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준은 약간 놀랐다. 오늘 의외인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서준은 자리에 앉아 기운을 회복했다. 그의 밑에는 극상품의 영석이 가득했지만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 기운을 흡수할 수 없게 되었다.게다가 이곳의 지리적 원인 때문에 왕성 안에는 영기가 없었다. 그래서 기운을 회복하려면 그저 스스로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진원태가 말하던 것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기운이 회복되지 않자 확실히 어려웠다. 심지어 용문비경의 영기를 끌어 쓸 수도 없었다.이런 상황에 놓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방법이 없었기에 최서준은 그저 자리에 앉아 천천히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진원태는 최서준이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을 보고 같이 자리에 앉아 기운을 가다듬었다.그러다가 밤이 깊었을 때, 최서준은 그제야 통맥경의 기운을 되찾았다.성 밖에 김표는 밖에서 계속 지켜보았다. 최서준의 말대로 성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최서준이 통맥경 정도의 힘밖에 못 쓴다는 것을 알자 저도 모르게 고민이 되었다.이때를 틈타서 최서준을 해치울지 생각하다가 결국 마음을 접게 되었다. 최서준은 그를 많이 도와준 사람이 아니던가. 야밤정령의 손에서 도망칠 수 있게 해준 것도 최서준이다.최서준은 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할 사이도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기운을 회복한 후 그는 성의 안 쪽으로 들어가 한 바퀴 돌아보았다.대문만 굳게 잠겨있을 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한 바퀴 돈 후, 최서준은 다시 대문 앞으로 와 입구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관찰했다. 그러다가 노란 빛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그 곁에는 세 개의 회색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외에는 다른 이상이 없었다.진원태는 먼저 이곳에 들어왔었기에 이곳의 이상한 점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여유로운 태도로 최서준을 향해 농담을 건넸다.“그만 봐. 내 생각에는 다섯 명이 모여야 문이 열릴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이곳에 오랫동안
“그중 한 명은 압니다. 주현아고요, 다른 한 명은 모르겠습니다.”김표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다. 숨길 필요도 없었고 또 지금 숨긴다고 해도 안에 들어가면 곧 들통나니까 말이다.“주현아? 그 사람이 여길 왔어?”진원태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김표도 마찬가지로 웃었다. 최서준은 저도 모르게 궁금해졌다.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기에 진원태와 김표가 이렇게 웃는지 말이다.“최서준 씨는 모르겠지만 주현아는 우리 4대부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입니다.”김표는 호기심 가득한 최서준의 표정을 보고 얘기했다.“왜 유명하지? 실력 때문인가?”최서준이 물었다.“그건 아닙니다. 주현아 씨는... 어떻게 얘기하죠. 빼어난 외모 때문에 유명한 겁니다. 게다가 음란지색이라 남자의 양기로 여태껏 수련해 왔다고 합니다.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홀리고 다녔을지 셀 수도 없다고 하네요. 게다가 남자랑 교합하지 않으면 실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4대부 중에는 주현아의 하룻밤 상대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합니다.”김표가 설명했다.“내가 알기로는, 김표도 주현아와 하룻밤을 보냈던 것 같은데.”진원태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마음이 동해서 한 번은 그랬지만 그 후로는 없었습니다.”김표는 대범하게 인정했다.“쯧,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 모양이지?”진원태가 얘기했다.“그건 아닙니다. 원래 사람은 가져본 것에 대해 크게 미련을 갖지 않으니까요.”김표는 열심히 설명했다.김표와 진원태의 말을 듣던 최서준은 저도 모르게 어색해졌다. 최서준은 아직 동정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보아하니 동년배들은 이미 이런 일을 겪어본 듯했다.두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을 때, 주현아는 다른 남자와 왕성 앞에 도착해 김표와 인사를 했다.“김표 오빠, 오랜만이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우리의 인연이 끝난 건 아닌가 봐.”김표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주현아와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주현아는 김표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안에 있던 진원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주현아와 무슨 각별한 사이라도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유독 최서준만이 아무렇지 않았다. 