(九星碎骨拳)!”결국 낙청연은 그녀를 한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탁장동은 땅에 쓰러져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온몸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탁장동의 입에서 선혈이 마구 뿜어져 나왔고, 놀라운 표정으로 하얀 옷을 입은 이 여인을 쳐다보았다.무대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연신 소리를 질렀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지요? 구성 쇄골권! 이건 선임 대제사장께서 발굴한 권법 아닙니까?”“이 여인이 어찌 이 권법을 알고 있단 말입니까?”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또한 그렇게 병약한 사람이 탁장동을 때려눕혔다는 것을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의자에 앉아 구경하고 있던 온심동은
채찍에 맞은 낙청연은 피를 왈칵 토했으며, 하얀색 옷은 빨갛게 물들었다.등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채찍 상처들이 줄줄이 생겨났다.사람들은 보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보다 못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무기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무기가 없지 않습니까? 이건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는 겁니다.”“쉿! 저 여인은 공주입니다. 공주는 지금 고의로 낙청연을 죽이려는 겁니다. 다들 침묵만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조심하십시오. 공주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겁니다.”주위는 삽시에 고요해졌다.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고묘묘가 공주이니 어찔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어릴 적부터 총애를 한 몸에 받은 공주였다.교만하고 난폭하며, 악랄한 수단 또한 침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공주에게 밉보이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낙청연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자에 떡하니 앉아, 낙청연이 땅에 쓰러져 채찍질 당하는 모습과 온몸에 가득한 혈흔과 피로 흠뻑 젖은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그의 두 눈은 오히려 뜨겁게 불타올랐고, 다소 흥분을 드러내고 있었다.낙청연은 땅에서 한 바퀴 뒹굴더니, 갑자기 피를 왈칵 토했다.고개를 드니, 침서가 그 흥분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더니,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나에게 빌어라, 살려 달라고 빌어 보거라.”그 경쾌한 목소리에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흠칫 놀랐다.어찌하여 침서는 이런 반응일까?낙청연은 이미 사상환을 복용했다.여태껏 부진환에 대한 관찰에 의하면, 부진환은 낙월영이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설마 침서가 미치광이여서 인가?정상적인 사람은 마음에 둔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다치는 것을 보지 못한다.하지만 침서는 마음에 둔 사람이 다칠수록 더욱 흥분한다.낙청연은 마음속으로 욕을 퍼붓고, 주먹을 꽉 쥐었다.이때, 고묘묘는 또다시 느긋하게 채찍을 들고,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은 저에게 부
”세상에! 내 눈이 이상한 게 아니지요?”“대체 어디서 난 용기일까요?”고묘묘가 누구인지 온 도성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그녀는 존귀한 공주 신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황위를 계승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대황자는 타고난 자질이 평범하여 황제와 황후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공주는 실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독한 면도 있었기 때문에 성심을 꽤 얻고 있었다.온 도성에 누구도 감히 공주에게 밉보이지 않았다.물론 침서는 제외였다.공주가 침서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침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공주의 체면을 약간 봐주기는 했다.이 낙청연은 간이 밖으로 튀어나왔나 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주를 발밑에 밟고 있단 말인가!고묘묘는 애써 몸부림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낙청연! 나를 풀어주시오!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당신의 시체가 묻히지도 못하게 아주 비참하게 죽여주겠소!”“공주, 말이 정말 많소. 당장 그 입 다무시오!”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채찍을 잡고 아주 세게 한 번 당겼다.고묘묘의 목을 감고 있던 그 밧줄은 순간 확 조여졌다.고묘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높이 치켜 들어야 했다.