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날 따라온다면 봐주지 않을 거야. 아까 내가 널 봐줬다고 해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라.”최서준은 여자에게 겁을 줘서 떠나보내려고 했다.하지만 여자 귀신은 최서준이 자기를 건드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해 봐, 날 죽여. 어차피 넌 실력이 강하니까 난 반항도 못 하고 죽을 거야. 얼른 죽여. 난 반항할 힘도 없으니까.”여자는 최서준 앞으로 날아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최서준은 한 손을 들어 여자의 이마를 때리려고 했다.여자는 움직이지 않고 최서준을 보면서 최서준이 본인을 때리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그렇게 몇 초간 대치하다가, 최서준은 결국 팔을 내려놓았다.“날 따라오는 건 상관하지 않겠다만, 나한테 질문은 그만 해. 계속 질문을 던지면 확 죽여버릴 테니까.”최서준은 결국 마음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항하지 않는 여자를 보면서, 최서준은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그래.”여자는 바로 승낙했다. 그녀는 최서준을 따라가리라 굳게 마음먹었다.“이름이 뭐야. 날 따라오는 귀신의 이름은 알아야 할 거 아니야.”최서준이 물었다.“그냥 내 별명을 부르면 돼. 흡혈 인형. 얼마나 멋있고 귀여운 별명이야.”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얘기했다.“장난치지 말고. 본명이 뭔데.”최서준이 물었다.“그럼 그냥 연이라고 불러. 내 이름은 백연이야.”그렇게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약간 슬펐다. 그 이름에 얽힌 스토리가 가볍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응, 그럼 백연이라고 부를게. 난 최서준이야. 미리 얘기하는데, 날 따라오는 건 허락했지만 이렇게 허공에서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마. 평범하게 걸어 다니던지, 아니면 이 안에 숨어있던지 해.”최서준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용연검을 꺼내 들었다.그 검을 꺼내 들자 여자는 천적을 만난 듯 순식간에 피해버렸다.“이건 무슨 일이죠?”최서준이 머릿속으로 연석진에게 물었다.“칠성용연검은 원래 귀신을 쫓는 물건이야. 그러니 당연히 두려워하
귀신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신화 같은 곳을 내어주다니. 믿을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원래는 그저 고마운 마음 반, 호기심 반 때문에 최서준을 따라다닌 것인데, 이런 처소를 내어주다니 기쁘기도 했고 평생 최서준을 따라다녀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그래, 이곳에서 살아. 최대한 밖으로 나오지 말고.”최서준이 얘기했다.“고마워, 최서준.”백연이 진지하게 얘기했다.“아, 맞다. 전생의 일, 아직도 기억해? 기억나는 거 있으면 좀 얘기해 줘.”최서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본인이 외부에서 온 사람이라는 사실은 최대한 숨기고 신중하게 얘기하는 것이 옳을 듯했다.“잘 기억은 안나. 하지만 네가 괜찮다면 기억나는 것만 얘기해 줄게.”백연이 대답했다.“그래, 그럼 기억나는 것만 얘기해. 그리고 이름 부르지 말고 보스라고 불러.”“그래, 최서준.”...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백연의 이야기를 나누었다.오랜 시간이 지나자 마을이 보였다. 최서준은 더 묻지 않고 그저 백연더러 용연검 속으로 돌아가라고 한 후 옷을 정리하고 마을로 걸어갔다.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거의 작은 도시였다.멀리서부터 작은 도시 위에 “비영성”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이곳까지 올 때까지 두 사람은, 아니, 한 사람과 한 귀신은 다른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야수를 만난 적도 없었으며 다른 마을을 본 적도 없었다.이곳은 최서준이 결정을 얻은 곳과 거의 10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것이다.최서준은 이 도시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 비경에서 기회를 찾기로 했으나 이런 곳에 뭐가 있겠는가? 그저 쓸데없는 일만 생길 뿐이다. 하지만 외계의 일에 신경 쓰지 않던 연석진이 갑자기 얘기했다.“여기,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최서준은 연석진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기운으로 내부를 훑어보자마자 연석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비영성 내부의 한 기운이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 결정을 끌어들이고