주현아, 김표, 진후택, 세 사람은 안으로 들어서서 최서준을 힐긋 쳐다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세 사람이 들어오자 문 쪽에서 빛이 나왔다. 원래 노란 불빛이 두 개뿐이었는데 세 사람이 들어오자 빛이 하나, 둘씩 켜지면서 이윽고 불빛 다섯 개가 모두 밝아졌다.대문이 열렸고 그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어둠이 펼쳐졌다. 이윽고 보이지 않는 힘이 갑자기 다섯 명을 끌어당겼다. 그 힘은 그리 세지 않아 다섯 사람이 저항하면 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이곳에는 분명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다섯 사람은 반항하지 않고 그 힘에 이끌려 앞으로 나아갔다.다섯 명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은 갑자기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그들은 의미심장한 도안이 그려진 바위 위에 서 있었다. 그 위에는 다섯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통로 입구 측에는 커다란 석상이 앉아 있었다. 최서준은 많은 야수들을 봐왔고 적지 않은 책을 읽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다섯 갈래의 길. 서로 다른 석상. 살아있는 것 같은 왕성.일단 지금 사람이 다섯 명이고 길이 다섯 갈래이니 서로 빼앗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최서준은 기운을 내뿜어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나 제한이 있어서 기운을 읽을 수가 없었다.이곳에 걸려있는 제한인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컨트롤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지. 억지로 사람들을 이곳에 밀어 넣은 사람이라면 이들보다 백배, 천배는 더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최서준은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썼다.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중간의 길로 걸어 나갔다.뒤의 네 사람도 각자 길을 골라서 걸어갔다.바람도 없고 고난도 없는 길이었다. 최서준은 그저 그렇게 평온하게 길의 끝자락에
최서준이 그 힘에 저항하느라 진을 빼고 있을 때, 최서준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를 보고도 무릎 꿇지 않는다니. 무릎만 꿇으면 돈, 여자, 원하는 건 다 손에 넣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본능에 따라 얘기했다.“한번 무릎을 꿇으면 영원히 무릎을 꿇는 것과 같습니다. 전 하늘과 땅, 스승님께만 무릎을 꿇지, 절대 다른 사람 앞에서 무릎 꿇지 않을 겁니다.”“네가 지금 포기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하는 말이야?”희미한 목소리가 또 속삭여왔다.하지만 최서준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완강하게 무릎 꿇지 않겠다고 저항했다.그렇게 석상 앞에 꿋꿋하게 선 채 쓰러졌다....김표의 길도 마찬가지였다. 길의 끝자락은 최서준이 본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똑같은 절, 똑같은 석상. 유일하게 다른 것은, 김표는 그 힘에 굴복하여 최서준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김표는 석상 앞에 무릎 꿇는 것을 선택했다. 그 순간, 김표는 자기 실력이 갑자기 는 것을 발견했다. 통맥경 밖에 안 되던 그는 바로 무후로 되었다. 김표는 저도 모르게 더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마자 그의 실력이 또 늘더니 바로 무왕이 되었다.처음 느껴보는 실력에 김표는 저도 모르게 더 강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그러자 이번에는 무왕을 뛰어넘은 새로운 경계에 다다랐다. 김표는 자신이 비와 바람을 수시로 다룰 수 있는 신이 된 것만 같았다.최서준이 자기 앞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 최서준이 김표 앞에 나타났다.“날 감히 네 부하처럼 굴려? 게다가 가짜 신분으로 날 속여? 이 버러지 같은 놈. 내 앞에서 뭐라도 된 줄 아나 보지?”김표는 저도 모르게 억눌러온 화를 모두 분출 해냈다.그는 바로 최서준을 향해 공격했다. 그러자 최서준은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복수를 마치자 김표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 실력이면 정양파의 임원이 될 수도, 혹은 정양파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다.그렇게 생각하자 김표의 앞에 바로 정양파 주인과 장로들
