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본 김표가 소리 질렀다. “다들 우리를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다 같이 죽을 거야!”진씨 가문의 진원태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남은 진후택, 주현아와 김표는 당연히 최서준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그러자 주현아도 힘을 보탰다. 붉은색 빛이 피어올라 유혹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진후택까지 힘을 보태자 네 사람은 겨우 힘을 합쳐 최서준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내 일격을 받아냈으니 이번만큼은 살려주지. 하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봐주지 않을 거다.”말을 마친 최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휙 사라져 버렸다. “최서준이 이렇게 무서운 실력을 갖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김표는 최서준이 떠난 후 그렇게 얘기하면서 자기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것이 맞는지 되뇌고 있었다.최서준 편에 섰다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전부터 최서준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 네 사람이 힘을 합쳐서 겨우 최서준을 막아냈으니 말이다.“그러게 말이야. 촌구석 자식이 이렇게 강할 줄 누가 알았겠어.”진원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진원태는 최서준보다 한참 부족핶다.주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후택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최서준이 떠나간 방향을 보면서 진후택을 버리고 최서준을 따라갈지 생각했다.옆에 있는 진후택을 보면서 주현아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 최서준보다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실력도 별로라니.이럴 줄 알았으면 최서준을 봤을 때부터 최서준에게 달라붙을 것을. 주현아는 최서준이 무조건 자기한테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비경 속 다른 곳에서.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사막 위를 걷고 있었다.바로 최서준이었다.“살기가 느껴졌는데, 왜 전력을 다하지 않은 거지?”연석진이 최서준의 머릿속에서 물었다.“제가 멍청이에요? 아까 그 노인이 얘기했어요. 그곳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람들이 아직도 지켜보는지는 모르겠어요. 진원태를 죽이는
역시나 통했다.최서준이 마을의 사람들과 사냥하다가 낙오되었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아마도 동정심 때문인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그저 최서준의 이름만 물어본 후 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저녁을 먹을 때, 그 남자는 아주 열정적으로 최서준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름 모를 야수가 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열정적인 남자를 거절하지 못한 최서준은 그와 함께 구이 옆으로 왔다.구이 옆에는 다른 남자들이 일곱, 여덟은 되어 보였는데 최서준이 온 것을 보고 바로 최서준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최서준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술 두 병을 꺼내 나누어 주었다.최서준은 선의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종래로 인색한 적이 없다.남자들이 이곳저곳의 얘기를 하고 있자 최서준은 기뻐하면서 그들의 대화에 참여해서 대화를 나눴다. 조금 친해진 후, 처음 최서준을 발견한 남자가 얘기했다.“솔직히 난 네가 정말 부러워. 이렇게 어린 나이에 좋은 실력으로 사냥까지 나오다니. 우리는 1년 365일 동안 궂은일을 해도 돈을 많이 못 벌거든. 게다가 길에서 야수를 만날까 봐 걱정해야 하지.”“에이, 아니에요. 전 그냥 마을의 다른 사람들을 도우러 온 거지 그렇게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에요. 전 형님이 오히려 더 부러운데요. 많은 곳을 다니면서 여러 일을 경험할 수 있잖아요. 이것도 나름의 좋은 점이죠.”최서준은 그들의 대화에서 이 마음 사람들이 보따리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준아, 겸손 떨지 마. 너를 처음 만날 때도, 네가 이렇게 좋은 술을 꺼낼 때도 난 네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어. 하지만 묻지는 않을게. 누구나 본인의 비밀이 있는 법이니까 말이야.”남자는 최서준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해주고 있었다.역시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는 어렵다. 작은 디테일에서 거짓말이 들통나니까 말이다.“에이, 아니에요. 이 술은 저희 고향에서 가져온 술이에요. 고향에서도 유명한 술이죠.”최서준은 남자의 대
