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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여기가 허허벌판 같아 보여도 영기는 용문비경 못지않게 짙었다. 최서준은 바로 자리에 앉아서 수련 상태로 돌입했다. 이곳의 영기를 흡입한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말이다.

그러던 중, 최서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린 최서준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텐트 뒤쪽을 보니 하얗게 질린 얼굴을 반쯤 드러내고 빨간 입술을 한 여자가 보였다.

황무지 위에 놓인 텐트 뒤에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은 눈치 채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최서준이 여자를 쳐다보자 그 여자도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눈알을 굴렸다. 마치 최서준을 시험하듯 말이다.

최서준은 그 여자를 무시한 채 몸을 일으켰다.

텐트 안의 다른 남자들을 깨우려고 할 때, 최서준은 그제야 자기 밑에 있던 침낭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새빨간 핏물이었다.

핏물 속에서 해골들이 천천히 올라왔다. 이내 해골의 상반신까지 드러났다. 녹이 쓴 철갑옷을 입은 그들은 핏물 웅덩이에서 걸어나와 최서준 앞에 섰다. 눈으로 세어보니 대충 열 명은 넘는 것 같았다.

최서준은 바로 날아올라 가장 앞에 선 해골의 어깨를 밟았다. 그러자 해골은 바로 부서져서 먼지로 사라졌다.

이윽고 최서준이 손을 휘휘 내젓자 해골들은 전부 먼지로 날아가 버렸다.

다시 텐트 뒤쪽을 쳐다보자 반쪽 얼굴만 드러냈던 여자는 텐트 뒤에 숨어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었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최서준이 웃으면서 물었다.

“이 주변에 야수나 괴물들이 나오나요?”

그 여자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천천히 팔을 들어 자기를 가리켰다.

최서준은 또 웃으면서 얘기했다.

“한 방에 죽지 않는 그런 것들 말이야.”

잠시 흠칫한 여자는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얀 피부 위로 새빨간 혈관이 솟아났다. 그녀는 바로 한 손으로 장풍을 만들어냈다.

남자들이 열심히 만든 텐트는 여자의 손에 가볍게 날아가 버렸고 그대로 최서준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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