주현아는 일부러 그 사람만 남겨두었다. 주현아는 천천히 그 사람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 사람은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뼈가 천천히 부러지더니 피가 뚝뚝 떨어지고 피부가 한층 한층 벗겨졌다. 주현아는 눈앞의 이 사람을 죽도록 증오했다. 빨리 죽여버리는 것도 아까웠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고통스럽게 죽여주려고 했다. 주현아는 복수의 쾌감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마지막인 진후택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속의 본능에 굴복하고 원하는 것을 즐겼다. 그들은 모두 막강한 실력을 갖고 만족해했다.기절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최서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 절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아까 본 절은 환상인 것만 같았다. 오직 허여멀건 조각만이 허공에 떠 있었다. 조각은 약간 어두운 색이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최서준을 잘 알고 있었다. 여태까지 경험해 온 것은 절대 환각이 아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최서준이 어떠한 시험을 통과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조각은 중력에서 벗어난 것처럼 하늘에 떠 있었다. 최서준은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운을 흘려보내니 어느새 기운이 다 회복되어 있었다. 설마 전에 제한도 이 조각이 걸어둔 것이었나? 이 모든 것의 배후가 이 조각인가?기운으로 훑어보았지만 조각에게서는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 눈으로 확실히 본 게 아니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앞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최서준은 원래 머뭇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너무도 이상했다. 처음에는 제한을 걸어놓았다가 지금 와서 갑자기 풀어버리다니. 최서준은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다치지도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최서준은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이 물건은 딱 봐도 귀한 물건 같았다.최서준의 손이 그 회색 조각을 만지는 순간, 최서준은 낯선 공간에 나타나게 되었다.“네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머뭇거릴
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바로 이해했다. 전에 겪은 힘듦이 다 시험이었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노인은 멈칫하더니 이어서 얘기했다.“역시 조금은 아까워. 전에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이 비경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 성과도 없이 이곳에서 죽어버렸는데. 결국 너희들이 찾아내는구나. 그럼 이제 제대로 된 일을 얘기해 보자. 아마 이 비경에 대해서 잘 모르고 들어왔을 거야. 이 비경은 원래 이곳에 있는 게 아니야. 우리가 살던 그 시대에, 하늘에서 수많은 패 쪽이 떨어졌었어. 그 패 쪽들은 비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매개물이었어. 우리는 이 비경이 수련에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수작을 부려서 억지로 이곳으로 들어왔어.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후 나갈 수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렸지. 결국 이곳에서 모두 죽었어. 하여간 누구 하나 살아 나간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대하에 잘못된 정보만 남겼지.”노인의 그림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보일락말락 했다.“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구나. 일단 중요한 것만 얘기하마. 첫째, 이곳은 쉬운 곳이 아니니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 한다. 둘째, 이 결정은 나의 기술이 있어. 네 실력을 내 생전의 실력 정도, 혹은 무신의 경계까지 끌어올려 줄 수 있지. 하지만 이 결정을 받아들이는 건 기회이자 위기야. 선택은 너의 몫이니 제대로 생각하거라. 셋째, 앞으로 대하로 돌아간 후 잔비의 후대를 만난다면 잘 챙겨주거라. 내가 받은 은혜는 네가 갚아야 할 것 같구나. 넷째, 이곳은 내가 기운을 숨겼기에 다른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사라지면 내가 만든 진법과 환각도 다 사라진다. 너희가 본 오아시스, 왕성 등은 모두 환각이야. 그래서 너희는 바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발각될 것이다. 다섯째, 이건 다른 네 명의 욕망이다. 한번 지켜봐도 좋아. 마지막으로, 넌 나와 다른 결말을 보기를 바란다.”노인은 많은 말을 남겼다. 최서준은 알아들을 듯 말 듯 했다. 대충 그가 유언을 남기고 있다는 것과 자기가 이룬 것들을 최서준에게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주현아는 산 절벽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주현아의 주위는 온통 피로 물든 끔찍한 모습들이었다.최서준은 주현아에 대한 인식이 약간 바뀌었다. 주현아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은 그저 연기였다. 