칭찬인 것 같기도 하고, 최서준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백연이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설마 귀신을 상대하는 기술이 따로 있고 산 사람을 상대할 때는 숙맥인 건 아니지?”백연은 점점 최서준을 못 믿겠다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 어느새 성 입구에서 네 사람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 가까이 다가왔다.최서준은 백연을 힐긋 노려보았다.“그럼 옆에서 지켜보기나 해. 네 보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테니까.”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최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는 발끝을 바닥에 댄 채 용연검을 들고 쏜살같이 뛰쳐나갔다.그리고 허공에 날아 그들에게 물었다.“너희는 누구냐.”하지만 대답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다 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처음부터 자기 이름을 대면서 으스대는 사람들은 사실 별 게 없는 사람들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아무것도 없으니 몸을 부풀려 다른 사람에게 겁을 주는 방식이니 말이다.진정한 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곧 죽을 사람한테 떠들어봤자 남는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최서준은 이 자들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검을 내리치자 상대들이 달려와서 막았다.쨍그랑.소리와 함께 상대의 칼이 부러졌다.그 사람은 뒤로 누워 최서준의 검을 겨우 피했다.“이런 보물을 사용하고 있다니. 하지만 보물도 너를 구해주지는 못할 거다!”부러진 검을 든 남자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남자는 몸집이 산만 했는데 키는 거의 9척이 되어 보였다. 칼은 부러졌지만 기세는 아직도 흉흉했다.최서준은 그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상대의 칼을 부러뜨린 후 계속해서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최서준의 검은 빠르게 그들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남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다행인 것은 다른 세 사람이 제때 달려와 그를 구해주었다는 것이다.세 사람은 무기를 들고 남자의 앞을 지켜주었다.남자가
용연검도 반대 방향의 사람을 뚫고 나왔다.투명한 칼이 검붉은 피를 듬뿍 머금고 나왔다.두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거두었다.마지막으로 남은 남자는 이미 성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최서준은 그 사람만 살려두고 그의 몸에 자기의 기운을 심어놓았다.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말이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노리고 매복한 이유가 궁금했다.생각하던 최서준은 아마도 결정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 결정을 갖고 있으니 죽음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결정의 힘을 느낀 사람이 이곳에 잠복을 심어놓고 여태까지 최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최서준은 여전히 이 결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이렇게 밝은 대낮에 당당하게 비영성 성문 앞에서 잠복하다니, 아마도 비영성에서의 권력이 아주 대단한 모양이었다.최서준은 용연검에 박혀 죽은 사람 곁으로 가서 용연검을 빼냈다.그리고 그의 몸을 수색했다.그러자 죽은 자의 몸에서 많은 물건이 쏟아졌다. 좋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지니고 있는 물건도 다 좋은 것들이었다.약도 수두룩했는데 독약도 있고 상처를 치유하는 약도 있었으며 이상한 문양의 코인도 가득했다.“백연, 이리 와. 이게 뭐야.”최서준이 백연에게 물었다.백연은 지금 최서준의 실력에 반해 눈이 하트모양이 될 지경이었다.“보스, 대단해. 보스, 이건 자정폐라는 거야. 이곳에서 사용하는 지폐지.”백연은 최서준을 보스라고 부르면서 설명해 주었다.“비경 안에서는 다 자정폐를 쓰는 건가? 근데 거의 실제에 가까운 영기가 느껴지는데?”최서준이 물었다.“그래. 수련한 고수들은 거의 다 자정폐를 써, 보스 몰라? 자정폐 위에는 등급이 더욱 높은 것도 있어. 하지만 아직 본 적은 없어.”백연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에 최서준은 약간 속상했다.이윽고 최서준은 성 입구에서 구덩이를 파 세 사람을 묻어주었다.죽었으니 그래도 묻어주는 것이 나을 듯 해서였
