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은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최서준이 쓰고 있는 가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약이라도 한 듯 잔뜩 흥분해 중얼거렸다. “가면아, 널 점점 더 잡고 싶어지잖아.”“널 잡아 그 가면을 벗겨서 낯짝 구경 좀 해야겠어.”윤희은 옆에 서 있던 남자는 그녀의 말에 얼굴이 파르르 떨려왔다. ‘네가 잡는다고?’‘뭐로 잡아? 그 길쭉한 다리로 잡으실 건가?’“짝짝짝!”규칙적이고 힘 있는 박수 소리가 현장의 적막을 깼다. “좋아. 아주 좋아. 훌륭해.”박무한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박수치며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 박씨 일가가 장장 12년 동안 찾아 헤매던 한성 보육원의 잔당이야.”“우리 집안이 거금을 들여 비밀리에 훈련해 일당백은 해내던 경호원들을 개미 새끼 죽이듯 쓰러뜨리다니.”“그때 우리가 놓친 네 녀석이 확실히 내게 신성한 충격을 주긴 했어.”박무한이 말하며 웃는 얼굴로 최서준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장면을 보지 못한 듯이. 최서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늙은이, 좋은 사람은 명이 짧다더니 갈 곳 잃은 청소년을 죽음으로 내몰던 당신은 명도 길어. 하늘이 당신을 12년이나 더 살게 놔두다니 말이야.”“하지만 오늘부로, 모든 게 달라질 거야.”최서준은 손에 들린 유골함과 화환을 흔들어 보이더니 씩 웃었다. “내 손에 물건들 보이지? 당신을 위해 준비한 거야. 내년의 오늘이 바로 당신 기일이야.”“네까짓 게?”박씨 일가의 다른 어르신이 냉소 지었다. 그러자 박무한이 그를 말리며 태연한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았다. “내 둘째 아들인 박성태와 손자인 박재형이 네놈 손에 죽고 나서, 당시 한성 보육원의 모든 명단을 다시 조사하라고 명령했었어.”“그리고 지금 내 손에 있는 자료를 종합해, 드디너 난 네가 누군지 알아냈어.”말하던 박무한이 씩 웃었다. 그 웃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찬란했다. “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넌 당시 한성 보육원에서 도담이라고 불렸어. 그렇지?”“그게 뭐?”최서준은 여전
박씨 일가 지하실.쓰러졌던 김지유가 천천히 눈을 떴다. 손발이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입이 테이프로 막혀있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납치당했어.’그 순간, 김지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자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둘 정리가 됐다. ‘박씨 일가에서 나를 납치했네.’뿐만 아니라, 아마 그 교통사고도 박씨 일가에서 꾸민 일일 것이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불안해진 김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발버둥 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김지유가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녀는 최대한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는 환자복을 입고 산발이 된 여자가 보였다. 그 여자는 품에 더러운 인형을 안고 구석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고,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렸다. “히히. 도담이 착하네. 란희 이모랑 병원 가자. 주사 하나도 안 무서워...”“도담이 배 안 고파? 란희 이모가 사탕 줄게.”말하며 그 여자는 주머니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 인형 입에 집어넣었다. 정신질환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친 여자였다. 하지만 미친 여자를 발견한 김지유는 오히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얼른 버둥거리며 입으로 최대한 소리를 냈다. 역시나, 그 여자가 김지유를 발견하고 씩 입술을 올려 헤실 웃었다. “너도 사탕 먹을래?”“하지만 난 하나밖에 없는데.”여자가 침을 흘리며 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인형을 쳐다보았다. “도담아, 저 누나도 사탕 먹고 싶대.”“뭐라고? 넌 배 안 고프니까 사탕은 누나 주라고?”여자는 인형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대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김지유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김지유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뜯었다. 입이 자유로워지자 김지유가 바로 말했다. “이모님, 신고. 빨리 신고해요. 저... 저 납치된 것 같아요...”“사탕 먹어.”