마음속의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더러운 오명을 쓰고 묵묵히 모든 것을 부담하는 사람이었다.최서준이 주현아의 환각 속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그 오아시스는 점점 작아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전부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왕성의 벽부터 시작해서 왕성 전체가 다 사라지게 되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다섯 사람은 허허벌판 사막 위에 서 있게 되었다.그중에서도 최서준이 먼저 깨어났다. 최서준은 왕성이 있던 자리에 사막만 남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을 보고 수염 난 노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 정말 그 노인이 얘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먼지로 돌아가 버렸다.다른 네 사람이 깨어나기 전에, 최서준은 얼른 그 결정을 용문비경 속으로 넣어버렸다.네 사람 중, 주현아가 가장 먼저 깨어났다. 주변의 모습을 확인하던 주현아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아직 환각 속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또 얼마 지나지 않아 김표, 진후택, 진원태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그들을 서로를 마주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환각 속에서 느낀 황홀함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다들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주현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게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 있어요? 우리가 왜 여기로 오게 된 거죠? 아까 본 왕성과 오아시스는요?”김표, 진후택, 진원태 중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최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함께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모르는 척하지 않고 모든 사실을 그대로 토로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게다가 사실을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최서준이 결정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독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물론 최서준은 네 사람이 동시에 공격한다고 해도 이길 자신
거기까지 생각한 그들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누구야, 누가 제일 먼저 깨어난 거야.”진원태는 이를 악물고 캐물었다.“저 사람인 것 같은데.”주현아는 솔직하게 최서준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이 일은 어차피 주현아가 얘기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는 사실이었다.“최서준, 또 너야? 솔직하게 얘기해. 너, 왕성에서 훔친 것이 있지?”진원태는 의심하는 태도로 물었다.“진원태, 선 넘지 마. 난 그저 가장 먼저 깨어났을 뿐이야. 뭘 훔쳤다고 그래. 그리고 솔직하게 얘기해서, 내가 뭘 얻게 되었다면 가장 먼저 깨어나서 너희들을 살려뒀을 것 같아? 그냥 이곳을 떠나도 되는데. 너 돌머리야?”최서준은 힘 있게 반격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원태의 직감에 놀라서 혀를 쯧쯧 찼다.“의심을 살까 봐 도망치지 않은 거지. 네가 도망쳤다면 우리가 끝까지 쫓아갔을 테니까. 의심을 피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린 거잖아. 얼른 내놔.”단순한 의심인지, 아니면 믿을 구석이라도 있는 것인지.아무 생각이 없던 세 사람도 어느새 진원태의 말을 믿고 최서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너희들, 정말 진원태의 헛소리를 믿는 거야? 어이도 없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표 너는 알잖아. 진원태는 그냥 나한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어서 이때를 틈타 나를 괴롭히려는 거야. 너희들, 정말 자꾸만 이럴 거야?”최서준은 진원태를 가리키면서 김표를 향해 얘기했다.“최서준 씨, 솔직히 증명만 하면 되잖아요. 당신의 인벤토리를 열어서 보여주면 우리가 진실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안 그래요?”김표가 얘기했다.김표 또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최서준을 난감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러자 지켜만 보던 진후택이 얘기했다.“최서준 씨, 우리 앞에서 인벤토리를 보여주면 인정해 주죠.”“웃기지 마.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설사 가졌다고 해도 그건 내 것이지 굳이 너희들한테 보여줄 필요 없잖아.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니야?”최서준은 김표와 진후택을 비웃으면서 얘기했다. 주현아에게는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