책임자는 그래도 일반인들과 다르게 많은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이다.그는 겨우 진정한 후 물었다.“저기, 혹시 후문으로 들어온 겁니까?”“맞습니다. 왜 그러시죠?”최서준이 솔직하게 대답하고 물었다.“혹시 후문에서 무슨 소리를 듣거나 본 적이 없습니까?”책임자는 두려움을 꾹 참고 질문을 건넸다. 다만 너무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았다.“아니요. 제가 들어올 때 성 입구는 아주 조용했고 아무도 없었습니다.”최서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그렇군요. 그러면 당신은 비영성에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책임자는 푸른 옷을 입은 최서준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 긴장도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급한 일은 없습니다. 그저 이곳을 지나 보니 주변이 다 척박해서 살기 힘들어 비영성에서 며칠 지내다가 가고 싶어서 왔습니다.”최서준은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았다.책임자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최서준이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기에 웃으면서 허락해 주었다.“멀리서 오셨으니 이것도 인연이죠. 편히 쉬다 가십쇼.”책임자는 열정적으로 환영하면서 최서준을 데리고 비영성 성주에게로 갔다.최서준은 거절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랐다.가는 길에, 최서준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얘기했다.그리고 비영성의 성주 또한 서 씨라는 것을 알았다.책임자는 다른 것을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최서준도 더 묻지 않았다.시내 쪽으로 가자 최서준은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4, 50대로 보이는 남자는 흑백 무늬의 도포를 입고 있었다.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꽤 잘생겼다. 그는 담담하게 최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성주님, 후문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청년은 최서준이라고 하는데 우리 비영성을 지나치다가 며칠 쉬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습니다.”책임자는 최서준을 데리고 와 솔직하게 보고를 올렸다.“그래, 알겠다. 먼저 가거라.”남자는 손을 저어 책임자더러 물러가게 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최서준더러 자기를 따라오라
첫째, 사실 죽은 사람들은 마을의 사람이 아니고 그저 이곳에 온 지 며칠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둘째, 최서준은 나이가 어리지만 실력이 비범하다. 그러니 괜히 시끄러운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그런 생각으로 서왕록이 질문을 건넸다.“아마 사흘이나 닷새 정도 머무르고 가려고요.”최서준은 아무렇게나 시간을 얘기했다. 사흘에서 닷새 정도면 결정에 대한 일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럼 그렇게 하지. 닷새 동안은 나의 성안에서 살게나.”서왕록은 책임자를 불러와 최서준을 데리고 성 동쪽에 있는 별채에 가라고 했다.최서준은 이 안에서 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서왕록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이곳에서 지낸다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번거로울 것이다.최서준을 데려다준 후, 눈치 빠른 책임자는 바로 성주에게로 돌아갔다.“성주님, 왜 외부인을 이곳으로 들인 겁니까.”책임자가 호기심에 물었다.“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가까이에 두고 지켜봐야지.”서왕록은 이 책임자를 싫어하지는 않았기에 솔직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아가씨한테 폐를 끼치는 건 아니겠죠?”책임자는 그렇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기까지 들은 서왕록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그는 책임자를 노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무언의 압박을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책임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이 일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모두 좋지 않은 일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듣고, 책임자가 자리를 떴다는 것을 눈치챈 최서준은 기운을 거두었다. 더 듣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얘기하는 아가씨가 누구인지 궁금해할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날 내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최서준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외침을 들었다. 아마도 꽤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기운을 보내 읽어보니 젊은 나이의 여자가 이 방에 갇힌 채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서왕록과 책임자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져 내렸다.