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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1화

정몽연은 그 길로 곧장 회장 사무실로 향했다.그녀는 노크를 하지도 않고 문을 밀고 들어갔고, 정중은 정자옥과 정봉성과 함께 제호단지의 공원 개조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었다.정몽연이 화난 채 들어온 것을 보자 세 사람은 모두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하지만 정종은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몽연아, 무슨 일이지? 들어올 때 노크를 하는 기본 예의는 좀 차려 주겠니?”하하, 정몽연은 정종의 이마에다가 세게 노크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정몽연은 기획서를 들며 물었다.“할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무엇 말이니? 기획서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 거야?”“할아버지,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전에 말씀하신 게 있잖아요, 제가 제호 단지를 손에 넣기만 하면 그곳을 묘지로 개조해서 강모에게 자리를 내주겠다고요. 근데 이게 뭐죠? 왜 제호 단지가 공원으로 바뀐 거냐고요! 그리고 묘지 건설 구역의 위치가 왜 또 구석진 곳으로 옮겨진 거죠? 할아버지, 정말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정몽연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던 정중은 그녀의 질책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콧방귀를 뀌었다.“몽연아,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구나, 내가 너와 한 약속은 그런 게 아니었다.”“나는 네가 제호 단지를 손에 넣으면 강책을 도와 묘지 건설 구역을 내주겠다고 했어.”“네가 말한 것처럼, 제호단지를 묘지 건설 구역으로 바꾸겠다는 말이 아니란 말이야, 알아 들었니?”정몽연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손에 들고 있던 기획서를 구겨버렸다.그녀는 완전히 정중에게 이용당했고, 쓸모가 없어지자 철저히 버려졌다!정몽연은 이제서야 정중의 사악한 면모를 확인했고, 그의 실체에 정몽연은 할아버지에 대한 좋았던 기억들이 모조리 사라졌다.그녀는 할아버지가 편견이 있을 뿐이지, 그녀가 노력만 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정중은 뻔뻔하기 그지없었고,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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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2화

정중 무리들이 득의양양하며 정몽연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일 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들 앞에 정중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남성이 나타났다.강책!그는 정몽연의 곁에 서서 평온한 얼굴로 살며시 손을 뻗어 차갑고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르신, 좋은 아침입니다.”정중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열 시가 넘었는데, 아침은 아니지.”강책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어르신, 제 동생을 위해 묘지 건설 구역을 두 곳이나 마련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두 곳이라고?사람들은 일제히 서로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정봉성은 비웃으며 말했다.“강책,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아닌가요?”강책은 일부러 되물었다.“제호 단지를 묘지 건설 구역으로 바꾸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특별히 토지 하나를 더 마련해 주셨으니, 그럼 두 곳이 아닌 건가요?”그러자 정중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강책, 멍청한 건가?”“그게 어떻게 두 곳이 되지? 그건 뒤에 있는 토지를 제호 단지로 대체한 거야, 알겠어?”강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프로젝트 제안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 않은걸요. 제호 단지의 세대주가 서명할 때 모두 그 땅을 묘지 건설 구역으로 사용하기로 동의했습니다. 마음대로 제안서의 내용을 바꾸고 계획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과연 동의를 해 줄까요?”하하, 이 점은 정중 또한 이미 예상한 것이었다.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제안서에 쓰인 대로 해야 하고, 사인을 한 뒤에는 내용을 바꾸어서는 안 됐다.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경우였다.이번에는 낡은 주택을 음택으로 개조하려는 것이고, 지금은 계획을 바꿔 음택 개조를 취소한 뒤 경치가 좋은 공원으로 바꾸려는 것이었다.이 일은 원래 세대주에게도 상당히 좋은 일이었다, 그러니 동의를 안 할 이유야 없지 않은가?자신의 저택을 음택으로 개조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사람들 머리가 강책만큼 나쁘지 않다면 말이다.정중은 덤덤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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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3화