여기가 허허벌판 같아 보여도 영기는 용문비경 못지않게 짙었다. 최서준은 바로 자리에 앉아서 수련 상태로 돌입했다. 이곳의 영기를 흡입한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말이다. 그러던 중, 최서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린 최서준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하지만 텐트 뒤쪽을 보니 하얗게 질린 얼굴을 반쯤 드러내고 빨간 입술을 한 여자가 보였다.황무지 위에 놓인 텐트 뒤에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은 눈치 채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최서준이 여자를 쳐다보자 그 여자도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눈알을 굴렸다. 마치 최서준을 시험하듯 말이다.최서준은 그 여자를 무시한 채 몸을 일으켰다.텐트 안의 다른 남자들을 깨우려고 할 때, 최서준은 그제야 자기 밑에 있던 침낭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새빨간 핏물이었다.핏물 속에서 해골들이 천천히 올라왔다. 이내 해골의 상반신까지 드러났다. 녹이 쓴 철갑옷을 입은 그들은 핏물 웅덩이에서 걸어나와 최서준 앞에 섰다. 눈으로 세어보니 대충 열 명은 넘는 것 같았다.최서준은 바로 날아올라 가장 앞에 선 해골의 어깨를 밟았다. 그러자 해골은 바로 부서져서 먼지로 사라졌다.이윽고 최서준이 손을 휘휘 내젓자 해골들은 전부 먼지로 날아가 버렸다.다시 텐트 뒤쪽을 쳐다보자 반쪽 얼굴만 드러냈던 여자는 텐트 뒤에 숨어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었다.하지만 웃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최서준이 웃으면서 물었다.“이 주변에 야수나 괴물들이 나오나요?”그 여자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천천히 팔을 들어 자기를 가리켰다.최서준은 또 웃으면서 얘기했다.“한 방에 죽지 않는 그런 것들 말이야.”잠시 흠칫한 여자는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얀 피부 위로 새빨간 혈관이 솟아났다. 그녀는 바로 한 손으로 장풍을 만들어냈다.남자들이 열심히 만든 텐트는 여자의 손에 가볍게 날아가 버렸고 그대로 최서준을 향해 날아갔다.최
그러자 여자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최서준을 쳐다보기만 했다. 이내 핏물 웅덩이가 점점 커지더니 핏빛 안개가 최서준을 덮어버렸다.“최서준,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저 여자는 이곳의 왕과도 같은 ‘흡혈 인형’이야! 전에는 어떤 높으신 분의 첩이었는데 나중에 배신당하고 고문당해 죽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한이 깊게 서려서 죽은 후에 귀신이 되어 이 황무지에서 홀로 낙오된 사람을 찾아 양기를 빨아먹는다고 해. 하지만 전에 이 길로 오갈 때는 전혀 만나지 못했는데 갑자기 나오다니, 이상한 일이야!”텐트가 날아가자 남자들도 어느새 깨어났다. 통맥경의 남자가 최서준에게 알려주었다.최서준은 어깨를 약간 움직였다. 그리고 최서준이 기운을 내뿜자 안개가 순식간에 걷혔다.여자는 바로 이상함을 눈치채고 핏물 웅덩이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최서준이 빠르게 여자를 잡아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억지로 끌어내 바닥에 내팽겨쳤다.여자는 몸을 웅크리고 두려움 가득한 모습으로 최서준을 쳐다보았다.최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자꾸만 이러면 정말 진심으로 상대하는 수가 있어.”최서준은 이 여자의 기운을 대충 읽어낼 수 있었다. 음기가 짙긴 하지만 피의 기운이 얼마 없는 것으로 보아하니 낙오된 사람만 골라서 죽인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그래서 최서준은 여자를 봐준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 종사밖에 되지 않는 여자를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최서준의 말을 들은 여자는 그제야 고개를 쳐들었다. 반쪽만 남아있는 얼굴로 입술을 열었다. 그녀는 최서준의 주변을 맴돌면서 아름다움 목소리로 마음을 홀렸다.“날 죽이려고? 정말 그럴 마음이 있긴 해? 차라리 나와 한 몸이 되어 양기와 영기를 조금 나눠주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마음대로 잘 수 있어. 어때?”“죽고 싶어?”최서준은 그 여자가 뻔뻔하게 자기를 홀리려는 것을 보고 기운을 내뿜어 그 여자를 압박했다. 귓가의 속삭이는 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여자는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최서준이 기운을 내뿜자 여