하지만 여전히 얼굴은 숨통이 조여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파란 핏대가 솟아날 정도로 숨이 막혔으며, 두 눈은 충혈되었다.고묘묘는 분노하여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하는 것 같았다.낙청연의 안색은 창백했고, 얼굴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은 초라했지만, 또한 매우 아름답고 요염했다.날카로운 눈빛은 더욱 섬뜩했다.더 이상 병약한 이 여인의 실력을 얕볼 수 없었다.낙청연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나와 탁장동이 실력을 겨루는 날이오. 저는 공주를 초대한 적이 없소.”“공주께서 스스로 취성대로 올라왔으니, 그럼, 취성대의 시합을 묵인한 것으로 간주하겠소. 취성대는 피를 보지 않으면 진법이 열리지 않소.”“그러니 오늘, 우리 이곳을 떠나
선혈은 끊임없이 쏟아져, 땅에 새겨진 진법 문양의 고랑으로 흘렀다.뜻밖에 천천히 지면에 새겨진 그 진법 부문을 밝히기 시작했다.곧이어 은은한 녹색 안개가 피어올라, 낙청연 곁을 감돌았다.그것들은 모두 약기(藥氣)였다.취성대는 피로 약기를 정련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약기들은 중상을 입은 몸을 치료한다.낙청연은 눈을 감고, 매우 만족해하며 이 기운들은 흡수했다. 순간 아픔 몸이 마치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취성대가 존재하는 의미인 것 같다.낙청연은 고묘묘를 풀어주고 일어나 몸을 움직이더니, 무대에서 내려왔다.주위의 기타 사람들이 낙청연을 보는 눈빛에는 약간 두려움이 더해졌다. 그전에 조소했던 말은, 더욱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낙청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주위를 훑어보더니, 마지막에 침서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사람들은 아주 빨리 달려와 상처를 입은 고묘묘를 풀어주고, 무대 위에서 부축해서 내려갔다. 고묘묘는 이를 뿌드득 갈며 멀어지는 낙청연의 그림자를 노려보았다.곧이어, 또 침서가 낙청연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았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침서!”그러나 침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낙청연을 뒤쫓아 가며 친절하게 물었다. “어떠하냐? 몸은 괜찮으냐? 내가 가서 의원을 불러올까?”침서의 그 간절한 모습은 정말 비천한 노비와 다름없었다.고묘묘는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낙청연이 앞에서 걸으면, 침서는 그녀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갑자기 낙청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쌀쌀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침서, 제가 남에게 맞는 모습을 보면, 당신은 매우 흥분됩니까?”하지만 침서는 과감하게 무릎을 꿇고 낙청연의 손을 잡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지금 나를 탓하는 것이냐? 나는 네 실력이 그녀 위라고 생각했다.”“게다가 너는 성격이 강해서, 내가 너를 도와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 않느냐?”낙청연은 혐오하며 손을 빼냈다. “그럼, 저더러
설마 낙청연의 실력 때문인가?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침서가 그토록 취해 있는 여인이라면 분명 폐물은 아닐 것이다.설령 침서보다 강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그와 막상막하일 것이다.필경 침서는 고묘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방으로 돌아왔다.낙청연은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침서도 낙청연을 따라 들어와, 그녀 옆에 앉더니, 차를 두 잔 따랐다.“역시 낙요구나! 고묘묘를 저렇게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다! 참으로 내 마음에 드는구나!” 침서의 두 눈은 뜨겁게 타올랐다.그 눈빛은 마치 낙청연을 당장 삼켜버릴 것 같았다.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고묘묘가 중상을 입었으니, 황상과 황후는 절대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나서야 합니다.”침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있으니, 염려 말거라.”낙청연은 그래도 약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냉랭하게 명령했다. “침서, 이번에 당신은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됩니다. 제가 죽으면, 당신의 모든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이 세상에 제2의 낙요는 없을 겁니다.”침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안심하거라.”낙청연은 고묘묘가 그녀를 괴롭히는 건 두렵지 않았다. 필경 고묘묘는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상과 황후가 이 일로 그녀를 귀찮게 한다면, 이건 정말 대처할 수 없다.