미친 여자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뭐겠어? 당연히 잠들게 하는 물건이지.”헐벗은 남자는 무의식간에 대답하고 놀라서 휙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 너 깼어?”그는 다급히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대장, 가서 재풍 도련님에게 알려요. 이 여자 깨어났다고요.”얼마 지나지 않아 한 건장한 남자가 한 청년을 밀고 들어왔다.청년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팔과 다리엔 깁스를 하고 있었다.바로 박재풍이었다.김지유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박재풍, 감히 박씨 집안에서 나를 납치해?!”이때 박재풍은 전에 우아함은 온데간데없이 뒤틀린 표정으로 말했다.“나쁜 년, 이게 바로 네가 최씨 그놈 때문에 나랑 맞선 후과야. 걱정 마. 우리 할아버지 생신이 지난 후 김지유 너는 나 박재풍의 여자가 될 테니까. 그때 가서 널 제대로 갖고 놀 거야. 네가 언제까지 도도하고 오만한지 지켜보겠어. 아참, 네 앞에서 최씨 그놈을 죽여버릴 거야.”“너 미쳤어!”김지유는 대경실색했다.“그래, 나 미쳤어. 그놈이 내 팔과 다리를 부러뜨렸을 때부터 난 이미 미쳤어.”박재풍은 미친 듯이 웃었고, 표정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그때 갑자기 정장을 입은 청년이 들어와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재풍은 그의 말을 듣더니 쓰러져 잠든 미친 여자를 흘끗 보고 한 마디 던진 후 사람을 불러 자신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게 했다.“이 여자 잘 지키고 있어. 만약 도망치면 너희 한 놈도 살 생각하지 마.”쿵!다시 굳게 닫혀버린 문을 보고 김지유의 표정은 절망으로 가득했다.이때 지상에서는.쿵쾅쿵쾅.박무한의 말이 끝나자 겁에 질린 많은 하객들 눈앞에 수십 명의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이 별장의 사방으로부터 뛰어왔다.어떤 사람들은 도끼를 들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그들은 살기를 내뿜으며 최서준을 포위했다.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모든 하객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박무한이 조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눈앞의 광경은 박씨 가문에서 이미 미리 준비해 놓은 듯했다.박무
이때 모든 사람들이 떨면서 죽은 사람 쳐다보듯 다시 최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박씨 가문에서 심사숙고를 거쳐 이 많은 준비를 한 것은 오직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그렇다면... 그는 오늘 무조건 죽을 것이다!그러나 최서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너 이 자식, 한숨은 왜 쉬어? 혹시 벌써 무서운 거니? 만약 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스스로 두 팔을 부러뜨린다면 너무 고통스럽게 죽지는 않게 해 주마.”먼 곳에 서 있는 박재만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스스로 두 팔을 부러뜨리는 것만으론 부족해. 내가 외국에서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는데 팔과 다리의 살을 벗겨내 뼈만 남기는 거야.”사람들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쳐다보자 박재풍이 부하에게 밀려 나왔다.이때 박재풍의 표정은 피에 굶주린 짐승마냥 최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뭇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몸이 떨렸다.그건 고대의 십 대 형벌보다 더 가혹한 거 아니야?최서준은 뒷짐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박씨 가문에서 별의별 궁리를 하며 나를 유인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한 수단이 있나 했네.”그는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주위의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과 세 명의 무인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하찮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보니 내가 당신들을 너무 높이 생각한 것 같네.”그 말을 듣자 세 무인 중 우두머리는 코웃음을 쳤다.“녀석, 감히 우리 하씨 삼 형제 앞에서 뻔뻔하게 큰소리를 쳐?”그들은 하씨 삼 형제라 불리는데 세 명 모두 무인이며 진서 일대에서 흉악하기로 소문나서 감히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이 감히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고작 당신들 따위는 내가 닭 잡듯이 쳐 죽일 수 있어!”최서준은 하찮은 일을 말하듯 살짝 고개를 저었다.“너 이놈, 죽을래...”하씨 삼 형제 중 첫째가 버럭 화를 냈다.“형님, 왜 이 자식이랑 시비하고 있어요. 그냥 바로 죽이죠.”하씨 막내가 콧방귀를 뀌더니 두
