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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하지만 주현아는 산 절벽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주현아의 주위는 온통 피로 물든 끔찍한 모습들이었다.

최서준은 주현아에 대한 인식이 약간 바뀌었다. 주현아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은 그저 연기였다. 마음속의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더러운 오명을 쓰고 묵묵히 모든 것을 부담하는 사람이었다.

최서준이 주현아의 환각 속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그 오아시스는 점점 작아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전부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왕성의 벽부터 시작해서 왕성 전체가 다 사라지게 되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다섯 사람은 허허벌판 사막 위에 서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최서준이 먼저 깨어났다. 최서준은 왕성이 있던 자리에 사막만 남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을 보고 수염 난 노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 정말 그 노인이 얘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먼지로 돌아가 버렸다.

다른 네 사람이 깨어나기 전에, 최서준은 얼른 그 결정을 용문비경 속으로 넣어버렸다.

네 사람 중, 주현아가 가장 먼저 깨어났다. 주변의 모습을 확인하던 주현아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아직 환각 속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김표, 진후택, 진원태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그들을 서로를 마주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환각 속에서 느낀 황홀함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다들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주현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 있어요? 우리가 왜 여기로 오게 된 거죠? 아까 본 왕성과 오아시스는요?”

김표, 진후택, 진원태 중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최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함께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모르는 척하지 않고 모든 사실을 그대로 토로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실을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최서준이 결정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독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물론 최서준은 네 사람이 동시에 공격한다고 해도 이길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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