정봉성은 몸을 일으켜 원고를 준비하러 나갔다.정중은 상당히 만족한 듯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똑같은 손녀인데, 자옥이 너는 할아버지 뜻대로 따라 주는데, 몽연이는 내 속을 어찌 그리 긁는지!”정자옥은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세요, 할아버지.”“아이고, 네가 딸인 게 안타깝구나. 아들이었으면 내 자리를 너한테 물려주는 건데 말이야. 봉성이는 여러모로 너만 못하니, 내가 맘을 놓지 못하겠다.”“할아버지, 봉성이는 조금 충동적일 뿐이지, 사실 능력이 나쁜 편은 아니에요.”정중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걔는 너의 반 만이라도 조금 침착했으면 좋겠구나.”한 편, 정몽연은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돌아왔고, 기획서를 땅에 내동댕이치며 구두로 짓밟아버렸다.지금처럼 그녀를 괴롭게 했던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예전에 외부인이 정몽연을 괴롭혀도 괜찮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가족들도 손을 잡고 그녀를 괴롭히니 생각할수록 억울했다.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강책은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안으며 말했다.“울지 마, 울면 그 사람들을 더 기쁘게 할 뿐이야.”정몽연은 눈물을 훔치며 억울한 듯 대답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너무했어, 어떻게 이렇게 일을 처리할 수 있지? 난 이제 더 이상 그 집안에 있고 싶지도 않아.”“강책, 그냥 그만둘까? 내 10퍼센트 지분을 할아버지한테 돌려주고, 아빠처럼 밖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까? “그러자 강책은 웃으며 그녀를 앉힌 뒤 말했다.“너는 화만 나면 사리분별을 못하더라. 정 씨 집안의 10퍼센트 지분이 무슨 의미인지 잊었어? 매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연말에 배당금이 2,3억씩이나 되는데, 왜 그걸 안 받아?”“하지만, 내가 너무 불편하다고!”“걱정하지 마, 그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해.”“무슨 뜻이야?”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말한 것처럼 세대주들은 계획을 바꾸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거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들이 아무리 권력을 휘둘러도 어쩔 수 없을 거야.”그러자 정몽연은 입을 삐죽 내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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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4화

정봉성은 원고에 적은 내용을 읽었고,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프로젝트 변경안을 말했다.전화기 너머의 관지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정봉성은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자신했고, 매우 감동적이고 상대방에게 유리할 것이라 말했기에, 거절할 어떠한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관지전의 대답은 달랐다."거절합니다."정봉성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지며, 왜 그가 이런 대답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거절이라니? 왜지? 생각을 잘 못한 건가?정봉성은 계속해서 말을 하려 했지만 관지전은 단호했다."저는 분명 거절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더 이상 말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정 씨 집안사람들 중 정몽연 여사 외에는 그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겠습니다, 알아 들으셨죠?""아니, 그, 관 사장님? 이게 무슨......"뚜뚜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정봉성은 매우 어색하게 제 자리에 서 있었고, 손에는 잔화기를 그대로 들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방금 관지전이 한 말을 정중과 정자옥도 들었고, 그들도 매우 놀란 눈치였다.심지어는 전화를 잘 못 건 건 아닌가 의심까지 들었다."관지전 미친 거 아니야? 머리에 구멍이 난 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겠어?""그 사람은 이제 신경 쓰지 말거라, 세대주의 과반수만 동의하면 되니까 말이야. 어서 다음 사람한테 전화 걸어."정중이 말했다."네."정봉성은 계속해서 다음 전화번호를 눌렀다.하지만, 결과는 방금 전 보다 더욱 참혹했다.정봉성이 아직 입을 떼기도 전에 상대방이 말을 꺼냈다."거기 정 씨, 정몽연 말고는 아무도 귀찮게 굴지 마, 알겠어?"뚝, 전화가 끊겼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방 안에 있더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한 명은 예외라고 쳐도, 두 명이 연속으로 거절을 하면 예외가 아니지 않은가!정봉성은 다급히 세 번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고, 대답은 여전히 같았다.16통의 전화를 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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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5화

"만약 한 둘이었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문제는 30명의 세대주가 동시에 몽연이를 찾았다는 거지. 그러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게다가, 30명 중에는 여자도 있고 일흔이 넘은 노인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지?""그런 말은 이제 자중하도록 해, 알아 들었니?"정자옥과 정봉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중은 비록 정몽연을 미워했지만, 어찌 됐든 그의 친손녀인데, 만약 그녀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정몽연 뿐만 아니라 모든 정 씨 집안사람들에게 먹칠을 하는 것이 된다.그러니,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자옥이 함부로 말을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그들은 아무리 머리를 맞대어도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것은 당연한 문제였다.관건은 정몽연이 아니라, 손녀의 사위인 강책에게 있기 때문이었다!첫 단추를 잘못 꿰맸는데, 어떻게 해답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정중은 한숨을 내쉬었고, 비록 통쾌하진 않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30명의 세대주들이 모두 거절했구나.""이 프로젝트를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겠다."그는 일어나며 말을 이어갔다."아이고, 이제 그만 몽연이의 사무실로 가자."세 사람은 정몽연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고, 노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문을 열고 들었다.그들은 들어서자마자 정몽연이 강책의 다리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정중과 강책은 눈이 마주쳤고, 강책은 자연스레 그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고는 말을 꺼냈다."몽연이가 잠들었으니 하실 말씀이 있으면 앉아서 기다리시죠.""만약에 시끄럽게 하다가 몽연이를 깨우기라도 하면 당신들 일은 해결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그러자 정중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그건 내 일일뿐만 아니라 강책 네 일이기도 할 텐데!"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묘지 건설 계획을 못 세워도 저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호단지의 개조 계획이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당신들이 세대주들을 설득시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니 어느 쪽이 더 나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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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6화

