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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최서준은 가소롭다는 듯 오민욱 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곧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책상 위로 던졌다.

"자존심 챙겨 보겠다고 먼저 사직서를 내겠다는 건가요?"

오민욱은 서류를 힐끗 보면서 코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죠. 최서준 씨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해고당해야 해요."

그에 최서준은 입꼬리를 씩 말아 올리더니 차갑게 웃었다.

"실망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한데, 이건 사직서가 아니라 서씨 그룹의 발주서예요."

최서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서씨 그룹에서 우리 회사 화장품 10억 세트를 사들이겠다고 하시네요."

"뭐라고요? 서씨 그룹이요?"

"10억 세트?"

그 말에 사무실은 찬물 끼얹듯 조용해져서는 다들 자기 귀를 의심했다. 오민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때 도연우가 몸을 일으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봤다.

"대체 이런 허황한 얘기는 언제까지 할 셈이야? 이제 그 허세 들어주는 것도 질렸어."

"연우 말이 맞아."

진아영도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서는 그를 비웃었다.

"만약 이게 진짜라면 내가 여기서 옷 벗고 춤이라도 출게요."

"최서준 씨, 화장품 10억 세트가 어떤 개념인지 알아요? 우리 회사에서 제일 저렴한 4만 원짜리 스킨케어 제품도 10억 세트면 거의 2천억 가까이 돼요. 그런데 그런 계약을 최서준 씨가 따냈다고요?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예요, 혹시?"

곽정원은 눈물까지 흘리며 그를 비웃었다.

그에 최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책상 위에 놓여있으니 믿기 힘들면 직접 보시지 그래요?"

"네네네, 그러죠."

오민욱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디 2천억짜리 발주서는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 좀 해볼까요?"

그는 책상 위에서 발주서를 집어 들더니 느긋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일 밑에 찍혀 있는 서씨 그룹 도장을 보고는 눈이 천천히 커지더니 곧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이... 이 발주서 진짜 맞아. 왜...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 말에 곽정원과 진아영은 재빨리 오민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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