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80화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큰비는 오랜만이었다.

최서준은 귀를 약간 움직였다. 별채 밖의 골목에서 어린아이들이 희희덕덕 웃으면서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최서준이 다시 한 잔을 들이켰을 때, 옆에서 여자의 처절한 소리가 들려왔다.

최서준은 그 소리를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내 한 노인의 기침 소리도 들려왔고 점점 멀어졌다.

최서준의 별채는 가장 동쪽에 있는 곳이 벽 밖은 바로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이다.

최서준은 술잔을 내려놓고 다시 술을 채웠다. 술이 찰랑거리는 술잔을 들고 문을 열자 쏟아지는 빗물이 핏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별채 주변이 안개로 가득한 것만 빼면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

최서준은 의자를 가져와 문 옆에 앉아서 기운을 내보내 빗물을 피했다.

이윽고 누군가가 별채의 문을 손톱으로 긁었다.

최서준이 문을 열려고 일어섰는데, 문 긁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최서준이 자리에 앉자 소리가 또 이어졌다.

몇 번 반복되자, 최서준은 그저 묻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서 술을 들이켰다.

시간이 지나자 소나기는 보슬비로 되어 내렸다.

문밖에서 또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서준은 한숨을 쉬었다.

“백연, 네 동류 좀 관리해 봐. 난 내가 자칫하면 네 동류를 죽일까 봐 두려우니까.”

최서준이 빈 곳을 향해 얘기했다.

백연은 최서준의 말을 무시했다.

최서준은 어쩔 수 없이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 앞의 골목은 아주 음침해 보였다. 자갈길은 어느새 흙탕물로 더러워졌고 아무 사람도 없지만 쑥덕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으며 바닥에는 깊이가 다른 발자국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걸 본 최서준이 얘기했다.

“난 잔다. 시끄럽게 하면 죽여버린다.”

최서준이 말을 마쳤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최서준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들어가기 전에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비를 맞으면서 걷고 있었다.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