이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란 말인가?강책은 일이 이렇게까지 왔는데도 뻔뻔하게 나오는 정중을 속으로 비웃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정몽연의 손을 끌고 나가려고 하자, 정중 무리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정몽연이 깨기를 3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이렇게 가버린다고?“강책, 지금 뭐 하는 거야?”정중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강책은 덤덤히 대답했다.“어떤 사람이 이렇게 본성이 사악한지는 모르겠는데, 방 안에서 그 악취가 너무 진동해서요.”그의 말은 정중을 강타했다.정중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강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에게 빌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하는 수없이 꼬리를 내려야 했다.일단은 참고, 다른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해야 했다.정중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좋아, 강책 너도 그만하지. 몽연이가 세대주 30명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해 주면 우리의 계획은 변하지 않고, 그들은 예정대로 이사할 수 었어.”정몽연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였다.“일은 이미 처리된 거 아니었나요? 왜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는 거죠?”그러자 강책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누군가가 쓸데없는 짓을 했겠지. 이미 계약도 다 한 상태인데 시간에 맞춰서 착공을 하면 되는 거를, 다시 세대주한테 전화를 걸어서 계획을 바꾸자고 하면 화가 나서 이미 사인을 한 건의서도 동의를 안 하지 않겠어?”“몽연아, 그 사람들은 네 전화만 받기를 원해. 네가 통화를 해서 말 좀 해주면 어려울 게 없는 일이다.”정중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고, 정몽연은 그제야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정중은 원래 정몽연을 수렁에 빠트리고 싶었지만, 결과는 정몽연을 수렁에 빠트리기는커녕 오히려 세대주들을 화나게 해 서명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하하, 그런데도 정중은 아직 자신의 일을 부탁할 낯이 있다니!아니, 그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한 것이다.하지만 정몽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그의 뜻대로 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상황 파악을 끝낸 그녀는 웃으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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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7화

”강책, 아까 할아버지 모습 봤어? 달아오른 주전자 마냥 목덜미까지 빨개지더라.”“너도 언제부터 이렇게 나빠진 거야? 예전에는 할아버지한테 예의를 좀 차리라고 하지 않았어?”강책이 웃으며 말하자, 정몽연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그랬지, 어찌 됐든 내 친 할아버지니까. 그런데 오늘 이 일은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어. 만약에 세대주 30명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 일을 해냈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이 말을 내뱉자, 정몽연은 더욱 궁금해졌다.“그런데 사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강책, 왜 다른 사람이 유세하러 가면 다 쫓겨나고 내가 가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 서명을 해주는 거지?”강책은 눈동자를 굴렸다.“왜냐하면……넌 미모가 타고났으니까. 등장하자마자 화사하게 빛나는 네 모습을 보고 그 사람들이 다 겁에 질린 게 아닐까? 선녀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굴복당하지.”정몽연은 집게손가락을 내밀어 강책의 머리를 쿡쿡 찔렀다.“너는 왜 이렇게 하루 종일 헛소리만 하는 거야.”그녀는 강책을 쳐다보았고,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뭐가 웃긴 거야?”강책이 물었다.“네가.”“내가?”“응.”정몽연은 뒷짐을 지고 강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서경에서 막 돌아왔을 때, 과묵하고 웃음기 없었던 거 기억나? 그때 사실 난 너를 대하기가 무서웠어.”“그런데 이제는……”“책아, 넌 점점 더 말이 많아지고, 웃음도 많아지고, 심지어는 방금처럼 말도 안 되는 농담까지 하잖아. 몇 개월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네 모습을 지금 보고 있어.”그렇다,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수라군신에게 이렇게 따뜻한 면모가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사실 강책의 이런 변화는 모두 정몽연 때문이었다.아내가 있으면, 남자는 매일 꿀이 가득 찬 항아리에 담겨 있는 것처럼 달콤해진다.강책 본인도 자신의 변화를 깨닫지 못할 때가 더 많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부드러운 면모는 정몽연 앞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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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8화