“헛소리하지 마! 내가 언제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였다고 그래!”자기를 모함하는 말을 들은 여자가 즉시 반박했다.“최서준, 저 귀신의 말을 들으면 안 돼!”“그러게요, 우리를 도와줘요! 이번에는 최서준 씨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는 우리를 죽이려고 할 겁니다.”최서준이 움직이지 않자 다른 남자 두세 명이 동시에 얘기했다.그들은 듣기만 한 소문을 그대로 믿는 모양이었다.“이 여자 귀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접 본 적 있나요?”최서준은 남자들을 설득해서 말리고 싶었다. 전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으니 괜히 얼굴 붉힐 일을 만들기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여자는 최서준이 자기편을 들어주자 진정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그건 없습니다. 소문을 들었죠.”남자들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럼 됐네요.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소문을 들었을 뿐이잖아요. 소문은 원래 허황하게 퍼지는 겁니다. 하여튼 제가 봤을 때 이 여자는 당신들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지 직접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최서준이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설명했다.“하지만, 하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끝내고 다음에 우리를 죽이러 올지도 모르잖아요!남자는 여전히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아닙니다. 전 이 여자한테서 피 냄새를 전혀 맡지 못했습니다. 우리한테 피 웅덩이와 핏빛 안개를 환각으로 보여줬다고는 하나 그건 이 귀신이 죽을 때 비참하게 죽어서 그런 겁니다. 그냥 놔주죠, 어떻습니까?”최서준이 천천히 설득하면서 얘기했다.남자들은 서로를 번갈아 보면서 머뭇거렸다.그러다가 통맥경의 남자가 얘기했다.“자네 마음대로 해.”보아하니 생각을 고쳐먹은 것은 아니고, 그저 최서준의 압도적인 실력이 두려워 최서준의 뜻을 따르는 것 같았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제가 이 여자 귀신을 데리고 떠나겠습니다.”최서준은 딱히 묘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이 여자를 데리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최서
남양시.해성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김지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연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뭐라고? 그쪽이 내 약혼자란 말이야?”“맞아. 3년 전에 당신 할아버지가 우리의 혼약을 맺어주셨어. 이건 혼약서야. 못 믿겠으면 봐봐.”젊은 남자의 이름은 최서준이다. 그는 말하면서 옷 주머니에 넣어둔 혼약서를 꺼냈다.김지유는 혼약서를 확인한 후 죽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났다.이 혼약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였다. 위에 할아버지 김호석의 글씨체가 있고 심지어 인감까지 찍혀져 있었다.김지유는 숨을 깊게 몰아쉬고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쪽 이름이 최서준이야?”“맞아.”최서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또렷한 이목구비에 뽀얗고 탄력 있는 피부까지 더하니 아무리 인상을 찡그려도 남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타이트한 정장은 화끈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그중에서도 한 줌 되는 개미허리가 유난히 인상적이라 프로 모델이 와도 무색해질 따름이었다.그가 야릇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자 김지유는 사납게 쏘아붙였다.“지금 어딜 쳐다봐?”다만 이어진 최서준의 한마디에 그녀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얼굴은 90점, 몸매는 100점, 내 와이프가 되기엔 뭐 그럭저럭 봐줄 만 해.”“뭐라고...”김지유는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려 재벌 가문 김씨 일가의 따님이자 해성 그룹 대표직을 맡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완벽한 여자다.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전제하에 자수성가하여 시가총액 2천억이 넘는 회사를 설립했다.그 외에도 남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려 얼마나 많은 훌륭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푹 빠져들었는지 모른다.다만 눈앞의 이 촌놈은 검은 민소매에 헐렁한 바지, 거기에 지저분한 조리 한 켤레를 신고 있다. 잘생긴 얼굴만 빼면 아예 대놓고 촌스럽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런 촌뜨기가 감히 김지유한테 와이프로 봐줄 만 하다고 망언을 내뱉다니?그녀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말해