오직 침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그러나 오늘 고묘묘를 다치게 한 건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고묘묘에게 교훈을 주지 않으면, 정말 그녀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오늘 이 일로 제사장 일족의 대부분 사람도 앞으로 감히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특히 고묘묘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든지 아니면 그녀보다 더 독한 사람이 되어, 그녀를 두렵게 만들어야 한다.침서는 곧 방에서 나갔다.고묘묘가 중상을 입은 와중에도 침서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 그를 모셔 오라고 했단다.침서는 비록 귀찮았지만, 그래도 보러 갔다.낙청연은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순간 기분은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져 버렸다.역시 그녀의 추측대로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심지어 시체도 보지 못했어.” 우유의 어투는 무거웠다.낙청연의 눈빛은 약간 침울했다. 보아하니 시체는 확실히 처리한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처리했고, 어디에 있는 지는 아마 범인만이 알고 있는 것 같다.“참으로 아쉽구나.” 낙청연은 안타까워하며 탄식했다.우유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쉽지 않다. 나는 네가 그녀 다음이 될 거라고 믿는다!”우유의 그 진지한 눈빛에 낙청연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심지어 우유가 뭔가 눈치채지 않았냐는 느낌까지 들었다하지만 어린 사매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녀와 익숙하지 않은 우유가 어떻게 그녀를 알아볼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그저 나를 위로하는 말이라고 생각할게.”우유는 몹시 진지하게 말했다. “위로가 아니야, 나는 진심이야.”말을 끝내고 우유는 또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약이 좀 있어. 필요하면 나에게 말해.”낙청연은 우유가 왜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은 우유에 대해 별로 잘 알지 못했다. 인상 속에 우유는 매우 연약한 아이였던 것 같다.그러나 이 순간 우유의 진지한 눈빛에서 낙청연은 사실 우유의 내심은 아주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우유의 눈빛은 추호의 두려움과 피하는 기색이 없었고, 유난히 굳건했다.“사실, 지금 확실히 한 가지 약재가 급히 필요하다.”“불전연”“그러나 지금 도성에서 이제 이 약재를 찾아볼 수가 없다.”“혹시 제사장 일족에는 있느냐?”어젯밤 연약각에 갔을 때, 찾아보았지만 불전연은 보이지 않았다.왜 이 약재가 갑자기 이렇게 부족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약로에게도 없었다.그러니 제사장 일족의 다른 사람 손에 있는지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우유는 약간 놀라더니 말했다. “불전연?”“알겠다. 이 약재는 내가 알아볼게.”“편안히 쉬어라.”말을 끝내고
두 사람이 맞붙어 싸웠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이때 낙청연의 급작스러운 수벽치기에 진익은 연이어 몇 대 맞더니, 바로 날라갔다.진익은 피를 왈칵 토했다.싸움은 끝났다. 바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똑바로 보지 못했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아직도 싸우고 있지 않았습니까? 왜 갑자기 진익이 졌습니까?”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익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황자의 실력은 역시 소문대로입니다.”진익이 만일 보통 사람이라면 실력은 약한 편이 아니다.하지만 황자로 놓고 말하면 너무 약하다.방금 낙청연이 시탐해본 결과 그의 무공 수법은 여전히 예전에 배운 그대로였다. 게다가 크게 늘지도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만일 진익이 노력했다면, 이런 결과일 수가 없다.진익은 화가 나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마치 자신의 실력에 몹시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의 그 목소리는 유난히 날카롭고 귀에 거슬렸다.그는 이를 악물더니, 또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매섭게 낙청연을 향해 달려갔다.이렇게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다.그렇지만 낙청연을 이길 수도 없었다.그는 낙청연에게 맞아 몹시 초라했으며, 온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구경하던 사람들은 연이어 탄성을 질렀다.“이 낙청연은 방금 공주를 때려 상처를 입히더니, 이번에 또 황자까지 이렇게 때리다니, 정말 무법천지이군요!”“아무리 침서가 뒤를 봐준다고 해도 이렇게 오만방자해서야 되겠습니까!”하지만 지금의 낙청연은 그렇게 건방졌다.땅에 쓰러진 진익은 얻어맞아 코가 시퍼렇고 얼굴이 퉁퉁 부었지만,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애써 일어나려고 했다.하지만 또다시 낙청연의 발에 가슴을 짓밟히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진익을 내려다보는 낙청연의 눈빛은 서늘했고, 누구도 안중에 없었다.“대황자, 다음에 사람을 혼내려면, 일단 다른 사람에게 맞을 자신이 있는지부터 보세요.”낙청연은 전혀 무서울 게 없었다.고묘묘에 중상을 입혔으니, 어차피 황상과 황후는 절대 그녀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