터진 것도 아니고 부서진 것도 아니었다. 최서준에 의해 머리가 가슴 안으로 쑥 들어간 것이다.툭.머리가 사라진 그의 몸뚱이는 뒤로 넘어졌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모든 사람들이 제 자리에서 멍해 있었다.한 무인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머리가 맞아서 가슴 안으로 들어가게 되다니?“이게 어떻게 가능해?”박재만 얼굴의 웃음이 굳어졌고 곧이어 그는 목이 쉬도록 포효했다.박무한 얼굴 근육들이 떨리더니 뒷짐 지고 있던 두 손도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박재풍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신이라도 본 듯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이때 하씨 삼 형제 중 첫째와 둘째도 비통하게 울부짖었다.“막내야.”그 순간 두 사람은 ‘슉’하고 뒤로 물러나 별장 대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어머, 지금 도망치는 거야?”사람들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하씨 두 형제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막내가 죽는 순간 그들의 마음도 격렬히 흔들렸다.막내도 내경에 능통한 무인인데 최서준에 한 번 맞고 죽다니, 그렇다면 최서준은 적어도 화경 대가일 것이다.화경 대가는 사람들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을 여기서 보다니. “저놈은 무조건 숨어서 지내는 괴물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실력이 이렇게 무서울 순 없어.”“빌어먹을, 튀어. 무조건 도망가야 해. 막내의 복수는 나중에 다시 하자.”하씨 두 형제는 질주했고 다리가 두 개씩 더 있었으면 했다.“내 앞에서 도망치려 해?”최서준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곧이어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멀리 도망간 하씨 형제들에게 주먹을 날렸다.가볍게 날린 이 주먹은 마치 허공도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그 순간,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공기가 하씨 형제를 향해 날아갔다.두 번의 애절한 비명과 함께 하씨 형제는 보이지 않는 주먹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폭발하여 두 개의 피안개로 변해 공중으로 흩어졌다.두 내경 무인이 그의 주먹에 죽은 것이다.순식간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목을 조르는 것처
많은 경호원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서로 쳐다보며 망설였다.20억 원은 확실히 많은 금액이었지만, 전제는 그들이 살아 있어야 그걸 얻을 수 있다.방금 그 세 사람의 비참한 최후를 보지 않았나? 뼈도 남지 않고 죽었다...이를 본 박무한의 표정이 변했고,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포효했다.“얼른 공격하지 못해? 이 쓸데없는 새X들아, 저놈이 아무리 잘 싸워도 인간일 뿐이야! 100억, 저놈을 죽이는 자는 우리 박씨 가문에서 100억으로 보상할 것이다!”용감한 자에게는 큰 상을 준다고, 모두의 마음이 흔들리고 호흡이 빨라졌다.무려 100억 원이다!이 돈만 있으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할 필요가 없고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게다가 박무한의 말이 맞았다. 사람수가 총 5, 60 명이 되는데 그들이 최서준 한 명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제야 많은 박씨 가문 경호원들의 마음속에 있던 약간의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끝없는 탐욕으로 대체되었다.“죽여라!”경호원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일제히 무기를 들고 최서전을 향해 돌진해 그를 포위했다.손에 쥔 무기가 차가운 빛으로 번쩍이며 최서준의 몸을 공격했다.“하하하. 죽여, 죽여버려!”박무한은 흉측한 얼굴로 포효했다.“너 혼자서 몇십 명과 싸울 수 있겠냐!”박재만과 백재풍, 그리고 박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한번 피에 굶주린 표정이 번졌다.하지만 곧바로.퍽퍽퍽.맨 앞에서 달려가 최서준의 몸을 베기 위해 칼을 휘두르던 여덟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맞은 듯 일제히 뒤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이때 최서준은 한 손을 등 뒤로 뺀 채 후퇴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 사이를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오가며 공격했다.그는 마치 무적인 살육의 신에 빙의한 것 같았고,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날아갔다.어떤 이들은 가슴이 함몰되고, 어떤 이들은 어깨가 부서지고, 또 어떤 이들은 팔이 부러졌다...순식간에 현장은 시끄러운 소음과 끝없는 비명, 사방에 튀는 피로