김지유는 최서준을 빤히 쳐다보며 얼굴에 거만함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의 옆에 있던 비서 반윤정도 시큰둥한 눈길로 최서준을 흘겨봤다. 거지 따위가 어딜 감히 대표님을 넘보려고?“그렇게 해.”최서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하지만 네 말은 소용없어. 이 혼약은 너희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거니 내가 할아버님 병 치료를 다 마치거든 친히 혼약을 해지하셔야 해. 걱정 마, 할아버님만 동의해주신다면 나 절대 집착 안 해.”“아니.”김지유는 그가 미련을 못 버리는 줄 알고 점점 더 야유 어린 눈길로 돌변했다.“이건 내 결혼에 관련된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해. 우리 할아버지 병도 내가 방법 구해볼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녀는 냉큼 수표 한 장 건넸다.“이건 10억이야. 나랑 이 혼약 해지해주겠다면 이 돈 너 줄게. 나한테 10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 같은 최하층 서민들에겐 아마 평생 먹고 놀 수 있을 테니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김지유는 비난 섞인 미소를 날렸다. 마치 거지에게 돈 주듯이 그를 깔봤다.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이런 거지 취급 당할 정도는 아니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결혼 무르겠으면 김호석 씨더러 직접 찾아와서 얘기하라고 해.”말을 마친 최서준은 문을 박차고 뒤도 안 돌아본 채 자리를 떠났다.“대표님, 저 자식 너무 경솔한 거 아닙니까? 뭣 하러 저런 놈한테 예의 갖추세요?”비서 반윤정이 씩씩대며 물었다.“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가여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뿐이야.”김지유는 입술을 꼭 깨물고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돈 없으면 남양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 감히 장담하는데 저 녀석 사흘을 못 버티고 내게 돌아와 구걸할 거야. 에이 됐다, 쟤 얘긴 그만해.”김지유가 머리를 내저었다.“아참, 윤정아, 나 대신 남양 실세 최우빈이랑 약속 좀 잡아줘. 5년 전에 간경화 말기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던데 천재 의사라고 불리는 신의의 치료를 받고 다 나았대. 그 의사를 모실 수만 있다
30분 후 최서준은 어르신이 알려주신 주소대로 도씨 일가에 도착했다.거실에서 50대로 보이는 도현수가 수중의 편지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맞아, 그 명인의 필적이 틀림없어.”“아저씨, 이젠 드디어 제 신분을 믿어주시는 거죠?”최서준이 물었다.“사부님은 죽음을 앞두고 아저씨가 도움을 청했다면서 저더러 아저씨네 가족을 보호하라고 하셨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도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서준아, 그게 실은 나의 비즈니스 상대 중 한 명이 익명으로 메일을 보내와서 우리 딸을 납치하겠다고 했고 난 그 즉시로 딸애에게 경호원 다섯 명을 붙였어. 그런데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커오다 보니 다섯 경호원 모두 도망가버리게 만든 거야. 난 고민하다 못해 너희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했어.”도현수는 눈웃음을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봤다.“너희 사부님도 방금 네가 갖고 온 편지에 해결방안을 써주셨는데 바로 널 내 사위로 들이라데. 그렇게 하면 네가 정정당당하게 우리 딸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최서준은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아저씨,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사부님 명령 거역하는 거야?”도현수는 계속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난 널 사위로 정했어. 이 일은 그냥 이렇게 해.”최서준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하지만 저는 딱 3개월만 아저씨네 따님을 지켜줄 겁니다.”그는 속으로 연신 머리를 내저었다.‘이 영감탱이가 정말 살아서도 애를 먹이더니 죽어서까지 제자를 괴롭히는 거야. 진작 날 해칠 걸 알았다면 ‘러브스토리’ OST도 불에 태워주지 않았을 텐데.’바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내가 허락 못 해요!”한 여자가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는데 화장기 없이 눈부시게 예쁜 얼굴과 긴 생머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늘씬하게 쭉 뻗은 새하얀 다리였다.그녀 뒤에 관리를 잘 받은 중년 부인도 서 있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도연우는 두 눈에