이렇게 큰비는 오랜만이었다. 최서준은 귀를 약간 움직였다. 별채 밖의 골목에서 어린아이들이 희희덕덕 웃으면서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최서준이 다시 한 잔을 들이켰을 때, 옆에서 여자의 처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최서준은 그 소리를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이내 한 노인의 기침 소리도 들려왔고 점점 멀어졌다.최서준의 별채는 가장 동쪽에 있는 곳이 벽 밖은 바로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이다. 최서준은 술잔을 내려놓고 다시 술을 채웠다. 술이 찰랑거리는 술잔을 들고 문을 열자 쏟아지는 빗물이 핏물처럼 보였다.하지만 눈을 깜빡이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별채 주변이 안개로 가득한 것만 빼면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최서준은 의자를 가져와 문 옆에 앉아서 기운을 내보내 빗물을 피했다.이윽고 누군가가 별채의 문을 손톱으로 긁었다.최서준이 문을 열려고 일어섰는데, 문 긁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최서준이 자리에 앉자 소리가 또 이어졌다.몇 번 반복되자, 최서준은 그저 묻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서 술을 들이켰다.시간이 지나자 소나기는 보슬비로 되어 내렸다.문밖에서 또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최서준은 한숨을 쉬었다.“백연, 네 동류 좀 관리해 봐. 난 내가 자칫하면 네 동류를 죽일까 봐 두려우니까.”최서준이 빈 곳을 향해 얘기했다.백연은 최서준의 말을 무시했다.최서준은 어쩔 수 없이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 앞의 골목은 아주 음침해 보였다. 자갈길은 어느새 흙탕물로 더러워졌고 아무 사람도 없지만 쑥덕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으며 바닥에는 깊이가 다른 발자국들이 보이기도 했다.그걸 본 최서준이 얘기했다.“난 잔다. 시끄럽게 하면 죽여버린다.”최서준이 말을 마쳤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최서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들어가기 전에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비를 맞으면서 걷고 있었다.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었
백연은 점점 이상한 말들을 뱉어냈다. 최서준은 술잔을 들고 문밖을 가리키면서 나가서 밖의 귀신들과 얘기하라고 눈치를 줬다. 그러자 백연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최서준은 겨우 집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잠에 들었다. 백연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그렇게 날이 밝았다.이른 아침부터 책임자가 밖에서 최서준을 불렀다. 성주가 귀빈인 최서준을 데리고 같이 아침을 먹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호의를 거절할 수 없으니 최서준은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집 안을 대충 정리한 최서준은 책임자와 함께 성주의 별채로 갔다.길에서 최서준이 넌지시 물었다.“어젯밤 이상한 일 없었죠?”그 말을 들은 책임자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최서준도 입을 다물었다.최서준은 책임자를 따라 연회장에 왔다.어제는 서왕록만 보느라 몰랐는데 지금 보니 성주의 별채는 인테리어가 기세등등했다. 왼쪽과 오른쪽에 흰색의 돌사자가 있었는데 아주 생동하게 조각되어 있었다.방의 구석구석에도 많은 물건들이 걸어져 있었는데 아주 위풍당당해 보였다. 연회장 내부, 성주인 서왕록이 부인을 데리고 새로운 젊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뒤에는 나이를 모를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최서준이 도착한 후, 서왕록은 계속해서 그 여자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여자는 여전히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서왕록은 그 여자에게 눈치를 주는 것을 그만두고 바로 몸 돌려 최서준을 맞이하러 나왔다.“최서준 군, 얼른 오게나. 어제는 일 때문에 제대로 접대하지 못해서 미안하네. 오늘 이렇게 사죄하니 편하게 자기 집처럼 있게나. 이따가 식사를 마치면 담당자가 서준 군을 데리고 성안을 돌아다닐 거야. 서경진 담당자가 이곳에 대해서 잘 알 거든. 이따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사. 돈은 서경진이 대신 내 줄 테니까.”서왕록은 최서준을 보면서 열정적으로 얘기했다.최서준도 공손한 자세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으면서 웃었다. 이 정도의 사회생활은 쉽게 할 수 있었다.그러면서도 속으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