“그래?” 최서준은 고개를 들고 무표정으로 말했다. “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말해주면 박씨 가문은 살려줄게.”“꿈도 꾸지 마!”박무한은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죽이고 싶으면 죽여. 어차피 난 살 만큼 살았어. 그런데 너는 평생 진정한 적을 찾지 못하고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며 살겠지. 결국 나보다 네가 더 불쌍하단 말이야. 하하하.”그는 미친 듯이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득의양양했다.“말 안 할 거지?”최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는 박재만을 붙잡았다.“안 돼요. 아빠, 살려주세요. 난 죽기 싫어요...”박재만은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그만해!”박무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최서준 팔에 힘이 들어가자 박재만의 목이 바로 부러졌다.“재만아!” 박무한은 비통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아직도 말 안 해?”최서준은 다른 중년 남자를 붙잡아 목을 부러뜨렸다.그는 박무한의 셋째 아들 박재석이었고, 당시 한성 고아원을 불태운 화재에 가담한 장본인이기도 했다.“재석!”박무한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말할 거야, 말 거야?”최서준은 이번에 매혹적인 옷차림을 한 또 다른 아름다운 여인을 붙잡았다.그녀는 박무한의 가장 사랑하는 딸인 박승연으로, 당시 고아원에 불을 지르려는 계획을 세운 장본인이었다.“안 돼!”박무한의 고함소리에 최서준은 마찬가지로 그녀의 목을 꺾었다.“이제 그만해! 내가 다 말할게!”박무한은 피눈물을 흘리며 외쳤다.눈앞에서 자식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다.“당시 한성 고아원 사건에서 우리 박씨 가문은 불만 저질렀을 뿐, 진짜 계획을 꾸민 사람은 내 배후에 있는...”박무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온몸에 불이 붙었다.“아아악!”그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격렬하게 몸부림쳤지만 불길이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단 몇 번의 짧은 호흡 사이에 그는 산 채로 검은 숯으로 변해버렸다
최서준의 원래 얼굴을 본 순간, 박재풍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상상도 못 했던 거라 놀라기도 하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아아악!”그는 귀신이라도 본 듯 비명을 지르며 사악한 눈빛으로 돌변했다.“너야, 너였어?! 개자식, 내가 귀신이 되어도 널 가만 두지 않을 거야.”“그러면 귀신이 된 다음에 다시 말해.”최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그의 목을 부러뜨렸다.지하 2층에서.김지유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두 건장한 남자를 쳐다보았다.“다... 당신들 뭐 하려고 그래?”“뭐 하겠냐고?”앞장선 건장한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훑어보았다.“지유 아가씨, 사람들이 당신을 남양 4대 미인이라고 하던데 오늘 보니 전혀 과장된 게 아니었네. 당신은 박재풍 도련님이 찜한 여자이지만 우리가 요즘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당신을 지키고 있었는데 당신이 우리한테 좋은 걸 해줘야 하지 않겠어?”그는 일부러 ‘좋은 걸’을 강조해서 말했다. 그의 눈은 욕망으로 가득했다.“다... 당신들 그러기만 해 봐!”김지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찰싹!“가만히 있어.”앞에 선 남자가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 더러운 손이 그녀의 가슴 앞까지 뻗었다.김지유는 그에게 맞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절망에 빠졌다.쿵!이때 굳게 닫혔던 문이 누군가가 걷어차서 열렸다.김지유는 정신이 혼미했지만 저도 모르게 문 쪽을 쳐다보았다.덩치가 크고 청동 가면을 쓴 우람한 남자가 나타났다.도담이다!그 순간 그녀는 긴장이 확 풀리고 마음속에서 무한한 기쁨이 솟아났다.‘도담아, 누나가 12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늘 널 만났구나!’김지유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정신을 잃기 직전에 그녀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당신들은 죽어 마땅해!”몇 번의 비명이 들리더니 세상은 다시 고요해졌다.최서준은 쓰러진 김지유를 안고 지하실에서 걸어 나와 사람들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