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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여기서요?”

서장호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최 신의님, 제가 조용한 방을 찾아서 방해받지 않도록 해드릴까요?”

“아니요.”

최서준이 머리를 저었다.

“그럼 제가 누울까요?”

서장호가 다시 물었다.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럼 전 뭘 해야 하죠?”

서장호는 더욱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냥 입만 벌리세요.”

여전히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서장호는 얌전히 입을 벌렸다.

이윽고 최서준이 몸에서 페트병 하나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검은 알약 하나를 뽑아내는 게 보였다.

“이걸 드시면 선천적인 공황장애가 나아지실 겁니다.”

그 말에 서장호와 서주연이 조금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 페트병에 적힌 글자를 똑똑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DDVP, 살충제의 일종이다.

‘DDVP를 담은 병에 약을 담는다고? 독살이라도 되면 어떡하려고? 그리고 저건 뭐야, 저 새까만 눈알 같게 생긴 건 대체 뭐냐고?!’

서장호의 안색이 보기 안 좋게 굳어졌다.

만약 신의인 손지명이 최서준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 최서준이 자신을 독살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곧이어 최서준이 짜증스러운 듯 물었다.

“드실 겁니까? 안 드시면 이만 가려고요.”

검은색 알약은 그가 정제한 단약으로 일명 “소심단”이라 불리며,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데에 쓰이는데, 만약 경매에 가져간다면 한 알만 해도 수십억의 가치가 있다.

“먹을게요, 먹겠습니다.”

순간 다급해진 서장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얼른 그 알약을 입에 넣었다.

곧이어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냐하면 이 검은색 알약은 조금도 징그럽지 않고, 이상한 냄새도 안 날뿐더러, 대신 일종의 독특한 약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아빠...”

서주연은 조금 불안했다.

단약은 복부에 들어가자마자 한 줄기 열기가 되어 서장호의 사지와 백골, 그리고 오장육부 속으로 밀려들었다.

다음 순간, 서장호는 자신의 호흡이 훨씬 느려지고 강력해졌으며, 가슴의 병도 눈에 띄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엉겁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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