강변을 떠난 뒤 강책은 택시를 타고 정가 병원 문 앞에 도착했고, 멀리서 커다란 붉은 천이 무언가를 덮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병원에 들어서자 임가영은 기쁨에 겨워 그에게 다가갔다.“강 선생님 오셨군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임가영 씨, 신온에게 물건을 맡기지 않고 굳이 저에게 직접 전해주려는 이유가 뭔가요?”그러자 신온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대답했다.“이 물건은 아무렇게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강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그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자 어떤 좋은 물건을 가져왔는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임가영은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고, 붉은 천을 가리키며 말했다.“어서 열어서 강 선생님께 보여 드리죠!”직원이 즉시 앞으로 나아가 거대한 붉은 천을 걷어내자, 안에는 버건디 색의 스포츠카가 있었다!무려 페라리 오픈카였고, 차 문은 위로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전체가 ‘S’자 형태였다.버건디 컬러의 고급 도색을 매치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아무리 차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런 스타일의 차를 보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사실 강책의 집에는 이미 페라리가 한 대 있었지만, 한 대가 더 생기면 어떻게 아내에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게다가 집에 있는 차는 쿠페라서 평소에 운전할 때 쓰기에 매우 편했고, 이 차는 전형적인 스포츠카여서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강 선생님, 이 차는 페라리 458을 기반으로 한 최신 엔진으로 맞춤 제작된 스포츠카로, 전 세계에서 단 한 대뿐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지요.”임가영이 말을 꺼내자 강책은 어색하게 대답했다.“임 선생님, 이건 너무 귀한 물건이 아닌가요?”“아니요! 전혀 귀하지 않습니다.”“강 선생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만약에 제가 물건을 드리지 않으면 제 목숨의 값어치가 없는 게 되지 않겠어요?”흠……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강책처럼 자동차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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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9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며 어리둥절해했다.젊은 남자는 F1의 프로 라이더스인 강지산이었다.페라리는 F1에서 절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재작년 우승자가 사고를 당한 뒤 팀은 위기를 맞이했고, 다른 팀들이 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그중 람보르기니 팀이 다른 팀보다 한 수 앞서고 있었고, 페라리와의 격차가 이미 매우 좁혀졌다.특히 람보르기니는 거액을 주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해 개인전에서 연속으로 우승컵을 따냈다.페라리의 실적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원수는 대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런 곳에서 람보리기니 팀의 F1 공식 선수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임가영은 시큰둥하게 말을 꺼냈다.“젊은 놈이 건방지게, 썩어 빠진 차를 운전한다고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그때 람보르기니 차 안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차가 조금 낡았어도 네 차보다는 좋을걸?”또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는 람보르기니의 총 대리인인 주평이었다.임가영과 주평은 여러 장소에서 서로 만났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주평은 강책의 신차를 보며 탐탁지 않은 듯 말했다.“시대에 뒤떨어진 페라리 같은 쓰레기를 몰면 부끄럽지 않나?”그러자 임가영이 반박하며 대답했다.“만 년 둘째인 람보르기니보다는 낫지 않을까?”구경꾼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인 둘 중에 아무거나 하나라도 몰아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데, 어떻게 쓰레기라고 할 수 있지?”이것은 쌍방이 서로 얕잡아 보는 것일 뿐이었다.이때, 강책이 손을 뻗어 차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며 말했다.“당신 둘의 일은 제가 관여할 수 없지만, 당신이 내 차를 더렵혔으니 이건 관여를 해야겠네요.”그러자 주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관여? 네가 뭔데? 뭐라도 돼?”강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평을 바라보았다.“뭘 봐? 아무리 바라봐도 네가 쓰레기라는 본질을 바꿀 수는 없을 거야.”“쓰레기 같은 놈에 쓰레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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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0화

차가 반쯤 오자 강지산은 백미러로 따라붙은 페라리를 발견하고는 즐거워했다.“하하, 미친놈. 감히 쫓아오다니, 주제넘군.”그는 가속 페달을 세게 밟자 속도가 더욱 빨라져 페라리를 단숨에 따돌렸다.역시 F1 프로 레이서인 만큼 강지산은 강책이 이전에 만난 레이서와는 차원이 달라 직선 트랙에서 강지산은 기본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커브에 봉착해도 완벽에 가까운 기술로 넘어갈 수 있다.게다가 람보르기니의 뛰어난 성능이 합해져 강지산은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어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임가영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강 선생님, 이만하시죠? 당신의 의술은 대단하지만, 레이스 기술만큼은 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한편으로 임가영은 강책이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강책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까 두려웠다.지금 그들은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불규칙적이면 이렇게 고속인 상태에서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했다.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죽는 것은 한순간에 벌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그러니 임가영은 몹시 두려워하며, 핸들을 빼앗고 강책을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두 차량 사이의 거리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로 지속되었고, 강지산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솔직히 그는 F1 레이싱 테크닉을 워낙 많이 구사해 웬만한 레이서라면 미등도 못 볼 정도로 진작에 뒤처졌을 것이다.하지만 강책은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이것은 그의 레이싱 기술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하하, 저 자식, 꽤 하는데?”“하지만 네 취미로 내 밥그릇에 도전하는 건 안 되지! 넌 아직 나랑 겨룰 자격이 없어.”강지산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술을 더 많이 구사했고, 한 번의 커브길로 빠르게 격차를 벌려 뒤따라오는 페라리는 그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성능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직진 코스에서는 가속페달만 죽어라 밟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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